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2014년 06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06월 1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3.24MB)
- ISBN 97911577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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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소낙비
금 따는 콩밭
노다지
금
떡
산골
만무방
솥
봄봄
아내
심청
봄과 따라지
가을
두꺼비
봄밤
이런 음악회
동백꽃
야앵
옥토끼
생의 반려
정조
슬픈 이야기
따라지
땡볕
연기
두포전
형
애기
작가 연보
떡 p. 116~117
날이 몹시 추워서 마루에는 아무도 없었다. 찬장 앞으로 가더니 손뼉만한 시루팥떡이 나온다. 받아들고는 또 널름 집어치웠다. 곧 뒤이어 다시 팥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옥이는 손도 아니 내밀고 무언으로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이때 옥이의 배는 최대한도로 늘어났고 거반 바람 넣은 풋볼만치나 가죽이 탱탱하였다. 그것이 앞으로 늘다 못하여 마침내 옆구리로 퍼져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도 어깨를 치올려 식식하는 것이다. 아마 음식은 목구멍까지 꽉 찼으리라. 여기에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역시 떡이 나오는데 본즉 이것은 팥떡이 아니라 밤 대추가 여기저기 삐져나온 백설기. 한번 덥썩 물어 떼이면 입 안에서 그대로 스르르 녹을 듯싶다. 너 이것도 싫으냐 하니까 옥이는 좋다는 뜻으로 얼른 손을 내밀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먹었을까. 그 공기만한 떡 덩어리를. 물론 용감히 먹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빨리 먹었다. 중간에는 천천히 먹었다. 그러다 이내 다 먹지 못하고 반쯤 남겨서는 작은아씨에게 도로 내주고 모로 고개를 돌렸다. 옥이가 그 배에다 백설기를 먹은 것도 기적이려니와 또한 먹다 내놓는 이것이 기적이라 안 할 수 없다. 하기는 가슴속에서 떡이 목구멍으로 바짝 치뻗치는 바람에 못 먹기도 한 거지만. 여기다가 더 넣을 수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입 안이 남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다음 꿀 바른 주왁 두 개는 어떻게 먹었을까. 상식으로는 좀 판단키 어려운 일이다. 하여간 너 이것은? 하고 주왁이 나왔을 때 옥이는 조금도 서슴지 않고 받았다. 그리고 한 놈을 손끝으로 집어서 그 꿀을 쪽쪽 빨더니 입 속에 집어넣었다. 그 꿀을 한참 오기오기 씹다가 꿀떡 삼켜본다. 가슴만 뜨끔할 뿐 즉시 떡은 도로 넘어온다. 다시 씹는다. 어깨와 머리를 앞으로 꾸부리어 용을 쓰며 또 한 번 꿀떡 삼켜본다. 이것은 도시 사람의 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허나 주의할 것은 일상 곯아만 온 굶주린 창자의 착각이다. 배가 불렀는지 혹은 곯았는지 하는 건 이때의 문제가 아니다. 한갓 자꾸 먹어야 된다는 걸삼스러운 탐욕이 옥이 자신도 모르게 활동하였고 또는 옥이는 제가 먹고 싶은 걸 무엇무엇 알았을 그뿐이었다.
동백꽃 p. 296~297
“이놈아! 너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 집 닭인데?”
하고 복장을 떼미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땅이 떨어지고 집도 내쫓기고 해야 될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 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다 점순이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텀 안 그럴 터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길을 찾은 듯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봐라 내 자꾸 못살게 굴 터니?”
“그래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닭 죽은 건 염려 마라 내 안 이를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생의 반려 p. 344~346
그는 집에 돌아와 자기가 애면글면 장만해놓은 그릇을 부시었다. 그리고 동생을 향하여,
“내가 널 왜 밥을 먹이니?”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때로는,
“네가 뭐길래 내가 이 고생을 하니?”
하기도 하고,
“이놈아! 내 살을 긁어 먹어라.”
하고 악장을 치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펄썩 주저앉아서 소리를 내어 엉엉 우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동생에게 대한 설움은 아니었다.
그러나 동생은 이런 소리를 들으면 미안쩍은 생각이 날 뿐 아니라 등줄기에 소름이 쭉 끼치고 하는 것이다.
누님은 날이면 날마다 동생을 들볶았다. 아무 트집도 없이 의례히 할 걸로 알고 그대로 들볶았다. 그리고 나서 한숨을 후유 하고 돌리고는 마음을 진정하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생은 말하자면 그 밥을 얻어먹고 그의 분풀이로 사용되는 한 노동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누님이 기실 악독한 여자는 아니었다. 앞이 허전하다 하야 그는 시골에서 어린 계집애를 첫 딸로 데려다가 기르고 있었다. 결코 동생이 있는 것이 원수스러워 그럴 리는 없었다.
동생이 이리로 오는 당시로만 하여도 누님은 퍽 반색하였다. 밤이 깊은 겨울이건만 그는 손수 와서 책과 책상, 금침 등을 머리에 이고 오며,
“너 이런 걸 잊지 말아라.”
하고 아우를 명심시키었다.
“형님에게 설움 받던 생각을 하고 너는 공부를 잘해서 훌륭히
병든 남편을 위해 사기 결혼을 하는 빈민 여성의 이야기인 〈산골 나그네〉에서는 생계 앞에선 위선적인 윤리나 도덕 따위는 더 이상 고려되지 않는다. 일확천금의 욕망을 실감나게 그린 〈금 따는 콩밭〉은 일제의 폭압과 수탈이 날로 심해지던 1930년대 말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절망적이고 비참함에 빠진 민중들이 허황된 꿈과 일확천금의 욕망을 통해 당시 우리 민중이 겪었던 생활상의 고통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비판적 시선으로 읽힌다.
이와 더불어 비참한 소작농의 현실의 드러낸 〈만무방〉에서는 도둑과 노름, 금점 투기로 하루하루를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민중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응칠, 응오 형제가 반사회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노다지〉 역시 1930년대 금광 캐기 열풍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이 물질적 욕망 앞에서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향토적인 사투리와 빼어난 유머, 때 묻지 않은 등장인물이 매력적인 〈동백꽃〉은 사춘기의 두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김유정 특유의 서정성과 해학성으로 밀도 있게 묘사하고 있다. 궁핍한 농촌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순수한 토속적 농촌사회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직한 주인공에 비해 활달하고 도전적인 성격을 가진 점순이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동백꽃〉과 더불어 김유정의 작품 중 백미로 손꼽히는 〈봄봄〉은 일만 시키는 교활한 장인과 그런 장인에게 이용만 당하는 순박하고 어리숙한 데릴사위인 나의 대조적인 모습이 해학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봄봄〉은 김유정 문학세계의 본질인 골계미가 돋보이는 대표적인 소설이다. 문체 또한 살아 있는 강원도 사투리에 짙은 해학성을 가미한 언어적 특색을 잘 보여준다.
이 밖에도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형에게 쫓겨나 공장에 다니는 누이에 의존해 살아가는 김유정의 자전적 소설인 〈생의 반려〉와 〈따라지〉, 폭력적이었던 형의 실제 이야기인 듯한 〈형〉, 박록주와의 사랑을 담은 자전소설 〈두꺼비〉 등의 작품을 통해 김유정의 전 생애를 한눈에 엿보는 듯하다.
작가정보

1908년 강원도 춘천의 갑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 12세 때 서울 재동공립보통학교를 입학한 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진학했으나 중퇴했다. 춘천 실레마을에 금병의숙을 세워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금광에 손을 대기도 했다. 당시 어려서부터 앓던 결핵성 늑막염이 폐결핵으로 악화했다. 단편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에, 〈노다지〉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올랐고, 구인회의 일원으로 김문집, 이상 등과 교분을 가지면서 창작 활동을 했다. 등단하던 해에 단편소설 〈금 따는 콩밭〉, 〈떡〉, 〈산골〉, 〈만무방〉, 〈봄봄〉을, 이후 〈산골나그네〉, 〈봄과 따라지〉, 〈동백꽃〉, 〈땡볕〉, 〈따라지〉 등을 발표했다.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웃음을 자아내지만 해학 속에 가난하고 비참한 삶의 비애가 특징적으로,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육담적인 속어, 비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 문학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불과 2년 남짓한 작가 생활 동안 30편 내외의 단편소설과 1편의 미완성 장편소설, 그리고 2편의 번역 소설, 12편의 수필, 편지와 일기 6편을 남길 만큼 왕성한 창작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폐결핵에 시달리다가 29세에 요절했다. 시신은 유언대로 화장되었고, 유골은 한강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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