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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다(2024년 12월호)vol.33

이강선 외 지음
투나미스

2024년 12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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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799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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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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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번역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야기_번역하다_vol. 33

이 매거진은 문학, 철학, 언어학, 실용 번역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번역의 이론과 실제를 탐구한다. 번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AI 시대에도 인간 번역가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번역이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와 정서를 전달하는 창조적 작업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도 한다.

추천 독자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나 번역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
다중 언어와 문화적 교류에 관심 있는 사람
번역의 이론과 실제를 탐구하고자 하는 학생 및 연구자

번역하다 제33호는 번역이라는 작업의 본질과 가치를 조명하며 언어를 통해 세상을 확장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cover story
노벨상으로 가는 문을 연 번역된 『채식주의자』 • 이강선

Life & Work
언어의 숨은 규칙과 개인의 말: 번역의 비밀을 풀다 • 김형범
영어와 독일어, 그리고 한국어 사이 어딘가 • Alice Choi
들장미, 독일어 공부의 시작 • 유재영
영어를 무조건 공부해야 하는 이유 • 홍그리
불친절한 지은이, 친절해야만 하는 옮긴이 • 임영웅
프랑스어 번역가의 첫 사랑, ‘일본어’ • 정수민

번역가의 서재
나의 영어 해방 일지 • 박재영

노벨상으로 가는 문을 연 번역된 『채식주의자』

이강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번역가답게 대번 번역으로 관심이 쏠렸다. 그 동안 읽었던, 아니 분석했던 한영소설들은 지극 히 한국적이었다. 소설은 한국인의 감성을 바탕 으로 쓴다. 그 번역들은 한국인의 감성을 그대 로 옮겨놓고 있었으므로, 말하자면 원본 문화 를 중시한 번역이었다. 한국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든 번역, 영문번역이라고 해서 외국인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이 아니었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 혹은 한국을 연구하는 외국인이 이 해할 것 같은 번역들이었다.

그 소식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들었다. 10월10일 목 요일 늦은 저녁이었다. 처음에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그만큼 느닷없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내 여기저기서 소식이 전해지기 시 작했고 스웨덴 한림위원회 소식을 청취하던 지인이 그 소식이 진짜 라고 전해주었다. 곧 물밀듯이 사방에서 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8년 전에 썼던 논문이 떠올랐다. 그 논문은 한강의 책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 (Debora Smith)의 The Vegetarian이었다. 당시 한강과 데버러 스미스는 이 소설로 인터내셔널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다.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무엇이 이 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 명망 높다는 맨부커로 하여금 이 소설을 선택하게 한 것일까?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번역가답게 대번 번역으로 관심이 쏠렸다. 그동안 읽었던, 아니 분석했던 한영소설들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소설은 한국인의 감성을 바탕으로 쓴다. 그 번역들은 한국인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었으므로, 말하자면 원본 문화를 중시한 번역이었다. 한국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든 번역, 영문번역이라고 해서 외국인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이 아니었다.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 혹은 한국을 연구하는 외국인이 이해할 것 같은 번역들이었다. 유독 축자역을 중시하는 우리의 풍토가 반영된 번역이었다.

오죽하면 축자역이니 의역이니 하면서 오역 논쟁이 휩쓸겠는가. 결국 노이즈 마케팅임이 밝져혔지만 이화영이 번역한 『이방인』의 오역 논쟁은 한동안 번역계를 뒤흔들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국민이 논할만큼 화제는 되지 못했고 결국 오역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이윤기가 번역한 『그리스 로마 신화』 오역 논쟁에 이르기까지 번역계를 휩쓸고 지나간 오역 논쟁은 많고도 많았다.

그런데 상을 받다니. 그것도 세계 삼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 상이라니. 그만큼 한국인의 정서가 널리 알려진 것일까. 혹은 한국문화가 그만큼 알려진 것일까. 그도 아니면 혹자가 거론하는 대로 국력이 신장한 것일까.

일반적으로 번역가는 감추어진다. 어떤 상을 받으면 화려하게 각광을 받는 사람은 작가지 번역가가 아니다. 물론 작품을 쓴 사람이 작가니 당연한 일이지만 번역이 없으면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국내로 한정되고 만다. 찻잔 속 태풍은 찻잔 안에서만 태풍이다. 『채식주의자』, 정확히 말해 이 소설 내의 「몽고반점」은 2005년 국내에서 명망 높은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므로 문학적 가치는 이미 보증된 상태였다.

이 책의 번역가는 유명하거나 명망 높은 학자가 아니었다. 아주 새로운 얼굴, 데보라 스미스(Debora Smith)라는, 스물 여덟살, 젊디젊은 학생이었다. 한국어를 독학으로 시작했고, 한국학을 공부한지 겨우 6년밖에 되지 않은 박사과정생. 그런데 맨 부커 수상위원회는 이 젊은 여인에게 작가와 공동으로 상을 주었던 것이다. 신선한 발상이었고 눈이 번쩍 뜨인 소식이었다. 번역가들의 노고를 인정한다는 의미였으므로. 스미스는 International Man Booker가 제정한 공동 상을 처음으로 수상한 번역작가였다. (저자와 번역작가가 £50,000를 반으로 나누어 가졌다.)

(하략)

『채식주의자』, 번역이 만든 기적과 그 의미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에 이어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쥔 이야기는 단순히 한국 문학의 성취를 넘어 번역이라는 작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이강선 작가의 글은 데버러 스미스라는 젊은 번역가의 노력과, 그녀의 번역이 이룬 세계적 성취를 심도 있게 분석하며 우리에게 번역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스미스의 번역은 서양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국화' 전략을 통해 원작의 정서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는 오역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문학 번역이 단순히 텍스트의 직역이나 축자역을 넘어 대상 독자의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번역이 단순한 언어의 전환이 아닌 문화와 사고방식의 다리를 놓는 작업이라는 점은, 스미스가 남긴 중요한 교훈이다.

그러나 글에서 제기된 번역 환경의 문제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AI 번역 기술이 발달하며 번역의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문학 번역처럼 창의성과 인간적 감각이 요구되는 분야는 여전히 인간 번역가의 영역임을 스미스의 사례가 입증한다.

결국, 『채식주의자』와 스미스의 성취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모델을 제시하는 동시에, 번역이라는 창작적 작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작가는 번역가라는 직업의 소중함과, 번역의 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지금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한강과 스미스의 협력은 단순한 성공 사례 그 이상이다. 그것은 번역이 작가와 독자, 그리고 두 문화 간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번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강선 외

이강선
김형범
임영웅
Alice Choi
유재영
홍그리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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