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6: 상업의 길
2023년 05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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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8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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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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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6〉에는 정복군주 담덕의 요동정벌이 역동적으로 펼쳐집니다. 대륙과 인삼과 철의 교역로를 터서 상업의 길을 닦아 국고를 튼튼하게 합니다. 또한 남쪽의 변경을 자주 침범하는 백제왕 아신을 쳐서 주변 나라들이 고구려를 넘보지 못하도록 합니다. 나아가 요동정벌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 ,북위의 탁발규와 양수겸장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후연의 모용수를 압박합니다.
이처럼 〈담덕 6〉에는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의 세력 다툼 속 격랑에 휩쓸리고 있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교훈들이 담겨 있습니다. 나라가 나아가야 할 큰 그림, 근본들을 상기하게 합니다.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삼국지』와 『대망』 같은 국민 역사소설을 쓰고자 했던 작가가 글쓰기 인생 거의 전부를 바쳐 쓴 작품입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하면서 지금까지 완성한 것만 해도 원고지 2만 5천 매에 이릅니다. 그동안의 집필 기간만 무려 12년이 걸린 셈입니다.
서사가 죽어가고 문학이 가벼워져 가는 시대입니다. 그리하여 더욱 우리는 천년 세월을 견뎌 우리에게 전해진 고구려의 벽화와 비석들처럼, 다시 백년 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역사책을 만든다는 심정과 자세로 이 작품을 종이 위에, 인터넷의 바다 위에 깊고 단단하게 새겨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을 이어받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문화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계속 심어나갈 것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사업’은 이에 대한 두려움이며 반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장| 상업의길 7
제2장| 역참과흑부상 70
제3장| 모녀장수 118
제4장| 양수겸장 166
제5장| 백제한성공략 220
제6장| 북국의바람 299
“문화의 길을 먼저 닦고 그 위에 상업이 길을 열면
교역의 탄탄대로가 열린다네!”
“장사꾼의 흥정하던 버릇이 있어 그러하니, 내가 실수했다면 용서를 구하겠소. 기예단을 이끌고 고구려 방방곡곡 장터를 순례하며 먹고사는 것 같은데, 나를 따라 저 서역까지 가서 크게 한판 벌여보는 것은 어떠한지 묻고 싶은 것이오. 그 대가는 이 고구려 땅에서 버는 수입에 열 배를 보장하겠소.”
조환은 말끝에 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말에 사내가 경계심을 풀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서역이라?열 배를 보장하겠다고 했소?”
사내는 다시 한 번 확인이라도 하듯 되물었다. (본문 16쪽)
“네가 담덕이냐? 도무지 병법도 모르는 자가 아닌가? 퇴로를 막아버리면 더욱 기가 살아 죽기로 싸우는 것을 모르느냐? 적의 가운데로 진격하라! 죽기로 싸워 포위망을 뚫어라!”
아신은 병사들을 향해 목이 쉬도록 외쳤다.
“우하하하하! 백제왕 아신은 들어라! 도망치는 적을 애써 쫓지는 않겠다. 오늘은 그대의 얼굴을 보고 싶어 접견하러 나왔을 뿐이다.”
담덕은 깃발로 신호를 보내 중군을 좌우로 갈라지게 했다. (본문 107쪽)
“올해는 비가 적게 내려 풀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양떼들의 번식이 크게 줄어 겨울날 양식이 걱정이다. 이러한 때에 고구려왕 담덕이 백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하니, 아직우리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고구려 변경마을을 급습해 양식을 구해 오는 길밖에 없다. 자, 백마와 청우의 피를 이어받은군사들이여! 우리 비려의 철기군이여! 나를따르라!”
야율사단은 비려의 군사를 출동시켰다 (본문 124)
바로 그때였다.자작나무숲의 비탈길로 데굴데굴 바위가 구르듯 달려 내려오는 짐승이 한 마리 있었다. 갈색털이 곤두선 채 질풍처럼 내닫는 것이 꼭 장마철 산사태로 바윗덩어리가 굴러내리는 듯했는데, 다름 아닌 불곰이었다. 활을 든 군사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그때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흙덩어리가 튀어올랐다. 겨울잠을 자려다 꽹과리와 징 소리에 깜짝 놀라 동굴에서 튀어나왔는지,구르듯 달리는 불곰이 네 발을 재게 놀릴 때마다 살집 뭉친 등허리의 근육이 육감 좋게 꿈틀거렸다. (본문 171쪽)
“우리 탁발씨와 고씨가 동시에 모용씨의 옆구리를 찔러보자는 얘긴데”
“흐음, 양수겸장이라? 저 옛날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을 놀이로 꾸민 것이 장기 아니오? 참으로 재미있구먼! 우리 탁발씨와 고씨가 동시에 모용씨의 옆구리를 찔러보자는 얘긴데, 야비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과히 나쁜 전략 같지는 않구먼…….”
탁발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본문 177쪽)
‘방법이없다. 아,우리 백제는 이대로 무너지는가?’
사두는 이제 백제를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담덕을 사로잡아, 그의 목숨을 담보로 고구려군이 조용히 물러가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본문 278)
“아신, 그대는 우리 고구려의 포로가 되었느니라. 포로는 노예나 다름이없다. 앞으로 짐의 노예가 되겠는가?”
“네, 지금부터 영원한 노객奴客이 되겠나이다.”
아신이 말하는 ‘노객’은 노예이면서 동시에 신하를 이르는 말이었다.
“지금부터 그대는 짐의 영원한 노객이 되었다. 이후부터 다시는 우리 고구려의 남변을 칠 생각을 머릿속에서 싹 지워버리도록 하라. 따로 우리 고구려 제장들이 전리품을 요구할 것이니,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조속히 생구生口와 물자들을 마련토록 하라.”
담덕은 그것으로 20여 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포한을 풀기로 했다. (본문 287쪽)
“나라도 큰 꿈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작은 꿈을 가지면 소인이 되고, 큰 꿈을 가지면 대인이 되는 법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로 큰 꿈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국이 된다는 것은 땅만 크고 백성이 많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름지기 대국은 대국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단군왕검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을 살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문 295쪽)
“아, 이제 나도 늙었군! 이 추운 날 원정에 나선 것은 아무래
도무리였어.’
모용수는 후회를 거듭하면서 앞서 달리는 기마대를 따라잡기 위해 말채찍을 정신없이 휘둘렀다. 그와 보조를 맞추어 모용보도 말머리를 나란히하고 따라붙었다.
모용수의 질주하던 애마가 다리를 삐끗하더니 순간적으로 앞다리를 꺾었다. 그 바람에 모용수 역시 허공에 붕 떠올랐다 땅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본문 340쪽)
모용수는 자신의 애마에게 다가가 갈기를 쓰다듬어주었다. 갈기는 땀으로 흠씬 젖어 있었고, 두눈에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래,너도 너무 많은 전장을 누볐다.”
모용수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애마의 목을 단칼에 쳤다.순간, 몸뚱어리에서 떨어져나간 말머리가 혀를 쑥 내민 채 헐떡거렸고, 절단된 목줄기에서는 시뻘건 피가 울컥울컥 뿜어져올라왔다.
천천히 다가가 말머리를 손으로 들어올린 모용수는 그때까지 멀뚱하게 뜨고 있던 두 눈을 감겨주었다. 그의 눈에도 물기가 어렸다. (본문 343쪽)
가슴 뛰는 〈담덕〉의 ‘원대한 꿈’, ‘정복의 대장정’
‘광개토태왕’은 널리 알려진 영웅입니다. 그러나 그건 단지 피상적인 수준입니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집안(集安)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역시 누군가에 의해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간 지극히 한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담덕의 위대한 자취를 되살려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인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태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에 관해서 아주 소략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정 아래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도 실감나게 인물들을 되살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직접적인 시대 배경은 광개토태왕 재위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고구려의 전반기 400여 년을 아우릅니다.
작가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20여 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속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걷고, 찾고, 읽고, 물었습니다. 나아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냈습니다. 더욱 고구려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과의 교류, 교역까지도 치밀하게 복원하여, 당대의 문화사를 읽는 듯한 즐거움도 선사할 것입니다.
전권 줄거리 요약
『광개토태왕 담덕』은 전체 10권으로 기획된 대하소설이다. 광개토태왕 탄생 전부터 죽음 이후 광개토태왕 능비 건립까지 다루게 될 것이다. 재위 기간 22년이지만 3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일생이 긴박감 있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출생과 사망 전후 40여 년에 걸친 격동의 역사는 담덕의 영토확장 전략에 따라 인접한 국가들과의 끊임없는 전투로 이어지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웅은 고난 속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 영웅 담덕의 탄생은 그 역사적 배경 속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제1권 순풍과 역풍〉 : 담덕이 탄생하기 전인 고국원왕 재위 말년부터 시작된다. 그가 평양성 전투에서 백제군의 독화살을 맞아 전사한 것은 고구려로 볼 때 가장 뼈아픈 고난으로 점철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30여 년 전 후연의 모용황에게 부왕 미천왕의 유해를 도난당하고 태후와 왕후가 볼모가 되는 등 수난을 겪은 그는 결국 백제에게까지 치욕적인 죽임을 당했다. 바로 왕손 담덕이 태어나기 5년 전의 일이었다. 후연부터 백제까지 고구려가 수난을 당한 30년 가까운 기간은 그 고난에 사무친 역사가 영웅 탄생의 토양 같은 역할을 한 셈이다. 광개토태왕 탄생 이후가 아닌 그 이전부터 이 소설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러한 역사적 배경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2권 천손신화〉 : 고구려의 개혁군주 소수림왕 시대로 광개토태왕 탄생을 다루고 있다. 대대로 왕후를 배출해 권력의 중심에 있던 연나부는, 그들과 다른 출신의 여인에게서 왕손 담덕이 태어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민다. 끝내 연나부는 지속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부욕살 하대곤과 밀약을 맺고, 그의 양아들 해평을 새로운 군주로 세우기 위해 반역을 도모한다. 해평은 고국원왕인 사유의 동생이자 당시 고구려를 대표하던 명장 무(武)의 아들이다. 이처럼 담덕은 고구려의 권력암투를 배경으로 한 어지러운 난국시대에 마침내 천손(天孫)으로 태어난다.
〈제3권 여명의 기운〉 : 담덕이 어린 시절을 국내성에서 보내고 일곱 살 때 압록강 중류의 외가인 하가촌 무술도장으로 가서, 스승 을두미의 지도 아래 경서를 읽고 무술을 배우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경서와 무술은 백성을 다스리는 군주로서의 덕목을 익히는데 필수적인 양 날개와도 같은 것이다. 소수림왕이 지병으로 앓아누웠을 때, 드디어 해평을 고구려의 새로운 군주로 세우려는 연나부와 하대곤이 반역을 일으킨다. 이때 왕태제 이련과 계루부 출신의 국상 고계는 사전에 그들의 음모를 눈치 채고 미리 철저히 대비해 국내성으로 쳐들어온 반역 세력을 물리친다. 반군이 국내성을 들이칠 때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것도 반역의 무리들을 소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세찬 빗줄기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끝내 반역에 실패한 해평은, 동부로 후퇴하는 길에 담덕을 죽이려고 하가촌 무술도장을 급습한다. 이때 을두미는 소년 호위무사 마동으로 하여금 담덕을 배에 태워 압록강에 띄우게 한 후, 자신은 해평의 무리들과 싸우다 끝내 쓰러진다. 한편 담덕과 마동이 탄 작은 배는 밤새 내린 폭우로 인해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거친 풍랑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제4권 고구려 천하관〉 : 담덕의 유랑 시절을 다루고 있다. 작은 배를 타고 마동과 함께 표류된 담덕은 서해바다 한가운데서 백제로 가는 동진의 사신단이 탄 무역선 선원들에 의해 구조된다. 이때 담덕의 나이 열한 살, 마동은 그보다 다섯 살 많은 열여섯 살이다. 두 사람은 졸지에 신분을 숨긴 채 적국인 백제의 땅 갑비고차(강화도)에서 한동안 체류하다, 마침내 동진의 대행수와 함께 다시 무역선을 타고 유랑의 길에 나선다.
그들은 일단 동진의 수도 건강으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백제 상단을 따라 서역으로 명마를 사러간다. 300여 두의 말을 이끌고 돌아오는 길에 고비사막에서 마적 떼와 일대 전투를 벌이던 중 장안 상단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이때 지혜로운 결단으로 백제 상단과 헤어진 담덕과 마동은 장안 상단과 함께 전진의 땅을 밟는다. 다시 전진의 수도 장안에서 중원의 화북 지역 대평원과 황하 줄기를 따라 산동까지 간다. 담덕은 그곳에서 고구려 유민의 자제들을 모집해 태극군을 만든다. 담덕이 이끄는 태극군은 고국양왕이 고구려 원정군을 이끌고 온 후연과의 요하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다. 이때 비로소 담덕은 부왕을 만나 국내성으로 개선한다. 열두 살이 된 담덕은 마침내 태자에 책봉된다.
〈제5권 영락태왕〉 :
태자가 된 담덕은 무명선사로부터 고구려 무술을 집대성해 새롭게 창안한 ‘무명검법’을 전수받는다. 국내성으로 돌아온 담덕은 대왕 직속 부대인 왕당군을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데 전력한다.
담덕은 부왕 고국양왕의 뒤를 이어 중국의 황제와 동격이라 할 수 있는 ‘태왕’의 지위에 오른다. 그는 ‘영락’이란 연호를 쓰며 즉위 초부터 주변국들과 등거리 외교를 펼친다.
영락태왕은 곧, 조부인 고국원왕 때부터 철천지원수인 백제를 공략하여 부소갑과 관미성을 함락시킨다. 고구려는 그곳에서 산동반도에 이르는 지역의 해상권을 확보한다.
한편 담덕이 태자로 책봉될 때부터 짓기 시작한 평양성의 아홉 개 절이 완공된다. 평양성의 대법회는 고구려의 기상이 주변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로써 태왕 담덕이 왕당군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해외원정에 나서면서 정복군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제6권 상업의 길〉 :
태왕 담덕은 고구려를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먼저 경제부흥을 꿈꾼다.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대상들이 자유롭게 내왕토록 하고, 요소요소에 역참을 설치하여 국내외 정보를 파악해 외적의 침략에 철저히 대비하였다.
상업의 길은 전쟁시 군사들의 진군로 역할을 한다. 담덕은 태왕 직할 부대인 왕당군으로 하여금 거란의 비려부를 기습하게 하여 일거에 조공을 바치는 부용국으로 만든다. 한편 거란 서쪽의 북위와는 선린외교를 펼쳐 양수겸장의 전략으로 후연을 압박한다. 이에 따라 북위와 후연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담덕은 그 틈을 이용하여 수륙 양면작전을 펼쳐 백제의 도성인 한성을 공략한다.
태왕 담덕은 백제 아신왕으로부터 “영원한 노객(노예)가 되겠다.”는 맹서를 받아내고 나서, 고구려 제장들 앞에서 자신의 포부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짐은 서북 변경의 요동을 회복하고, 요하를 건너 저 중원 땅으로 진출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짐은 일찍이 태자가 되기 전에 여기 곁에 있는 호위무사 마동과 함께 중원 땅을 두루 돌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대상단을 따라 사막을 건너 저 서역까지 다녀왔는데, 세상은 참으로 넓고 문명은 너무도 다양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짐이 고비사막에서 본 하늘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눈물이 울컥 솟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손바닥 같은 세상 안에서 살았구나.
사람이 작은 꿈을 가지면 소인이 되고, 큰 꿈을 가지면 대인이 되는 법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로 큰 꿈을 가지고 발전시켜야 대국이 될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대국은 대국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단군왕검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홍익인간 정신을 살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토가 크고, ‘홍익인간’이란 민족정신으로 화합한다면 주변국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고구려는 반드시 그 일을 해내야만 합니다. 오늘 같은 제장들의 멈출 줄 모르는 투지와 상무정신, 그 힘으로 저 광활한 대륙을 경영하는 대고구려를 건설합시다.”
작가정보
“나의 모든 글쓰기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2년간 잡지사 기자 생활을 하다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고구려연구회 회원이 되어 국내 답사를 다니던 중,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 일념으로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만주·백두산·실크로드 등 해외 답사를 다니면서 광개토태왕의 원정길을 추적하였다.
광개토태왕 자료는 비문의 내용이 거의 전부였으므로 자료조사의 한계를 느껴,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에 진학하여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러면서 고구려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는 간접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였다.
1990년 『한국문학』에 중편소설 「벽 속의 새」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간 지은 책으로는 장편역사소설인 『사냥꾼들』, 『천년의 비밀』 등이 있고, 창작집으로『전우치는 살아 있다』와 『징비록에서 역사의 길을 찾다』등 다수의 책들을 집필하였다. 2015년에는 장편 역사소설 『사라진 금오신화』로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모든 글쓰기는 역사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말
우리는 미래의 길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
나는 이 소설을 쓰면서 단 한시도 이 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광개토태왕 능비’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랄 수 있는 그의 발자취를 좇아 나는 20여 년 세월을 바쳤다. 우리의 핏속 강한 생명력의 DNA ‘영토 확장 정신’을 일깨우는 것, 이것이 담덕의 전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나는 20여 년간 역사 속에 가려진 광개토태왕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조각난 자료들을 수집하고, 흔적이 지워진 역사 현장을 답사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다. 조각난 자료들의 퍼즐 맞추기는 지난하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자칫 역사의 팩트에서 벗어나기 쉬운 일이므로, 근거 불충분한 상상력으로 그 공간을 메우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고구려 생활상을 다룬 저술들과 이웃 나라와의 물산 교역, 전통 무속신앙과 종교의 합류 과정, 지리적 특성과 그곳에서 나는 특산물들, 나무와 풀과 생명체들을 통하여 역사 퍼즐을 복원하는 데 나는 온 힘을 다하였다.
중국 둔황을 거쳐 실크로드를 답사했을 때, 고비사막 가운데서 본 기억이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지평선이었는데, 시야를 최대한 넓혀서 바라보면 둥그스름한 직선의 형태였다. 그것이 바로 ‘광야’였다. 1천5백여 년 전 광개토태왕은 말을 타고 이러한 광야를 달리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심정이 되기도 했다. 생각이 한반도에만 갇혀 있던 내게 노마드 정신을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39세의 짧은 일생 중 상당 부분을 저 초원의 광야를 질주하며 말 위에서 보낸 광개토태왕의 노마드 정신은 이미 역사 속의 원형질로 돌아가 한마디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소설을 통하여 그 원형질의 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가 그물처럼 엮여진 정보의 유통망을 통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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