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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유물

정잉 지음 | 김지민 옮김
글항아리

2025년 12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11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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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0.82MB)
ISBN 979116909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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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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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고궁의 국보 36점으로 들여다보는 미에 대한 광적인 추구

공습, 무너짐, 야간 이동, 폭격 속에서 살아남은 소장품들
천하를 돌며 수집하고 명산에 숨겨져 있던 것을 찾아내다
각 유물은 어떤 사연, 역사, 예술사를 농축하고 있는가


추천사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매혹되었고, 신나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_뤄이쥔

머리말
저는 타이베이 고궁의 가장 빛나는 보물을 당신의 다보격에 넣고 싶습니다

1. 여요 청자무문수선분 | 내 마음속의 언제나 화창한 하늘
2. 한식첩 | 천고 문인 중 으뜸은 소동파
3. 한대의 옥무인 | 섬섬옥수 위에서 사뿐사뿐 춤추네
4. 계산행려도 |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의 위치를 찾다
5. 회도가채사녀용 | 고궁의 제일가는 미인
6. 정요 왜왜자침 | 눈처럼 하얗게 빛나는
7. 건요 | 어둠의 미학
8. 남송 관요 | 나의 아름다움과 애수
9. 송인서방 | 자기만의 방
10. 모공정 | 나라를 지키는 보물
11. 당인궁락도 | 봉래궁에 뜬 일월은 영원하리
12. 명황행촉도 | 꿈인가! 생시인가!
13. 제질문고 | 세상에 남은 안진경체 중 으뜸
14. 다보격 | 황제의 장난감 상자
15. 투채계항배 | 청화에서 투채까지
16. 강희 법랑채 자기 | 청나라 궁정의 으뜸
17. 옹정 법랑채 자기 | 시·서·화·인, 금성과 욱영
18. 건륭 법랑채 자기 | 화려한 경치들
19. 남훈전도상 | 인증숏을 봅시다
20. 조춘도 | 수려하면서도 아리땁다
21. 화랑도 | 백 가지 물건을 짊어지고 골목을 누비니
22. 취옥백채 | 보석분경
23. 작화추색 | 시공을 뛰어넘은 사랑의 편지
24. 부춘산거도 | 영원한 산수
25. 용슬재도 | 사람 없는 정자가 예찬을 말하다
26. 격사 | 통경단위
27. 남송 산수 소품 | 유풍이 두루 미쳐 따스한 봄바람 속에 앉아있는 듯하구나
28. 계산청원」 | 마음을 닦고 도를 관조해야 눕거나 앉아서 그림을 보더라도 만 리를 노닐 수 있다
29. 청나라 궁정에 오랫동안 수장된 비연호 | 아주 좋은 완물
30. 한궁춘효 | 흐르는 쾌락송
31. 명대 칠기 | 꿈결을 쌓다
32. 명사대가 | 선물에서 상품까지, 그리고 당인
33. 문징명에서 문진형까지 | 소시대의 일상
34. 천향 가남 | 금처럼 단단하고 옥처럼 따스하구나
35. 구구임옥 | 환상으로 사실을 그린 왕몽
36. 쾌설시청첩 | 꿈속의 소나타

유랑의 지도는 경위선에 날개를 활짝 펼친 커다란 기러기의 윤곽선 같았습니다. 모든 점, 파임, 휘두르기, 삐침에는 공습, 무너짐, 야간 이동, 폭격이 동반됐습니다. 1대 고궁 사람들이 목숨 걸고 수호한 국보는 마침내 타이베이에 발을 디뎠습니다. 웅장한 도입부를 자랑하는 대형 교향악처럼,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소장품의 비범한 가치가 정해졌습니다. 그들은 역대 군왕이 만지고, 갖고 놀았던 당대의 전범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제왕이 구하려 애써도 얻지 못하고, 천하를 돌며 수집해야 하고, 명산에 숨겨져 있다가 세상으로 전해진 정제품도 있었습니다. 모든 유물이 각자의 사연을, 역사를, 농축된 예술사를 갖고 있습니다. 마치 격사緙絲의 통경단위通經斷緯 기법으로 문화사를 짜내려간 것처럼요._20쪽

수장과 정밀한 연구는 왜 사람을 “외부에서 관찰해 얻은 것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반복해 생각하느라 침식까지 잊어 청정한 고해에 들게 하네”의 상태에 빠지게 할까요?_27쪽

이 순간, 우리가 타이베이 고궁의 도자기 전시 구역에 들어왔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정요입니다. 전시장을 따라 천천히 걷다가 상아색 정요가 나타나면 우리의 마음속에도 안정감이 생깁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처럼, 허톈 백옥을 손에 쥔 것처럼 더없이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계속 앞으로 가봅시다. 언뜻 내다보면 우리 시야에 푸른 샘물이 들어온 것 같아서 마음이 고요해지죠. 이게 바로 여요입니다. “비 갠 뒤의 푸른 하늘에서 구름이 걷힌 곳, 이런 색깔을 만들어내라.” 소나기가 그친 뒤 깨끗이 씻긴 듯한 푸른 하늘. 여요의 색깔은 흰 구름이 살짝 흩어진 뒤 드러나는 가장 깨끗한 푸른색입니다. 여요 필세·연화온완…… 그다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문無紋’이라 불리는 여요 수선분이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이것을 마주한 순간 마음속의 물밀 듯한 광란도, 콸콸대는 요란한 급류 소리도 전부 잦아듭니다. 북송 시대와 오늘날 사이에는 천 년이라는 아득한 거리가 있습니다. 이 수선분의 모습은 애신각라 윤진이 아직 사황자였던 시절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심류독서당의 병풍에 그려넣으라고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수선분은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의 전시장 속에 조용히 앉아서 우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천 년이라는 세월이 눈 깜짝할 새 지났건만, 인간 세상은 여전히 안녕합니다._33쪽

새하얗고 함치르르한 정요 자기가 송대의 미감 유행을 첫 번째로 선도했다면 그 뒤를 이어 일어난 건 하늘빛 여요 자기와 맑고 깨끗한 용천입니다. 그리고 명·청 문인에 의해 송대 5대 명가마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지만 특색과 기능을 갖춰 독자적인 풍격으로 오늘날까지도 일세를 풍미하는 자기가 있습니다. 바로 도자사에서 흔히 건요建窯라 하는, 차를 마시는 찻잔으로 유명해서 일반적으로 ‘건잔建盞’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건잔’을 깊이 이해하려면 시공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찻잎을 내려놓고, 타임머신을 타고 당나라와 오대십국 시대로 가볼까요. ‘포다泡茶’에서 ‘자다煮茶’의 시대로 돌아가는 거지요._106~107쪽

어쩐지 우리 눈앞의 남송 관요가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띤 천청색, 분청색 아래로 늘 뚜렷하게 각이 진 선이 있더라니요. 이건 우리가 함께 감상했던 여요 수선분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가장자리에도 육안으로 분별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휘어짐이 있었던 것과는 다르죠. 왜냐하면 남송 관요는 역사의 서글픔을 띠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관요는 청동 예기를 대신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태어날 때부터 의연한 성격을 갖추고 있습니다._124쪽

그렇지만 저는 남송 관요의 괘유하기 어려운 구연부, 돌출된 선과 현문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들은 유약을 여러 겹 덧발라도 본색을 잃지 않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본색이 잘 보입니다. 부드럽고 함치르르한 유색 아래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진 것처럼, 겉은 부드럽고 속은 강한 것처럼, 문인의 화목하지만 무리 짓지 않는 기도처럼, 그들은 우리가 늘 마음속으로 지키고 간직해온, 자기만의 성격이라는 선입니다._126쪽

「제질문고」의 후반부로 갈수록 글을 수정하고 지운 흔적이 빈번해지고, 글씨도 혼란스러워지며, 애통한 구절은 여러 차례 반복됩니다. 글의 마지막에 가면 글씨체는 초서에 가까워집니다. 강직하고 위엄 있는 안진경체가 순식간에 쇠락하여 무릎을 꿇고, 거대한 슬픔을 감출 곳도 없고 짊어질 힘도 없다는 듯이 변해버립니다. 여기까지 오면 불현듯 떠오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참, 안진경은 초성草聖 장욱을 스승으로 모셨었지. (…) 그 필법은 둥글고 힘차면서도 유창하며, 정신을 집중해 단숨에 문장을 완성했습니다. 글의 제안提按과 돈좌頓挫를, 먹색이 짙은 검은색에서 메마른 회색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노라면 눈물이 핑 돕니다. 안진경은 그가 들어올린 해서라는 기치를 완전히 잊었습니다._178~179쪽

일상이 유물처럼 탁월해질 때까지

유물을 감상하려면, 해설하려면 이 사람처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정잉의 『애착 유물』이다. 감식안과 해석, 해설, 글쓰기에서 발군의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데 사흘이 멀다 하고 이들과 함께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 간다. 문턱이 닳고 신발창이 해지는 만큼 유물에 대한 박식과 애정이 깊어져, 총 36점의 보물을 소개하는 데 500쪽 분량의 책을 쓰게 됐다. 저자는 역사적 지층을 세밀화하고, 해석을 다양화하며, 글의 결을 풍부히 하면서 총천연색 유물 해설을 선보인다.
책의 콘셉트는 황제들의 다보격에서 빌려왔다. 다보격은 서랍식 수납 상자로 황제들은 몹시 아낀 유물을 수집·정리·분류·귀납해 여기에 담아두었다. 저자는 그들 황제처럼 독자들의 다보격에 총 36점의 유물을 담아드리겠다고 말한다. 국내외 도자기와 가마터를 보려고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파편들만 봐도 황홀해하고, 역사와 문학을 아울러 당대의 예술적 심상 속으로 파고들었기에 저자의 선별 기준은 신뢰할 만하다.
저자의 변별성은 첫째, 시계를 거꾸로 돌려 유물이 제작된 당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있다. 36점 모두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비할 데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둘째, 당대의 장면들을 드라마로 극화해 펼치는 기량이 있다. 이는 후각, 청각, 시각, 촉각이 총동원된 결과다. 셋째, 사물을 보는 심성이 단련되어 있다. 즉 유물을 눈으로 보기보다 완상으로 유물 안에서 뜻을 기를 줄 아는 자질을 지녔다. 넷째, 언어 미감과 정서적 환기의 탁월성을 지녔다. 가령 여요를 보고 쓴 ‘시야에 푸른 샘물이 들어온 것 같아 마음이 고요해진다’와 같은 문장은 빛난다. 저자의 마음은 유물을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독자(관람객)의 마음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 유물에 상응할 만한 언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의 특징 가운데 문체를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경어체의 극진함으로 독자 마음의 문을 열며 단락마다 달콤한 문체의 열매를 맺고 있다. 경어체는 보통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로 여기기 쉽지만, 저자는 유물 제작자와 수장가에 대한 경외의 마음까지 문체에 담아 역사 인물들과 현대의 독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이로써 독자의 일상을 유물의 역사만큼이나 탁월함과 고상함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여백에 도는 빛깔을 보고 흰색의 곤경을 돌파하다
당신의 도랑과 연못 또한 농묵과 중채로 물들길

타이베이 고궁의 유물들 가운데 저자가 최고로 꼽는 것은 ‘북송 여요 청자무문수선분’이다. 이 작품에 대한 묘사를 보자.
“그의 아름다움은 야트막한 타원형 기물 형태, 바닥을 받친 네 개의 운두, 안정적인 태골에 있습니다. 그의 아름다움은 기물 전체에 발린 유약의 함치르르하면서도 부드러운 청천빛 유색에, 가장자리의 유약이 얇게 발린 곳에서 도는 은은한 분홍빛의 훈색에도 있습니다. 기물 전체가 깨끗하고 무늬가 없어서 구름은 가볍고 바람은 산들거리는 푸른 하늘 같은데, 마치 시간의 통로로 송나라에서 청아한 미감을 가져온 듯합니다. (…) 장인들은 미쳐야 산다는 기세로 유약에 마노 분말을 넣어서 은은한 분홍빛 광택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치구 형태, 즉 아가리가 넓은 형태의 수선분은 그 높이도 연두색 잎맥이 우뚝 선 모습을 완벽하게 드러내기에 꼭 알맞습니다.”
관람자의 눈은 보통 유물의 형태와 빛깔을 먼저 받아들이고 거기서 아름답다거나 슬프다는 감상을 느끼며, 이어서 작품의 기법이나 그것이 품고 있는 역사에 대한 문헌 조사와 해석을 한다. 저자는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의 유물들을 누구보다 많이 감상한 이로서 유물을 깊게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컨대 물질과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송나라의 하얗게 빛나는 소박한 정요, 얼음 같고 옥 같은 여요 청자, 그 이후 남송의 관요까지 한달음에 안내하면서 “이것은 송 명리학의 시대로구나!”라고 깨우치게 한다. 성리학의 정심靜心과 격물格物, 절제의 사상을 미학에 적용하며, 생활 용기까지 이토록 담백하게 만든 데서 사물을 관찰하고 도를 깨닫는 법을 알려준다.
자기만의 동선을 확보하고, 눈비 오는 날에도 박물관을 드나들면서 당신의 도랑과 큰 연못 또한 농묵濃墨과 중채重彩로 물들이고 싶다는 바람으로 부드럽게 이끈다. 가령 옹정제 화법랑의 여백에 도는 빛깔을 보고는 흰색의 곤경을 돌파한 이래 중국 미감이 향하는 곳을 황제 3대에 걸쳐 치밀하게 탐색하는 것이다. 이 책 전체가 창 앞에는 대나무가 있고, 안에는 산수화가 걸려 있으며, 청동으로 된 이정彝鼎이 놓여 있고, 침향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관요 담병에 꽂힌 국화를 응시하는 느긋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유물은 동경과 같다. 응시하면 자신이 겪었던 시대와 사연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하늘과 땅이 소통한 패스워드가 양주의 옥종玉琮에 드러난다. 섬섬옥수 위에서 춤추는 한대의 옥무인, 남자처럼 씩씩한 당삼채 기사여용, 비가 갠 푸른 하늘처럼 싱그러운 여요 자기, 금홍金紅의 욱영 인장이 찍힌 옹정 법랑산수대완 등에서 응축되어 있던 시간이 서사가 되어 풀려나온다. 이처럼 저자가 바라보았던 자기 한 점 한 점, 거비산수巨碑山水 한 폭 한 폭은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만든다.

스스로를 닦달하고 채근한 예술 총감독 황제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미감과 유물을 수집할 재량이 있는 황제들 덕분이었다. 그중 청나라 강희제-옹정제-건륭제 3대가 수장한 유물들은 만주사변 이후 대륙에서 타이완으로 옮겨지며 지금의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을 빛내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역사가 농축된 예술사를 품고 있다.
세 황제는 정치와 행정을 넘어 예술 총감독의 기량을 발휘했다. 황제의 심미관은 한 왕조, 한 세대의 예술 성취를 이끈다. 황제의 취향은 까다롭거나 편협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긴 강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강기슭의 특수한 경치가 된다. 이를테면 옹정제의 모든 성취는 규율이 엄격한 데서 나왔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자신이 만들라고 명한 공예품의 제작을 철저히 감독했다. 그리하여 청나라의 피와 살이 유물들 속에 면면히 살아 있으며, 그 디테일은 극치에 이른다. 옹정제의 명령은 모순되는 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치밀함을 보였다. “양식은 점잖아야 한다.” “양식은 수려함을 갖춰야 한다.” “태골은 날렵해야 한다.” “태골은 정교함을 갖춰야 한다.” “세세한 곳에도 신경 써라.” 평가가 갈리는 황제이지만 유물만큼은 최상의 솜씨를 가진 장인에게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 장인들은 시詩·서書·화畫·인印 네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구사했다. 옹정이 관요 어자의 제작을 전면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은, 화면의 요소에서 배색에 이르기까지 전부 관여했다는 것을 뜻한다. 강희는 대범했고, 그 아들 옹정은 문인의 노선을 밟았으며, 손자 건륭은 이를 계승하면서도 교묘한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 세 황제 가운데서도 진짜 주인공은 건륭제다. 저자는 그를 륭 오라버니, 륭 어르신, 인장광 등으로 부르며 건륭이 얼마나 뛰어난 궁정의 예술 총감독이었는지를 밝힌다. 아버지 옹정을 이어받아 한 시대의 스타일을 성취하고 싶었던 건륭은 스스로를 압박하고 채근한 덕분에 압도적인 솜씨를 발휘할 수 있었다. 바로 ‘금상첨화’법을 구현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제시·전각, 궁실 내부의 공간 설계까지 자신이 지나간 곳에는 반드시 흔적을 남겼으며, 어느 것 하나 의취意趣로 충만하지 않은 게 없었다. 가령 「부춘산거도」에는 쉰다섯 곳에 평과 도장의 흔적을 남겼다.
일본군의 포화가 점점 집중되던 만주사변 때 시간의 강 속에서 자금성의 고궁으로 하나둘 흘러왔던 유물들은 상자 하나하나에 담겨 다시 강호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1만3427개의 상자와 64개의 짐에 든 유물은 역사상 가장 큰 모험의 여정을 떠나 산과 강과 바다를 지났다. 그 와중에 강희-옹정-건륭 3대의 법랑채 자기 369점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통째로 타이완 고궁으로 옮겨졌다.

이 책에 실린 유물과 사연 하나하나는 서랍 한 칸과도 같다. 저자는 진심과 사랑, 연모를 담아 이것들을 설명한다. 서랍을 한 칸씩 열고 나면 독자들에게도 미에 대한 광적인 추구가 하나씩 피어날 것이다. 찬연하고도 영원히 바래지 않을 4000년, 5000년 전의 빛이 고요히 스며들면서.

인물정보

저자(글) 정잉

1969년생, 펑후彭湖 출신.
고전과 현대문학을 넘나들며 중국문화대학 중문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타이베이 의학대학 전인교육센터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역사와 유물, 문학과 예술을 섬세하게 체험하는 충성스러운 연모자다.
지은 책으로 역사소설을 중심으로 한 『야한림野翰林: 가오양 연구』 『타이완 현대 작가 연구자료회집 66: 가오양』 『우울의 얼굴: 리위 소설 연구』 『물지物志: 고전에서 현대까지의 문학 ‘물物’어』가 있다. 『애착 유물』은 ‘유물’을 출발점으로 삼아 여러 문헌 속에서 유물의 미감을 발굴·해석해낼 뿐 아니라, 고전문학에서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문인과 유물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탐구했다. 시광은 아득해지고 인간 세상은 상전벽해가 되었지만, 유물을 응시하며 수백수천 년 전의 철학, 사상, 미감이 교차하는 곳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번역 김지민

제주대에서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중국시안외국어학원에서 어학연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중화권 도서와 웹 콘텐츠를 소개·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버섯 중독』 『거목을 찾아서』 『지구의 고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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