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2023년 03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4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2.47MB)
- ISBN 9791139710809
-
듣기(TTS)
가능
TTS 란?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쿠폰적용가 3,510원
10% 할인 | 5%P 적립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평화』(1863-1869), 『안나 카레니나』(1873-1878), 『부활』(1889-1899)을 포함해 많은 중단편도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그의 문학적 성취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실존적으로 올곧게 살아가려는 치열한 몸부림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으며, 이는 작품 면면에 사상적 배경으로 흐르고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6)은 죽음을 끔찍할 정도로 명확하게,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죽음에 진정으로 반응하는 법,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새로 깨어나고 성장하는 부분이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의 순간에 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주인과 일꾼」(1895)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기독교 세계관(이웃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평소 세속적으로 살았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 앞에서 자기를 포기하면서 전에 없던 기쁨의 실체를 만난다. 신과의 온전한 연합은 이러한 이웃 사랑을 통해 완성된다.
「세 죽음」(1859)은 톨스토이가 30세 무렵, 심각한 영적 고뇌를 겪기 전에 쓴 단편으로, 서로 다른 형태의 죽음에 대해 다루며 죽음에 대한 작가의 초기 견해를 엿볼 수 있다.
그에게 죽음이란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주제였다.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채
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죽음이 완성한다는 진실을 드러낸다. 인생의 위기를 만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여전히 막막해하는 독자들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담담히 사유하게 하는 역작이다.
주인과 일꾼
세 죽음
해제│윤우섭
레프 톨스토이 연보
1880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였다. 한편으로는 그의 봉급으로는 생활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그를 잊은 데다가, 그에겐 가장 크고 가혹한 불의로 여겨졌던 일이 남에겐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아버지조차 아들을 도울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마치 모든 사람이 3,500루블 연봉을 받는 자기 위치를 지극히 정상으로 보고, 심지어 운이 좋다고 여기며 못 본 체하는 것 같았다. 자기에게 가해진 불의를 자각하는 건 혼자뿐이었고, 아내의 끝도 없는 잔소리에 시달리며 분수에 맞지 않게 사느라 지게 된 빚으로 자기 상황이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해 여름 그는 지출을 줄여보려고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시골 처남 집으로 갔다. 거기서 여름을 보낼 생각이었다. 일하지 않고 시골에서 지내며 이반 일리치는 난생처음 지루하다 못해 참을 수 없는 고뇌를 느꼈다.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고, 뭐든 단호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결심했다. (…)
다음 날 아내와 처남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페테르부르크로 출발했다. 연봉 5천 루블이 보장되는 자리를 얻어내려는 단 하나의 목표를 품은 채. 부처가 어디이고 성향이 어떤지, 업무의 종류에 대해서도 더는 집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연봉 5천 루블이 보장되는 자리가 필요했다. 행정부, 은행, 철도, 마리아 여제 부속기관, 심지어 세관 등 어디든 상관없지만, 꼭 연봉 5천 루블이 딸린 자리여야 했고, 자신을 인정할 줄 모르는 부처에는 있고 싶지 않았다. (…)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끝없는 절망에 빠졌다.
영혼 깊은 곳에서 이반 일리치는 자기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 상황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고,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도대체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는 키제베터 논리학에서 배운 삼단논법, 즉 “카이사르는 인간이다, 인간은 죽는다, 고로 카이사르는 죽는다”라는 예는 항상 카이사르와 관련해서만 생각했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 카이사르는 인간, 그것도 일반적인 인간이었으므로 그 예는 전적으로 정당했다. 그러나 자신은 카이사르도 아니고 일반적인 인간도 아니며, 언제나 다른 존재보다 아주, 아주 특별했다. 그는 엄마, 아빠, 미탸 및 볼로댜, 장난감, 마부, 보모 그다음 카텐카와 함께 어린 시절과 소년 시절, 청소년 시절의 기쁨, 슬픔, 환희를 나누었던 바냐였다. (…)
기억이 오늘날의 자신, 즉 지금의 이반 일리치의 시대로 넘어오자마자, 당시 보였던 모든 즐거움은 이제 그의 눈앞에서 녹아 사라져 하찮고 종종 역겨운 뭔가로 바뀌었다.
어린 시절에서 점점 멀어지고 현재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즐거움은 더 보잘것없고 의심스러웠다. 그것은 법학원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무엇인가 진실로 좋은 것이 있었다. 그곳에는 명랑함이, 우정이,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상급 학년에 올라가자, 이미 이런 좋은 순간은 드물어졌다. 그다음 현지사 부속실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을 때, 다시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기억이었다. 그다음 모든 것이 바뀌었고, 좋은 것은 더 드물어졌다. 계속 좋은 순간은 드물어졌고, 그 뒤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희귀해졌다. (…)
바로 그때 이반 일리치는 구멍에 떨어져 한 줄기 빛을 보았다. 자기 삶이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옳은 것’이 무엇인가 묻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이때 그는 누군가가 자기 손에 입 맞추는 것을 느꼈다. 그는 눈을 뜨고 아들을 보았다. 그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아내가 다가왔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콧잔등과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_ p.32-33, 57, 80, 90
바실리 안드레이치는 마포를 정리하다 말고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그가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주우…그…글 것 같아요….” 니키타가 중간중간 끊기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내가 벌어놓은 건 아들이나 아내에게 주세요. 상관없어요.”
“뭐야, 몸이 정말로 얼어버린 거야?” 바실리 안드레이치가 물었다.
“느낌이 그래요. 죽음이…. 용서하세요. 제발, 하느님!” 니키타는 꼭 파리를 쫓듯 계속해서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실리 안드레이치는 잠시 말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갑자기 뭔가를 유리하게 샀을 때 손뼉을 치던 것 같은 결연함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나 털외투 소매를 걷어붙이고 양손으로 니키타와 썰매에서 눈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바실리 안드레이치는 서둘러 허리띠를 풀고 털외투를 열어젖혔다. 이어서 니키타를 밀어 누이고 털외투뿐 아니라 열이 오른 자기의 따뜻한 온몸으로 그 위에 엎드렸다. 그는 니키타와 썰매의 널 사이로 털외투 깃을 밀어 넣고 무릎으로 옷자락을 누른 후 썰매 전면의 널에 머리를 대고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엎드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말 움직이는 소리나 폭풍이 휘파람을 부는 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니키타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니키타는 처음에는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으나, 마침내 큰 소리로 숨을 들이쉬고 살짝 움직였다.
“자, 자, 그렇지. 자넨 죽어간다고 했네. 누워 있게. 몸을 데워야 해. 우리는 바로 이렇게….” 바실리 안드레이치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계속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에 눈물이 솟고 아래턱이 심하게 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을 멈추고 목에서 올라오는 것을 삼킬 뿐이었다. ‘내가 겁을 먹고 많이 약해졌나 보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 약함은 그에게 불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야!’ 그는 특별하고 엄숙한 감동을 경험하며 속으로 말했다. 그는 털외투의 털에 눈을 닦고 바람에 계속 접히는 오른쪽 자락을 무릎 아래로 밀어 넣으며 상당히 오랫동안 말없이 그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기쁜 상태를 누구에게라도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 주인과 일꾼_ p.158-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