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2009년 05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07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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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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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권에는 두둑한 배짱 덕분에 정혼한 신랑 대신 진짜 신랑이 된 총각 이야기 <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물에 떠내려가던 개미, 모기, 멧돼지, 여우가 자신들을 구해 준 나무 도령에게 은혜를 보답하는 이야기 <나무 도령>, 양반을 속이면 벼슬자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소년이 재치 있게 양반을 속인다는 이야기 <종보다 더 큰 참외> 등 3편이 실려 있다. <제20권>
나무 도령
종보다 더 큰 참외
_ 총각은 서낭님과 장기를 두었다네
총각이 두둑한 배짱 덕분에 신부와 정혼한 신랑 대신 진짜 신랑이 되어 신부와 함께 서낭님을 찾아가 끝내 약속을 지키는 이야기.
“신랑도 어지간히 장기를 좋아한 모양이야. 그러니 첫날밤을 장기로 보내도 좋다고 하겠지.”
“신랑이 또 말을 타고 온단 말이지?”
“둘 중에 한 사람은 진짜고 한 사람은 가짜겠지.”
“이놈, 진짜 신랑이 왔는데도 내뺄 생각을 않고 장기만 두는 네놈 배짱 한 번 두둑하구나.”
“자네가 가짜 신랑인지 진짜 신랑인지, 내가 몰랐을 것 같은가?”
“나는 신랑을 선보러 갔던 사람이네. 나는 자네가 선본 신랑보다 인물로나 체격으로 한결 나아 보여서 가만 있었네. 나는 눈이 높다네. 자, 다른 생각일랑 말고 두던 장기나 마저 두세.”
얼굴도 반듯하고 일도 잘하던 머슴 총각이 남들처럼 장가도 가고 세상 구경도 하러 그동안 일한 새경을 주인에게 받아 길을 떠났어요. 세상 구경을 하던 총각은 장기 고수들에게 장기를 배워 수에 밝은 고수가 되어 마침내 서낭당에 이르러 서낭님과 내기 장기를 두었어요. 총각이 이기면 서낭님이 장가를 보내 주고, 서낭님이 이기면 총각이 가진 돈을 모두 주기로 했는데 총각이 이겨 장가를 들게 되었지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떠난 총각은 이런저런 일을 겪은 끝에 신랑 옷과 말을 얻어 타고 한 마을을 지나다 총각으로 잘못 알아본 마을 사람들에게 이끌려 한 신부와 혼례식을 올렸어요. 첫날밤 신부의 큰아버지와 내기 장기를 두던 신랑은 진짜 신랑이 나타났는데도 배짱 두둑하게 장기만 두었어요. 그리하여 신부의 큰아버지의 눈에 들어 신부의 진짜 신랑이 되어 신부를 데리고 서낭당을 찾아갔답니다.
_ 나무 도령
물에 떠내려가던 개미와 모기, 그리고 멧돼지와 여우가 자신들을 구해 준 나무 도령이 어려움에 처하자 은혜에 보답해 도와주는 이야기.
“아빠, 저 개미들을 살려 주면 안 될까요?”
“네가 살려 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려무나.”
“아빠, 저 모기들도 살려 줘요.”
“그래, 그렇게 하려무나.”
“아빠, 저 아이도 살려 줘요!”
“이번에는 안 된다!”
어느 여름날, 태풍이 불어와 밤나무는 아들 나무 도령을 등에 태우고 물결에 둥둥 떠내려갔어요. 여기저기 뿌리 뽑힌 나무들이 떠가는 사이에서 살려 달라고 애타게 외치는 소리에 나무 도령은 개미 떼와 모기 떼, 그리고 멧돼지와 여우들, 그리고 아이를 구해 주었어요. 그 후 나무 도령은 아이와 섬에 올라 한 할머니의 집에 머물며 집안일과 밭일을 도우며 살았어요.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된 두 사람을 할머니는 딸과 여종과 짝지어 주려 했어요. 이를 먼저 눈치 챈 아이가 꾀를 내서 할머니에게 부탁해 나무 도령한테 여러 번 어려운 일을 시키게 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나무 도령이 구해 준 개미와 모기, 그리고 멧돼지와 여우들이 나타나 대신 해 주고, 할머니 딸과 결혼하게 도와주었답니다.
_ 종보다 더 큰 참외
양반을 속이면 벼슬자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소년이 재치 있게 양반을 속여 잘못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
“잔칫상에는 참외가 올랐는데, 저 종각의 인경(종)보다 더 크지 뭡니까?”
“예끼 놈! 거짓말을 해도 분수가 있지. 그렇게 큰 참외가 어디 있더냐?”
“아, 네, 네, 사실은 저 마당에 있는 장독만 했습니다.”
“이놈아, 사방을 다 돌아다녀도 장독만 한 참외는 없느니라.”
“사실은 항아리만 했던 모양입니다.”
“얘야, 그만둬라. 네놈의 거짓말 솜씨도 알 만하다.”
“대감님, 사실은 저 물동이만 했습니다.”
“요 맹추 같은 녀석, 그런 씨도 안 먹히는 거짓말은 그만두어라.”
“대감님, 사실은 아이들 밥 바리(놋쇠 밥그릇)만 했어요.”
“글쎄, 그만이야 했겠지.”
값진 보물이나 돈을 받고 제 맘대로 높은 벼슬을 주던 세도가 당당한 양반이 아침저녁으로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이 찾아오자 귀찮아져 방을 붙였어요. 자기를 거짓말로 속이면 벼슬자리를 주고, 자기를 속이지 못하면 볼기 백 대를 때리겠다고요. 찾아오는 사람마다 번번이 볼기짝을 얻어맞고 돌아갔지요. 그런데 한 소년이 양반을 속이겠다고 찾아왔어요. 양반은 거짓말을 해 보라고 했지요. 하지만 소년의 과장된 표현에 양반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동짓달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그만 “그렇게 큰 참외라면 맛이 있겠지.” 했답니다. 마침내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양반은 소년에게 어떤 벼슬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어요. 이에 소년은 지혜롭게 대답했답니다. “전 거짓말로 벼슬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거짓말로 벼슬을 했으니, 높은 자리에 오르면 얼마나 거짓말하며 세금을 뜯어내겠습니까? 거짓말을 좋아하는 대감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보고 싶었습니다.”
작가정보

글쓴이_최하림
최하림 선생님은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습니다.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시단에 등단한 이후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근무했고 전남일보 논설위원,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우리들을 위하여』『작은 마을에서』『겨울 깊은 물소리』『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등의 시집과 시선집을 냈습니다. 에세이로는 『사랑의 변주곡』『한국의 멋』과 김수영 평전인 『자유인의 초상』 등을 썼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역사서 『즐거운 한국사』 시리즈도 펴낸 바 있습니다. 조연현문학상, 이산문학상, 불교문학상, 2005년 올해의예술인상 문학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린이_서선미
순창에서 태어나 장난기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칠 기회만을 엿보다가 대학 졸업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민 미술 단체 ‘늦바람’에서 활동했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부마를 잡으러 간 두 왕자』『박씨전』『셰익스피어』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상의 재미있고, 아름답고,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찍어서 보여 주고 들려주는 인간 카메라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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