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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뇌과학자

송주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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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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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PDF (237.20MB)
ISBN 9791192229744
쪽수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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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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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뇌로 감상하는 것이다. 어떤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순간, 이미 뇌 안에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들이 춤을 춘다. 그림이 망막의 시각피질을 통해 뇌로 들어오면, 해마가 기억을 소환하고, 변연계가 감정을 일으키며, 전두엽은 그림 전체에 대한 가치를 판단한다. 이런 까닭에 그림은 마치 뇌의 여러 영역이 협주하는 교향곡과 같다.
이 책은 렘브란트와 모네, 칼로와 칸딘스키, 피카소와 호퍼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화가들의 뇌를 해부했다. 아울러 감상자의 뇌에 들어온 그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감동을 일으키는지를 분석했다. 그림을 ‘그리는 뇌’와 ‘감상하는 뇌’는 크게 다를 것 같지만, 실은 ‘예술’이라는 공통분모에 함께 올라타 있다. 감상하는 뇌에서 ‘공감’의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공통분모에 시동이 걸린다.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이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감상자의 뇌”라고 말한 까닭이다.
이 책은 화가와 감상자의 머릿속에서 ‘예술’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경이로운 뇌에 관한 기록이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고흐의 별빛이, 몬드리안의 점ㆍ선ㆍ면이, 마티스의 색종이가 우리의 뇌를 춤추게 하는 이유를 씨줄과 날줄로 담아냈다.
머리말 : 그림이 당신의 뇌에 말을 걸어 올 때

Chapter 1. 그림을 그리는 뇌, 감상하는 뇌, 분석하는 뇌
ㆍ시간의 색깔을 그린 화가 :색을 잃어버린 모네의 뇌
ㆍ왜곡된 색채로 탄생한 걸작들 : 노랗게 물든 고흐와 드가의 뇌
ㆍ소리를 그린 화가들 : 감각의 경계를 허문 화가의 뇌
ㆍ냄새를 그린 화가들 : 후각을 시각화한 화가의 뇌
ㆍ멍 때리는 화가의 뇌 : 그림에 새겨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흔적들
ㆍ뇌가 새겨진 예술을 찾아서 : 인문주의자들이 그린 뇌 해부도
ㆍ화가의 뇌에 숨겨진 수학적 회로 : 수학적 뇌와 미술적 뇌에 얽힌 오해와 진실
ㆍ화가의 뇌가 직조한 풍경들 : 예술하는 뇌의 해부학
ㆍ미술관에서 당신의 뇌가 춤을 출 때 : 감상하는 뇌의 해부학

Chapter 2. 상처 받은 뇌가 그린 명화들
ㆍ캔버스에 써내려간 우울한 편지들 : 우울증에 빠진 화가들의 뇌
ㆍ조율을 거부한 광기의 예술 : 조현병 화가들의 그림에 새겨진 뒤틀린 뇌 회로
ㆍ그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불면의 밤을 그린 화가들의 뇌
ㆍ참을 수 없는 자기애의 초상 : 나르시시스트의 뇌가 해체하고 재구성한 세계
ㆍ뇌마저 붕괴한 상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 화가의 트라우마가 투영된 그림들
ㆍ예술은 중독된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 중독된 뇌가 그린 공허한 풍경

Chapter 3 캔버스에 흐르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흔적
ㆍ햇살이 뇌를 비출 때면 르누아르의 그림을 봐야 한다 : 햇빛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마법
ㆍ뇌를 보듬는 엄마의 초상화 : 옥시토신이 만든 모성의 색
ㆍ나폴레옹 대관식에 흐르는 호르몬 :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로 탄생한 걸작들
ㆍ잿빛 캔버스 앞에서 묵상하는 뇌 : 자기성찰의 스위치를 켠 그림들
ㆍ루브르의 대작 앞에서 깨어난 뇌의 생존본능 회로 : 노르에피네프린이 물들인 푸른 뇌의 진실
ㆍ자율신경계를 비추는 여인들의 광채 : 감정을 조율하는 세로토닌의 빛
ㆍ‘소확행’을 그린 화가의 뇌 :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그림감상법
ㆍ어둠에 갇힌 화가의 뇌 : 도파민 과잉이 불러온 광기의 그림들

Chapter 4 늙어가는 뇌, 깊어지는 예술 그리고 영원한 걸작들
ㆍ늙을수록 깊어지는 예술가의 뇌 : 뇌의 노화와 마티스의 후기 작품세계
ㆍ두 번의 인생, 두 가지 예술 그리고 두 개의 뇌 : 인생의 뒤안길을 반추하는 화가의 뇌 회로
ㆍ가장 위대한 자서전을 그린 화가의 뇌 :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나타난 뇌과학적 변화
ㆍ‘미완성의 미학’을 조각한 뇌 : 미켈란젤로의 3개의 피에타에 담긴 뇌과학적 함의
ㆍ뇌는 노화할 뿐 퇴화하지 않는다 : 예측가능성과 반복성으로 탄생한 세잔의 걸작들
ㆍ무뎌진 뇌신경, 왜곡된 선과 색 : 그림에 나타난 뇌신경 노화의 흔적들
ㆍ위대한 유작을 그린 주름진 뇌 : 늙은 화가의 뇌가 선택한 전략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뇌’로 세상을 ‘해석’합니다. 눈은 단지 빛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창문일 뿐이지요. ‘시각’은 뇌 안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색을 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망막에 빛이 들어오는 과정이 아니라 뇌가 빛의 파장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감정과 기억을 연결해 하나의 ‘의미 있는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_ [색을 잃어버린 모네의 뇌] 중에서

칸딘스키는 소리를 색으로 느끼고, 색에서 소리를 상상했다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감각 간 연결은 오늘날 시네스테지아(synesthesia)라 불리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공감각(共感覺)이라 불리는 시네스테지아는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신경반응으로,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이거나 색을 보면 특정 소리를 떠올리는 현상입니다. 공감각은 제법 오래 전부터 탐구되어온 개념입니다. 플라톤과 피타고라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감각의 조화를 논하는 과정에서 음과 색의 관계를 살폈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_ [소리를 그린 화가들] 중에서

뇌과학적으로 후각은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입니다. 후각정보는 코에서 후각수용체에 의해 받아들여져 1번 뇌신경인 후각신경을 지나 편도체와 해마 등 감정을 다루는 뇌 영역인 변연계로 전달됩니다. 이러한 구조에 따라 냄새는 뇌에서 기억 및 감정을 곧바로 소환합니다. 따라서 과거 병원에서 맡은 피 냄새는 뇌 깊숙이 저장되어 있다가 유사한 시각자극만으로도 쉽게 활성화되는 것이지요. 칼로의 그림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을 볼 때, 실제로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피 냄새를 떠올리는 이유는 우리 뇌에서 정서-후각 연결회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_ [후각을 시각화한 화가의 뇌] 중에서

루소의 그림에는 대게 명암보다는 원색적이고 평면적인 색채가 중심을 이루며, 인물과 동물은 입체감을 잃은 채 몽환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각성상태의 이성적 사고보다는, 꿈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떠다니는 것과 같은 몽롱한 정신상태를 반영합니다. 이처럼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무의식이 나란히 존재하는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일어나는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_ [멍 때리는 화가의 뇌] 중에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깊은 밤 뉴욕의 카페가 배경입니다. 조명이 환하게 켜진 내부와 차가운 거리 사이로 유리벽이 놓여있습니다. 유리벽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습니다. 그림은 자기성찰을 이끄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를 시각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외부자극이 거의 사라진 깊은 밤, 오히려 뇌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내면의 감정을 더 깊이 되묻게 되지요. _ [불면의 밤을 그린 화가들의 뇌] 중에서

예술가들의 나르시시즘 성향은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다만 자기애가 지나쳐 자아도취에 빠지면, 삶은 삐걱거리게 되지요. 피카소와 클림트의 예술은 위대하지만, 그들은 원만한 삶을 영위하진 못했습니다. 피카소와 클림트가 나르키소스처럼 연못에 비친 자신의 예술만을 바라보는 동안, 그들의 가족과 연인, 지인들은 에코의 심정으로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을 것입니다. 이는 비단 피카소와 클림트에게만 국한되지 않지요. 삶과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서 워터하우스의 나르키소스가 겹쳐지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요? _ [참을 수 없는 자기애의 초상] 중에서

모딜리아니의 안타까운 삶은 그의 그림들에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동공이 사라진 눈은 마치 감정이 차단된 것 같습니다. 왜곡된 신체비례에서는 화가의 정서적 불안감이 전해집니다. 약물중독이 장기간 지속되면, 자기인식 회로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감정은 남아있지만 그것이 자기정체성과 연결되지 못하는 해리상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초상화들에서 현실과 자아의 경계가 흐려진 심리적 혼돈상태가 읽히는 까닭입니다. _ [중독된 뇌가 그린 공허한 풍경] 중에서

르누아르의 색채는 벽에 걸린 회화의 평면성을 뛰어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색과 빛이 공기처럼 번져와 관람자의 피부에까지 스며드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지요. 그 순간 우리 뇌는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림 속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 그곳의 공기와 온도, 소음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까지 만끽하도록 작동합니다. 그림 속 색채와 형상이 뇌를 흔들어 깨우는 일종의 체험적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망상체’입니다. _ [햇살이 뇌를 비출 때면 르누아르의 그림을 봐야 한다] 중에서

역사적으로 테스토스테론적 에너지가 과도하게 강조된 시대는 대게 불행했습니다. 다비드의 대작 〈나폴레옹 대관식〉이 화려하지만 허무하게 느껴지는 까닭입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권력의 욕망과 도전적 에너지는 테스토스테론적 세계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에스트로겐이 빚어내는 공감과 온기의 숨결이 없습니다. 균형을 잃은 힘은 눈부시되, 이내 허공 속에 덧없이 사라집니다. _ [나폴레옹 대관식에 흐르는 호르몬] 중에서

누군가는 엘 그레코에게 사시나 복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두 눈의 정렬이 맞지 않으면 뇌의 시각피질에서 상(象)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지각이 변형될 수 있고, 그 결과 화면 속 인물과 풍경이 비정상적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엘 그레코의 왜곡된 묘사가 사시나 복시가 원인이라면, 그의 작품세계를 매너리즘으로 다룬 견해는 넌센스가 됩니다. _ [무뎌진 뇌신경, 왜곡된 선과 색] 중에서

이젤을 들고 밖으로 나가 빛의 순간을 포착했던 인상주의의 거장은, 병세가 심해지면서 다시 작업실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호흡기질환은 피사로를 실내에 가뒀지만, 그의 시선은 창문 밖 세상을 향해 더욱 깊어졌습니다. 바깥 공기를 체화할 순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관찰하게 된 것이지요. 밖에서의 ‘인상’이 안으로의 ‘깊이’로 전환된 셈입니다. _ [위대한 유작을 그린 주름진 뇌] 중에서

노화에 따른 변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몬드리안이 채택한 ‘수직ㆍ수평선과 제한된 색상’은 선택지를 줄여 조형규칙을 단순화한 것입니다. 노화로 인한 인지적 부담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구성의 단순화로 전환한 몬드리안 뇌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지요. 복잡한 조형결정을 매 순간 내리지 않고 뇌의 작동가능한 범위 안에서 창의적 운용의 묘를 살려낸 것입니다. 단순화한 조형작업을 통해 뇌 회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도, 예술적 가치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전략입니다. 마치 한정된 색의 무대조명으로 공연을 연출하듯, 몬드리안은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에서 단순한 색상과 선의 조합만으로도 변화무쌍한 뉴욕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변주해냈습니다. 노년기의 몬드리안은 ‘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덜 흩어지고 더 응축하는 방식으로 창작활동에 임했습니다. 노화로 인한 ‘인지적 결핍’을 ‘사고의 경제성’으로 바꿔 예술적 자산으로 일궈낸 것이지요. _ [늙은 화가의 뇌가 선택한 전략] 중에서

그림을 그리는 뇌, 감상하는 뇌, 분석하는 뇌에 관한
가장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서른 가지 이야기들

이 책의 저자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신경세포(뉴런)를 들여다보고 강의실에서 의대생들에게 뇌 의 구조와 기능을 가르치는 의과대학 교수다. 뇌과학 관련 SCI 논문을 다수 게재하는 등 학문적 성취를 이어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엘스비어(Elsevier)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World’s Top 2% Scientists)’ 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런 뇌과학자가 방과후 연구실을 나와 향하는 곳은 뜻밖에도 아틀리에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리현’이라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 7회와 단체전을 6회 이상 열었고, 2023년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상과 2024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관)을 비롯해 전국 규모 미술공모전에서 모두 16차례 수상했다. 과학자이자 예술가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융합형 지식인이자 ‘아티언티스트(Artientist)’다.
그런 까닭에 저자의 뇌는 종종 과학과 예술을 오가며 작동한다. 가령 ‘현대 신경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이 미세한 신경세포를 손으로 직접 그린 〈소뇌의 푸르키녜 뉴런〉(373쪽)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얻는다(카할은 뉴런이론을 확립하고 신경세포의 미세구조를 정밀하게 시각화한 공로로 19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화실에서 모델의 표정을 그리는 순간 모델의 머릿속 전두엽과 신경전달물질의 반응에 골몰하기도 한다.

“지금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까?”
가끔 화실에서 모델의 얼굴을 그리다 보면 그의 눈빛 너머 ‘생각’이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해답은 머릿속 ‘뇌’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화가들은 모델의 표정이 아닌 뇌 자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뇌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상징하는 특별한 주제였습니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뇌는 신체기능을 조절하는 장기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자아의 중심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지요. 뇌의 해부학적 이미지가 예술 속으로 유입된 것입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여느 인문학자 못지않게 뇌과학자에게도 매력적으로 읽히는 까닭입니다.” _ 76쪽 ‘인문주의자들이 그린 뇌 해부도’ 중에서

실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두개골 내부의 뇌실과 감각경로〉를 그렸다(77쪽). 이 그림은 오늘날 신경해부 도해모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다빈치가 남긴 뇌해부도들은 인간정신의 중심을 심장(heart)에서 뇌(brain)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신고전주의 대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제자 니콜라 앙리 자코브는 해부학자 장-바티스트 마르크 부르즈리가 20년에 걸쳐 집대성한 〈인체 해부학의 완전한 논고〉라는 총서에 다양한 부위의 뇌해부도를 그렸는데, 이는 현재 ‘메디컬 아트’의 전범으로 꼽힌다.
해외학회 참석차 짬을 내어 들른 미국과 유럽의 미술관에서 저자의 뇌 반응은 좀더 특별해진다. 이를테면 〈수련〉(26쪽)에서 모네의 ‘빛을 잃은 뇌’가, 〈별이 빛나는 밤〉(139쪽)에서 고흐의 ‘우울한 뇌’가,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70쪽)에서 호퍼의 ‘불면의 뇌’가, 렘브란트의 〈자화상〉(342쪽)에서 ‘성찰하는 뇌’가 ‘저자의 뇌’에 포착되곤 한다. 순간 저자의 머릿속은 온갖 궁금증들로 복잡해진다. ‘도대체 클레의 측두엽은 어떻게 작동했기에 이토록 붓질이 거칠고 투박해진 걸까?’, ‘색채가 붉어지고 경계마저 뭉개진 모네의 시각피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결국 저자는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궁금증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 읽고 목록을 만들어 글로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모인 글들이 노트북 폴더 밖으로 나와 이 책 〈미술관에 간 뇌과학자〉가 되었다.

‘뇌과학’이라는 열쇠로 미술관의 내밀한 전시실을 열다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에서는 뇌과학과 미술의 밀월관계를 다뤘다. 모네의 루앙대성당 및 수련 연작에서 색과 형태의 변화를 화가의 뇌를 통해 분석했고, 칸딘스키와 클레의 그림에 나타난 시네스테지아(synesthesia), 즉 공감각을 신경과학의 ‘다감각 융합현상’으로 풀어냈다. 앙리 루소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빚어낸 걸작들에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원리를 소개했고, 칼로의 고통스런 작품들에서 후각이 불러오는 불편한 기억을 다루기도 했다.

시각예술인 미술은 냄새와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뇌과학적으로 후각은 감정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감각이지요. 후각정보는 시각정보와 달리 시상을 거치지 않고 후각망울을 통해 곧바로 뇌의 감정회로인 변연계에 전달됩니다. 실제로 냄새는 본능적으로 불쾌감이나 공포감을 가장 빠르고 강하게 불러옵니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이나 〈헨리 포드 병원〉 같은 고통스런 그림들의 모티브는 냄새였습니다. 화가의 뇌 깊숙이 각인되었던 사고 당시 피비린내, 병원의 소독약 냄새 그리고 적혈구 헤모글로빈 속 철성분이 캔버스에 투영된 것이지요. 칼로는 “냉혹한 기운의 향이 진동했다”며, 고통스런 후각의 기억이 그림에 담긴 배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_ 58쪽 ‘냄새를 그린 화가들’ 중에서

두 번째 챕터에서는 화가들을 괴롭힌 뇌 관련 질환이 그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고흐와 실레의 우울증, 웨인과 대드의 조현병, 호퍼의 불면증,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의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이 위대한 작품의 대가로 지불한 정신적 고통을 뇌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가령 극심한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렸던 카라바조와 젠틸레스키는 둘 다 성경에 나오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그렸지만, 그림 속 유디트는 사뭇 대조적이다. 끔찍한 성폭행의 트라우마를 겪던 젠틸레스키가 그린 유디트의 표정은 매우 단호하다. 반면, 카라바조가 그린 유디트에는 두려움과 망설임이 서려있다. 젠틸레스키가 유디트로 분해 가해자를 응징했다면, 살인을 저질러 도망자 신세였던 카라바조는 목이 잘린 홀로페르네스와 겹쳐진다. 이처럼 그림에 나타난 극단적이고 자기파괴적 충동은 PTSD환자에게서 트라우마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PTSD 환자의 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편도체의 과활성화입니다. 외상을 겪은 이후 편도체는 마치 고장 난 경보기처럼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지요. 젠틸레스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편도체의 과민반응은 작품 속 과장된 긴장감과 극적인 장면연출로 드러납니다. _ 205쪽 ‘뇌마저 붕괴한 상처는 어떻게 예술이 되었나’ 중에서

세 번째 챕터에서는 뇌를 통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들을 여러 그림들에 적용했다. 르누아르의 햇빛과 멜라토닌, 카사트의 모성본능과 옥시토신, 페르메이르의 행복감과 엔도르핀, 제리코의 생존본능과 노르에피네프린, 고야의 검은 그림들과 도파민, 다비드의 권력욕과 테스토스테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남성성을 드러내는 호르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권력욕구’로 이어진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권모술수의 시간을 보냈던 화가 다비드의 그림들에 권력을 향하는 테스토스테론의 흔적이 짙게 배인 까닭이다.

〈나폴레옹 대관식〉에서 나폴레옹이 스스로 왕관을 쓰는 장면은 테스토스테론이 최고조에 도달한 순간이다. 전전두엽이 설계한 행동계획, 기저핵이 조율한 추진력, 편도체가 제공한 감정적 각성이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권력을 선언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_ 250쪽 ‘나폴레옹 대관식에 흐르는 호르몬’ 중에서

마지막 챕터에서는 화가의 늙어가는 뇌와 그들의 후기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유작 〈론다니니 피에타〉의 거친 조형미에서 알 수 있듯이, 뇌가 노화하면서 거장들의 운동신경 둔화가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봤다. 노년에 이르러 화가들은 비록 전성기의 섬세하고 화려한 기법은 잃었지만, 비움의 가치를 터득해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이러한 현상은 늙을수록 자기성찰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되고, 인지결핍을 단순성과 반복성으로 전환하는 뇌의 선택적 전략에 기인한다. 뇌의 노화가 반드시 퇴화가 아님을 노년기 거장들의 걸작들을 통해서 규명했다.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는 노화로 인해 재구성된 뇌의 감정회로가 만들어낸 마지막 고백입니다. 뭉개져 보이는 조각상의 모습은 대리석에서 깨어나지 못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돌덩이로 스며드는 형상, 즉 자연으로 회귀하는 인간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으로 읽힙니다. _ 361쪽 ‘미완성의 미학을 조각한 뇌’ 중에서

인물정보

저자(글) 송주현

연세대학교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같은 대학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서 강사로 재직하며 학문과 교육의 길에 들어섰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로서, 신경해부학과 조직학 강의를 맡아 미래의 의사들에게 인체와 뇌의 경이로운 구조를 가르치고 있다. 뇌과학 연구자로서 SCI 논문을 다수 게재하는 등 학문적 성취를 이어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와 엘스비어(Elsevier)가 공동 산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World’s Top 2% Scientists)’ 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저자는 강의실과 연구실에서는 교수와 과학자로 살아가지만, 캔버스 앞에서는 서양화가로서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리현’이라는 예명으로 개인전 7회와 단체전을 6회 이상 열었고, 전국 규모 미술공모전에서 16차례 수상했다.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2023년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상과 2024년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은상(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주관)을 수상했다.
저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는 뇌과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둘의 접점을 찾는 일이다. 미술작품에 담긴 화가들의 삶과 예술적 고뇌, 시대적 풍경을 뇌과학으로 풀어낸 〈미술관에 간 뇌과학자〉는 그 출발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과학자의 ‘이성’과 화가의 ‘감성’을 융합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 그림의 점ㆍ선ㆍ면ㆍ색과 뇌의 미세한 신경세포가 만나 위대한 걸작이 태어나는 순간을, 저자는 형형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작가의 말

“화가가 그린 점ㆍ선ㆍ면ㆍ색, 조각가가 빚어낸 조형과 질감은 모두 뇌가 가장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언어입니다. 빛과 색상, 공간과 형상은 뇌의 감각회로를 자극하고, 이는 곧 감정을 일으켜 생각으로 확장되며,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미술관은 그림을 조용히 감상하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그곳은 뇌의 신비를 해부하는 실험실이자, 인간의 감정을 기록한 도서관이며, 동시에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의 방이지요. 이 책은 뇌과학이라는 열쇠로 지금까지 누구도 들어가 보지 못한 미술관의 내밀한 전시실을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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