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22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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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376.00MB)
- ISBN 9791159258947
11분 7.00MB
98분 64.00MB
60분 32.00MB
59분 32.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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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분 30.00MB
52분 28.00MB
69분 40.00MB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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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사를 수놓은 유명인들의 질환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병(病)’을 통해 ‘생(生)과 노(老)’를 톺아본 독특한 탐색이 결과물이다. 즉 세계사의 위인 가운데 특정 질환을 앓은 사람을 골라 그들이 질환을 앓게 된 배경·경과·결과와 함께 그들이 겪었던 고통과 대응 방법을 소개한다. 위인전은 대부분 그들이 지닌 남다른 재능과 평범한 우리에게 보여준 끈질긴 노력과 위대한 성취를 들려준다. 그들이 앓은 질환과 감내했던 고통의 시간, 그리고 영원히 묻힌 죽음은 낡고 찢어진 역사의 뒤 페이지에 가려져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위인의 위대한 성취는 거의 대부분 그가 앓은 질환의 원인이거나 결과다.
인간이 스스로 건강의 주체로 살도록 이끌지 못하는 현대의학은 의미 없는 연명의료처럼 환자의 숨만 조금 더 오래 붙여줄 뿐이다. 고장 난 컴퓨터나 부서진 자동차를 고치듯, 지극히 환원주의적인 진단과 처방에 골몰하는 현대의학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성찰할 기회마저 빼앗아버린다. 약 몇 알과 주사 한 방으로 어떤 병이든 낫게 해줄 것 같은 병원은, 기도하는 척하고 헌금만 내면 어떤 죄라도 용서해줄 것 같은 교회와 뭐가 다른가? 죄가 죄인의 것이라면, 병은 환자의 것이다. 교회가 죄인을 진정한 회개로 인도하듯, 병원도 환자를 건강한 성찰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죄인이 죄를 고백하듯, 환자도 질환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질문이 하나 남는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묻는 것, 그리고 어떤 병이든 약을 먹어야 할 만큼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 걸까,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고 성찰하며 묻는 것 말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던질 법한 이런 질문에 하나의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의 각 챕터에 등장하는 유명 인물들은 최근 사망한 순서대로 소개했다. 1장(울었다)에서는 질병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다는 느낌이 강한 사람들을, 2장(이겼다)에서는 질병을 극복하거나 질병에도 성과를 낸 사람들을, 3장(떠났다)에서는 죽는 모습이나 죽음에 대한 태도가 특별했던 사람들을 다뤘다. 유명인의 업적이나 특징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각각의 제목을 음미하는 맛은 이 책이 제공하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에피소드마다 위인들이 앓은 질환을 원고지 2매 분량으로 정리하여 실었으므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의학(의약)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병에 걸리고 싶지 않은 사람, 생로병사라는 생명체의 숙명 앞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1장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울었다
얼굴이 하얘질수록 가슴이 문드러진 마이클 잭슨 / 두려움을 이기려 바람을 따라간 장국영 / 식탁의 인형처럼, 먹지 못한 다이애나 스펜서 / 블랙잭처럼 의술을 베풀고 싶었던 데즈카 오사무 /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은’ 마릴린 먼로 / 난소암 때문에 노벨상에 초대받지 못한 로절린드 / 거식증으로 ‘황소’와 함께 점점 말라간 이중섭 / 신데렐라에서 ‘잠자는 미녀’로 변한 에바 페론 / 관습의 ‘탯줄’을 끊어 영양실조에 걸린 나혜석 / 안네 프랑크가 일기로 남길 수 없었던 발진티푸스 / 정말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김유정 / 신을 창조한 러브크래프트를 쓰러뜨린 소장암 / 폐결핵으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 / 피터팬처럼 네버랜드에서 날아다닌 제임스 배리 / 빨간 스카프와 함께 나비처럼 사라진 이사도라 덩컨 / 관절염 때문에 건축에서 뼈를 드러낸 가우디 / 단맛 짙은 사과를 그리다가 당뇨에 걸린 폴 세잔 / 행동하는 에밀 졸라가 가스중독으로 죽은 이유 / 난쟁이 로트레크가 쏘아 올린 슬픈 왜소증 / 중이염으로 ‘불행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 뇌졸중을 앓고도 광견병을 정복한 루이 파스퇴르 / 콜레라의 저주를 풀지 못한 차이콥스키 / 물감을 빨면서 해바라기를 그린 빈센트 반 고흐 / 아내 무덤에 가서야 환상에서 깬 베를리오즈 / 수학을 너무 잘해 도박에 중독된 에이다 러브레이스 / 커피를 들이부어 소설을 ‘달여낸’ 오노레 드 발자크 / 쇼팽이 평생 소심하게 피아노에 매달렸던 이유 / ‘매화꽃’에 시달려 겨울나그네처럼 떠난 슈베르트 / 조선 후기 사회의 고름을 짜내는 데 실패한 정조 / 진혼곡을 작곡하다 과로사한 볼프강 모차르트 / 아버지의 학대로 옷을 두려워한 사도세자 / 돌팔이에게 백내장 수술받고 눈을 감은 바흐 / 요절한 천재 블레즈 파스칼의 괴상한 죽음
2장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이겼다
점령군 당뇨와 협상하는 법을 알려준 김성원 / 루게릭병의 블랙홀에서 탈출한 스티븐 호킹 / 파킨슨병의 잔 펀치에 무너진 무하마드 알리 / 게임이론으로 조현병을 물리친 존 내시 / 낙엽을 쓸며 치매조차 잊어버린 로널드 레이건 / 결핵도 심장마비도 쓰러뜨리지 못한 마더 테레사 / ‘지식인을 위한 변명’으로 숨가빴던 사르트르 / 애거사 크리스티의 실종사건을 추리하는 법 / 끔찍한 충수염을 ‘맨발’로 돌파한 아베베 비킬라 / 참호에서 ‘골룸’을 만나 참호열에 걸린 존 톨킨 / 사흘만이라도 세상을 보기 원했던 헬렌 켈러 / 사과 떨구듯 천식을 떨어뜨린 체 게바라 / 항복을 죽기보다 싫어한 마마보이, 더글라스 맥아더 / 잿빛에서 ‘장밋빛 인생’을 노래한 에디트 피아프 / 잡초에서 유채꽃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은 우장춘 / 죽음의 천사와 싸우다 절규한 에드바르 뭉크 / 열등감을 불태워 ‘구루병’에서 바로 선 알프레트 아들러 / 인형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뜬 앤 설리번 / 재생불량성 빈혈로 라듐을 졸여낸 마리 퀴리 /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었던 토머스 에디슨 / 백내장을 앓고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운 모네 / 류마티스는 지나가지만 르누아르는 남는다 / 뇌종양을 앓으면서 ‘아모르 파티’를 외친 니체 / 책임을 너무 많이 져 어깨가 망가진 클라라 슈만 / 공황장애에서 적자생존하는 법을 터득한 찰스 다윈 / 뇌전증으로 영혼의 재료를 얻은 도스토옙스키 / 아기 넷을 잃고 ‘프랑켄슈타인’을 낳은 메리 셸리 / 귀경화증으로 ‘침묵의 소리’를 듣게 된 베토벤 / 투렛증후군에도 영어사전을 완성한 새뮤얼 존슨 / 진폐증은 렌즈 깎는 스피노자의 명료한 직업병 / 두 눈을 잃은 덕에 목숨과 명예를 얻은 존 밀턴 / 빛을 훔친 벌로 조울증을 앓은 렘브란트 반 레인 / 흑사병의 비극을 희곡으로 바꿔낸 윌리엄 셰익스피어
3장 그래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떠났다
나무에서 생태계의 ‘난소’를 찾은 왕가리 마타이 / ‘Hungry’와 ‘Foolish’로 고집 부린 스티브 잡스 / 자신의 장례식에도 지각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 AIDS의 방아쇠를 당기고 죽은 프레디 머큐리 / 지루해서 두 번 죽는 짓은 못 하겠다는 파인만 / 유방암에 맞서 ‘달콤한 인생’ 즐긴 잉그리드 버그만 / 저승도 대서양처럼 직접 날아간 찰스 린드버그 / 스테로이드의 ‘만 번 발차기’에 쓰러진 이소룡 / 아랍의 분쟁처럼 자꾸 재발한 나세르의 대사증후군 / ‘세상을 파괴하는 죽음의 신’이 된 로버트 오펜하이머 / 아인슈타인이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게 만든 동맥류 / 전립선암으로 죽음의 ‘기쁨’을 받아들인 비트겐슈타인 / 죽음마저 ‘창조적 파괴’로 받아들인 슘페터 / 엄청난 돈을 들여 ‘변비 탈출’을 시도한 간디 / ‘병균’을 ‘박멸’하려고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히틀러 / 누가 버지니아 울프의 조울증을 두려워하랴? / 구강암 앞에서 당당하게 시가를 즐긴 프로이트 / 간경변으로 ‘사자의 시간’을 멈춘 무스타파 아타튀르크 / 유방암도 두 손 든 루 살로메의 가짜 가슴 / 청나라의 ‘폐병’을 고발하고 폐결핵으로 죽은 루쉰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여인을 그린 모딜리아니 / ‘목신의 오후’에 클로드 드뷔시가 앓은 대장암 / 신문왕으로 등극하면서 장님이 된 조지프 퓰리처 / 대체의학으로 본인은 살아남은 마크 트웨인 / 술에 취해 코를 고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돈을 벌고 건강은 잃은 노벨 /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부스럼에 시달린 마르크스 / 침대에서 떨어진 ‘미운 오리새끼’ 한스 안데르센 / ‘악의 꽃’을 가꾸다가 실어증에 걸린 샤를 보들레르 / 군대는 물론 본인을 먹이는 데도 실패한 나폴레옹 / 성가신 질염에도 우아한 품격을 지킨 마담 퐁파두르 / 술을 산초 판자처럼 데리고 다닌 세르반테스 / 육식을 고집하면서 운동을 게을리한 세종
그의 탁자 위에는 사과와 함께 설탕그릇이 자주 등장한다. 사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도가 높아진다. 가지에 달렸든, 가지에서 떨어졌든 말이다. 그 사과의 단맛을 얼마나 오랫동안 눈으로 깨물고, 코로 맡았을까? 쭈글쭈글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사과를 관찰하고 그리던 화가의 몸도 덩달아 당도가 높아졌다. 화가는 1890년 당뇨로 진단받고, 풍경이 정물화처럼 고요한 시골로 숨어 들었다. 어쩌면, 4년 전에 아버지가 남긴 풍족한 유산이 당뇨에 독이 됐을까? 당뇨로 쇠약해지는 몸이 사과처럼 쪼그라드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서서히 짙어지는 죽음의 ‘단맛’을 직감한 세잔은 해골을 그리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사과 옆에 ‘당도’가 짙은 해골이 등장했다가, 사과가 사라지고 해골이 피라미드처럼 쌓였다. 사과의 공간을 해골이 대체하는 걸까? “맹세코, 나는 그리다가 죽을 것이다”(I have sworn to die painting). 1906년 10월, 쇠약한 몸을 끌고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불어 닥친 비바람에 갇혔다. 그림도구를 챙겨 서둘러 돌아오다가 폭우 속에 쓰러졌다. 마침 지나던 우편마차에 실려 돌아온 세잔은 저체온증으로 기관지염이 폐렴으로 악화됐다. 왜 그랬을까? 이틀 뒤 또 그림을 그리러 나섰다가 다시 쓰러졌다. 화가는 사라지고 사과만 남았다. 향년 67세._단맛 짙은 사과를 그리다가 당뇨에 걸린 폴 세잔
어릴 때 익힌, 옷에 대한 분별은 결국 정신병으로 나타났다. 세자는 새옷을 싫어하다 못해 두려워했다. 옷 한 벌 입히기 위해 열 벌 넘게 지어 올렸다. 새 옷을 귀신이라 여겨, 이 탓 저 탓 하며 몇 번을 입어보고 맘에 들지 않으면 태워버렸다. 간신히 한 벌을 입으면 다 해질 때까지 입었다.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의대증(衣帶症)이다. 의관을 갖추면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는 불안에서 비롯된 강박장애다. 옷을 입을 때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시중 드는 나인들을 매질하거나 불로 지졌다. 다들 꺼려하는 옷 입기를 도와주러 세자빈 혜경궁 홍씨까지 나섰지만, 바둑판을 던져 얼굴이 퉁퉁 붓도록 만들었다. 내관을 죽인 뒤 그 머리를 들고 다니는가 하면, 하루에 여섯 명을 죽이기도 했다. 아끼던 후궁 경빈 박씨마저 때려 죽이고 박씨와 낳은 아들 은전군까지 연못에 던졌다. 세자를 싫어하던 노론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1762년 7월 세자가 반란을 모의한다는 노론의 귀띔에, 세자를 꿇리고 곤룡포를 벗긴 영조는 아들의 옷을 보고 격노했다. 부모가 죽으면 입는 상복을 아들이 왜 걸치고 있냐는 것이다. 세 살 때 배운 대로, 세자는 사치스럽지 않은 무명옷을 좋아했다. 정성왕후와 인원왕후의 잇단 3년상이 끝나도 아예 무명옷을 속옷처럼 입고 다니던 때였다. 무명옷은 그대로 세자의 상복이 되어버렸다._아버지의 학대로 옷을 두려워한 사도세자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불붙은 성화를 세계 각국을 두루 돌며 옮기다가, 개막식에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순간은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주경기장에서 성화를 받은 마지막 주자가 성화대에 붙인 불이 기세 좋게 화르르 타오른 모습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멋진 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주자는 서 있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성화를 전달받고 제자리 걸음하다시피 몸을 반쯤 돌려 가까스로 성화를 지폈다. 움직임이 굼뜬데다 어색하게 늘어뜨린 왼팔을 덜덜 떨었다. 몸통은 물론 다리와 얼굴까지 후들거렸다. 하지만 성화봉을 쥔 오른손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성화가 타오르는 순간, 8만 관객의 환호와 함께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던 무하마드 알리가 50대 중반의 나이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_파킨슨병의 잔 펀치에 무너진 무하마드 알리
척추측만 재활에 너무 몰두해서 그럴까? 맥아더는 갈수록 꼿꼿해졌다. 국방예산을 놓고 루즈벨트 대통령과 언쟁을 벌이고, 한국전쟁 작전에서 트루만 대통령에 반발하기도 했다. 차림도 꼿꼿했다. 짙은 선글라스에 근엄하고 절제된 군복이다. 술과 담배도 별로 즐기지 않았다. 옥수숫대로 만든 콘콥(Corn Cob) 담뱃대를 즐겨 물었지만, 흡연은 그리 많이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꼿꼿하고 도도한 태도는 의료진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담석증으로 병원에 입원할 때, 의료진은 환자에게서 제대로 혈압을 재거나 피를 뽑을 수 있을까 걱정했을 정도다. 역시 환자는 꼿꼿했다. 황달의 그 심한 가려움에도 몸에 긁은 자국이 거의 없었다.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도 계속 반대했다. 평생 건강했던 맥아더에게 수술은 ‘항복’을 의미했기 때문일까? 미루고 미루다 받은 수술에서 큰 콩알만 한 담석이 여럿 나왔다. 꼿꼿함의 대가였을까? 수술이 성공적인가 싶더니, 얼마 지나자 식도에서 계속 피가 새어 나왔다. 심각한 증상이 온몸으로 확산되면서 24일 동안 수술을 2번 더 받았지만, 1964년 4월 그 유명한 연설처럼 ‘노병은 사라졌다’(Just fade away). 향년 84세. 사인은 급성 신부전과 간부전._항복을 죽기보다 싫어한 마마보이, 더글라스 맥아더
‘모델하우스’ 같은 집에서 니체를 돌본 누이는 열렬한 히틀러 지지자였다. 오빠의 글을 짜깁기 해서 파시스트의 입맛에 맞춰 출간한 것이다. 나치를 싫어하던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음습한 매독의 딱지를 붙여버렸다. 하지만, 니체는 일찌감치 차라투스트라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몸은 그대의 철학보다 더 많은 지혜를 품고 있다’(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 나쁜 시력은 두통을 낳고, 두통은 뇌종양으로 이어졌다. 니체는 시력은
안경으로 보완하고, 두통은 산책으로 돌파하고, 뇌종양은 사유로 넘어섰다. 글을 읽거나 쓸 수 있는 시간은 짧지만, 사유할 시간이 풍부했기에, 그의 문체는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보다 추상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차라투스트라가 내뱉는 명제나 잠언 같은 짧은 아포리즘(aphorism)은 어렵다. 그 날, 차라투스트라는 마부의 채찍질에도 꼼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우뚝 선 말을 보았다. 잔혹한 채찍에 복종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는 말을 보며, ‘두통의 망치’에 두들겨 맞고 괴로워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을지도 모른다. 그 말은 왜 그랬을까? 자신의 운명을 사랑했을까? 인간이 위대해지려면,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외쳤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_뇌종양을 앓으면서 ‘아모르 파티’를 외친 니체
여느 천재와 달리 오펜하이머는 오래 앉아 집중하는 ‘엉덩이 힘’이 부족했다. 불안하고 우울한 성격 탓이다. 오히려 흡연이 숨을 쉬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졌을까? 일찌감치 10대에 흡연에 빠져들어 30대에 결핵에 걸렸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도 줄담배를 피워댔다. 말도 빨리 하고 연기도 쉽게 내뱉았다. 꽁초까지 타도록 들고 있다가 비벼 끄면서 재빨리 다른 한 개피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피워댄 담배가 하루에 5갑이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하면서 무려 12만 명이 죽었다. 불안하고 우울할 때 그리스나 라틴어는 물론 심지어 산스크리트어로 된 고전까지 탐독하던 그였다. 사상 최악의 참사를 전해 들은 오펜하이머에게 힌두 경전의 두려운 저주가 떠올랐다. “이제 나는 세상을 파괴하는 죽음의 신이 된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엄청난 살상을 확인하고 못내 견딜 수 없던 그는 “내 손에 피가 묻었다”라며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죄책감을 호소했다._‘세상을 파괴하는 죽음의 신’이 된 로버트 오펜하이머
최고의 지성인들이 왜 그녀에게 빠져 헤어나지 못했을까? 루는 강렬한 눈매와 줏대가 강한 코와 두툼한 입술로 얼굴이 분명한 반면, 목이 길고 허리가 가늘어 몸은 전체적으로 가냘퍼 보였다. 니체가 비겁하게 ‘꼬집은’ 볼품없는 가슴도 약점이다. ‘팜파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혀 아니다. 남성 지성인들은 그녀가 뿜는 이지적인 매력에 황홀한 ‘지적 오르가슴’을 경험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루는 남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짝사랑에 치인 지성
인들은 바위처럼 끄덕하지 않는 그녀에게 부딪혀 달걀처럼 깨졌다.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거나, 칼부림이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몸부림을 보이기도 했다. (…) 짝사랑의 저주가 말년에 쏟아진 걸까? 허리통증에 이어 당뇨와 심장질환과 유방암 같은 온갖 질환들이 몰려와 달달 볶아 댔지만, 지성의 ‘뮤즈’는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오랜 병고 때문일까, 나치의 박해 때문일까, 아니면 삶에 대한 최종 결론일까? 요독증을 앓다 1937년 편안하게 눈을 감은 루의 유언은 간명했다. “최선은 결국 죽음이군”(The best is death, afterall). 향년 76세. 그런 그녀에게 유방암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루는 일흔네 살에 한쪽 유방을 도려내는 수술을 받고도 태연했다. “니체가 옳았어. 지금 이렇게 가짜 가슴을 달고 있잖아.”_유방암도 두 손 든 루 살로메의 가짜 가슴
‘프롤레타리아의 질병!’ 마르크스는 자신이 앓는 병이 자본주의가 자신에게 내린 천형이라 여겼다. 런던의 열악한 환경이나 더러운 다락방의 석탄아궁이는 그럴 수 있지만, 술과 담배는 자신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 기호품이었다. ‘자본론’을 탈고하면서, 허옇게 부푼 수염 사이로 누렇게 찌든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자본론’으로는 이걸 쓰느라 피워댄 시가 값도 안 나올 걸세.” 부스럼은 가엾은 마르크스를 가장 괴롭힌 질환이다. 그가 보낸 편지 곳곳에 부스럼 때문에 겪은 고통이 구구절절 드러난다. 마흔 중반 들어 발에 나기 시작한 부스럼이 등으로 옮아갔다가 뺨으로, 다시 등으로 되돌아왔다. ‘두더지 잡기’처럼 짜증나게 힘들었을까? 결국 부스럼은 겨드랑이, 허벅지, 사타구니, 항문 주위로 번져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공산당 선언’에서 배회하는 ‘유령’처럼! ‘주먹 크기’로 부푼 부스럼에 좌절한 마르크스는 스스로 면도칼을 들고 부스럼을 찌르거나 도려내기도 했다. 엉덩이가 아파 앉지도 못하고, 서서 집필을 이어갔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는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온통 부스럼으로 시련을 겪은 구약성서의 의인 욥을 떠올렸다. ‘나는 욥만큼 고통을 받고 있다네. 단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 마르크스가 앓은 부스럼은 ‘화농성 땀샘염’(한선염)일 가능성이 높다._‘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부스럼에 시달린 마르크스
‘병(病)’은 왜 피할 수 있는 고통이라고 말할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네 가지 고통이다. 그중 ‘병’은 피할 수 있는 고통으로 지목된다. 덕분에 우리는 병을 통해 인간의 삶과 철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의학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종점 ‘사(死)’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누구나 ‘노(老)’와 ‘병(病)’이라는 삶의 계단을 차례로 밟아나간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젊음을 추앙하느라 ‘노’를 혐오하게 되었으며, ‘병’을 죄악시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노’와 ‘병’은 우리가 ‘무찔러야 할’ 그 어떤 것, 원하지 않고 겪고 싶지 않은 그 어떤 것일까? 그렇다면 역으로 생로병사 중 ‘피할 수 있는’ 고통인 병을 통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성찰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에서는 병에 대한 불안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온갖 담론이 판을 치고 병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성찰이 무시되고 있다.
어디가 아픈지 알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병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전체적인 삶을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접근도 필요하다. 인간의 삶과 병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가 병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깊은 성찰과 통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병을 통해 자신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의 고통을 통해 더 강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건강에 관심이 부쩍 늘어난 건 좋은 일이다. 자신이나 가족이 앓거나 앓을 것 같은 병을 알아두는 건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병에만 집중하다 보니 병이 너무 커져버렸다. 늘어난 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병에 대한 불안이다. 병을 줄이려다 외려 더 커지는 건 아닐까? (중략) 병을 알려면 사람부터 봐야 한다. 그 사람의 생로사를 모르는 채, 어찌 병만 알 수 있을까?”
내 앓는 병을 통해 나를 성찰하기
요즘 우리에게 허락된 병원의 ‘3분 진료’는 그야말로 병만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가 어찌 3분 만에 환자의 삶(생로사)을 파악할 수 있으랴만, 이를 탓하기 전에 나 스스로 나의 병을 성찰하는 게 옳다. “왜 이 병에 걸
렸을까?” “이 아픔은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아픔을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우리 모두 내가 앓는 병과 내가 먹는 약으로, 나의 생로병사를 성찰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들의 생로병사를 들으면서 내 고통의 해결 방법도 찾게 된다. 또한 놀랍게도 ‘병’은 ‘사’를 성찰하게 해준다. 즉 ‘어떻게 죽을 것인가?’(How to die)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준다. 죄가 죄인의 것이라면, 병은 환자의 것이다. 교회가 죄인을 진정한 회개로 인도하듯, 병원도 환자를 건강한 성찰로 이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정보
1999년 ‘보톡스’라는 브랜드를 확산한 공로로 미국 제약회사 앨러간에서 감사장을 받았다. 주사로 주름살을 펼 수 있는 약품 ‘보트리늄톡신’을 설명하기 어려워 용감무식하게 ‘보톡스 시술’이라 보도한 게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기상장교로 비행장에서 전투 기상예보를 한 뒤 KBS 기상전문기자로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에 8번씩 생방송으로 일기예보를 했다. SBS로 옮겨 기상은 물론 과학과 의학전문기자로 일했다. 퇴직한 뒤, 지금도 백발을 휘날리며 의학 관련 교육을 하거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초대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을 지냈다.
어릴 때 위인전을 잘못 읽은 후유증으로, ‘괴도 루팡’을 본받아‘도둑놈’이 되기로 맘먹었다. 잠긴 서랍을 열고 지문을 남기지 않는 기술(技術)을 닦으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둘러대는‘스토리텔링’ 기술(記述)도 익혔다. 그래서 대학에서 재료공학과 영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언론계에 들어가 전문지·경제지·종합지·월간지·주간지·일간지·인터넷에 이어 방송까지 두루 경험한 뒤, 이런 미디어·콘텐츠 전문가는 태양계에서 혼자 뿐일 거라며 큰소리치고 다닌다. 배운 도둑질인 기술(技術)과 기술(記述)의 시장에서 ㈜테크업 대표이사 명함을 내밀고 다닌다. 과학기술 영역에서 미디어를 켜면 맛난 콘텐츠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CaaS(Contents as a Service) 사업이다.
어릴 때 나비잡기와 과학학습만화에 푹 빠졌지만, 글로 먹고살기 위해 전공 삼았던 과학에 의지하면서도, 과학에서 독립한 글로 성공하길 고대했다. 과학을 때려치우고 싶어서 글을 택했건만, 글 때문에 과학을 평생 붙들게 생겼다. 판타지와 SF, 영화와 만화에 빠져 과학을 놓고 이야기를 쓰겠다며 선전포고하지만, 쫄보 심성 때문에 상상은 망상으로 그친다. 항상 성공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놈의 덜렁이 기질 때문에 일에서 실수하는 순간 바로 현실로 돌아와 눈물을 흘리는 요즘이다. 지금도 과학과 애증(愛憎)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며, 배운 지식을 언젠가 나만의 판타지와 SF에 써먹겠다며 이야기 쓰기를 갈고 닦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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