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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에르 드 부아르 13호 Maniere de voir Vol.13

언어는 권력이다
르몽드코리아

2023년 12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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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88MB)
ISSN 2765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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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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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코리아가 펴내는 계간 무크지《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1987년 11월, 르몽드의 자회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격월간지로 창간한 이래 최근까지 문화예술, 기후변화를 비롯해 생태, 젠더, 동물, 에너지, 자원, 국제분쟁, 음모, 종교,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매호별로 한 테마를 집중 진단해왔습니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준비생들과 대학생, 대학원생, 연구자들의 필독지로 사랑받아왔습니다. 한국어판은 지난해 가을부터 계간 무크지로 절찬리에 발행되고 있습니다.
[서문] 단일 언어의 악몽 ― 필리프 데캉
[책을 내며] 언어의 공감 기능을 회복하라! ― 성일권

1부 지배의 무기

고사 위기에 처한 언어들 ― 자크 르클레르
우크라이나어로 말하기 ― 니키타 타란코 아코스타
에펠탑에 내건 영어 슬로건, “Made for sharing” - 브누아 뒤퇴르트르
딸깍 소리 아프리카 흡착어, 소멸 위기에… - 폴린 파티스
일본 언어에 숨은 ‘복종 사회’ ― 미즈바야시 아키라
카메룬 영어권 지역의 저항과 억압 ― 크리스틴 홀츠바우어
영어의 습격을 받는 유럽의 언어들 ― 브누아 뒤퇴르트르
엘리트 계급의 자발적 복종 ― 조르쥬 갸스토 외

2부 영향력의 도구인가 공유의 도구인가?

단일언어주의가 치러야 할 대가 ― 도미니크 오프
걸프만의 비전, 왕들의 허영 ― 아크람 벨카이드
조지아어 사용 확대 반대…결국 전쟁 일어나 - 필리프 데캉
스리랑카 타밀어의 저항 - 에리크 폴 메이에
프랑코포니는 식민지주의의 아바타? ― 미카엘 장
용광로 언어, 크리올어 - 마르고 에므리슈 외
위기에 직면한 데이턴 협정 - 필리프 데캉 외
러시아어에 애정 거두는 프랑스 ― 엘렌 리샤르
중국어 : 하나의 문자, 여러 개의 말 ― 마르틴 뷜라르
모두를 위한 아랍어 ― 아크람 벨카이드

3부 다양성은 꺾이지 않는다

몬테네그로 정부의 정체성 혼란 ― 필리프 데캉
몬테네그로어, 불필요한 언어인가? - 필리프 데캉 외
어떻게 언어는 만들어지는가 ― 필리프 데캉 외
프랑스어권인가? 독일어권인가? - 필리프 데캉 외
다중언어, 룩셈부르크 교육의 골칫거리 - 필리프 데캉 외
프랑스어는 천지창조 때부터 쓰였다? - 피에르 랭베르
아이슬란드, 언어 순수주의의 원형 ― 필리프 데캉
플랑드르 예술가 혹은 벨기에 예술가 ― 세르주 고바르트
모든 알파벳은 로마로 향한다 ― 자비에 몽테아르
다국어로 제정해야 하는 국제법 ― 카트린 케세지앙 외

4부 언어의 타락

영어에 지배당한 네덜란드 대학 ― 뱅상 두마이루
프랑스 ‘코리안학’의 현주소 ― 마리오란주 리베라산
보편주의를 향한 추구, 에스페란토어 - 필리프 데캉
학대자 앞에 선 퀘벡 속어 - 브누아 브레빌
권력자의 자발적 복종 ― 목수정
자막, 영어, 그리고 ― 송영애
베르베르어, 알제리와 모로코에서 아랍어와 동등한 공용어 - 아레즈키 메트레프
33개 외국어판 - 안 세실 로베르
그럼에도 프랑스어는 필요하지 않을까 ― 성일권

[부록] 진실의 소리
후원자 명단

언어의 공감 기능을 회복하라

혹시,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가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요?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어야 할 언어가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을 과시하고, 상대를 배제하는 갈등과 대립의 장치로 쓰이다 보니 한국어가 고생을 많이 합니다.

K-문화의 붐을 타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 학습의 열풍이 일고 있고,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을 세워 한국어의 위대함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어가 멸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국물을 좀 먹은 유학파들이 간혹 혀 꼬부라진 소리로 한국어를 오염시키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노골적입니다. 특히 사회적 발언권이 강한 정치인이나 경제인, 의료인, 언론인, 그리고 문화계 및 방송연예계의 사람들은 아예 한국 사람들끼리 대화하는데도 영어와 일본어 같은 외국어를 당연하다시피 남발합니다. 국가최고책임자들은 언제부터인지 통역이 있는데도 해외 순방에서 굳이 영어연설을 하려 합니다. ‘국제’라는 현수막을 단 학계의 포럼이나 세미나는 더욱 가관입니다. 대부분의 청중이 내국인인데도 발표자들이 어설픈 영어로 발제를 하면, 통역자들이 이를 한국어로 통역하느라 애를 먹습니다. 대학에서는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는 욕심에 수강생이 대부분 한국 학생들인데도 교수나 학생이 모두 힘들어하는 영어 수업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외국어가 한국어보다 고급스러운 듯이 과시하는 그들의 언어는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분이나 계급을 드러내는 권력의 표식 같은 느낌이 듭니다.

패스트 트랙, 뉴노멀, 인싸, 언박싱, 그루밍, 캄푸라치, 빌런 …. 특히 패스트트랙의 경우 정치권에서 자주 쓰여 의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왜 정치인들은 일반 국민에게 낯선 외래어를 굳이 사용하는 걸까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언어는 우리의 미세혈관을 파고들어 뇌리에 깊이 예민하게 각인됩니다. 미셀 푸코의 핵심 개념은 언어의 권력입니다. 위계적인 힘의 질서가 아니라 언설(discourse)의 폭력성을 지적합니다. 그에 따르면 권력이란 어떤 물리력 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독점과 배제를 작동하는 언설을 의미합니다. 언어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본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잃고, 차별과 배제의 용도로 쓰이다 보니 위정자들의 폭력의 언어가 난무합니다. 어느 고위공무원의 “개 돼지” 망언이나, 최고 권력자의 “노동자는 자유가 뭔지 모른다”는 발언 같은 ‘언설’은 총과 칼처럼 당장에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여린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깁니다.

테마 계간지《마니에르 드 부아르》의 13번째 제목은 『언어는 권력이다』(Le pouvoir des langues)입니다. 언어의 위기는 사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어는 권력이다』 편은 세계 각국이 직면한 언어의 문제를 심도 있게 진단하고, 언어가 본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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