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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서재

당신의 마음이 쉬어가는 다락방
이하영 지음
페이퍼스토리

2016년 07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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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42MB)
ISBN 9788998690120
쪽수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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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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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어떤 책에 매혹되었을까?
고흐의 그림 《프랑스 책과 장미가 있는 정물》을 처음 접한 작가는 그림 속 책의 제목을 알고 싶어 도록을 살펴보았지만 책에 대한 정보는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가의 서재』는 ‘고흐가 읽은 프랑스 책’에 대한 궁금증은 ‘예술가들은 어떤 책에 매혹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쓰게 된 책이다. 방송 일을 하면서 베토벤, 고흐, 고갱, 톨스토이, 찰리 채플린, 이사도라 덩컨, 제임스 딘, 헤밍웨이, 프리다 칼로 등 음악,미술,문학,사진 각 분야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그들이 읽었던 책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으고 답사하며 쓴 이 책은 다독가이자 애서가인 이하영이 ‘불멸의 예술 작품 속에 밑그림으로 숨어 있는 책의 흔적들’을 더듬어 찾아 읽은 열혈 독서일기라 할 수 있다.

불멸의 예술가들이 고난과 역경의 시기에 항상 책과 함께, 책 속에서 위안을 삼은 경우가 많았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독서 뿐’일 만큼 영혼을 휘감던 고통과 절망은 자연과 문학 속에서 누그러지고 숙성되어 새로운 예술의 밑거름이 되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운명과 화해하게 되고 새로운 도약과 내면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할 때 그들 곁에는 늘 책이 있었다.

이 책은 예술가의 시선이 머물다 간 책갈피 속에서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으며, 책 속에는 음악가가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책, 화가가 화구 곁에 놓아둔 책, 작가가 글 쓰는 책상에 펼쳐놓은 책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예술가들의 명작 속에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함께 예술가들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 모든 시작은 신선하고 아름답다

01 운명과 화해하다
베토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다

02 시민 불복종의 시대
톨스토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을 읽다

03 그림은 읽은 것을 밝혀주고, 책은 본 것을 설명해준다
빈센트 반 고흐, 토머스 칼라일의 《영웅 숭배론》을 읽다

04 장 발장처럼 강하고 가난한 무법자
폴 고갱,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다

05 삶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
오스카 와일드,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읽다

06 인생이란 그저 투쟁일 뿐
찰리 채플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다

07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되살아난다
이사도라 덩컨,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다

08 돈키호테가 될 수 없어 슬펐던 사나이
구스타프 말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다

09 사랑은 영원한 미완성
로댕, 단테의 《신곡》을 읽다

10 고백의 힘
에두아르 마네, 루소의 《고백록》을 읽다

11 음표로 쓴 독서 감상문
베를리오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다

12 악령으로부터의 도주
에드바르 뭉크,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읽다

13 길을 찾아서
릴케,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읽다

14 비밀의 방
마크 로스코, 카프카의 《소송》을 읽다

15 절망을 노래하라
파블로 네루다,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읽다

16 자서전보다는 일기를
케테 콜비츠, 괴테의 《시와 진실》을 읽다

17 지속가능한 반항을 위하여
제임스 딘,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다
18 롤리타여 안녕
스탠리 큐브릭,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다

19 알아도 죄, 몰라도 죄
레니 리펜슈탈,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다

20 체험은 논리에 앞선다 그러나
펄 벅,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읽다

21 환영받지 못한 존재의 존재 방식
프랑수아 트뤼포,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읽다

22 많이 가졌으나 아무것도 없는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다

23 인생은 짧아야만 하고 예술은 영원해야만 한다
프리다 칼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다

글쓴이가 참고한 자료들

“금방 가져온 촛불 밑으로 서재는 서서히 밝아지고 눈에 익은 가구들이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슴의 뿔, 책이 가득한 선반, 거울, 난로, 아버지가 쓰시던 소파, 커다란 테이블, 그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책들, 깨진 재떨이, 그의 필체로 가득한 장부….”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Аnna Karenina》에서 묘사하고 있는 ‘레빈’의 서재 모습이다. 아마도 이것은 톨스토이 자신의 서재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29p)

어떤 시대를 사느냐에 따라 악의 개념이 달라지고 우리가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시대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예술가의 삶과 그들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예술을 칭송하기보다는 그의 사생활을 비난했던 냉혹한 세상으로부터 놓여나 그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로 우리들을 눈물짓게 해준 빛나는 감성으로 이 어두운 세상을 환히 비춰주기를, 우리 모두가 그 빛의 수혜자가 되기를 바란다.(74p)

찰리 채플린의 회고록 《나의 자서전》을 보면 그가 책으로부터 입은 혜택이 얼마나 컸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가 지나온 투쟁의 길에는 늘 책이 함께했다. 배고픔 속에서, 꿈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낯선 도시에서, 시대의 혼란 속에서,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 홀로 있을 때도 그는 늘 책과 함께했다. 성공한 사람에게 독서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습관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찰리
가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보노라면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진다.(80p)

뭉크는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거듭 읽었고,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 책을 곁에 두었다고 한다. 그 소설의 세계는 과연 복잡했다. 그 책을 평생에 걸쳐 읽었다는 뭉크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뭉크에게 도스토옙스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과 같은 의미였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남매들을 위해서 아버지는 밤이면 도스토옙스키를 읽어주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신을 믿었고, 아이들에게도 신을 믿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어린 뭉크는 어머니와 누나의 죽음을 겪으며 신이 정말 존재할까, 의심했다고 한다. 병약했던 뭉크는 침대에 누워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아버지에게 맹세했다. 병을 낫게 해준다면 신께 삶을 바치겠다고. 하지만 그럴 때에도 뭉크는 신의 존재를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 병을 낫게 해준다면 믿겠다는 조건부 신앙인이었던 뭉크에게 도스토옙스키의 책은 보수적인 아버지, 그의 연장선상에 있는 존재였다. 신앙을 품지 못한 뭉크는 니체를 통해 아버지를 극복할 다른 길을찾기도 했다. 늘 니체의 책을 가까이했고, 자신의 서재에서 떠나 있을 때는 니체의 책을 다시 구입해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니체와 성경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을 거듭 읽으면서 스타브로긴의 허무와 키릴로프, 샤토프 등의 인간성에 깊이 매료됐다. 모든 곳에 있지만 어디에도 없었던, 혹은 그 무엇으로도 존재하지 않고자 했던 뭉크. 이것이 그의 그림들과 그가 평생에 걸쳐 읽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을 통해 내가 바라본 뭉크의 초상이다.(147p)

“나의 책읽기는 눈에 띄는 대로 읽는 것이었어요. 나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의 독서는 체계적인 것이 될 수 없었어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이루어진 교육과 성장하는 동안의 그 위협적인 분위기로 인해 나는 삶을 위한 준비가 될 만한 많은 것들과 많은 기
술들을 전혀 배우지 못했어요. 그랬더라면 나의 삶도 남들처럼 쉽게 풀렸을 텐데요.” 릴케가 루 살로메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편지를 쓸 당시 릴케는 파리에 있었다.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보들레르, 플로베르, 공쿠르 등 프랑스 작가들의 책과 함께 역사책들을 찾아보던 릴케는 새삼스런 절망감에 빠졌다. 자신의 교양과 경험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릴케는 경험이며 교양이 훨씬 풍부한 그녀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변명하며 이해를 구하고 그런 자신을 보살피고 북돋워달라는 투정이기도 했다.(155p)

음악가가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책,
화가가 화구 곁에 놓아둔 책,
작가가 글 쓰는 책상에 펼쳐놓은 책.

불멸의 예술가들의 작품에 숨어 있는 책의 흔적을 찾아서

방송작가이자 북칼럼니스트 이하영은 어려서부터 남의 책장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네 집에 가면 꼭 책 한 권을 빌려왔고 대학 시절, 학과 사무실이나 교수님 연구실에 갈 일이 있을 때면 빈손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다. 하다 못해 학회지라도 집어들고 나왔다.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했다. 일 때문에 방문한 화가의 작업실, 음악가의 스튜디오, 사진작가의 암실에서도 반드시 책을 발견해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나 공연, 음악과 그림에서도 책을 찾아 읽었다.
고흐의 그림 [프랑스 책과 장미가 있는 정물]을 처음 접한 작가는 그림 속 책의 제목을 알고 싶어 도록을 살펴보았지만 책에 대한 정보는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고흐가 읽은 프랑스 책’에 대한 궁금증은 ‘예술가들은 어떤 책에 매혹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져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방송 일을 하면서 베토벤, 고흐, 고갱, 톨스토이, 찰리 채플린, 이사도라 덩컨, 제임스 딘, 헤밍웨이, 프리다 칼로 등 음악,미술,문학,사진 각 분야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그들이 읽었던 책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으고 답사하며 쓴 《예술가의 서재》는 다독가이자 애서가인 이하영이 ‘불멸의 예술 작품 속에 밑그림으로 숨어 있는 책의 흔적들’을 더듬어 찾아 읽은 열혈 독서일기라 할 수 있다.

예술가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고흐가 책을 가까이 했다는 사실은 그의 그림들을 보면 분명하게 나타난다. [폴 고갱의 의자](1888년)에서도 두 권의 책이 유혹하고, [닥터 가셰의 초상](1890년)에서 가셰 박사 역시 두 권의 책에 팔꿈치를 고인 채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흐는 책을 무척 열심히 읽었다. 뿐만 아니라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동생이나 친구들과 나누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권했다고 한다. 고흐의 독서와 편지 쓰기를 통해 구체화된 영감은 최종적으로 그림이 되었다. 고흐의 일상은 읽고, 쓰고, 그리며, 기도하는 삶이었다. 이런 생활의 중심에 책이 있었다.

겨울에는 베토벤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공연되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도 그렇거니와, 인간의 한계와 신의 섭리를 절감하기에 교향곡 제5번[운명]만큼 적절한 배경음악이 되어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청각을 상실한다는 건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일이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그 같은 시련을 극복하고 대작을 써냈다. 고난과 극복으로 점철된 베토벤의 삶은 허무와 고독에 빠지기 쉬운 겨울에 꺼내기 좋은 이야깃거리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한 번쯤 용서 못 할 배신이나 혹독한 시련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베토벤의 [템페스트]가 더더욱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한 때도 바로 그런 시기였다. 인생의 겨울, 도시를 벗어나 숲으로 숨어들어 점점 귀가 멀어가는 끔찍한 현실에 홀로 괴로워하던 시절, 폭풍처럼 ‘폭풍우’를 써내던 시절, 그 시절에 베토벤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읽고 있었다.

1875년 파리. 시인 말라르메가 루소의 《고백록》을 읽는다. 화가 마네가 읽어보라고 권한 책이다. 말라르메는 이 책을 읽고 마네에게 편지를 보내 ‘선생이 지적한 대로 아주 좋은 책입니다’라고 했다. 말라르메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고 이후 마네의 지지자가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주는 것. 이는 비단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화가로서 19세기 후반의 파리를 살았던 에두아르 마네 역시 참으로 위태로운 처지였다. 마네의 작품은 언제나 비판적인 열광을 몰고 다녔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평단에서나 대중에게나 그리 호감을 얻지는 못했다. 그의 재능은 늘 의심받았고,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든든한 친구들이 있었다. 특히나 작가의 지원은 그의 삶과 예술을 지탱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보들레르, 에밀 졸라 그리고 말라르메가 마네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이후 폴 발레리, 앙드레 말로, 조르주 바타유가 선배 작가들의 뒤를 이어 마네의 예술을 칭송했다. 자신의 가치를 믿으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던 보들레르, 세상을 향해 장차 거장으로서의 마네의 가치를 장담한 졸라가 있었다. 보들레르가 세상을 떠나고 졸라가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자 그 자리를 메꿔준 이가 말라르메다. 말라르메는 마네보다 열 살이 적었지만 친구로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친구에게 마네는 루소의 《고백록》을 권한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예술가의 시선이 머물다 간 책갈피

이렇듯 불멸의 예술가들이 고난과 역경의 시기에 항상 책과 함께, 책 속에서 위안을 삼은 경우가 많았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독서 뿐’일 만큼 영혼을 휘감던 고통과 절망은 자연과 문학 속에서 누그러지고 숙성되어 새로운 예술의 밑거름이 되었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운명과 화해하게 되고 새로운 도약과 내면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할 때 그들 곁에는 늘 책이 있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십 년간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별다른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하지도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 흐르는 의식의 한 단면을 잡아채듯 기록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술가의 시선이 머물다 간 책갈피 속에서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책 《예술가의 서재》는 음악가가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책, 화가가 화구 곁에 놓아둔 책, 작가가 글 쓰는 책상에 펼쳐놓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명작 속에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함께 예술가들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음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예술가에게 더없는 위안이 된다.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1962)

* 책속으로 추가
프리다에게 있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곧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주로 자화상이었다. 프리다 칼로가 그린 그림 속의 프리다 칼로는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처연히 드러내고 있다. 마치 고통스러운 감정을 그림에 집어넣음으로 써 자신의 마음과 몸 속에 고여 있는 슬픔이 빠져나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속 도리언 그레이가, 살아 있는 자기 대신 그림이 늙기를 원했던 것과 같이 그녀 역시 고통 받는 자신을 화폭에 그려넣음으로써 현실의 감각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꿈꾼 것은 아니었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리다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었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
상》이라는 책을 통해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272p

작가정보

저자(글) 이하영

저자 이하영은 북칼럼니스트. 고3 시절 느닷없이 예술학과에 가야겠다며 문과에서 예체능 계열로 옮겨달라고 말해 담임 선생님을 기막히게 한 엉뚱한 소녀는 자라서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다니는 아줌마가 되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주로 세상을 떠나고 없는 예술가들을 좇아다니지만 간혹 동시대 예술가들도 따라다니는데 한번 시작하면 기본이 십 년이다. 음악가가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책, 화가가 화구 곁에 놓아둔 책, 작가가 글 쓰는 책상에 펼쳐놓은 책에 관심이 많다. 그녀가 다녀간 자리는 꼭 다시 살펴봐야 한다. 뭔가를 두고 갔거나 아니면 남의 책을 자기 것인 양 가방에 넣고 갔을 것이다. 서점에서 헤매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음악회와 전시회, 극장에 가는 것도 못지않게 즐긴다. 좋은 물건을 보면 기뻐하지만 갖고 싶어 하지는 않으며,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요리해볼 엄두는 내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일평생 구경꾼 마인드로 충만할 듯하지만, 책에 대해서만은 예외다. 그녀에게 책은 가져야 하고, 써야 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한 가운데 이상과 낭만을 잃지 않는 나름 균형 잡힌 몽상가, 세련된 리얼리스트를 꿈꾼다. 현재 OBS 경인TV에서 매주 토요일 밤 9시 15분에 방송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의 대본을 쓰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격주간 잡지 [기획회의] 편집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쓴 책으로《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와 《이따위 불평등》(공저), 《글쓰기의 힘》(공저)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모든 시작은 신선하고 아름답다
이름 앞에 방송작가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도 면구스러운 처지에 ‘북칼럼니스트’라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타이틀을 멋대로 붙이고 뻔뻔하게 지면을 어지럽힌 이 글들은 개인적으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절의 흔적이기도 하다. 일에 지치고 자신감을 잃은 채 집 밖에 책상 하나 갖기를 소망하던 내가 일 년 동안 책을 읽으며 혼자 묻고 혼자 답하던 시절이 통째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술가의 삶과 작품, 그들이 읽었던 책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답사를 하며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처음 쓴 원고에서 단 한 줄도 더 써넣을 수가 없었다. 그저 눈살이 찌푸려지는 몇 마디 감탄사들만 지워냈을 뿐이다. 다시 읽어보아도 뺄 문장은 있어도 더할 문장은 없었다. 물론 더 많은 자료가 쌓였고 더 긴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예술가의 삶을 기록한 전기와 그들이 사랑했던 책을 숨가쁘게 따라 읽었던, 서른다섯 살의 내 숨결이 고스란히 새겨진 그 조악하고 거친 문장들이 이제는 예쁘게도 보인다.
연재 당시 2주마다 돌아오는 마감을 막아내기 위해 나는 책상 위에 여러 권의 책을 쌓아놓고, 뒤에서 누가 쫓아올세라 허겁지겁 읽어치운 후, 다짜고짜 글을 써 내려갔다. 그 시간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쫓기듯이 써 내려간 글을 오랜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 책을 펴낼 용기를 불어넣어준 사건이 있었으니, 스물다섯 살 취업준비생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참새에게 방앗간이 있다면 내게는 집 근처의 ‘대안연구공동체’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금요일 열 시마다 열리는 영화감상 모임을 4년째 꾸려오고 있다. 이 모임에 새로 들어온 젊은 취준생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언론사 취업 대비 관련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원래 꿈은 ‘영화평론가’였다기에 그 꿈을 접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 활약하고 있는 영화평론가들을 보면, 내가 지금부터 아무리 영화를 열심히 본다고 해도 도저히 그들만큼 영화를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분들이 영화를 향유했던 그 시대, 그 문화가 너무나 부러워요. 우리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했다는 것이….” 그녀는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어떤 시간을 그리워하고 부러워하고 있었다. 대체 그녀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유명한 영화평론가들이 시네키드였던 그 시절의 그 문화란 어떤 걸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태어나자마자 텔레비전 리모컨을 손에 쥐고, 전 세계 인터넷 형제들과 영화파일을 공유하며, 구세대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영화를 즐기는 지금 이 시대 영화광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듣고 싶어 한다고, 그렇게 영화를 본 세대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가지고 나름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글을 쓰는 사람,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벽에다 대고 독백을 하는 듯한,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외로운 일을 지속적으로 해내는 고독한 시간에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고 믿는다.
뒤돌아보기 싫어 밀쳐놓았던 글들이 이제 와서 내게 얼마나 많은 영감과 힘을 주는지 말로 다 못 하겠다. 모든 시작은 신선하고 아름답다. 서툴고 틀리는 것을 겁내지 말고, 매번 새로 시작하고, 약속을 지키려 애써보자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가끔은 주저앉아서 아무 쓸모없는 것 같은 일에 시간을 소모해보아도 좋다고, 이 보잘 것 없는 작은 책으로 말해주고 싶다. 아는 사람의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집어든 한 권의 책 표지를 살펴보는 기분으로 이 글들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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