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2025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22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2.38MB)
- ISBN 979119877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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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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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전쟁과 갈등, 재난과 위기의 소식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희망은 없다’는 무력감과 냉소주의가 우리의 세계관을 잠식하고 있다면,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의 이야기를 만나야 할 시간이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소비하며, 또 어떤 이야기를 재생산할 것인가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이는 미셸 푸코가 권력과 지식의 관계를 논했듯, ‘이야기’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를 넘어 권력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주체’로서의 자각을 촉구한다.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가 아닌, 자신의 삶과 세상의 서사를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라고 말이다. 심리학자 조디 잭슨이 말한 것처럼 ‘당신이 읽는 것이 바로 당신’이며, SNS와 유튜브 시대에 적용한다면 ‘당신이 보는 것이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
불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절망의 이야기는 자기파괴적이다
이제는 ‘다르게’ 이야기해야 할 때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1
2. 정치적이고 편파적인 이야기들
뉴스는 ‘선택된’ 소식들만 보여준다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이야깃거리들’
뇌는 때로 뉴스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개개인을 익명의 집단으로 기술하는 뉴스들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에서 벗어나는 법
영웅 서사에 기대는 사람들
피가 흐르면 톱기사가 된다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를 쓰는 이유
우리는 느리고 점진적인 진보에 주목하지 않는다
뉴스는 오류 보고서인가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2
3. 우리는 얼마나 나쁜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가
무력감을 가르치는 이야기 전달 방식
감정의 결여는 모든 감정 중 가장 위험한 감정
우리는 얼마나 나쁜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전염된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도를 그려야 할 때
심리적 보호복이 되어주는 낙관론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3
4. 방향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
건설적 저널리즘을 위한 제안
문제 ‘이상’의 것을 보는 훈련이 필요한 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이상적 상태란 최종 목표가 아니라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4
5. 다른 이야기를 쓰기 위한 첫걸음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데서부터 시작하라
앞서간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과거의 성과로부터 배우는 법
이미 변화의 첫걸음을 뗀 이야기에 주목하라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보는 일의 중요성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관점을 먼저 바꿔야 한다
변화는 결국 자신에게서 시작된다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5
6. 나쁜 소식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깨뜨리는 법
옳고 그름을 너무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
더 나은 질문이 더 나은 대답을 이끌어낸다
우리에게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와 진보는 아래로부터 시작된다
나쁜 소식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6
7.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찾고자 해야 찾을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일상에서 이야기를 변화시키는 법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건 결국 ‘질문’이다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7
8.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뇌는 너무 많은 위험을 인식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세상은 분명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우리에게 이정표가 필요한 이유
우리의 인식이 현실을 만든다
‘다른’ 이야기를 위한 실험 8
9.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첫걸음을 내디디는 것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어떤 미래에 살고 싶은지 묻는다면
에필로그: 두려움이 우리를 용기 있게 만든다
역자후기: 당신이 읽는 것이 당신이다
참고문헌
어쩌다 뉴스 읽기를 그만두었는지, 어쩌다 그리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분명 의식적인 결정이었고, 그 순간부터 나를 둘러싼 세상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만은 똑똑히 기억난다. _ 본문 11쪽
홍수, 산불, 지진, 교통사고, 테러, 전쟁, 팬데믹 등 미디어에는 나쁜 소식들이 넘친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 어디에서나 그런 소식들을 접할 수 있다. 아침 출근길에 자동차나 전철에서 그런 소식을 접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나 가족과 이를 화두 삼아 대화를 나눈다. 하루 종일 가판대에 놓인 신문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오고, 스마트폰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온갖 소식들이 날아든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일상을 보내든, 어떤 삶을 살아가든 상관없이, 우리 곁에는 늘 뉴스가 함께한다. 대부분 부정적인 뉴스들이다 _ 본문 14쪽
카불에서 1년 반을 지내는 동안 거듭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변에서 안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도무지 벗어날 길 없어 보이는 절망적인 이야기들이 넘칠 때, 나는 발 딛고 서 있던 땅이 꺼져버리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런 순간이 오면 급제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며칠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보드게임을 하고,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어느 순간 기분이 좀 나아져서, 세상에는 좋은 것, 선한 것이 있다는 믿음을 다시금 회복할 때까지 그렇게 했다. 몇 달 뒤, 나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을 의도적으로 찾아 나섰다. 무슨 커다란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완전히 미쳐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게는 이야기가 필요했고, 특히 용기와 확신을 주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_ 본문 25쪽
부정적 뉴스의 지속적 소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부정적 뉴스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부끄러움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부정적인 뉴스를 보다보면 우리는 활기를 잃고 냉담해지며,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수동적으로 변한다.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욕도 줄어든다. 눈앞에 펼쳐진 부정적 상황이 일시적이며 변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_ 본문 30쪽
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폭력은 존재하며, 우리 현실의 일부다. 그러나 폭력을 극복할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사건 그 자체만 이야기할 경우, 비록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공포와 고통이 계속 확산되는 데 기여하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듣거나 읽거나 보는 이들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정관념을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이는 폭력의 장을 용인하는 것이며, 폭력이 더 많은 힘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인데도 말이다. _ 본문 34쪽
부정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비단 뉴스만이 아니다. 이런 경향은 우리의 이야기 문화 전반에 배어 있다. 우리의 이야깃거리는 이 문제에서 저 문제로, 이 어려움에서 저 어려움으로, 이 위기에서 저 위기로 옮겨 다니곤 한다. 저널리스트들뿐 아니라 우리는 모두 매일 이런저런 메시지와 뉴스를 전달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_ 본문 37쪽
뉴스는 하루, 일주일, 한 달 등 특정한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들 중에서 선별한 소식들이다. 무슨 뜻일까. 이는 뉴스가 결코 완전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뉴스를 소비하든 간에, 뉴스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선택된’ 소식들만을 보여줄 따름이다. 게다가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각 저널리스트가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건들을 선별한다. 선별 기준은 무엇일까. 저널리스트들은 어떤 기준으로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까. _ 본문 46쪽
어떤 저널리스트들은 이렇게 갈등 요소가 많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의도적으로 사냥하고 다니고, 어떤 저널리스트들은 그저 반사적이고 습관적으로 이런 기사들을 활용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범죄가 전반적으로 확연히 감소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라 하더라도, 제목은 증가한 특정 범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뽑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쁜 뉴스만이 좋은 뉴스다’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편집국에는 또 하나의 규칙이 있다. 바로 ‘피가 흐르면 톱기사가 된다’는 것이다. _ 본문 77쪽
이해해야 할 또 하나의 역학 관계가 있다. 뉴스는 보통 특정 기간 안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대부분 하루 안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하지만 사회적 진보라 불리는 일들은 대부분 긴 시간을 거쳐 느리게 일어난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변화를 동반하며, 명백히 마무리되었다 싶은 지점에 도달하는 경우가 드물다. 뉴스와 우리 삶이 전개되는 방식은 비슷하다.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것을 곧장 알아차린다. 반면 무언가 개선되는 과정은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다. 집을 허무는 것보다 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스 로슬링은 《팩트풀니스》에서 이렇게 쓴다. “느리고 점진적인 개선에 대한 보도는 그것이 아무리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해도,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해도, 1면에 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_ 본문 82쪽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뉴스를 접하며,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를 완화하거나 막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다른 나라 정치인들이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어떤 법안과 정책을 발효시키는지, 그중 우리 정부에서도 적용하면 좋을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보도되지 않는다. 또한 그런 조치를 통해 과거에 어떤 진전을 이루었는지, 그런 진전을 낳은 시도가 처음에는 얼마나 실현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운 일들이었는지, 그럼에도 그 난관을 이겨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_ 본문 96쪽
주로 부정적인 뉴스만 소비하다 보면, 우리는 잘못된 상태를 일시적이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느낀다. 실제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자신이나 타인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여긴다. 그리하여 변화를 도모하는 대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_ 본문 98쪽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미디어가 무슨 말을 해도 곧이듣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그리는 일을 그만두어 버린다. 심리학자 미셸 길런은 “오늘날 우리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믿음”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물론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백만 가지 일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시작된다.” _ 본문 99쪽
조디 잭슨은 그의 책 《당신이 읽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에서 부정적인 뉴스만 소비하는 것은 정크 푸드를 먹는 것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한다. 감자튀김, 햄버거, 콜라만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처럼, 부정적인 뉴스만 소비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면서도 영양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양의 뉴스와 이야기를 소비하면서도 내실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_ 본문 108쪽
변화는 가능하며, 사회적 진보도 가능하다. 이 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 대부분은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_ 본문 114쪽
나는 건설적 저널리즘의 방향을 한눈에 확 들어오게 기술하고 싶어졌고, 한동안 생각한 끝에 간단한 공식을 생각해 냈다. 바로 ‘문제+X=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문제+X. 여기서 ‘문제’는 우리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뜻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불공정, 억압, 위기, 부정의, 재난, 전쟁 등등. 개인적 차원에서는 걱정거리, 다툼, 직업적 어려움, 질병, 불면증 등등. X는 이상적인 상태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우리가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을 뜻한다. 문제를 감소시키거나, 약간의 운과 인내를 통해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바로 X다. _ 본문 132쪽
우리는 이상적인 상태란 지나치게 완벽하게 보여서 구체적인 목표로 삼기는커녕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이상적 상태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가를 잣대로 삼을 필요는 없다. 꿈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잣대 로 삼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상적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조만간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로 보기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생각하라. 우리가 주변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말이다. _ 본문 141쪽
종종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문제들을 보면서 자문한다. 이젠 어떡하지?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무얼 더 잘할 수 있을까? 앞으로 무얼 더 요구할 수 있을까? X가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해묵은 문제들, 우리가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에도 X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있다. 그 도구는 바로 스스로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어떤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당면한 문제에 대해 더 면밀히 탐색해 보도록 요구하고, 어떤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 보도록 요구한다. _ 본문 149쪽
X를 찾기 위해 던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질문은 우리의 문제가 과거에 이미 해결된 적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X의 단서를 과거에서 찾으려 한다 하여, 모든 것이 옛날에 더 좋았다 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어떤 대책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그 원칙을 참고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_ 본문 159쪽
근로시간 단축의 예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하루 8시간 근무제가 언제 도입되었는지를 안다면(독일에서는 191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가 몇 차례의 변동을 겪은 뒤 1960년에 다시 도입되었다), 8시간 근무제의 도입이 노동운동의 성과였음을 안다면, 이 성과가 임금 삭감 없이 주 48시간‘만’ 일하면 된다는 것이었음을 안다면, 이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90년 이상 투쟁해 왔음을 안다면, 하루 8시간 근무제 역시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_ 본문 163쪽
우리는 정부의 지지부진한 행동과 별개로, 각자 자신의 도시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통해 X를 찾을 수도 있다. 2019년 5월 2일, 콘스탄츠는 독일 최초로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자 같은 달에 11개 도시가 그 뒤를 이었고, 이는 뮌헨과 베를린 같은 대도시를 포함해 연말까지 69개 도시로 늘어났다. 이들 도시는 모두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했고, 일부 도시는 목표 시점을 더 앞당겨 잡았다. 가령 에를랑겐은 203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미 50개 이상의 긴급 조치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_ 본문 168쪽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된 40년간의 노력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결국 평화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평화를 위한 노력이 존재하지조차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노력들이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며, 그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것 역시 아니다. 우리가 성공한 자, 힘 있는 자, 승리한 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인류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_ 본문 175쪽
좋은 것을 보기 위해 나쁜 것에는 아예 눈을 감아 버리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 난관, 불의를 딛고 성장하려면, 우리는 둘 다 살펴봐야 한다. 문제와 X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_ 본문 189쪽
우리는 문제 해결 방법을 취재하고, 보도하고, 논의함으로써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깨뜨릴 수 있다. 건설적인 시각으로 권력자들과 맞서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회적, 정치적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고 있고,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 _ 본문 191쪽
건설적인 보도란 취재에서든 인터뷰에서든 각각의 대화 상대에게 추가적으로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정치인을 상대로 특정 문제에 대해 인터뷰할 때, 어쩌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혹은 최소한 덜 발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다음 단계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절차는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질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묻는 것이다. _ 본문 197쪽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와 새로운 데이터들만이 아니다. 그러한 정보와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같이 접하는 세상의 수많은 불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우리가 무력해지거나 통제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세상을 다시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결책들을 찾을까? 어떻게 서로를 북돋울까? _ 본문 204쪽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특정 주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 진지하지 않고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가능한 해결책을 부각하는 기사를 쓰면 비판력이 부족하거나 사안과 충분한 거리를 두지 못하는 사람으로, 혹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축소하는 사람으로 비춰질까 우려한다. _ 본문 209쪽
나쁜 소식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재난이나 불행이 닥치면, 어떤 일이든, 사람들은 그 일에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진, 전쟁, 팬데믹뿐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재난이 일어나는 곳에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고, 불의가 벌어지는 곳에는 정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으며, 억압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찾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저널리스트들에게도,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_ 본문 211쪽
우리는 폭력에 대해서만 듣는다. 폭력에 대한 무력감만 느낀다. 이런 뉴스로부터는 세상에서 또다시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나는 오늘날 저널리스트들이 더 나은 일을 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중략) 문제와 더불어 성공적인 해결책까지 보도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된다. 재난 및 재해 소식과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함께 보도한다면, 우리 역시 그런 도전에 직면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배우게 된다. 비판적이고 건설적인 보도는 그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모든 일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어려움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조언,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알려준다. 개인도, 사 회도 그런 보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_ 본문 213쪽
두려움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호랑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만 도움이 된다. 뚜렷한 위험이 있을 때에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철길을 걸어가는데 기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거나, 절벽에 다가서니 코앞에 낭떠러지가 있다거나, 집에 불이 났음을 알아차렸다거나, 강가에서 독사나 악어를 발
이야기하는 존재로서 인간에게 묻다
‘당신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당신의 지금을, 미래를 어떤 이야기로 채우고 싶은가’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지배적인 종이 된 가장 큰 이유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꼽았다. 인간은 역사 이전 시대부터 이미 이야기를 만들고, 전파하고, 공유함으로써 연대하고 결속했다. 이야기는 인간 개개인의 자기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집단의 규율이 되고,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되었다.
이야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위해 굳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차원, 종의 역사의 차원까지 확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갓 태어나 인간으로서 삶을 시작한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스스로 이야기가 되고, 그런 숱한 이야기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개인으로서, 집단으로서 삶의 서사를 형성해 나간다. 인간의 삶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바로 ‘이야기하는 존재’로서 우리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파하는 일을 하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이야기를 쓰고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그건 바로 우리가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렇듯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넘쳐날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나 믿음을 접은 채,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든다고 일갈한다. 부정 일변도의 이야기가 개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지를 깨달은 저자는 이야기하는 존재로서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당신은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길 원하는가?’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든다
_ 이야기는 투표 성향, 소비 습관, 대인 관계, 신념 등 삶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인간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타인의 눈으로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야기는 의미를 만들어내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또한 가족, 친구, 커뮤니티, 나아가 사회 전체를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되어주며, 다양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훈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야기는 인격을 형성할 뿐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도 발달시킨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이야기가 곧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접하는 이야기들, 우리가 전달하는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더 많이 우리 삶을 좌우한다. 이야기의 내용,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은 우리가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돈을 어디에 쓸지, 휴가를 어디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뿐만이 아니다.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혹은 물건을 사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에도 영향을 미치며, 누구를 신뢰할지 말지, 누구를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어떤 것을 기억하고, 어떤 것을 흘려 넘길지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묻고,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할지에 영향을 미치며, 자녀를 낳을지 말지, 자녀를 낳았다면 어떻게 양육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이야기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킨다. 개별적인 이야기 하나하나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모여 신념을 형성한다. 신념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한다. 우리의 의사결정에도,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념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도 신념이며, ‘모든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거나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라면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신념이다. 신념은 종종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믿으면, 일상에서 그 믿음에 부합하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이에 따라 그 믿음이 세계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신념은 변화될 수 있다. 우리가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신념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나쁜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가
_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뉴스를 찾아 헤맨다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고, 신념을 형성하고, 이에 기초한 행동에도 영향을 끼친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이야기는 무엇인가. 저널리스트로서 저자가 이 화두를 틀어쥐게 된 것은 수십 년째 전쟁의 참화 속에 놓여 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 취재에 나서면서부터다. 아프가니스탄의 사정은 분명 좋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테러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고, 전쟁 이후 가난에 허덕이던 어느 가족은 온 식구들이 마약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인가. 저자가 본 것은 참혹한 현실만은 아니었다. 거기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었고, 바깥세상에서 고개를 외로 꼬고 보듯 오로지 절망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일상을 살아가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을 소재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절망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소위 ‘이야깃거리’가 되고 ‘기사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대체로 ‘나쁜’ 뉴스, ‘부정적인’ 소식에 귀 기울일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부정적인 뉴스의 전파자가 되기를 자처한다.
이런 경향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불안해지면, 두려움을 더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가벼운 감기나 바이러스성 위장염을 겪으면서도, 혹시 암은 아닐까, 심근경색 전조 증상은 아닐까, 다른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건 아닐까 의심한다. 저자는 자신도 카불에서 그런 순간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테러가 벌어진 뒤, 관련 뉴스들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온 도시가 테러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부정 일변도의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가장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에 빠지도록 만든다는 데 있다. 그것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든,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든, 혹은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이야기이든 간에, 세상이 얼마나 나쁘고 절망적인 상황인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변화와 진보에 대한 의지를 다져야 할 자리에 냉담함과 무관심이 자리 잡게 된다. 어차피 모든 것이 나빠지고 있는데, 굳이 변화를 위해 싸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소설가 엘리프 샤팍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번개처럼 빠르고 광범위하게 야만적인 폭력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꼭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도덕해지거나 악해질 필요는 없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무감각해지기만 하면 된다. 무관심하고, 고립되고, 파편화된 채 자기 삶에만 너무 골몰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상태가 될 때,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는 관심도 없고 전혀 관여하지 않는 상태가 될 때가 위험한 순간이다. 감정의 결여는 모든 감정 중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나쁜 소식, 부정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진 개인들의 집단적 무관심과 냉담함이 가장 위험하다는 얘기다.
지금은 방향을 제시하는 이야기가 필요한 때
_ 부정과 절망의 이야기를 넘어, 새로운 방향 설정을 위한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제 ‘다른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부정 일변도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다른 방식이란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야기다. 온 세상에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소식이 넘쳐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부정적인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나쁜 소식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을 개선시키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대안을 모색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문제+X’로 공식화하는데, 여기서 X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상황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 그 자체’나 이를 위해 노력하는 ‘주체들’일 수도 있다. 사회적 진보는 ‘점진적이고 느리게’ 일어나기에 당장 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중장기적인 추세를 볼 때, 지금까지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X’들 덕분이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X라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X를 찾기 위한 실험을 계속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독일로 돌아온 뒤 〈트루 워리어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200여 회의 상영회를 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영화에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독일로 온 뒤 새로운 삶을 살아가나는 난민 청년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절망 그 자체가 아닌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상영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영화에 나온 난민 청년들의 삶에 대해 토론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 자신의 삶의 영역에 주어진 난관을 극복해 나갈 영감을 얻는다.
저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란 ‘완결되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저자는 ‘나쁜 소식’이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단언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나쁜 소식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최근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건과 그 이후의 상황 전개에 비추어 볼 때에도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이야기’는 분명 나쁜 이야기로 끝맺음되는 것이 아닌, 변화와 진보, 희망의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벼락같이 내려쳤던 절망의 사건에서 스스로 X를 모색했고, 연대했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듯, 희망의 이야기는 완결점이 있는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고, 우리가 만들어 나가고 있는 이야기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려는 지향에 대한 이야기다. 한 개인이, 그리고 한 사회가 변화하고 진보한다는 것은 바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_ 세상은 나아져왔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을 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X를 모색하며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건을 보는 방식, 문제를 보는 방식,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부정적이고 선정적인 사건 그 자체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는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도 하며, 악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에 대해, 사건에 대해, 세상에 대해 삿대질하는 데서 그칠 때, 우리는 이야기를 변화시킬 동력을 잃은 채 부정 편향적 사고에 매몰된다.
저자는 우선 세상이 점진적으로 ‘진보해왔음’을 인식하고, 앞으로도 더 나아져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희망이 곧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실질적인 행동과 연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면서 스웨덴의 비영리 재단 갭마인더에 제시되어 있는 18개 질문들 중 몇 가지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지난 10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어떻게 변화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절반으로 줄었다’의 3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오답률은 84퍼센트에 이른다. 정답은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84퍼센트가 동일 수준이거나 더 늘었다고 답한 것이다. 갭마인더에서 제시한 질문들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개 ‘부정적인 선택지’를 고른다. 실제로는 세상이 더 나아져 왔음에도, 많은 이들이 더 나빠져 왔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저자는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주의’를 넘어, 실은 점점 나아져 왔으며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낙관주의’로의 전환을 주문한다. 덧붙여, 낙관주의는 비현실적 몽상이 아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현실 부정을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작금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우리가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시인 메리 올리버가 애드거 앨런 포의 비관주의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대목을 인용한다.
“비관주의는 (…) 감정적 체계의 결핍과 믿음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부연하자면, 자기 신뢰가 아니라 (…) 좋은 가능성과 나쁜 가능성을 모두 가진 세상 전체에 대한 믿음의 결여다. 포는 과거와 다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비관주의는 미래가 과거보다 더 나을 수 있음을 믿지 않는 것이다. 낙관주의는 아무 생각 없이 양지의 아늑한 벤치에 팔짱을 끼고 앉아, 어차피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안이한 믿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낙관주의는 모든 일에 우리의 행동이 중요하며, 우리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또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곧장 포기하느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고 믿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 인간 사회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우리가 속한 사회를 어떤 이야기로 채워 나가느냐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우리의 지금을, 우리의 미래를, 절망과 비관의 이야기로 단정 짓지 말고, 희망의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자고.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인물정보
저자(글)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Ronja von Wurmb-Seibel)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며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저자는 〈차이트Die Zeit〉 편집국 정치부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건너가 2년간 통신원으로 활동했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바로 카불에서의 경험과 고민에서부터 비롯된 책으로, 출간 직후 독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는 매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갖가지 소식들과 이야기들에 둘러싸여 산다. 저널리스트로서 저자가 다룬 ‘뉴스’ 역시 그런 ‘이야기들’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어우러진 인간 존재의 삶 그 자체가 이야기이며, 우리가 읽고, 듣고, 보며 전파하는 뉴스들 역시 삶의 이야기들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야기들이 온통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색채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많은 매체들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안과 희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부정적이기만 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열을 올린다. 저자는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나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제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이야기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제정신이라는 착각》, 《부분과 전체》, 《뇌가 No라고 속삭일 때》,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카이로스》, 《울림-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등 다양한 분야의 독일어권 책들을 우리 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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