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응원봉 걸스
2025년 12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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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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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이후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언론와 정치를 비롯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주목을 단숨에 받은 이들은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여성들’이었다. 강렬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각기 다른 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이들은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형형색색의 빛으로 광장을 물들였다.
같은 시각, 오랜 케이팝 팬인 세 친구 희주, 일석, 구구 역시 시위 현장에 있었다. 희주는 평생을 아이돌을 사랑해왔으며, 팬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 『환상통』으로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아이돌을 향한 사랑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였기에 광장에 나온 다른 응원봉 시민들의 마음이 궁금해졌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결심한다. 이런 희주를 따라, 케이팝 관련 뉴스레터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 중이던 일석,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빠순이로 살아온 구구가 더해져 세 사람은 ‘응원봉 걸스’라는 팀을 꾸린다. 응원봉 걸스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여성들’을 수소문한 끝에 만난 여섯 명의 인터뷰이(해련, 유원, 숨눈, 팝콘, 젤리, 콩알)와 케이팝·팬덤·응원봉·정치를 넘나드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 결과물을 묶어 이 책에 실었다.
‘네오문화기술연구소’라는 깃발을 들고나온 해련, 보이그룹의 팬이지만 걸그룹 응원봉을 챙긴 유원, 민중가요를 즐겨 듣는 아이돌 팬 숨눈, 중소 기획사 아이돌을 선호하는 팝콘, 정치인을 꿈꾸는 열혈 시민 젤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에서 용기를 얻은 콩알. 이 여섯 명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새로운 분석이나 획기적인 해석은 아닐지 모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각자 들고 있는 응원봉의 모양과 빛의 색으로 광장에서 서로를 발견했듯, 이들이 직접 전하는 말들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연결이 훗날 우리를 다시 광장에 모이게 하기를 희망한다.
인터뷰1 어, 난데, 여기 고척 아니고 남태령이야
-엔시티 팬 깃발 ‘네오문화기술연구소’ 기수 ‘해련’
인터뷰2 걸그룹과 보이그룹 사이,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 사이
-엔시티 팬이지만 걸그룹 응원봉을 들고나온 ‘유원’
인터뷰3 민중가요 「단결투쟁가」와 키의 「가솔린」의 공통점은?
-지구야 미안해, 라고 외치며 앨범을 사는 비건 샤월 ‘숨눈’
인터뷰4 핫 데뷔! ‘인간 인기가요’의 광화문 집회 데뷔 일기
-동네 같은 팬덤에서 평화를 느끼는 비비 ‘팝콘’
인터뷰5 어제의 ‘홈마’, 내일의 정치인을 꿈꾸다
-사랑과 정치가 교차하는 거리에서 만난 열혈 시민 겸 더비 ‘젤리’
인터뷰6 ‘나’를 위하는 일이 곧 ‘우리’를 위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기적 이타심으로 광장에 나선 유애나 ‘콩알’
대담 정치 너머, 빛 너머, 광장 너머 돌봄과 사랑의 세계로
-엔시티 퀴어 깃발을 든 ‘우나’와 오빛봉을 든 ‘니제’
에세이1 나는 왜 보아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갔을까? _일석
에세이2 팬덤의 정치적 계보 -개인적 경험과 한국 현대사의 국면을 중심으로 _구구
에필로그 『케이팝 응원봉 걸스』 비하인드 스토리
부록 단어 사전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방 한가운데 우뚝 선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21세기에 일어난 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에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건넛방에 잠든 가족도 아니요,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빼앗긴 작가로서의 입지적 불안이나 검열관에게 뺨을 맞는 수모와 수치의 미래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소년의 얼굴이었다. 최애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프롤로그」, 8쪽)
약간 그렇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에게 가장 큰 용기를 주는 게 무엇이냐, 라고 물었을 때 나를 나아가게 하는 거,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거, 내가 좀 더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게 하는 건 사랑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거든요. 분노는 금방 사그라들고 사랑은 오래 지속되잖아요. 아이돌 팬덤은 사랑에 담보 잡혀서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미 사랑을 담보로 너무 많은 탄압과 검열을 당해와서 이번 계엄령에 대응하는 방식은 우리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어요. 엔터사가 길러낸 특전사인 거죠. (‘해련’ 인터뷰 中 해련, 25쪽)
우리는 어떤 조직이 아니라 그냥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시즈니라고 해서 누가 누구를 대표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 기자분이 “엔시티 팬 대표세요?”라고 묻는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헉! 내가 잘못하면 팬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련’ 인터뷰 中 해련, 35쪽)
저는 최애가 바닥을 보여줄까 봐 두려운 마음이 있어요. 일테면 저랑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걸 밝히는 건 상관없거든요. 그런데 일단 말을 했을 때 최애가 얼마나 욕을 먹을지 두렵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도 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서 드러난 최애의 모습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너무 복잡한 마음이 들어서 어떤 의견이든 아예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어요. (‘해련’ 인터뷰 中 구구, 39쪽)
12월 7일에 처음 시위에 나갔을 때부터 믐뭔봄은 이미 유명했어요. 발광력부터 시작해서 여러모로 핫한 아이콘이었고요. 저도 응원봉이 여러 개라서 고민을 좀 했는데, 르세라핌 팬으로서 뭔가 들고 가고 싶었던 거 같아요. 광장에 나가면 많은 응원봉이 있을 텐데 그중에 핌봉도 있으면 좋겠다, 다른 핌봉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유원’ 인터뷰 中 유원, 55쪽)
덕질을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만들어주고 싶으니까 음원 스트리밍도 하고, 앨범도 여러 장 사게 되잖아요. 비건을 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어서 멤버들의 솔로 앨범은 최애인 키의 앨범만 사고 있어요. 트위터 자기소개에는 ‘지구야 미안해’라고 하면서 앨범 사는 비건 샤월이라고 적었고요(웃음). (‘숨눈’ 인터뷰 中 숨눈, 81쪽)
저는 소속감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몬엑 덕질을 가열차게 하던 시절, 몬베베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고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게 제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공통된 감각을 공유하니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분명 있고, 그게 참 좋아요. 제가 동네처럼 작은 팬덤을 선호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팝콘’ 인터뷰 中 팝콘, 129쪽)
친구가 우연히 약속이 있어서 광화문에 갔다가 “국민이 주인이다”가 쓰인 깃발을 드신 분을 본 거예요. 그러곤 저한테 너무 재밌어 보인다면서 다음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시위도 재미있고 안전할 수 있구나, 그럼 나도 친구도 갈 수 있겠다, 하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팝콘’ 인터뷰 中 팝콘, 131쪽)
제가 장녀인데요. 가족과의 관계가 쉽지 않아서 결국 집을 뛰쳐나왔어요. 학창 시절엔 아이돌 보러 다른 지역에 가는 걸 철저히 비밀로 했어요. 친구 집에 다녀온다고 둘러대고, 심지어 엄마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1541 콜렉트콜에 삼자 통화 기능이 있는데, 친구랑 짜고 엄마에게 같이 있는 것처럼 연출한 적도 있고요. 평소에 매일 같은 시간에 등하교하는 걸 일부러 부모님께 보여드렸어요. 그래서 아이돌을 보러 가는 날에는 그 시간표대로 맞춰 움직이면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부모님의 눈을 피해 다니는 스킬만 늘어난 거죠, 뭐. (‘젤리’ 인터뷰 中 젤리, 152쪽)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갔어요.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콩알’ 인터뷰 中 콩알, 215쪽)
★ 장혜영(21대 국회의원) 추천 ★
★ 멜트미러(영상 작업자·게임 개발자) 추천 ★
“최애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
지금의 한국을 결정한 정치·사랑·용기에 관한 기록
지난 탄핵 정국에서 연일 화제가 되었던 ‘응원봉 시민’들과 나눈 인터뷰집. 빛의 스펙터클에 가려져 있던 응원봉 뒤의 진짜 세계를 비추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 2024년 12월 3일 한밤중, 대한민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귀로 듣고도 믿기 힘든 뉴스에 누군가는 국회로 향했고, 누군가는 뜬눈으로 TV 생중계를 지켜봤으며, 누군가는 지인들의 안부를 재차 확인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최애’의 얼굴을 떠올리며 최애의 안녕을, 최애가 속한 이 사회의 평화를 빌고 또 빌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언론와 정치를 비롯한 대한민국 시민들의 주목을 단숨에 받은 이들은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여성들’이었다. 강렬한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각기 다른 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이들은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형형색색의 빛으로 광장을 물들였다.
같은 시각, 오랜 케이팝 팬인 세 친구 희주, 일석, 구구 역시 시위 현장에 있었다. 희주는 평생 아이돌을 사랑해왔으며, 팬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 『환상통』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아이돌을 향한 사랑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였기에 광장에 나온 다른 응원봉 시민들의 마음이 궁금해졌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결심한다. 이런 희주를 따라, 케이팝 관련 뉴스레터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 중이던 일석, 시민단체 활동가이자 빠순이로 살아온 구구가 더해져 세 사람은 ‘응원봉 걸스’라는 팀을 꾸린다. 응원봉 걸스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여성들’을 수소문한 끝에 만난 여섯 명의 인터뷰이(해련, 유원, 숨눈, 팝콘, 젤리, 콩알)와 케이팝·팬덤·응원봉·정치를 넘나드는 대화를 나누었고, 그 결과물을 묶어 이 책에 실었다.
‘네오문화기술연구소’라는 깃발을 들고나온 해련, 보이그룹의 팬이지만 걸그룹 응원봉을 챙긴 유원, 민중가요를 즐겨 듣는 아이돌 팬 숨눈, 중소 기획사 아이돌을 선호하는 팝콘, 정치인을 꿈꾸는 열혈 시민 젤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에서 용기를 얻은 콩알. 이 여섯 명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새로운 분석이나 획기적인 해석은 아닐지 모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각자 들고 있는 응원봉의 모양과 빛의 색으로 광장에서 서로를 발견했듯, 이들이 직접 전하는 말들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조금씩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연결이 훗날 우리를 다시 광장에 모이게 하기를 희망한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 최애를 향한 사랑,
나를 드러내는 용기, 그리고 서로 연결되고 싶은 의지까지….
2024년 12월 3일 충격적인 계엄 선포 이후 거리로 수많은 시민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탄핵 집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응원봉을 들고나온 청년들일 것이다.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가 떼창의 시작을 알렸고, 때로는 민중가요인 「불나비」를 함께 열창하며 민중가요와 케이팝이 뒤섞인 채로, 청년과 기성세대가 하나가 되어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1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팬들은 줄곧 ‘응원봉 소녀’ ‘응원봉 동지’ 혹은 ‘2030 여성’ 등 여러 이름으로 호명되어왔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있기까지 이어진 지난한 시위에서 아름다운 응원봉의 빛과 노래로 현장의 분위기를 살린 이들이었으니, 어떠한 이름으로든 이들을 소환하게 되리란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드는 것이다. 응원봉을 든 청년들은 이번에 처음 시위에 나온 것일까? 그들 모두를 ‘소녀’, ‘여성’이라고 통칭해도 되는 것일까. 혹은 응원봉을 든 이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나온 것일까? 혹시 각자가 들고나온 응원봉의 모양만큼 이들의 마음은 제각기 다른 갈래이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이들 모두를 하나의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희주, 일석, 구구 세 사람으로 이뤄진 팀 ‘응원봉 걸스’의 궁금증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오랜 케이팝 팬인 세 사람 역시 각자가 가장 사랑하는 그룹의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갔지만, 응원봉을 들고 갈지 말지, 어떤 응원봉을 들고 나갈지(케이팝 팬들은 입덕과 탈덕을 반복하기에, 응원봉을 여러 개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수없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응원봉을 들고 나간 이들의 마음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팀 ‘응원봉 걸스’는 이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시위 현장에서 응원봉을 든 팬들에게 말을 붙이고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청한다. 섣부른 분석이나 해석 없이 그저 이들의 마음을 직접 묻고, 있는 그대로 듣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인터뷰 1 ‘네오문화기술연구소’ 기수 해련
“이번 계엄령에 대응하는 방식은 우리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어요. 엔터사가 길러낸 특전사인 거죠.”
: 계엄 사태 이후 거의 매주 주말, 서울의 시위에 참여한 해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두 시간 만에 ‘네오문화기술연구소’라는 깃발을 뽑아 들고 충동적으로 시위에 참여했지만 동시에 이 깃발로 인해 스스로가 한 팬덤을 대표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이내 깃발 아래 모여든 팬들 덕분에, 무엇보다 이 깃발을 어딘가에서 볼 수도 있는 최애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해련을 붙든다. 그 사랑이 만들어낸 용기가 해련을 지속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게 한다.
인터뷰 2 걸그룹 응원봉을 들고나온 유원
“광장에 나가면 많은 응원봉이 있을 텐데 그중에 핌봉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 총 다섯 개의 응원봉을 갖고 있는 유원은 그중 두 개의 응원봉을 시위에 들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여의도와 남태령에는 르세라핌의 핌봉, 한강진에는 이달의 소녀의 오빛봉을. 유원은 남자 아이돌의 팬이기도 하지만 걸그룹의 응원봉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인 걸그룹을 지지하고 싶은 의지와 멀리서라도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싶은 바람을 담아, 유원은 광장에서 또 다른 걸그룹 팬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이 과정에서 응원봉이란 도구를 들기 위해선 아이돌을 향한 애정이 필수임을 재확인한다.
인터뷰 3 민중가요를 즐겨 듣는 아이돌 팬 숨눈
“신나는 곡도 좋지만 역시 민중가요처럼 전투적인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숨눈은 스스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퀴어, 비건, 샤월을 꼽는다. 퀴어퍼레이드에서 듣곤 했던 케이팝이 탄핵 찬성 집회에서 들렸을 때의 놀라움을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민중가요의 팬이기도 한 숨눈은 민중가요만이 가질 수 있는 전투적인 힘이 있음을 여전히 믿는다. 또한 샤월이 갖춘 단합력에 대한 자부심과 그럼에도 최애가 광고하는 햄버거를 사줄 수 없는 비건으로서의 아쉬움을 내비치며 아이돌을 향한 애정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가치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민을 들려준다.
인터뷰 4 중소 기획사 아이돌을 좋아하는 팝콘
“공방에 가면 휀걸들은 당연하게 바닥에 있는 존재로 취급돼요. 바닥이 익숙하니까 집회도 어렵지 않았어요.”
: 팝콘은 소속감이 중요한 사람이다. 적은 규모의 인원이 동시에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 규모가 눈에 보일 때 느껴지는 선명한 소속감이 팝콘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팝콘은 대형 기획사의 규모가 큰 팬덤보다 동네 같은 중소 기획사의 팬덤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응원봉을 든 팬들의 모습은 그를 시위에 참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다. 케이팝 안에서 안전함을 느낀 팝콘으로서는 응원봉에 둘러싸인 시위 현장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응원봉이 ‘시위’라는 허들을 낮춰준 셈이다.
인터뷰 5 덕질과 정치,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젤리
“부산 집회는 서울만큼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더 빠질 수가 없었어요.”
: 과거 민주당 당원이었던 젤리는 현재 기본소득당으로 당적을 옮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삶에 정치와 덕질, 두 가지를 모두 품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산에서 집회에 나간 경험을 들려준다. 젊은 여성의 수가 수도권에 비해 적은 부산에서 응원봉을 든 팬걸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연대감을 느꼈을 때의 기쁜 마음을 고백하는 한편, 아픈 몸으로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젤리는 이번 광장 이후에도 더 많은 이들과 저마다의 속도로 함께 사회운동을 해나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인터뷰 6 이기적 이타심으로 광장에 나선 콩알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갔어요.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 콩알의 할아버지는 보수 정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평소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지만 정치에 대해서만은 대화가 쉽지 않았던 콩알은 광장을 나가는 행위만으로 할아버지의 생각을 조금은 바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집회가 있을 때면 응원봉을 챙겨 꾸준히 참석하는 콩알을 지켜본 할아버지가 그의 진심을 조금이나마 알아준 것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했던 콩알의 마음이 곧 세대와 이념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혁명하는
케이팝 응원봉 걸스, 인터뷰 그 후의 이야기들
이 책은 응원봉을 든 팬걸 여섯 명과 나눈 대화를 최대한 정직하게 풀어냈다. 인터뷰는 가공 없이 기록될 수 있도록 인터뷰어 세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의견이 갈리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선 질문은 던지되, 결론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할 수 있도록 여러 관점의 의견을 두루 살폈다. 그럼에도 더 알고 싶은 의문이 있었기에 인터뷰의 마지막에는 문화인류학 연구자 ‘니제’와 투명가방끈 활동가 ‘우나’와의 대담 원고를 더했다. 두 사람과의 대화는 개인의 관점에서 관찰한 팬덤과 정치를 넘어 팬덤이란 집단 안에 흐르는 마음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응원봉 걸스의 일석, 구구도 각자의 팬 경험과 광장 시위 경험을 살린 에세이를 한 편씩 더했다.
이번 광장에서 유행한 문장 중의 하나는 “해찬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줄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사진과 함께 올라온 인터넷 게시물 하나에 많은 팬이 지지와 공감을 보냈다. 시위 현장에서는 이 문장을 따라 자신의 최애 이름과 ‘살기 좋은 세상 만들어줄게’라는 문장을 같이 적은 피켓이 여럿 눈에 띄기도 했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것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각자 생각하는 모양이 다르겠지만, 이 문장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설사 케이팝 팬이 아닌 사람일지라도, 세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나 스스로뿐일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좋은 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은 같은 것이기에.
‘케이팝 응원봉 걸스’를 단일한 성격의 집단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 시도는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성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을 들고, 가장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광장에 나온 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찬찬히 따라가는 일에서 독자는 이 책의 인터뷰이들에게 가닿는 작은 연결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정보
케이팝 하는 페미니스트. 새롭고 반짝이는 것보다 묵묵히 쌓아온 시간을 동경한다. ‘고막 조물주’는 켄지, 노래방 애창곡은 보아의 「공중정원」. 답이 없어 보이는 케이팝 산업에 대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담은 레터 〈편협한 이달의 케이팝〉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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