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정조대왕. 5
2013년 03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08년 01월 24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6.48MB)
- ISBN 9791157740277
- 쪽수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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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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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어린 나이의 산(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가 갇혀 있는 뒤주를 찾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할아버지 영조가 금한 행동을 세손이 어기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게 되고, 그러한 아비의 죽음이 자식을 살리는 아이러니가 이산 앞에 놓인 운명을 암시한다.
파란만장한 정조대왕의 일생을 놓고 보면,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 사도세자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 영조로부터 끊임없이 성군의 자질을 시험받는가 하면, 외척의 모략과 암살 위협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임금의 자리에 오른다. 그 가운데서도 왕조를 파국으로 몰아 간 파당정치를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이루는가 하면, 부국강병으로 앞날을 도모하는 성군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정조대왕이다.
반란
발악
변절자
위임신僞姙娠 사건
위험한 복수
연이은 흉사
끝나지 않은 음모
화성의 꿈
정조, 큰 별이 지다
작가 후기
참고 문헌
“칼을 버리게.”
산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대수의 등에 겨눠진 정후겸의 칼끝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자는 전하의 어린 시절 동무라 하더군요. 이자를 살리고자 하신다면 전하께서 그 칼을 내려놓으셔야 할 겁니다.”
제 목에 겨눠진 산의 칼끝이 흠칫하자 정후겸은 비열하게 웃었다.
“전하! 소인은 전하를 위해 기꺼이 죽겠습니다! 허니, 어서 저 역적의 목을 치십시오!”
대수의 말대로 반역을 꾀한 정후겸이었다. 지금 밖에서 총칼을 휘두르는 저들과 더불어 종사를 위태롭게 한 그였다. 역모를 꾀한 저들을 용서해서는 안 됨을 산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럼에도 산은 칼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대수에게 정후겸의 칼이 겨누어져 있었다. 자신의 안위를 보존하고자 대수를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망설이는 왕을 힐끗 곁눈질로 보며 정후겸은 득의만면 미소를 띠었다.
“전하, 지금 밖에는 저를 따르는 군사들이 있습니다. 허니 전하께서 먼저 칼을 버리시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그때였다.
“전하! 그리하셔서는 아니 됩니다!”
벌겋게 상기된 홍국영이 신도 벗지 못한 채 우물마루로 뛰어오르며 외쳤다. 그의 어깨 너머로 정후겸과 함께 했던 사내들이 금군에게 포박당해 섬돌에 꿇어앉혀지는 것이 보였다.
“헉!”
정후겸은 짧은 비명을 터뜨렸다. 저들이 무너졌다면 돈화문을 범한 다른 반란군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소신들이 역당의 무리들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하오니 그자의 목을 치십시오, 전하!”- 65쪽
“……소자는 송연이를 퇴궐시킬 것입니다.”
그때였다.
“싫습니다, 전하! 소녀를…… 소녀를 이곳에 남아 있게 해주세요! 제발 곁에서 모시게 해주세요, 전하!”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던 송연이 눈물바람으로 외쳤다.
“송연아……. 그러지 말거라, 송연아……. 그리해서는 안 돼…….”
송연은 세차게 도리질을 해댔다.
“소녀의 소원이라 하여도 그리 말씀하실 건가요? 소녀는 전하를 뫼실 수만 있다면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어요. 하오니 제발…… 소녀더러 궐을 나가라 하지 말아주세요.”
오래도록 참고 참았던 심정을 털어놓으면서도 송연은 부끄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산이 저를 떼어놓으려 하는 이유를 알기에 그랬다. 송연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힘일지라도 정인을 위해 쓰고 싶었다. 저토록 지치고 아파하는 정인을 두고 다시 떠나기는 싫었다.
산은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정인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가장 소중한 것이라도 내어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아……. 어찌하는 것이 옳은가……. 어떻게 해야 송연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길인가…….
“소녀는 전하의 곁에서 행복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전하의 여인이…… 되고 싶습니다…….”
송연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시선을 어디다 둘지 몰라 민망해하던 혜경궁과 채제공은 슬그머니 일어나 나갔다.
“…….”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개유와에 한동안 침묵이 머물렀다. 산과 송연은 서로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빨아들일 듯 쳐다보았다. 눈처럼 희고 꽃처럼 고운 송연의 얼굴이 달빛 아래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깎아놓은 조각처럼 잘생긴 산의 얼굴 또한 푸르스름한 빛에 젖어 수려하였다. 말이 없는 가운데 두 가인은 그렇게 침묵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핥았다. 두 가인의 모습에 달빛도 매혹당하였는지 적요한 빛살을 하염없이 뿌려댔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산은 송연의 앞에 가 앉았다.
“……힘든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송연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여염집 남정네가 아니라 나를 택한 것을 후회할 때도 있을 것이야.”-142쪽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감싼 송연은 목을 놓아 울었다. 어떻게 갖게 된 생명이던가. 얼마나 반가워한 생명이었나. 어미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고 나온 그 아기가 훗날 아비를 이어 조선의 왕이 될 터였다. 그 운명을 타고난 아기라 믿었다. 하지만 이 아기는 아비를 위해 나와 함께 떠나야 한다. 아비를 살리
▶ 한류 드라마의 바람을 몰고 온 이병훈 스타일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는 사극 전문 작가들을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핏 보면 비합리적인 듯하지만, 얘기를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극 전문 작가로는 기존 사극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기존 사극을 뛰어넘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이병훈 PD가 연출한 드라마 〈허준〉 〈상도〉에 이어 한류 드라마의 원조 〈대장금〉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이후 ‘퓨전 사극’은 유행처럼 번졌다. 역사적 사실(팩트)을 새롭게 해석(픽션)한 팩션이 퓨전 사극의 모체라면 사극 전문 작가들보다는 새로운 성격의 작가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병훈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허준〉 〈상도〉의 최완규 작가에 이어 〈이산〉의 대본 집필을 책임지고 있는 김이영 작가는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바 있다. 작가가 〈이산〉에서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병훈 스타일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이다. 드라마 〈이산〉에서 영조로 열연하는 이순재 선생은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특히 이병훈 감독과 작가에게 큰 믿음이 간다.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다.”
▶ 〈대장금〉의 아기자기함과 〈주몽〉의 스케일
〈이산〉은 드라마로 제작되기 이전부터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초기 단계부터 기획을 함께한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 그리고 김이영 작가라는 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류 드라마 바람을 몰고 온 〈대장금〉의 이병훈 PD,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 작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로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김이영 작가!
이들이 모여 무슨 일을 벌일지 기대를 모은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
〈허준〉에서는 의술을, 〈대장금〉에서는 음식을 숨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바 있는 이병훈 PD가 정조대왕 〈이산〉에서는 과연 어떤 아이템을 숨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킬까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였다. 수백 가지 아이템 가운데서 이들이 고르고 고른 것이 바로 정조대왕 ‘이산’이다. 그리고 드라마 〈이산〉의 숨은 주인공은 ‘그림’이다. 이산의 운명적 사랑 성송연이 도화서 출신 다모로 설정된 것도 그 때문이다. 영?정조 시대, 국가 행사는 물론 다양한 장비의 설계도까지 그림으로 기록하여 남긴 도화서는 ‘수원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관이다.
아기자기한 내용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면서 여성스러운 감각을 자랑하는 이병훈 PD와 스케일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완규 작가, 그리고 이를 능히 소화해낼 것으로 배우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김이영 작가라는 조합은 ‘퓨전 사극의 인큐베이터’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 그려낼 수 없는 세계까지 그려낸 소설
‘퓨전 사극의 인큐베이터’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조합에 소설가 류은경이 합세하며 그 힘을 응축해 놓은 것이 바로 소설 〈이산 정조대왕〉이다.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하며 기대를 받고 있는 신예 소설가 류은경의 등단작 〈가위〉는 빠른 전개와 정밀한 묘사라는 양날의 칼이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여운을 남긴 역작이다.
소설 〈이산 정조대왕〉에서도 그 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가다 문득 바늘 끝에 찔린 듯 아려 오는 심금을 견디어낼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정밀한 묘사를 넘나들 듯 빠른 전개가 양날의 칼을 휘두르며 목을 조여 올 때 눈물을 참아낼 독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소설 〈이산 정조대왕〉은 10분마다 한 번씩 독자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드라마 〈이산〉은 이렇듯 〈이산 정조대왕〉으로 글자 한 자 한 자가 새롭게 태어났다. 도화서의 성송연이 그림을 그려 이산을 도왔다면 소설가 류은경은 글자로 그림을 그리듯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동화처럼 아름답고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들겠다던 이병훈 PD의 드라마 〈이산〉이 숨은 주인공으로 ‘그림’을 선택했다면 소설 〈이산 정조대왕〉은 드라마가 그려낼 수 없는 세계까지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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