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러 : 시체들의 사랑. 1

블랙 블러드 풀문이 뜬 밤

차우모완 지음

엔블록 2023년 11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비가 그친 후 검은 핏빛 보름달이 뜬다. 그리고 도시의 깊은 하수구에서부터 괴상한 징조와 동요가 시작된다. 마치 보름달이 끌어당기듯, 도시의 저 아래 시꺼먼 심연으로부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생명체들이 기어오르고, 거대한 도시의 지상을 향해 밀물이 차오르듯 차츰 다가온다. 이들과 도시민들의 비밀스런 랑데뷰는 가공할 밤의 미스터리로 다시 태어난다. 이 낯설고 새벽이 요원한 밤은 누군가 끝내야 할 지옥인가, 아니면 모두가 익숙해질 지고하고 행복한 상태인가?

목차

제1권 : 블랙 블러드 풀문이 뜬 밤
1장~20장

책 속으로

윤아는 실험실 칼로 촉수를 끊고, 그것만 따로 슬라이드에 넣어 현미경 대물대에 올려놓고 관찰했다.
그녀는 자신의 구축해 둔 ‘미니 실험실 플랫폼’에서 전문적인 약물과 대조군까지 써가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세포 활동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실험까지 해보는 듯했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마귀 새우(Mantis Shrimp)와 파충류의 몸통과 꼴뚜기의 꼬리 부분을 섞어 놓은 듯한 이 생물체는 저로서도 처음이지만, 세포 특징과 활동 양상은 어딘가 익숙해요.”
다친 요가 강사만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가와 윤아의 등 뒤로 모였다.
“생명공학자들이 실험하기 좋아하는 히드라불가리스와 세포 구조가 닮아 있어요!”
“겨우 히드라 새끼였다고?”
배달원이 물었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세포만큼은 70퍼센트 내외는 닮아 있다구요. 대체 너, 나머지는 뭐야? 유전체 검사를 해본다면 더욱 좋겠는데......”
필이 꽂힌 윤아는 다른 방법이라도 찾아보려는지 일어나서 서랍을 마구 뒤졌다. 연구 대상에 홀려 버린 편집병적 과학자 같았다.
“지금 죽고 사는 마당에 요 갯강구 같은 놈이 어떤 유전자를 가졌는지 확인해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
배달원이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요놈들은 대체 뭔 지랄 같은 종자인 거여. ‘사마귀새우’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말인디. 갯강구를 그렇게도 부르는구먼. 그런데 희드라 불가사리 종특이라고? 허연 불가사리란 뜻인가?”
“선배님 ‘히드라 불가사리’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주방용 분쇄기로 갈아도 죽지 않는답니다.”
이번엔 승우가 대꾸했다.
“승우 씨도 틀렸어요. 불‘가리’스예요. 갈아도 죽지 않는 건 맞아요.”
윤아가 대답했다.
“뭐, 어쨌든 불가리스인지 불가사리인지, 불멸의 세포를 가진, 불가항력적인 놈들이 하필 내가 군에서 휴가를 나온 첫날 저녁에 맞춰, 왜 한꺼번에 이 오피스텔 화장실들에서 쏟아지냐구요?”
“어느 시점부터, 한꺼번에 활동할 환경까지, 임계점에 다다랐던 거죠. 오늘이 임계점이 무너진 바로 그날이고요.”
윤아가 대답했다.
긴 복도를 타고, 대기를 찢는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변이체들이 이 6층까지 올라온 듯 한데요?”

출판사 서평

빠르고 긴박한 사건과 신 중심 전개는 치밀하게 짜여진 심야 미스터리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금방 매료된다. 매우 유니크하고 독보적인 미스터리 환상문학.

작가정보

저자(글) 차우모완

한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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