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2023년 09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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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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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여성이 경험하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이론이자 운동이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 여성의 참정권 문제가 제기된 이래로, 페미니즘은 많은 변혁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여성이 겪는 제도적ㆍ현실적 불평등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차별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문제인가. 여성중심주의가 페미니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많은 오해가 생겨난다.
저자 강남순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유주의ㆍ마르크스ㆍ제3세계ㆍ흑인ㆍ휴머니스트ㆍ에코 페미니즘 등 페미니즘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많은 종류가 있고, 단순하고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상이다. 또한 저자는 차별의 범주를 ‘여성’만이 아닌, 남성ㆍ성소수자ㆍ빈민ㆍ어린이ㆍ난민ㆍ장애인ㆍ특정 종교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로 확대했다.
강남순이 주장하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은 ‘인간’에 주목한다. 페미니즘의 출발점은 여성이었지만 도착점은 ‘모든’ 인간의 평등이어야 한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1 페미니즘, 세계를 ‘거꾸로 뒤집는 혁명’
2 페미니즘은 자명한 것이 아니다
3 페미니즘은 ‘여성주의’인가
4 ‘연장’으로서의 페미니즘:
‘좋은’ 이론은 ‘좋은’ 변혁적 실천이다
5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은 같은가
6 페미니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1 성차별에 대한 인식: ‘클릭 경험’과 ‘그래-그래 경험’
2 차별을 부정하는 네 가지 방식
3 성차별과 다양한 차별들의 유사성과 상이성
4 성차별의 종류
5 페미니즘의 모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세 번째 질문: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1 여성혐오에 대한 오해와 이해
2 여성혐오의 인식론적 토대
3 여성혐오 사회에서의 여자: 사창가모델과 농장모델
4 현대 사회, 여성혐오는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네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하나인가
1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다: 복수로서의 페미니즘들
2 성차별의 원인과 대안: 다양한 페미니즘들의 분석
3 여성은 누구인가: 여성은 인간이다
4 페미니즘 안에서의 여성: 정체성의 정치학
다섯 번째 질문: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
1 남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남성성의 신화
2 남성도 성차별의 피해자인가: 제2의 성차별
3 남성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생물학적 당사자성의 의미
여섯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1 페미니즘은 왜 ‘불편한 진실’인가
2 페미니즘의 세 가지 기능
3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 ‘모든’ 인간의 평등과 정의
일곱 번째 질문: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_평등 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
1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파괴적 무기’가 아닌 ‘변혁적 도구’
2 무엇을 해야 하는가: 평등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
3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는가: 이론과 실천의 변혁
페미니즘의 도착점, ‘모두’가 인간인 세계를 향하여ㆍ에필로그
동일한 한국인이라도, 그 사람의 젠더ㆍ계층ㆍ장애 여부 등에 따라서 개인들이 느끼는 차별과 배제 또는 자유와 평등의 경험은 천차만별이다. 분명한 것은 개별인으로서의 ‘나’는 한 사회의 가치관이나 제도로부터 분리되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_5-6쪽.
‘4B’는 ‘비(非)연애’ ‘비(非)성관계’ ‘비(非)혼’ 그리고 ‘비(非)출산’을 의미한다. ‘4B 운동’은 여자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전통적으로 당연하게 기대되는 것들에 대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4B운동’은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적 가치에 기반해 구성한 ‘여자의 역할과 의무’ 즉,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하는 여자의 의무와 역할이 마치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가치를 탈자연화하면서,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선언이다._6-7쪽.
차별의 종류는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성차별, 인종차별, 계층차별 이 세 가지는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대표적인 차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더욱 확장되었다. 나이차별주의(ageism), 장애차별주의(ableism), 이성애에 근거하여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heterosexism), 외모차별주의(lookism)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등장했다. 이런 다양한 차별은 새로 생긴 종류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며 이제야 비로소 차별에 대한 복합적인 인지가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인간의 권리와 평등, 그리고 차별에 대한 인지가 확장된 사회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사회 전체의 공공주제가 된다._82쪽.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성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되었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성차별’은 성sex에 근거한 차별이라는 점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서 성에 근거한 차별은 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었으며, 사적영역은 물론 다양한 공적영역에서 여성은 성차별 피해자의 위치를 벗어난 적이 없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은 다양한 차별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영향이 가장 복합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과연 성차별의 피해자는 오직 여성뿐인가._225쪽.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고 해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나는 페미니즘이 생물학적 ‘본질’
(essence)이 아닌, 사회정치적 ‘입장’(position)에 관한 것임을 주지하는 것은 이론과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의 의미와 방향성을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식론적 출발점이라고 본다.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만 한다. 페미니즘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이론이며 실천적 운동이기 때문이다. _242쪽.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사실이 있다. 페미니즘은 이제까지 많은 이들이 절대적인 사실, 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근원적 노NO’를 제기하는 것이기에, ‘불편한 진실’이라는 점이다. 페미니즘이 제기하는 문제는 마주해야 하는 ‘진실’이지만, 그 진실을 대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불편을 느끼고,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따라서 페미니즘 논의에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은 ‘우리 여성-그들 남성’ 또는 ‘옹호자-적대자’라는 상충적 대립의 축을 굳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료 인간으로서 보다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각기 지니고 있을 ‘인식론적 사각지대’를 어떻게 일깨울 것인지 ‘설득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이 설득 과정에서 상이한 이해를 가진 이들이라도, 지속적인 인내를 작동시키면서 여성과 남성이, 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결국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료-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_252-253쪽.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목표는 젠더 정의뿐만 아니라, 계층, 인종, 국적, 성적 지향, 장애 등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빈민가에 사는
한 흑인 여성이 레즈비언이자 장애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우리는 그 사람의 젠더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지닌 주변부인으로서의 여러 가지 삶의 조건 가운데 ‘젠더 정의’ 문제만 주요 관심사로 보는 것은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과하는 결과를 낳는다.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는 젠더 정의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정의가 실현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존재로 그 권리가 보장되는 세계여야만 한다._264쪽.
세계시민성을 강조하는 코즈모폴리터니즘은 인간의 두 가지 소속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모든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특정한 나라나 사회에 소속성을 지니는 동시에 ‘태양 아
래’ 인류 공동체에 속한다._268쪽.
한 인간이 지닌 젠더ㆍ인종ㆍ계층ㆍ장애ㆍ종교ㆍ성적 지향ㆍ국적 등 조건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인간이해다._269쪽.
‘모든’ 인간의 자유ㆍ평등ㆍ정의를 위해 사유하고 실천하는 철학자 강남순
강남순 교수는 “페미니즘의 출발 지점은 ‘여성’이라는 젠더 문제지만 도착 지점은 젠더만이 아니라 인종ㆍ계층ㆍ장애ㆍ성적 지향 등 다양한 근거로 차별받으며 제2등 인간으로 살아가는 주변인과 소수자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라고 말한다.
현재 강남순 교수는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직 중이다. 학생 1만여 명과 교직원 2,000명은 미국사회의 주류에 속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성ㆍ유색인종ㆍ성소수자ㆍ이슬람교도ㆍ이주민 등 주변부에 속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기 중에는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에는 한국에 들어와 강연으로 대중과 만난다. 강남순은 쉴 틈 없이 바쁘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학문적으로 폭넓게 교류하고, 다양한 모습의 학생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철학자다.
왜 다시 페미니즘인가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급진적 사상”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시기 여성의 참정권 문제가 제기된 이후 1893년 영국의 자치령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쿠웨이트에서는 2005년에서야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어느 시대에서나 페미니즘은 진보적이고 급진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제도와 의식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2018년 미투(Me too)운동 이후 한국에서도 페미니즘이 유행처럼 퍼졌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각계각층에서 여성이 ‘발화의 주체’로 등장했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도 쏟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의식과 서로를 향한 혐오, 페미니즘을 향한 오해도 깊어졌다.
이 책은 일곱 가지의 핵심 질문을 통해 페미니즘 앞에서 다투고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 대한 명쾌한 대답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21세기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남성과 페미니즘
일곱 가지 질문 가운데 첫 번째 질문부터 다섯 번째 질문까지는 젠더와 페미니즘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질문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페미니즘을 ‘여성중심주의’로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이 지닌 복합성과 다양성을 제기한다. 페미니즘은 각기 다른 시대와 정황, 페미니스트들의 여러 사회정치적 관점에 따라 매우 상이한 의미와 목적을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좋은 이론은 좋은 실천이다”라는 주장을 통해(50쪽) 이론과 운동이 각자의 역할을 인지하고 서로 힘을 합할 때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을 말한다.
두 번째 질문 ‘성차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가해질 수 있는 차별에 대해 말한다.
“성차별의 문자적 의미는 생물학적 성에 근거한 차별이다. 즉, 문자적으로 보면 성차별은 여자, 남자 그리고 이러한 전통적인 두 종류의 성의 특성을 한 사람이 모두 가진 ‘간성’(intersex) 등 모든 사람에게 가해질 수 있는 차별이다.” _71쪽.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은 ‘지배의 논리’(logic of domination)에 의해 작동된다. 모든 것을 우월하고 열등한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유방식에 의해 구성된 지배의 논리는 일상의 전 영역에서 작동하면서 다양한 ‘지배와 종속’ 구조를 생산·재생산한다.
인종차별, 종교차별, 장애차별, 나이차별 등 여러 모습의 차별과 성차별이 다른 점은 성차별은 공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도 행사되고 경험되는 차별이라는 점이다. 또한 가부장제사회에서 여성이 성차별을 현모양처가 되는 ‘생존의 기술’로 ‘자연화’하고, 재생산에 동참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따라서 저자 강남순은 차별에 대한 인지확장 경험(클릭 경험)을 통한 ‘아하의 순간’ ‘아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게 될 때, ‘그래-그래 경험’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연대를 구성하고 성차별의 담론이 정치적 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한다. (72-73쪽)
세 번째 질문 ‘여성혐오란 무엇인가’에서는 여성혐오의 역사와 현주소에 대해 다룬다. 고대 철학과 종교에서부터 시작된 여성혐오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가장 노골적인 여성혐오의 시초는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약 500여 년간 지속된 ‘마녀 화형’이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라는 책은 15세기에 출간된 이후 200년간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마녀사냥 지침서였다. 여기에는 “여성은 태초부터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며, 남성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식”이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여성혐오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의 ‘사창가 모델’과 ‘농장 모델’의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사창가 모델’에서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본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버닝썬 사건’은 여성이 어떻게 성적 대상으로 취급되어 비인간화되고 있는지, 사창가 모델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133쪽)
농장 모델에서 여성은 생물학적 기능, 즉 임신과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충족하는 것으로 그 존재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여성혐오 역시 남성뿐만 아니라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농장 모델에 한정시키고,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성(性)상품화하는 여성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네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하나인가’에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페미니즘을 소개한다. 페미니즘은 하나의 단일한 이론이나 운동이 아니며, 페미니즘 안에서도 상충하는 입장들이 공존한다. 모든 이론은 각기 다른 강점과 한계가 있으므로 서로 배타적이거나 상충적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에게 다양한 페미니즘이 주는 통찰을 이해하고 그 한계까지 짚어 보아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질문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에서는 만들어진 ‘남성성의 신화’, 남성이 경험하는 성차별에 대해 다룬다. 1949년 출판된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했다. 저자는 남성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갓 태어난 아기를 제일 먼저 ‘여자’와 ‘남자’로 구분한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는 분홍색을, 남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입히면서 자연스러운 젠더 분리를 진행한다. 이후 남자아이들은 총이나 자동차와 같은 장난감을, 여자아이들은 인형과 소꿉놀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은 성인잡지, 포르노, 게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의 이데올로기를 주입받는다.” _144쪽.
이렇게 ‘여성성’과 ‘남성성’은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통로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학습되고, 강요되고, 확산되고, 재생산된다. 가부장제사회에서 남성 역시 자신의 개별적 성향과 상관없이 ‘남자다움’을 증명내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 ‘전사’로서의 이미지가 ‘남성성’과 연계되면서, 남성들 역시 자신이 지닌 다양한 성품을 억누르고 균질화된 이미지 속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사회 구성주의의 입장을 바탕으로 페미니스트에게 ‘생물학적 당사자성’은 필연적 조건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남녀평등이라는 공허한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닌, 현실세계의 다양한 차별과 배제에 대한 다층적 학습을 통해 우리 모두가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혐오시대, 평등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성 번째 질문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와 일곱 번째 질문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평등 사회를 향한 다섯 가지 과제’에서는 저자 강남순이 자신의 철학적 바탕을 이루는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난 1월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과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 사건이 함께 이슈가 되었다. 이것은 여성혐오에 성소수자혐오까지 더해진 상황이었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목표는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성차별을 종식시키는 것, 둘째, 젠더 평등과 젠더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세계를 구성할 충분조건은 이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은 ‘젠더’로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빈민가에 사는 한 흑인 여성이 레즈비언이자 장애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우리는 그 사람의 젠더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이 지닌 주변부인으로서의 여러 가지 삶의 조건 가운데 ‘젠더 정의’ 문제만 주요 관심사로 보는 것은 그 사람의 다른 측면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간과하는 결과를 낳는다.” _264쪽.
세계시민성을 강조하는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은 한 개별인의 특수한 조건이나 배경이 어떠하든, 모든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닌다는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사상이다. 따라서 셋째, 코즈모폴리턴 페미니즘의 궁극적 목표는 젠더 정의뿐만 아니라 계층, 인종, 국적, 성적 지향, 장애 등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정의가 실현되는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저자 강남순은 페미니즘은 ‘파괴적 무기’가 아닌 ‘변혁적 도구’여야 한다고 말한다. 노예제 폐지, 여성의 참정권, 성소수자의 인권 확장 등 새로운 변화의 역사는 언제나 소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침묵하지 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양태의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운동에 연대하는 것이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 함께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존재함이란 ‘함께-존재함’을 의미한다.” _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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