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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호두

2025년 11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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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0.94MB)
ISBN 97911982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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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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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켈레비치는 왜 ‘죽음’은 여전히 우리에게 이토록 낯선지, 그리고 이 낯설고도 친숙한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는다. 내가 있는 곳에 죽음이 없고, 죽음이 있을 때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언제,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답을 찾는 질문이라기보다 이 기이하고도 오랜 새로움, ‘죽음’에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이며,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순간, 거의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말하고자 하는 도전이다.
이 책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인 ‘죽음’을 탐색하며, 죽음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동시에 삶에 스며들어 있으며, 한계와 모순, 장애라고 생각한 ‘죽음’이 역설적으로 삶의 조건이 된다고 말한다. 생생한 긴장과 시적인 직관 속에서 드러나는 찬란한 죽음에 관한 언어들은, 우리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방식으로 ‘죽음’을 이해하게 하고, 우리 삶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이 책은, “존재했다, 살았다, 사랑했다”는 단 한 번의 신비로 충만한 인간 존재에 대한 각성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신비는 바로, “우리의 나날의 신비이며, 따듯하고 낯익은 사물들의 신비”이며,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하나의 ‘죽음’이라는 신비이다. ‘노년’과 ‘죽음’에 관한 다양한 탐색의 시대에 출간된 장켈레비치의 기념비적인 저작 『죽음』은, 우리 시대 죽음 이해에 더욱 깊이 있는 본격적인 성찰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다.
프롤로그: 죽음의 신비와 죽음의 현상
1. 초경험적 비극과 자연적 필연
2. 진지하게 받아들임: 실제성, 임박함, 몸소 관련됨
3. 삼인칭, 이인칭, 일인칭의 죽음

◦제1부 죽음 이편의 죽음

1장 살아있는 동안의 죽음
1. 죽음의 성찰
2. 깊이로서의 죽음과 미래로서의 죽음
3. 완곡어법과 부정적 전도
4. 비존재와 무의미
5. 말할 수 없는 침묵과 형언할 수 없는 침묵

2장 기관-장애물
1. 짧은 삶
2.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성, 육체성, 시간성
3. 불가능-필연의 비극성
4. 선택
5. 한계의 소급효과

3장 절반의 열림
1. 신비의 사실성
2. 확실한 죽음, 확실하지만 모르는 시간
3. 확실한 죽음, 확실한 시간
4. 불확실한 죽음, 불확실한 시간
5. 확실한 죽음, 불확실한 시간
6. 사실성의 감수: 사멸성, 고통성, 공간성, 시간성
7. 인식할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 치유할 수 없는 것
8. 종결과 시작

4장 노화
1. 존재로의 도래, 쇠퇴에 의한 부인
2. 고행. 그리고 만일 삶이 계속된 죽음이라면
3. 점진적 마모. 사형수
4. 두 가지 시각: 살아온 것. 살도록 남아 있는 것

◦제2부 죽음 순간의 죽음
이야기할 수 없는 순간에 대한 부끄러움

5장 죽음의 순간은 범주를 벗어나 있다
1. 죽음의 순간은 양적인 최대가 아니다
2. 죽음의 순간은 질적 변화가 아니다
3. 죽음의 순간은 시간적인 달라짐이 아니다
4. 죽음의 순간은 모든 지형학을 거부한다
5. 죽음의 순간은 관계를 갖지 않는다

6장 ‘거의 아무것도 아닌’ 죽음의 순간
1. 『파이돈』에서의 죽음. 죽음의 문턱이 감춰지다
2. 작은 죽음들의 누적인 죽음
3. 죽음의 사건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4. 죽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5. 점진적인 갑작스러움

7장 되돌릴 수 없는 것
1. 공간 속에서 가고 돌아오는 것은
시간 속에서는 가고 돌아오지 않는 것
2. 다시 젊어진다? 다시 산다? 노화를 멈춘다?
3. 되돌릴 수 없음의 운명적 객관성
4. 상대적 불가역성
5. 연속 중의 첫 번째와 마지막 번째
6. 상대적인 처음이자 마지막(일회성): 둘째와 끝에서 둘째
7. 처음이자 마지막인 죽음. 사라지는 나타남
8. 완전히 마지막: 더 이상 영영 아무것도 아님
9. 고별. 그리고 짧은 만남에 대해

8장 돌이킬 수 없는 것
1. 있었다는 것의 되돌릴 수 없음, 하였다는 사실의 돌이킬 수 없음:
‘행해진 것’과 ‘했음’
2. 죽음의 돌이킬 수 없고 회복할 수 없음. 덫과 밸브
3. 재생, 환생, 소생
4. 무화시키는 허무
5. 최후의 사라져 가는 메시지
6. 마지막은 아무런 비밀도 감추고 있지 않다
7. 전혀 다른 차원

◦제3부 죽음 저편의 죽음

9장 종말론적 미래
1. 피안은 하나의 장래인가?
2. 순간에 대한 불안과 피안에 대한 공포
3. 기대와 절망적 기원

10장 내세의 부조리
1. 불사, 부활, 영속하는 생
2. 사유하는 본질의 영원성
3. 이원론에 따른 영혼의 사후 생
4. 보존법칙에 반하여

11장 무화의 부조리
1. 뭔지 모를 다른 것
2. 당연한 연속과 어이없는 중단
3. 죽음에 대한 사유와 사유하는 존재의 죽음. 영원한 - 죽는 진리
4. 바깥과 안. 에워싸는 조감의식과 에워싸인 천진무구함
5. 죽음의 승리. 전능한 죽음
6. 죽음은 사유보다 강하다. 사유는 죽음보다 강하다
7. 사랑과 자유와 신은 죽음보다 강하다. 그리고 역으로도 그렇다!
8. 사멸성과 불사성의 애매함
9. 윤회도 범생명론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12장 사실성은 소멸될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
1. 죽지 않는 자는 살지 않는다
2. 존재했다, 살았다, 사랑했다

옮긴이의 말
주석

왜 누군가의 죽음은 항상 일종의 불상사가 되는 걸까요? 왜 이 정상적인 사건이 그것을 목격하는 이들에게 그토록 호기심과 전율을 자아내는 걸까요? 죽어가는 인간이 존재해 온 지 그토록 오래되었는데도, 어째서 죽을 인간들은 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언제나 우발적인 사건에 아직도 익숙지 않은 것일까요? 우리는 왜 산 자가 사라질 때마다, 마치 처음 일어난 사건이기라도 한 듯이 놀라는 걸까요? (17쪽)

모든 죽음의 언제나 새로운 평범함은 사랑의 아주 오래된 새로움을 닮았고, 모든 사랑의 아주 늙은 젊음과도 닮았습니다. 사랑은 사랑을 살고 있는 이에게는 늘 새로운 것이죠. 마치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는 것이 세상이 생겨나고 처음인 것처럼, 마치 이 봄이 최초의 봄이고 이 아침이 최초의 아침인 것처럼, 천 번도 더 되풀이된 사랑의 말을 실제로 읊는 이에게 사랑은 항상 새롭습니다. (17쪽)

‘내 문제다’라는 말이 무언가가 나에게 과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걸려 있는 것은 바로 내 운명이다, 기도해라! 그런 뜻입니다. 나에게 나의 죽음이 그렇고, 너에게 너의 죽음이 그렇고, 그리고 무릇 각 삼인칭에게 그 삼인칭의 죽음이 그렇습니다. (43쪽)

만일 죽음이 그 이전에도, 그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언제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요? (63쪽)

기분전환은 근심에 사로잡힌 자아를 외부 사물들 쪽으로 돌려놓습니다. 심연을 보지 않기 위해, 권태와 혼미, 불안과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얼굴을 덮어버립니다. 그리고 하찮은 세상일로, 외적인 것으로, 빈 시간을 때울 시끌벅적한 소일거리로 기분을 풀죠. 가벼운 마음으로 인위적이고 피상적인 흥분에 취해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는 너무도 명백한 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피하고 있습니다. (73쪽)

찾지 못할 죽음은 마치 내용물이 용기 속에, 보석이 보석함 속에, 독약이 약병 속에 담겨 있듯 그렇게 삶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은 삶을 둘러싸고 있는 동시에 삶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죽음이 삶을 감싸고 스며들고 배어듭니다. (94쪽)

요컨대 우리가 때의 불확실성 덕분에 얻게 된 것, 그것은 가짜 평안입니다. 무지나 오해, 깊게 들어가지 않으려는 결심에서 비롯된 거짓된 평온이 있는 거니까요. 그러나 어른이 늘 이 유치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눈이 가려지는 것을 거부합니다. 절반의 진실을 선고받은 그는, 진리 전부를 감내할 만큼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고 믿는 것이죠. 완전한 진실을 알면 사형수의 절망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220쪽)

일단 살기. 우선 존재하기! 그러고 나서 여유가 있으면, 살아갈 방식에 대해 생각하기! 삶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 그냥 실체로서 존재하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그 시간을 채우는 소일거리를 찾는 일보다 우선입니다. (241쪽)

삶은 끊임없이 죽어가는 동시에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후퇴적 전진이라고 불러봅시다. 삶의 무한 축소인 순간이라는 불티와도 같이, 삶은 나타나는 사라짐입니다. 혹은 역으로, 나타남의 사라짐에 의해 나타남은 끊임없이 복잡해집니다. 나타남은 그 자신의 사라짐 속에서만 나타나니까요. (291쪽)

실감하는 것, 이는 문자 그대로 (이를테면 계획을 실행한다는 의미로) 현실이 아니었던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호들의 참된 의의와 중요성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더 분명히 말하면, 이는 이미 찾았던 것을 발견하고,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이해하고, 늘 보아왔던 것을 마침내 깨닫는 것입니다. (317쪽)

해마다 새롭게 자연이 주기적으로 다시 젊어지고 다시 싱싱해지는 ‘새봄’은 몹시 기대했던 기분 좋은 놀라움을 인간에게 가져다줍니다. 오래전부터 예견하고 있던 이 지칠 줄 모르는 재시작에 우리는 매년 똑같이 경탄하고, 매년 이 봄이 마치 이 세상의 첫봄인 것처럼 맞이합니다. 새봄은 요컨대 그야말로 오래된 갱신이며 무엇보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혁신입니다. 이미 본 것의 친근함과 옛정의 감미로움이 놀라움의 환희에 섞인 사라진 봄들의 추억입니다. (466쪽)

사랑은 사실 무엇보다 하나의 대답이고, 시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재시작이니까요. 사랑은 아무것도 결코 끝나지 않으며, 반대로 모든 것이 새봄처럼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여름, 그리고 제2의 탄생을 위해 도약한다는 것을 표명합니다. 사랑은 덧없고 부질없는 바람난 미래든, 결혼의 광활한 미래든 하나의 미래를 약속합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수락하여 사랑은 막힌 지속을 풀고 가능성들의 현실화를 돕습니다. (640쪽)

죽음은 살아남은 자들에게서 일상의 연속이라는 요람 속에 멍하니 잠들어 있던 놀람의 능력을 갑자기 깨웁니다. 이 연속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죽음은 우리의 연속주의적인 마비 상태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675쪽)

우리는 이제부터 더 이상 마치 이 누군가가 아예 실존하지 않았던 것처럼, 혹은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 없습니다. 연년세세토록 이 신비로운 “존재했다”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690쪽)

우리는 이렇게 덧붙여 말합시다. 바로 이 점에서조차 죽음은 하나의 신비라고. 이 신비는 또한 우리의 나날의 신비이며, 다정한 눈길이나 묵직한 미소의 신비, 억누른 흐느낌이나 살며시 눈 감기의 신비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와 함께 있는 따듯하고 낯익은 사물들의 신비입니다. (691쪽)

독보적 사유와 전복의 철학자, 철학자들의 철학자 장켈레비치의 ‘죽음’ 철학을 마침내 만나다

-한낮의 빛처럼 눈부시고 매혹적인 ‘죽음’ 철학의 기념비적 저작
-인간의 지혜가 닿을 수 있는, 언어의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죽음’ 사유의 정수
-누구나 알지만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죽음’에 관한 진짜 비밀
-죽음이 익명화되는 시대에 단 한 번뿐인 삶과 죽음의 ‘신비’에 바치는 찬가

▶‘죽음’에 대한 생각에 던지는 독창적인 질문
“왜 누군가의 죽음이 늘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되는 것일까? 왜 이 정상적인 사건이 그처럼 호기심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인간이 존재한 지 이토록 오래되었는데도, 어떻게 죽음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일까?”(17쪽) 인간의 오랜 물음이자 문제적인 주제인 ‘죽음’에 대해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Vladimir Jankélévitch, 1903~1985)는 이런 의문을 던진다. 장켈레비치는 20세기 철학사에서 독창적인 목소리를 낸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음악학자이다. 2023년은 장켈레비치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장켈레비치의 대표적 저작인 이 책 『죽음』(La mort, 1966)은, 일찍이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도 소개되었다. 마침내 한국사회에 출간된 이 책으로, 그동안 단편적으로 접했던 장켈레비치의 독창적인 철학과 그의 역설적인 죽음 사유를 온전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죽음’ 사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데, 『자유죽음』의 작가 장 아메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켈레비치 사유의 심오함이 자신의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으며, 레비나스는 『타인의 휴머니즘』에서 ‘충격적인 책’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장켈레비치는 “만일 죽음이 그 이전에도, 그동안에도, 그 이후에도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언제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물으며,(63쪽) ‘죽음’에 관한 생각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탐구한다. ‘죽음’에 대해 묻는다는 것은, 경험할 수 없는 첨예한 순간에 대해, ‘거의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고, 아슬아슬한 곡예이자 말에 도전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 것이다.(96쪽) 장켈레비치의 ‘죽음’ 사유는 죽음을 정의하려는 시도이기보다, ‘형언할 수 없는 것’인 ‘죽음’의 성격을 전면에 드러내려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삶에서 ‘죽음’의 자리를 새롭게 발견하고, 역설적으로 삶을 생성시키는 죽음의 충만한 가능성을 보여주려 한다. ‘노년’과 ‘죽음’에 대한 탐색이 절실한 시대에 출간된 장켈레비치의 기념비적인 저작 『죽음』은, 우리 시대 죽음 이해에 더욱 깊이 있는 본격적인 성찰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다.

▶죽음의 역설로 다시 발견하는 삶
“한 사람의 죽음은 다른 사람의 의식을 필요로” 하는데,(56쪽) 장켈레비치는 죽음에 관한 세 개의 인칭을 구별함으로써, 우리가 죽음을 경험하는 다양한 차원을 보여준다. ‘일인칭의 죽음’은 ‘나’의 죽음으로, ‘나’는 “예외적이고 절대적인 사건”인 죽음을 경험할 수도, 알 수도 없다. 일인칭은, “지금은 내가 아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다! 혹은, 나는 더 나중에!”(53쪽) 하는 식으로 죽음을 멀리 놓아둔다. “삼인칭의 익명성과 일인칭의 비극적 주체성 사이에는, ‘이인칭’이라고 하는 중간적이고 특권적인 경우”가 있다. ‘이인칭의 죽음’은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그 비통함과 절망으로 죽음을 실제적인 것으로 마주하게 해준다.(48쪽)
‘삼인칭의 죽음’은 실제 ‘죽음’을 은폐하거나 죽음을 얼굴 없는 익명의 다룰 만한 대상으로 만든다.(42쪽) 말하는 이 자신은 죽음에서 예외가 되는 삼인칭 철학은, “형언할 수 없는 것”(97쪽, 129쪽)인 ‘죽음’에 관해 “에둘러” 안전하게 말하는 “완곡어법과 눈속임으로” 나의 죽음을 가린다.(311쪽) 장켈레비치는 특히 역사적·사회적으로 죽음의 비극성이 제거되고, 죽음이 하나의 추상적 사건으로 다뤄지는 것을 비판하는데,(691쪽) 역사에서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죽음이 익명화되는 것은 삶을 보호하기는커녕, 삶의 생기를 앗아가고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기존의 철학 체계나 개념으로 환원하는 손쉬운 해결책에 반대하며, 무엇보다 “내 문제”로 죽음을 실감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때 비로소 죽음의 “실제성, 일인칭, 임박함이 한꺼번에 발견”(44쪽)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죽음’의 “재발견”(317~318쪽)은 “죽음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동시에 삶에 스며들어” 있으며, 삶의 한계와 모순, 장애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삶을 생성시키는 조건이라는 사실에 대한 발견이다. 그 익숙한 비극이 우리 존재를 떠받히고 있다는 낯섦과 새로움을 자각하는 것이다. 삶은 ‘그렇기 때문에’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에서 존재하며, 죽음은 그 삶의 “기관이자 장애물”(150쪽)로 존재한다. 인간은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진동하듯 흔들리고 있으며,(197쪽) “무사태평”과 “비탄” 양쪽을 오가는 양가적인 중간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198쪽)
장켈레비치는 “죽음 이편의 죽음(제1부), 죽음 순간의 죽음(제2부), 죽음 저편의 죽음(제3부)”이라는, 죽음과 접해 있는 경계와의 접점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는 전대미문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한다. 그의 ‘죽음’ 사유는, 시간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죽음의 그 모든 역설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것의 문제를 제기한다. ‘죽음’은 삶의 현장에서 고동치고 있는, 삶을 거듭 시작하게 해주는 동력인 것이다.

▶ ‘죽음’으로 가능해진 단 한 번의 유일함이라는 신비
이 책에서 장켈레비치는 철학적 논증만큼이나 문학과 음악의 언어와 예술을 넘나들며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고, 응축과 확장을 거듭해가는 시적 사유의 변주가 어떻게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가는지 보여준다. “가장 가까이에서!”라는(56쪽) 죽음 사유의 위태로움과 “말에 대한 도전”(96쪽)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 철학자는, ‘죽음’이라는 한계 조건이 역설적으로 열어가는 삶과 죽음의 놀라운 충만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 숭고하고 놀라우리만치 간단한 신비, 감춰져 있지 않은데도 그 어떤 피조물도 간파할 수 없는 이 신비”(693쪽)를 위해 바쳐진 걸작 『죽음』은, 삶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졌지만, 그 삶과 죽음을 (재)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고갈되지 않는 보물”(578쪽)이라고 말한다. 장켈레비치는, 모든 것은 일상의 빛 아래 환히 드러나 밝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며,(697쪽) 평범한 나날의 존재에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의 낯섦을 우리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희망’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그렇게 적극적인 행동가의 낙천성으로 차 있다.
장켈레비치는, 인간이 삶의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개방하고 미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 행동의 철학자였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보았다. 이 책은, “존재했다, 살았다, 사랑했다”는 단 한 번의 신비가 삶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그 신비는 바로, “우리의 나날의 신비이며, 따듯하고 낯익은 사물들의 신비”이자, ‘처음이자 마지막인’ 단 하나의 ‘죽음’이라는 신비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넘치게 채우고 있는 것은 생의 찬란함이다.”(697쪽)

인물정보

저자(글)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Vladimir Jankélévitch, 1903~1985)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음악학자로, 프랑스 부르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사뮈엘 장켈레비치는 프랑스로 귀화한 러시아 오데사 출신의 유대인으로, 의사로 일하는 한편 크로체, 베르자예프, 셸링, 헤겔, 프로이트의 작품을 처음으로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장켈레비치는 1922년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여 1926년 전국 교수자격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다. 이후 프라하의 프랑스 연구소에서 5년 동안 교수로 재직하며 베르그송, 짐멜, 셸링, 키르케고르, 셸러, 그리스 교부철학자들의 저술 연구에 몰두했다.
1931년 베르그송에 관한 해설서를 출간하고, 1933년에는 셸링의 만년 철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6년 툴루즈 대학, 1938년 릴 대학 교수로 취임했으나 이듬해 전시동원되었고, 유대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1940년 비시 정권에 의해 공직에서 추방되었다. 1941년 툴루즈에서 레지스탕스 지하활동에 참여한다. 이 해에 툴루즈의 카페 뒤쪽에 마련된 임시 교실에서 이 책의 바탕이 된 ‘죽음’에 관한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다.
종전 후 라디오 툴루즈-피레네의 음악방송 책임자로 콘서트를 기획하고 음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1947년 릴 대학 문학부 교수로 복직되었고, 1951년부터 1979년까지 소르본 대학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치며, 『깊이 읽는 베르그송Henri Bergson』(1931, [갈무리, 2018]), 『덕에 관한 논고Le traité des vertus』(1949), 『뭐라 말할 수 없는 것과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Le Je-ne-sais-quoi et le Presque-rien』(1957), 『음악과 형언할 수 없는 것La musique et l’ineffable』(1961) 『죽음La mort』(1966), 『용서Le pardon』(1967) 『되돌릴 수 없는 것과 향수L’Irréversible et la Nostalgie』(1974), 『도덕의 역설Le Paradoxe de la Morale』(1981) 등 형이상학과 도덕철학, 음악학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
그의 철학은 당대 프랑스 철학의 주류에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리스어와 문학, 음악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재치와 즉흥성, 열정이 넘치는 강의로 유명했다. 또한 난해한 주제에 대한 역설적인 사유방식, 말보다 행동을 우선시하는 확고한 도덕적 태도는 다양한 세대의 학생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가 『타인의 휴머니즘Humanisme de l’autre homme』에서 ‘충격적인 책’이라고 평한 『죽음』은 음악작품과도 같은 통일성과 조화를 지닌 동시에 분위기와 리듬에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주제를 과감하게 전개해 가는 장켈레비치 저술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번역 김정훈

서울대학교에서 서양고대철학을 전공하고 불문학을 공부했으며, 고전어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우리와 그들의 정치』 외 여러 권의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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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죽음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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