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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3

동서세계문학전집 045
동서문화사

2023년 09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9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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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7.86MB)
ISBN 978894971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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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3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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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의 큰 봉우리로 세계문학을 압도한 19세기 러시아문학은 20세기 들어서서는 다소 부진한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오직 하나 만장의 기염을 토한 대작이 탄생한다.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이다.
《고요한 돈강》은 제1차 세계대전ㆍ혁명을 거쳐 러시아 내전 종결에 이르기까지, 10년간의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돈 지방에서의 카자흐 사회의 생활과 계급 투쟁, 그곳에서 전개되는 카자흐들의 운명을 웅대한 스케일로 묘사한 대하소설이다. 주인공 그리고리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이지만 자신의 양심이 명하는 대로 반혁명파인 백위군(白衛軍)과 볼셰비키 공산주의 혁명을 지지하는 적위군(赤衛軍) 사이를 전전하면서 파국에 빠져든다. 남의 아내와의 격렬한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혁명에 의해 유린당하는 주인공의 비극을 돈 지방 카자흐들의 운명과 함께 묘사하고 있다. 수많은 폭력과 죽음으로 채색된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러시아혁명의 본질과 개인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 작품은 그 양에서나 질에서 러시아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고요한 돈강 Ⅲ

제7부…1387
제8부…1722

숄로호프 생애와 문학…1950
숄로호프 연보…1966

pp.1467~8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렇게 군마가 빙그르르 몸을 돌려 자기 집 입구 옆의 흙을 발굽으로 파내 던지고, 뒤이어 길가와 광야의 길 없는 길을 거쳐서 그를 전선으로-시커먼 죽음이 카자흐들을 노리고 있고, 카자흐들의 노래 구절에 의하면 ‘밝으나 어두우나 24시간 내내 두려움과 슬픔만’이 가로놓인 그 전선으로-태워간 것일까. 그러나 유독 이 화창한 아침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집을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막연한 예감과 꽉 죄어드는 듯한 불안과 우수에 견딜 수 없어 하며, 그는 고삐를 안장 테 위에 놓아둔 채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언덕 가까이까지 나아갔다. 먼지투성이 길을 풍차집 쪽으로 꺾인 모퉁이에서 돌아다보았다. 문 옆에는 나탈리야 혼자만이 서 있었다. 상쾌한 새벽 미풍이 그녀의 손에서 검은 상장(喪章)과도 같은 목도리를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p.1468
푸르디푸른 심연(深淵)과도 같은 하늘에 바람에 불려 끓어오른 구름이 끝없이 헤엄쳐 갔다. 파도처럼 구비치는 지평선 위에는 안개가 가로놓여 있었다. 말은 느린 걸음으로 나아갔다. 프로호르는 안장 위에서 몸을 흔들며 꾸벅꾸벅 졸았다. 그리고리는 이를 악물고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는 녹색 버드나무 숲이며, 변덕스럽게 꾸불꾸불 구부러진 은빛의 돈강 줄기며, 돌아가고 있는 풍차 날개를 보았다. 이윽고 길은 남쪽으로 빗나갔다. 밟혀서 망가진 곡물 그늘의 습지도, 돈도, 풍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그리고리는 휘파람으로 뭔가를 불면서, 조그마한 장식용 구슬 같은 땀에 덮인, 금빛으로 빛나는 붉은 털 말의 목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는 안장 위에서 몸을 돌리지 않았다. ‘전쟁 같은 건 없어져야 해! 몇 차례의 전투가 치르 연안에서 벌어졌고, 돈 근처를 지나갔다. 나중에는 호표르 근처에서, 메드베디차 근처에서, 부즈르크 근처에서 포성이 울릴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 적의 탄환이 결국 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건 마찬가지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p.1527
다리야는 지쳐빠진 발에서 단화를 벗겨내어 발을 씻고는 볕에 달아 뜨거워진 물가 자갈 위에 잠시 앉아서 햇빛에 부신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갈매기들의 구슬프게 우짖는 소리와 단조로운 물결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녀에게는 이 고요함과 뼈에 사무치는 듯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눈물이 나올 만큼 서글펐다. 그리고 뜻밖에도 몸을 덮쳐 온 재난이 새삼 괴롭고 슬프게 생각되었다.

p.1556
그날 밤 나탈리야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고서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일리니치나와 함께 외밭의 풀을 뽑으러 나갔다. 일을 하고 있자니까 다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볕을 받아 말라서 바삭바삭한 모래흙에 규칙적으로 삽을 디밀다가 이따금 허리를 펴고 한숨 돌리기도 하고, 얼굴의 땀을 훔치기도 하고, 물을 마시기도 하면서 잠시 잊고 지내게 되었다.
바람에 불려 잘게 찢어진 흰 구름이 푸른 하늘을 떠돌다가 아주 풀려 없어졌다. 태양광선이 대지를 따갑게 내리쬐었다. 동쪽에서 비가 몰려오고 있었다. 나탈리야는 머리를 들지 않고서도 몰려든 구름이 태양을 가로막는 것을 등허리에 느꼈다. 한순간 휙 몰려와서 열기로 허덕이는 갈색 대지에, 덩굴을 뻗은 수박 위에, 키 큰 해바라기 줄기에 휘익 회색 그림자가 비쳤다. 그 그림자는 구릉 비탈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밭들이며, 더위에 녹초가 되어 납작 엎드린 잡초들이며, 산사나무 덤불이며, 작은 새들의 똥을 뒤집어써서 풀이 죽은 잎새들이 달린 가시나무 덤불을 덮어나갔다. 까라진 듯한 메추라기들의 울음소리는 전보다 더욱 높이 울려 퍼지고, 종달새들의 귀여운 노랫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달아오른 잡초를 가볍게 흔드는 바람도 전보다 더 뜨거워진 듯했다.

p.1930
그리고리는 침침하게 흐린 눈으로 질경이가 나 있는 멋진 바깥뜰과 노란 덧문이 달린 초가지붕의 집과 높직한 우물을 보고 있었다. 타작마당 옆 낡은 울타리의 말뚝 하나에 비를 맞아 뿌옇고 움푹한 눈구멍만이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말의 두개골이 매달려 있었다. 그 말뚝을 녹색의 호박덩굴이 나선형으로 감으면서 기어 올라가 햇볕이 닿는 쪽으로 쭉쭉 뻗어 있었다. 덩굴은 말뚝 꼭대기에 이르러서 부드러운 끝줄기가 두개골의 돌출부와 말 이빨을 감은 뒤 다시 맨 끝은 받침대를 찾아 가까이에 있는 덤불나무 가지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똑같은 전경을 꿈속에서인지 혹은 먼 옛날의 어린 시절에선지 그리고리는 본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자 문득 엄습해온 심한 향수에 사로잡혀 울타리 밑에 엎드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말에 안장을 얹어라!”
멀리에서 꼬리를 길게 빼는 호령이 들렸을 때야 그는 겨우 일어났다.
밤중의 행군 때 그는 대열에서 벗어나, 말을 갈아타려는 것처럼 하면서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차츰 멀어져 조용해져가는 말굽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말에 올라타자 길을 벗어나서 다른 방향으로 마구 달렸다. 그는 5킬로미터쯤 쉬지 않고 말을 달리다가 이윽고 평보로 바꾸어 뒤에서 추격자가 오지나 않나 귀를 기울였다. 벌판은 적막했다. 다만 도요새가 물가의 모래밭에서 슬프게 울어대고, 어딘가 멀고먼 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려왔다.

러시아혁명 투쟁과 반투쟁 일대 서사시
《고요한 돈강》은 러시아혁명의 일대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남러시아의 돈 지방에 초점을 맞추어, 그곳에 사는 카자흐들이 혁명기를 보내며 겪는 파란만장한 생활을 다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혁명의 큰 물줄기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의미에서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요한 돈강》은 모스크바 중앙혁명본부에서 내려다본 혁명의 전형이 아니라, 반대로 소비에트혁명에 저항하는 돈 지방 반혁명군의 용감하고 저돌적인 행동과 그 불가피한 몰락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서사시이다. 작가는 반혁명이 도덕적으로 악이기 때문에 멸망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아무리 소박한 선의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에 반항하는 자들에 따르는 피하지 못할 운명으로서의 패배를 묘사하고 있다.
《고요한 돈강》은 카자흐 지방에서의 혁명과 반혁명의 투쟁역사이기 때문에 그 비참성은 피할 수 없다. 온갖 인간의 눈물에 젖으면서 돈강은 고요히 낱낱의 작은 흐름을 무시하고 시간과 함께 일정한 방향으로 거대하게 흘러간다. 이 큰 강은 물이 마를 때가 없다. 이것은 일종의 운명관을 내포하면서 동시에 카자흐인의, 또한 러시아인의 불굴불멸의 민족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위대한 러시아 역사상 국민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소비에트사회 맹점에 빛을 쏟아붓는 대작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숄로호프는 1905년 5월 24일, 남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돈강 유역 뵤센스카야 카자흐 마을 크루질리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혼란기를 겪은 그는 혁명전 카자흐인의 삶을 거대한 흐름으로 그리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하여 대하장편 《고요한 돈강》 제1권이 1928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3살 청년이 썼다고 하기에는 작품이 너무 완벽하여, 기성작가의 익명작품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듬해 제2권이 나오자 숄로호프는 당당히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제3권은 1933년, 마지막 제4권은 1940년에 마침내 완성됐다.
《고요한 돈강》이 폭발적 인기와 관심을 끈 것은, 이 작품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본격문학작품이었던 것 외에 그 주제가 독자들의 가슴을 강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테마는 폭력과 인간성의 충돌문제이다. 이 소설이 러시아 독자는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애독자를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세기 들어와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수많은 혁명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그때마다 무력투쟁의 괴로움을 맛보았으며, 두 진영의 대립이 가져온 참상을 생생히 보아왔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은 이 비참함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도 아직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숄로호프는 《고요한 돈강》을 통해서 20세기 사회의 맹점에 비로소 빛을 쏜 것이다. 숄로호프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레닌상을 받았으며, 1941년 《고요한 돈강》으로 제1회 스탈린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196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작가정보

동양외국어학원 러시아어과 수학. 동국대 영문학부 졸업. 1955년 영남일보에 시 《그림자》로 등단했다. 안톤 체홉 《벚꽃동산》,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옮겨 연출. 지은책 시집 《인간이 아픔을 알 때》 《꿈의 시》. 옮긴책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하루》, 숄로호프 《고요한 돈강》,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 등이 있다. 평생을 러시아문학에 심취 열정을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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