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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5: 동학 폭발하다

김용삼 지음
백년동안

2023년 12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2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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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8.47MB)
ISBN 979119839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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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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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갑신정변 이후 조선을 둘러싼 청-일의 대립과 러시아의 동진 속에서 동학 농민군이 봉기하기까지를 다룬다. 갑신정변을 진압한 청군은 그대로 눌러앉아 내정 간섭의 강도를 높여 이전의 ‘자율적’이었던 조공국을 속국으로 바꾸려 했고, 한반도가 자기네 안전에 사활적 위치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일본은 조선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청의 세력을 몰아내야 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을 추진해 동아시아에 성큼 다가서자 영국과의 ‘그레이트게임’은 동아시아까지 확산돼 영국의 거문도 점령을 불러왔다. 이런 가운데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은 조선이 보낸 자객에 의해 상하이로 유인돼 살해되고, 내정의 문란은 부패한 관리들에게 불만을 품은 농민들의 봉기를 불렀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은 일본의 조선 진출을 촉진하려는 일본 낭인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제1장 자본주의 이전 사회, 조선
제2장 악화(惡貨) 발행해 백성 등쳐먹다 자멸
제3장 영국군 거문도 철수
제4장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의 충격
제5장 청나라와 전쟁 준비에 돌입한 일본
제6장 일본과 청나라, 해군력 건설 경쟁
제7장 갑신정변 주역 김옥균의 최후
제8장 조선은 ‘홉스적 자연 상태’
제9장 동학의 탄생
제10장 동학 농민군 봉기하다
제11장 관군에 승리한 동학 농민군
제12장 동학에 대한 과장된 신화
제13장 일본 낭인, 조선에 오다
연표
참고문헌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은 외세에 의한 국정 개입의 단초를 제공했다. 게다가 정변 과정에서 조정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흥선대원군의 형 이최응과 풍양 조씨의 수뇌 조영하가 살해되면서(각기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에서 살해됐다) 여흥 민씨 세력은 제 세상을 만났다. 왕비를 비롯한 민씨 척족 세력을 견제해 왔던 두 사람의 퇴장은 여흥 민씨들에게 행동의 자유를 부여하는 결과가 됐다. (33쪽)

프랑댕 공사와 허드 미국 공사를 비롯해서 1880~90년대 조선에서 활동했던 여러 외교관들은 동학농민봉기가 발생하기 한두 해 전에 이미 왕조의 몰락을 가져올 급변 사태가 쓰나미처럼 닥칠 것을 예고했다. 기존 질서를 전복시킨 반란과 동시에 한반도는 부동항을 노리고 남진 기회를 엿보는 러시아나 그에 저항하는 일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쇠한 청나라가 종주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한반도는 국제정치 질서의 모순이 얽혀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동아시아의 화약고’였다. (39쪽)

청-일을 연결하는 개성상인들의 생사 중계무역을 통해 대량의 은이 조선에 유입되면서 조선 경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효종·숙종 시절 조선에서 소중화와 북벌 주장이 나온 이유는 일본에서 막대한 은이 흘러들어와 경제에 기름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조선의 내수 시장이 확대하면서 농업 생산성이 상승했다. (55쪽)

영국 해군의 거문도 점령으로 블라디보스토크의 군항으로서의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블라디보스토크와 흑해의 러시아 항구 오데사를 연결하는 해상로는 영국 해군에 의해 언제든 봉쇄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셰스타코프 제독은 거문도와 영흥만 방문을 계기로 전략의 대전환을 구상한다. (70쪽)

슈타인 교수는 시베리아철도로 러시아가 일본을 유린하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러시아 철도는 조선 점령에 필요한 요소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시베리아철도가 일본에게 사활적으로 중대해지는 것은 러시아가 조선 점령을 고려할 때라고 논점을 정리했다. (91쪽)

일본의 이익선인 조선의 독립이 상실되면 러시아는 한반도를 발판으로 삼아 제2의 ‘여-원 원정군’을 편성해 일본의 주권선을 위협할 것이다.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이런 불행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조선을 중국으로부터 분리해 자주독립국으로 만들고, 러시아가 조선을 차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정책을 정했다. (96쪽)

김옥균이 놀라 일어서는 순간, 첫 탄이 김옥균의 얼굴을 향해 발사됐다. 굉음과 함께 총구를 떠난 탄환은 김옥균의 왼쪽 광대뼈 아래에 박혔다. 두 번째 총탄은 복부에 명중했다. 비틀거리며 홍종우에게 다가가는 순간, 세 번째 총탄이 어깨뼈 아랫부분을 관통했다. 김옥균은 자기 방에서 20미터 기어 나와 2층 8호 객실 앞에서 절명했다. (184쪽)

여흥 민씨 세도정치의 최고 정점은 고종과 왕비 민씨였다. 민 왕후는 총명하고 민첩하며 계략이 풍부해 늘 고종 곁에서 국왕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보필했다. 일본 측 기록에 의하면 외국 사절이 고종을 알현해 외교 협상을 할 때마다 고종이 용상 장막 뒤편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후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201쪽)

일본의 대외 강경론자들은 동학당 토벌을 위해 즉시 군대를 파견하라고 외쳤고, 겐요샤 같은 국수주의 단체는 의용군을 조직해 조선에 보내자고 주장했다. 서울의 일본인들은 자위대를 조직해 칼로 무장하고 거류지 순찰을 돌았고, 일부 낭인들은 동학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조선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탐 활동을 벌였다. (254쪽)

호남 지역에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의 풍요로운 옥답이다. 조선 후기 지방 관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해 호남 곡창 지대 농민들은 풍년이 들수록 가혹한 수탈을 당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 서울에서는 “자식을 낳아 호남에 가서 벼슬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동요가 유행할 정도였다. (263쪽)

거사 장소는 만석보 남쪽 말목 장터 삼거리. 1,000여 명의 고부 군민들은 신새벽에 머리에 흰 수건을 동여매고 낫·죽창·몽둥이를 들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전봉준을 영도자로 추대하고 “탐관오리 조병갑을 잡아 죽이자”라고 외치며 관아로 몰려갔다. 군중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자 조병갑은 뒷문으로 빠져나가 전주로 도주했다. (270쪽)

전라도 일대에서 전봉준이 봉기해 큰 세력을 형성하자 동학 간부층이 밀집해 있던 북접은 전봉준을 비롯한 남접 지도자들을 “국가의 역적이요 사문난적”으로 규정했다. 북접의 손병희·손천민·김연국 등 간부들은 통문을 돌려 “호남의 전봉준과 호서의 서장옥은 국가의 역적이니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77쪽)

전봉준의 통문에 호응한 호남 일대의 동학 접주들은 농민군을 이끌고 속속 백산으로 모였다. 백산에 집결한 농민군은 동도대장이라고 쓴 큰 깃발을 앞세우고, 각각의 대오는 청·황·적·백·흑 오색기로 부대를 표시했다. 대오를 갖춘 동학 농민군은 백산 언덕 위의 세 곳에 진을 쳤다. 백산에 모인 농민군이 일시에 모두 일어서면 산이 하얗게 보였고, 앉으면 죽창 빛으로 산이 파랗게 보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앉으면 죽산, 서면 백산”이라는 민담이 생겨났다. (281쪽)

이날 전봉준은 큰 관을 쓰고 마의를 입은 채 나타났다. 신임 관찰사와 전봉준은 관민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정과 동학 농민군 지도부 간에 폐정 개혁과 탐관오리 제거를 위한 12개조의 폐정 개혁안에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조정은 농민군의 폐정 개혁 12개조 제안을 수용해 동학 농민군 봉기는 막을 내렸다. 이것이 ‘전주화약’이다. (317쪽)
대륙에서 활동한 일본 젊은이들은 대부분 사무라이 가문 출신이었고, 메이지유신 이후 성인이 된 청년 세대다. 이들은 서구의 근대를 이념 틀로 모방하는 근대화 정책에 편승하지 못하고, 근대적 관료 수급 체계 정착 과정에서 낙오한 정치적 불만 계층이자 반골형 인물들이었다. (333쪽)

미야케 세쓰레이는 대륙 낭인을 “정부나 인민의 요구 또는 금전적 보수에 개의치 않고 국가 발전의 큰 뜻을 품은 자들로서 항상 나라를 위한 근심과 걱정의 마음을 가진 지사들”이라고 정의했다. 반면에 피해자인 조선·중국 입장에서 보면 낭인은 일본 군부와 국수적 군국주의 단체가 추진하는 대륙 침략의 선봉대로서, 군부나 정부의 후원과 지시를 받아 현지에서 행동하는 무뢰배 집단이 된다. 때문에 낭인에 대한 이미지는 한-일 간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335쪽)

영국과 러시아의 ‘큰 판 대결’ 그레이트게임
외세의 각축장이 되어 버린 나라
일본이 후원한 갑신정변은 사흘천하로 끝났다. 영향력 확대를 노렸던 일본은 오히려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반도는 야마가타 아리토모 총리가 선언한 일본의 ‘이익선’ 안에 있었다. 그것이 무너지면 자국의 ‘주권선’이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한반도 침략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었다.
일본은 청과의 대결에 대비해 해군력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 속에 번번이 의회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메이지 천황의 지원을 얻고서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배를 만들어 준 독일조차 보유하지 못한 최대급의 전함을 확보하는 등 리훙장 휘하의 북양 해군을 강화했다. 전쟁은 예고된 것이었다.
유럽 쪽에서 시작된 영국과 러시아의 ‘큰 판 대결’ 그레이트게임은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와 중국 북부로 동진하면서 영국이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이권에 위협을 느끼고 대응에 나서자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으로까지 확산됐다. 영국이 ‘먹잘 것도 없는’ 한반도 남쪽의 거문도를 점령한 것은 그곳이 러시아의 아시아 해상 진출의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흑해의 출구를 막아버리면 러시아가 지중해로 진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영국이 결국 점령을 풀고 철수하기는 했지만, 중국을 동원해 러시아로부터 남진 억제 약속을 받아내고 일본을 내세워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복안이 어느 정도 마련된 다음이었다.
그런 가운데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 등 ‘반역자’들의 처단은 고종의 지속적인 관심사였다. 일본이 협조해 줄 리 만무한 상태에서 계속 자객을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몇 차례의 도전 끝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옥균이 리훙장의 아들 리징팡의 초청을 받아 중국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암살 팀은 우리나라 최초의 파리 유학생 홍종우에게 임무를 맡겼다. 결국 김옥균은 상하이에서 살해되고 조선으로 옮겨져 능지처참과 효수를 당했다.

동학농민운동의 물결이 휩쓴 한반도
일본의 한국 지배 시작되다
그러나 외세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내정 역시 제대로 추스를 수 없었다. 정권을 잡은 민씨 척족은 재물을 긁어모으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고, 다른 관리들이 이를 따라 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의 탐학은 악명이 높았다. 백성들을 동원해 멀쩡한 보 아래에 새로운 보를 만들게 하고는 물세를 받아내기까지 했다. 농민들이 들고일어났고, 그 주축은 당시 확산되고 있던 동학교도들이었다.
동학은 봉건적인 신분제를 부정하는 등 혁신적인 사상이었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급격히 세를 불려가고 있었다. 동학은 창시자 최제우가 혹세무민의 죄목으로 처형당한 뒤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조직화돼 있었다. 봉기의 지도자 전봉준은 이 조직을 이용했다. 봉기의 물결은 금세 한반도 서남부를 휩쓸었다.
이를 진압할 능력이 없었던 조정의 결론은 역시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임오군란 때 청군 파병을 요청하고 갑신정변 때 주둔 청군의 지원을 받았듯이, 다시 청군 파병을 요청했다. 청군이 들어오면 일본군도 들어오도록, 그들끼리의 협정에 규정돼 있었다. 청은 봉기가 일어난 지역을 향해 아산만 쪽으로 군대를 상륙시켰지만, 일본은 청보다 많은 병력을 서울로 보냈다. 불순한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이 결국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과 전쟁을 벌였다. 동학 농민군은 해산했지만, 의도하지도 않았던 청-일 양국의 전쟁을 불러일으킨 도화선이 된 셈이었다.
한편 이 시기를 전후해서 일본의 대륙 진출의 첨병인 낭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낭인은 일본의 새로운 체제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세력들로,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해야 자신들이 활동할 발판이 만들어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를 위해 비공식적인 신분으로 첩보 활동 등 침략의 기반 조성 사업을 하며 일본 당국을 도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 제작을 도운 것도 그런 사람들이었으며, 다음 시기 민 왕후를 살해한 것도 그들이었다.
동학농민운동으로 일본군이 들어와 경복궁을 점령함으로써 일본의 한국 지배가 사실상 시작된 시기가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다. 청의 세력은 청일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이 경복궁 점령으로 조선에서 밀려났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용삼

조선일보 기자, 〈월간조선〉 편집장을 역임했다. 1997년 황장엽 망명 사건 특종 보도로 제1회 대한민국 언론상 수상, 2015년 저서 『대한민국 건국의 기획자들』로 전경련 시장경제대상을 공동수상했다. 현재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이승만학당 교사로 있다.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시리즈는 조선 후기부터 개항과 망국까지의 우리 역사를 세계사와 포개 읽으면서, 올바른 미래를 위해 과거사를 바로 보려는 기획이다.
주요 저서로는 『이승만과 기업가 시대』(북앤피플), 『이승만의 네이션빌딩』(북앤피플), 『대한민국 건국의 기획자들』(백년동안), 『박정희 혁명(1·2)』(지우출판), 『박정희의 옆얼굴』(기파랑), 『한강의 기적과 기업가 정신』(프리이코노미스쿨), 『김일성 신화의 진실』(북앤피플), 『김일성 진실을 말하다』(미래H), 『대구 10월 폭동/제주 4·3사건/여·순 반란사건』(백년동안), 『황교안 2017』(민초커뮤니케이션). 『지금, 천천히 고종을 읽는 이유』(백년동안),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1~4(백년동안) 등이 있다.
공저로는 『반일 종족주의』(미래H), 『이승만 깨기』(백년동안), 『시간을 달리는 남자』(백년동안), 『박정희 바로 보기』(기파랑), 『박정희 새로 보기』(기파랑), 『김일성이 일으킨 6·25전쟁』(기파랑), 『대한민국 건국 이야기 1948』(기파랑), 『쉽게 풀어쓴 청일전기』(북앤피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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