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06일 출간
국내도서 : 2003년 0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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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테이 지음
동서문화사
당대 애거사 크리스티와 도러시 세이어스에 맞먹는 인기를 누린 조지핀 테이의 최고 대표작이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과『브랫 퍼러의 비밀』 등 여덟 편의 미스터리 작품 만을 남겼다고 한다. 이 책, 『시간의 딸』외에도 네 편의 앨런 그랜트 경위 시리즈가 더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았고,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탐정과 트릭 위주의 당시 주류 미스터리에서 과감히 탈피하며 미스터리의 새 길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며, 병원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주인공 앨런 그랜트 경위가 기록에 남아 있는 증거만을 활용해 사백 년 전 리처드 3세의 끔찍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리처드 3세 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재위 1483~1485)으로, 나이 어린 조카인 에드워드 5세(급사한 형 에드워드 4세와 형수 에리자베스 우드빌의 아들)를 런던탑에 유폐시켜 몰아낸 뒤 왕위에 등극하여 잉글랜드의 수양대군으로 불린다.리처드 3세는 뛰어난 행정능력을 인정받으며 지지자들의 협조로 즉위했다. 그러나 조카들을 잔인하게 처리했다는 소문과 함께 반정의 동지들을 냉혹하게 숙청하면서 급속히 신뢰를 잃었다. 즉위한 1483년부터 시작된 반란과 1485년 아군의 배신으로 궁지에 몰린 리처드는 결국 보스워스 전투에서 전사했다. 뛰어난 행정가이자 군인이었으나 도덕성의 결함으로 지지 세력을 잃으면 오래갈 수 없음을 보여준 과유불급의 왕이었다고 전한다. 이러한 영국의 역사적인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전제를 담은 역사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더블릿, 런던 탑, 베이너드 성, 리처드 3세의 문장 등의 세밀화가 등장해서 이해를 돕고 있으나, 역사물을 다루기 때문에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앨런 그랜트 경위는 맨홀에 빠지며 부상일 입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우연하게 사백 년 전 인물인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게 된다. 정직하고 고결해 보이던 남자는 알고 보니 어린 조카를 마치 단종을 폐위시키고, 죽음으로 몰아낸 세조와 같은 악랄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여 왕에 오른 리처드 3세였다. 성인의 얼굴을 가진 이 남자의 초상화를 보면서, 어쩌다 조카를 죽이는 흉악스러운 인물이 된 걸까?하는 궁금증에 마르타 핼러드와 브렌트 캐러딘의 도움을 받아 역사책과 자료를 뒤적거리며 추리를 하게 된다. 몸도 못 움직이는 그랜트 경위는 과연 사백 년 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특별난 사건이 새롭게 일어난 것은 아니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소문과 의혹에 싸인 사건을 추리하고 추적하는 과정일 뿐이다. 패자는 모두 나쁜 놈으로 기록되고 마는 역사적인 차원에서 리처드 3세는 누명을 쓰게 된 듯 보인다.
『유토피아』의 정치인인 토마스 모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93777&cid=40942&categoryId=34313, 존 모턴 등 실존 인물이 거론되고, 『레이비의 장미』, 『리처드 3세전』등의 책이 참고적으로 사용된다.
토니팬디, 옥새상서, 티툴루스 레이우스 법(에드워드 4세의 중혼 문제로 리처드가 정당한 후계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법)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어서 주석을 참고하면서 역사 공부하듯 읽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읽어내는데는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2016.2.8.(월) 두뽀사리~
앨런 글랜트 경감은 범인을 쫓다가 맨홀에 빠져서 침대 신세를 지게 된다. 글랜트 경감은 심심하던 차에 플랜태저넷 왕가의 마지막 왕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보고 그의 악명에 의문을 느껴 침대 신세를 지는 동안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증거와 증인들은 모두 "리처드 3세는 왕위를 위해 조카를 살해한 악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 온 역사학도 브렌트 캘러다인의 도움을 받아서 글랜트 경감은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간다(브렌트 캘러다인은 조수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글랜트 경감의 동료, 동등한 위치에 있는 협조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믿을만한 역사책은 모두 리처드 3세를 악한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역사책 사이에서도 묘한 간극이 발견된다. 하나씩 하나씩 진짜 조각을 찾는데, 그 중에는 가설을 위협하는 반대증거들도 섞여 있다. 논리적 추론으로 위기를 넘겨가며 도달한 것은 리처드 3세의 악명이 '토니판디'라는 확실한 증거들이다. 그리고 무려 그것들은 몇 세기 전부터 밝혀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 이 책에는 몇 가지 '토니판디'가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고 증거도 증인도 없는 일이 마치 사실인 양 세상에 퍼지는 것은 의외로 쉬운 것 같다. 하지만 진상이 들이밀어지면 사람들은 화를 낼 거라는 로라의 조언은 참으로 적절하다. 적절해서 씁쓸하다. )
방금 일어난 사건이나 몇 년 전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읽어봤지만, 몇 백 년 전의 사건,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추리소설은 <시간은 진리의 딸>이 처음이다. 영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추리소설의 처음에 나온 '앙드레 모로와 [영국사]에서 발췌'한 역사 한 토막이 나왔을 때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는 <진리는 시간의 딸>이라는 책의 배경(?)과도 같은 영국사 속의 리처드 3세를 모른다. 그저 어렴풋이 조선시대의 광해군 같은 존재였나 하는 생각을 할 뿐.
그런데 영국 표준 교과서에도 떡하니 적혀 있는 오류라니, <진리는 시간의 딸>은 역사는 사실에 기반하여 쓰여진 것이라는 통념을 화끈하게 뒤집는다. 전해지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는 것은 위험하고, 사람의 명성에 기반하여 이야기의 사실을 가늠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은근히 보여준다. 결국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라는 것 같다. 자신의 눈을 믿으라는. 현대라고 헨리 7세와 리처드 3세의 이야기가 없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진리는 시간의 딸>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추리소설이다. 영국사를 잘 알았다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거 같다. 역사 사이에 미묘하게 뒤틀어진 부분을 집어 파헤치다니. 색다른 재미와 함께 신선한 시각도 가지고 가는 느낌이다.
"어떻소?"
45초가 지난 다음 그가 말했다.
"이상한데요." 그녀가 말했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까 굉장히 좋은 얼굴이 되어 오는군요. 그렇지 않아요?"
- <진리는 시간의 딸(조세핀 테이, 동서문화사)> p.250 발췌
2009. 6. 27.
분께 유독 권하고 싶군요.
순수추리의 묘미는 십자말풀이와 비슷합니다.
순수한 논리로 진리가 밝혀진다는 쾌감.
또하나, 역사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맹목적인가를
생각케하는 숙연함도 느낄수 있구요.
리처드 3세는 누구나 악인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하나하나 밝혀지는 증거로 보면 시대에
앞서갔던 뛰어난 정치가이자 선량한 인간이란걸
인정 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덕분에 "광해군"에대한 의심에 싸여있는 요즘,
누가 이렇게 뛰어나게 광해군을 옹호해주지 않으려나
기대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