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유전자

운명 대신 질문을 남기다

정민규 지음

또또규리 2025년 12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태어나는 순간, DNA가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알파는 권력의 정점에, 델타는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그러나 예외는 언제나 존재한다. 변이자, 금지된 사랑, 위장된 삶, 그리고 반란.
완벽해 보이는 체제의 균열 속에서, 인간은 다시 묻는다.
“정말 우리의 운명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가?”

목차

프롤로그 신생아실의 아이들

1장 알파의 고독
2장 변이자
3장 금지된 사랑
4장 DNA 세탁소
5장 반란의 씨앗

에필로그 마지막 유전자

책 속으로

그 뒤편에서 신생아의 울음은 일정한 간격으로 솟았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 울음은 이곳에서 가장 덜 중요한 소리였다. 부모들의 시선은 아기의 얼굴이 아니라, 손목에 감겨 들어가는 얇은 금속 밴드, 그리고 그 위에 떠오를 등급표를 향하고 있었다.
- <신생아실의 아이들> 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 어머니가 조용히 핸드폰을 껐다. 축하 메시지들이 줄줄이 쌓여 있었지만, 읽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창밖의 어둠을 오래 바라보았다. 아이가 잠든 얼굴이 떠올랐다. “널 사랑해.”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어지는 문장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어떤 등급이든.” 사랑은 등급과 잘 섞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잊어버렸다.
- <신생아실의 아이들> 중에서

기계는 오류 메시지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결정 불가”라는 단어를 화면에 띄웠다. 신생아실 출생센터에 있던 부모들은 속삭였다. “결정 불가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어?”
결국 의료진은 아이의 기록에 새로운 분류를 적어 넣었다. 변이자(Variant). 임시로 만들어진 꼬리표였다. 아이의 부모는 설명을 들으며 차갑게 굳었다. 알파도, 델타도, 그 어느 쪽도 될 수 없는 불분명함.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위험 신호였다.
- <변이자> 중에서

“DNA 판독 결과, 귀하는 알파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언어 패턴, 시선 처리, 손동작에서 감마적 습관이 발견됩니다. 위장률 67%. 사회 적합 판정: 실패.”
그는 당황해 더 열심히 알파답게 굴었다. 고개를 높이 들고, 웃음은 절제하고, 목소리는 낮게 가다듬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이상했다. 면접관의 모니터에는 끊임없이 “부자연스러움 감지”라는 메시지가 떴다. 결국 그는 탈락 통보를 받았다.
- <DNA 세탁소> 중에서

군중의 중심에 선 한 청년이 손목 팔찌를 뜯어 바닥에 내던졌다.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울렸고, 사람들은 일제히 따라 했다. 광장은 팔찌 파편으로 반짝였고, 그것은 별빛처럼 흩어져 밤하늘을 물들였다. 아이들은 그 빛을 주워 들며 놀았고, 어른들은 눈물을 흘렸다.
- <반란의 씨앗> 중에서

출판사 서평

『마지막 유전자』는 기술과 권력이 결합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지배하는지를 묻는다.
“공정은 출발선에서 보장된다”는 구호 아래,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등급으로 나뉜다.
그러나 고독, 오류, 사랑, 위장, 반란, 그리고 마지막 자유의 순간은 결국 제도의 균열을 드러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풍자와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이 단편집은 오늘의 독자에게 “내 삶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인물정보

저자(글) 정민규

작가이자 편집자, 또또규리 출판사 대표. 인간과 사회, 기술이 만들어내는 균열과 가능성을 탐구한다. AI와 협업하여 새로운 문학적 실험을 시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