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뒤의 얼굴

정민규 지음

또또규리 2025년 11월 2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당신의 하루는 몇 점입니까?”
관계, 감정, 선택이 모두 점수로 관리되는 사회.
손목의 밴드는 우리의 일상과 관계를 수치로 기록하고, 점수는 곧 생존의 조건이 된다. 웃음 하나, 악수 한 번, 대화의 피드백 클릭까지 — 모든 순간은 점수로 환산된다. 그러나 점수는 인간의 진짜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까?
『점수 뒤의 얼굴』은 숫자로 환산된 사회 속에서 관계의 본질을 되묻는 미래 소설이다.
한 여자가 점수 체계의 틀을 거부하고, 관리되지 않는 불안정한 감정 속에서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지금 점수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기억과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목차

1부 점수의 시대
2부 균열
3부 다른 무게

책 속으로

회사 로비에 들어서자 동료들이 출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인사는 웃음이나 악수가 아니라, 서로의 손목 밴드가 맞닿으며 내는 전자음으로 이루어졌다.
“띠익, +0.5점.”
“띠익, +0.5점.”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몇 번이나 손목을 내밀며 짧은 인사를 반복했다. 관계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리려는 몸부림이었다. 민지는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 <점수의 시대> 중에서

화면에는 낯선 얼굴이 나타났다. ‘성향 유사도 92%.’ 민지는 무심코 ‘수락’을 누르려다 손가락을 멈췄다. 그 순간 오래된 기억이 스쳤다. 대학 시절 친구 지연과 함께 웃던 얼굴, 서로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나누던 시간, 점수로 평가되지 않았던 그 시절.
민지는 결국 화면을 껐다. 곧장 손목의 밴드가 붉은빛으로 점멸했다.
- <점수의 시대> 중에서

차가운 금속 의자에 묶인 채, 민지는 넓고 하얀 공간에 앉아 있었다. 벽에는 창도, 시계도 없었다. 대신 천장에서 흘러내리는 전광판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글자가 형체 없는 목소리로 변환되어 울렸다.
“민지. 당신은 점수 관리 체계를 거부했습니다. 왜입니까?”
- <다른 무게> 중에서

출판사 서평

숫자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 점수는 안전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삶의 자유를 빼앗는다.
『점수 뒤의 얼굴』은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을 관리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점수 체계에 균열이 생기며 드러나는 인간 본연의 갈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점수화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평가, 리뷰, 좋아요 수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점수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AI와 함께 쓴 이 책은 새로운 형식의 문학 실험이자,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다. 점수로 평가할 수 없는 관계와 기억, 관리되지 않는 감정 속에서만 인간은 존재한다.

인물정보

저자(글) 정민규

작가, 편집자, 출판 기획자로 활동하며 인간과 사회, 기술과 철학을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 왔다. 『생각을 잃은 사람들』, 『가짜 인간』, 『파스칼, 나, 그리고 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존재를 탐구해 왔다.
AI와 협업한 창작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문학 실험을 이어가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작품 곳곳에 심어 두고 있다.
『점수 뒤의 얼굴』은 그가 기획하고 집필한 미래 단편 집의 한 권으로, 점수와 관계에 갇힌 사회 속에서 인간다움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