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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돈강 1

동서세계문학전집 043
동서문화사

2023년 09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9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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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1.97MB)
ISBN 978894971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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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3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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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의 큰 봉우리로 세계문학을 압도한 19세기 러시아문학은 20세기 들어서서는 다소 부진한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오직 하나 만장의 기염을 토한 대작이 탄생한다.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이다.
《고요한 돈강》은 제1차 세계대전ㆍ혁명을 거쳐 러시아 내전 종결에 이르기까지, 10년간의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돈 지방에서의 카자흐 사회의 생활과 계급 투쟁, 그곳에서 전개되는 카자흐들의 운명을 웅대한 스케일로 묘사한 대하소설이다. 주인공 그리고리는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이지만 자신의 양심이 명하는 대로 반혁명파인 백위군(白衛軍)과 볼셰비키 공산주의 혁명을 지지하는 적위군(赤衛軍) 사이를 전전하면서 파국에 빠져든다. 남의 아내와의 격렬한 사랑으로 살아가면서, 혁명에 의해 유린당하는 주인공의 비극을 돈 지방 카자흐들의 운명과 함께 묘사하고 있다. 수많은 폭력과 죽음으로 채색된 극단적인 면도 있지만, 러시아혁명의 본질과 개인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 작품은 그 양에서나 질에서 러시아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고요한 돈강Ⅰ

제1부… 11
제2부… 137
제3부… 285
제4부… 486

p. 197
슈토크만은 불이 꺼진 담뱃재를 파이프에서 떨어냈다.
사팔뜨기인 루케시카네 셋방에서는 오랫동안 고르고 고른 끝에 열 명쯤 되는 카자흐 중심인물이 조직되었다. 슈토크만은 그 중심이 되어 자기만 알고 있는 목적을 향해 줄기차게 이끌어 갔다. 벌레가 나무를 파먹어 들어가듯 소박한 사고방식이며 습관을 무너뜨리고, 현존하는 제도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차가운 불신의 철벽에 부딪쳤으나 굽히지 않고 물고늘어졌다. 이리하여 불만의 씨가 뿌려졌다. 이 씨가 4년 뒤 낡고 약한 껍질을 깨뜨리고, 강하고 싱싱한 싹을 틔우게 되리라고 어느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p.302
지루하고 맥 빠진 듯한 생활이 흘러갔다. 일에서 떠난 젊은 카자흐들은 처음에는 지겹고 답답해서 그저 여러 가지 쓸데없는 이야기로 마음을 달랬다. 중대는 별채인 커다란 기와집에 자리를 잡았고, 밤이 되면 창틀에 판자를 얹은 급조된 침상에서 잤다. 창문에 문풍지를 붙인 종이 한쪽이 떨어져 밤마다 멀리서 목동이 피리를 부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리는 갖가지 코 고는 소리 속에 몸을 누이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온몸이 허전한 애수에 여위어 감을 느꼈다. 종이가 떨리는 그 가냘픈 소리는 마치 핀셋 같은 것으로 심장의 아랫부분을 꽉 집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면 그는 당장 일어나 마구간으로 가서 밤색 말에 안장을 얹고 올라타서는,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고 싶어서 못 견딜 지경이 되었다.

p.306
지겹고 단조로운 일과는 생기를 빼앗아 갔다. 해 질 무렵 나팔수가 ‘훈련의 끝’을 알리는 나팔을 불기까지는 도보 훈련이나 승마 훈련에 쫓기고, 그다음엔 안장을 내려 말을 손질하고, 여물통에 모인 말들에게 사료를 주고, 바보 같은 근무수칙을 외고, 그리고 10시가 되어서야 점호가 끝나고 보초 배정이 끝나면 취침 전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상사가 송아지 같은 동그란 눈으로 대열을 쓱 둘러보고는, 그 굵고 탁한 목소리를 높여서 주기도문을 선창했다.
이튿날 아침이 되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이렇게 해서 날짜는 바뀌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쌍둥이처럼 꼭 같은 나날이었다.

p.363
폰 렌넨칸프 장군은 아스타호프가 죽인 독일 장교에게서 벗겨온 군복을 커다란 합판에 핀으로 고정시켜서, 그것을 받쳐 든 부관과 크루치코프를 자동차에 동승시키고는 전장으로 막 나가는 군대의 대열 앞을 지나가며 불을 토하는 듯한 격려 연설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떠했던가?-자신과 같은 인간인 적병들을 냉혹하게 쓰러뜨려 죽일 줄 모르는 자들이 죽음의 전쟁터에서 맞부딪치고, 서로가 동물적인 공포에 싸인 채 서로 베고, 무턱대고 서로 때려서 자신도 다치고 말도 쓰러지고, 그리고 누군가를 쏘아죽인 총소리에 놀라서 이리저리 도망치고, 정신적으로 일그러져 서로 흩어져 갔던 것이다.
그것이 위대한 훈공이라고 불려진 것이었다.

p.436
삶의 강은 강바닥을 떠나면 여러 지류(支流)로 갈라지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변덕스럽고 바로잡기 어려운 걸음을 어느 쪽으로 옮길지를 미리 알기는 어렵다. 오늘은 마치 얕은 여울에서 바닥의 모래가 보일 정도로 수량이 줄어 있더라도 내일은 다시 수량이 불어서 풍부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p.565
하지만 밤이 되면 산울림이 일고, 까마귀들이 광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멜레호프 집 옆을 프리스토냐네 집 돼지가 한 움큼 가량의 짚을 입에 물고 달려서 지나갔다. 판텔레이 프로코피예비치는 ‘계절이 시샘을 하여 때를 어기고 온 봄을 쫓아내고 있으니, 내일은 틀림없이 추위가 대단할 것이다’ 생각했다. 밤사이에 바람은 동풍으로 바뀌었다. 가벼운 추위는 진눈깨비로 생겼던 웅덩이에 얇은 얼음을 얼렸다. 새벽녘이 되자 모스크바 바람이 불어닥쳐서 추위가 혹심해졌다. 다시 겨울이 들어섰다. 다만 돈의 중류에서는 부서진 얼음덩어리가 크고 흰 나뭇잎같이 되어 흐르고, 또한 구릉 위에서는 녹았던 지면이 한기로 부옇게 보였다.

러시아혁명 투쟁과 반투쟁 일대 서사시
《고요한 돈강》은 러시아혁명의 일대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남러시아의 돈 지방에 초점을 맞추어, 그곳에 사는 카자흐들이 혁명기를 보내며 겪는 파란만장한 생활을 다각적으로 그리고 있다. 혁명의 큰 물줄기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의미에서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고요한 돈강》은 모스크바 중앙혁명본부에서 내려다본 혁명의 전형이 아니라, 반대로 소비에트혁명에 저항하는 돈 지방 반혁명군의 용감하고 저돌적인 행동과 그 불가피한 몰락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서사시이다. 작가는 반혁명이 도덕적으로 악이기 때문에 멸망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아무리 소박한 선의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에 반항하는 자들에 따르는 피하지 못할 운명으로서의 패배를 묘사하고 있다.
《고요한 돈강》은 카자흐 지방에서의 혁명과 반혁명의 투쟁역사이기 때문에 그 비참성은 피할 수 없다. 온갖 인간의 눈물에 젖으면서 돈강은 고요히 낱낱의 작은 흐름을 무시하고 시간과 함께 일정한 방향으로 거대하게 흘러간다. 이 큰 강은 물이 마를 때가 없다. 이것은 일종의 운명관을 내포하면서 동시에 카자흐인의, 또한 러시아인의 불굴불멸의 민족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위대한 러시아 역사상 국민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소비에트사회 맹점에 빛을 쏟아붓는 대작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숄로호프는 1905년 5월 24일, 남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돈강 유역 뵤센스카야 카자흐 마을 크루질리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혼란기를 겪은 그는 혁명전 카자흐인의 삶을 거대한 흐름으로 그리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하여 대하장편 《고요한 돈강》 제1권이 1928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작품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3살 청년이 썼다고 하기에는 작품이 너무 완벽하여, 기성작가의 익명작품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이듬해 제2권이 나오자 숄로호프는 당당히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는다. 제3권은 1933년, 마지막 제4권은 1940년에 마침내 완성됐다.
《고요한 돈강》이 폭발적 인기와 관심을 끈 것은, 이 작품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본격문학작품이었던 것 외에 그 주제가 독자들의 가슴을 강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테마는 폭력과 인간성의 충돌문제이다. 이 소설이 러시아 독자는 물론이고,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애독자를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세기 들어와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수많은 혁명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그때마다 무력투쟁의 괴로움을 맛보았으며, 두 진영의 대립이 가져온 참상을 생생히 보아왔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은 이 비참함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도 아직 그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숄로호프는 《고요한 돈강》을 통해서 20세기 사회의 맹점에 비로소 빛을 쏜 것이다. 숄로호프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레닌상을 받았으며, 1941년 《고요한 돈강》으로 제1회 스탈린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1965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작가정보

동양외국어학원 러시아어과 수학. 동국대 영문학부 졸업. 1955년 영남일보에 시 《그림자》로 등단했다. 안톤 체홉 《벚꽃동산》,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옮겨 연출. 지은책 시집 《인간이 아픔을 알 때》 《꿈의 시》. 옮긴책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 하루》, 숄로호프 《고요한 돈강》,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 등이 있다. 평생을 러시아문학에 심취 열정을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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