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
2022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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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61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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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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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시인선 서른여섯 번째 시집이다.
총 59편의 시에서 서교현 시인은 “질펀한 봇도랑 같은” 이승의 삶, “없어진 것, 있지만 낯선” 과거의 기억과 “축 늘어진 오늘의 이 상황”으로 표명되는 우리의 현실 삶의 “슬픔의 안과 밖”의 무게와 대면하면서도 거기에 함몰되지 않는 의지와 서정성으로 깊고 따뜻한 ‘생명성’이라는 정서를 그려내고 있다.
1
모닝 바다 / 환향길 / 금 밟으면 죽는다 / 중독 / 사향노루 / 여우비 굿당 / 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 / 철학으로의 소풍 / 저녁의 표지들 / 연못 공화국 / 요요 / 네모난 상자 / 마당을 쓸고 싶다 / 유리왕 / 촉새의 지금은
2
위험한 투척 / 허 더하기 무 / 시에게 / 통도 / 들다, 동면에 / 흑백의 방 / 증도에서 / 맨발 / 하늘 청소 / 수취인 부재 / 눈 전갈 / 봄꿈 / 부푸는 냄새 / 다시 물귀신을 만나다
3
있다 없다 / 관망 / 꽃이 사람이다 / 母家 / 그림자밟기 / 단산지 맨발걷기 / 미나리꽃 / 성묫길 / 반란은 계속된다 / 밤 이야기 / 독대 / 관계 / 실직 그 이후 / 독거 / 혼잣말
4
비명을 계산하다 / 풍경, 흔들리지 않는 / 멍 / 이런 화상을 봤나 / 제목 달기 / 유기되다 / 앵 / 꽃다발 증정 / 다면경 / 수박과 도둑쥐 / 구전설화 / 나비의 난전 / 남천나무 따라하기 / 부력을 찾아서 / 슬픔의 안과 밖
해설|더 나은 삶에의 꿈과 열망_이태수
“과수원에 발을 들여놓은 건, 해가 설핏해지고 나서였다// 각기 다른 빛과 색, 흠결까지도 사과는 봉분처럼 쌓여있었다// 처음부터 쪼그라든 것/ 새들에게 쪼인 것/ 제 살점을 벌레에게 내어준 것// 흠결 없는 사물과 영혼이 어디 있을까마는/ 칠성판처럼 한번 누우면 끝장인 네모난 상자는/ 가을의 비극이다// 사과가 차례로 상자에 담겨진다// 그러나 흠, 흠이 있는 사과가 맛이 있는 법/ 오래 그늘을 서성거려 본 이는 안다// 덧대고 덧댄 나의 상처도, 그렇다// 흠이 흠을 움켜쥐었을 때 느껴지는 전율/ 저녁놀이 만져준 상처 안쪽이/ 먼저 다녀간 새의 혀처럼 따뜻하다 ” (「네모난 상자」 전문)
바다, 붕어빵, 그림, 어머니, 마당, 섬, 산, 나무, 실직, 독거 등 시인이 바라보는 대상은 현실의 일상적 대상이지만, 시인의 강렬한 시적 열망이 가져온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으로 생명력 넘치는 시가 되고 있다.
표제 시 「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에서 “…어둠과 빛이 한 몸이 되는 시간, 쥐똥나무에 꽃이 핀다/ 가늘고 슬픈 꽃향기에 마음까지, 깊어진다//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에 도마뱀이 나타났다는/ 그리고 산란하는 앵치도 돌아왔다는/ 풍문이 잎처럼 돋아나고 있었다”라고 선명하게 기록하였듯 시인은 삶의 ‘무상함과 낭패감’을 넘어서는 ’재생, 소생‘의 마음자리를 시편 속에 지향함으로써 전편의 시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다.
“울음이란 슬플 때만 나는 게 아닐 테니. 바람이 분다는 건 바람이 익어간다는 거. 바람이 없다는 건 지겟작대기가 아직도 땅바닥에 꽂혀 있다는 거. 그리고 드러누웠다 일어났다 그리고 꺼졌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 삶이란 바람 부는 억새밭에서 흔들리며 노래하는 거. 그런 거…” (「풍경, 흔들리지 않는」 중에서)
이처럼 “타래타래 얽힌 생을 풀 실마리”, “마른 잎 잔뜩 매달고도/ 가장 품고 싶은 건/ 시려서 오히려 따스하게 느껴지는 첫눈”과 같은 구절이나 “깜박깜박 불 켜지는 등대 스위치”와 “밤새 삼킨 등나무가/ 주렁주렁 걸어놓은 등경燈?”처럼, 또 “행복하게 탈출할 수 있는 길”, “썩음으로써 새롭게 발아되는 게 씨앗”과 같은 표현 등에서 알 수 있듯 삶의 희망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길을 살핀다는 시인의 깨달음이 강렬하게 형상화된 『타클라마칸, 혹은 쥐똥나무를 위하여』이다..
“가야지, 멈추고 싶다고 멈추어지는 게 아니니까. 나방은 쉴 때도 날개 접을 수 없는, 말 못 할 이유가 아마 있을 거야. 다림질로도 다시 펼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거든, 라면을 똑바로 편다고 생각해 봐! 마음을 반듯하게 세운다고 생각해 봐! 바람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파도 넘듯 타야 하는 것인 줄 맘은 알아. ……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북극성을 찾아본 적이 있어. 타래타래 얽힌 생을 풀 실마리라도 찾을까 하는 마음으로, 파고다 주변을 합장하고 돌고 돌아도 마냥 그 자리가 그 자리. 하지만, 하지만은 그러나와 함께 그다음 말을 찾고 싶어” (「요요」 중에서)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미시적인 데서 거시적으로 확대되고 확산하는 그의 시적 상상력은 상투성을 벗어나 대상을 내면 內面으로 끌어들여 주관화된 정서(서정 抒情)를 빚어내면서도 거의 예외 없이 보편성과 연계되고, 근본적으로는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과 가슴이 너그럽고 깊다.”라고 평한 이태수 시인의 해설과 시의 미덕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시인은 더 나은 삶을 끊임없이 지향하며, 시 쓰기는 그런 삶을 향한 열망에 불을 지피는 꿈꾸기다. 마주치는 현실은 어둡고 무거우며 무상감이나 낭패감에 빠뜨리는 경우마저 없지 않지만 한결같이 그 무게에 눌리거나 함몰되지 않는 의지를 끌어안는다. 미시적인 데서 거시적으로 확대되고 확산되는 그의 시적 상상력은 상투성을 벗어나 대상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주관화된 정서(서정)를 빚어내면서도 거의 예외 없이 보편성과 연계되고, 근본적으로 는 삶을 들여다보는 시선과 가슴이 너그럽고 깊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미덕이다. - 이태수(시인),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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