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어린 왕자

소비 사회의 황폐한 별들

정민규 지음

또또규리 2025년 10월 2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현대판 어린 왕자 – 소비 사회의 황폐한 별들』은 고전의 상징을 오늘날의 풍경으로 다시 불러온 현대판 풍자 동화입니다.
어린 왕자는 더 이상 단순한 여행자가 아닙니다. 그는 로고가 붙어야 존재하는 사람들, 쿠폰에 매달려 울고 웃는 군중, 점수와 팔로워 수로 서로를 재단하는 별들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황량한 진실을 목격합니다.
SNS, 광고, 밈, 데이터, 평판… 화려한 소비 사회의 장막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이 책은 해시태그와 그래프가 진실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나는 내 눈으로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목차

프롤로그 스크린 너머의 별을 찾아서

1부. 소비의 별들
1장. 브랜드의 별 — 로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
2장. 광고의 별 — 아무 내용 없는 슬로건을 팔아 치우는 상인
3장. 팔로워의 별 — 숫자만이 왕의 권력인 왕좌
4장. 쇼핑몰의 별 — 텅 빈 상자를 쌓으며 환호하는 군중
5장. 할인 쿠폰의 별 — 종잇조각에 매달려 다투는 사람들
6장. 리스의 별(구독 경제의 별) — 숨조차 빌려 써야 하는 삶

2부. 주목과 평가의 별들
7장. 밈(Meme)의 별 — 웃지도 않으면서 웃는 얼굴을 반복하는 세상
8장. 평판의 별 — 점수로 사람을 재단하고 무가치로 만드는 사회
9장. 데이터의 별 — 로그와 숫자만이 진실이라 믿는 신전

3부. 잃어버린 것과 회상
10장. 어린 왕자의 회상 — 지나온 별들을 되돌아보며 꽃을 떠올리다
11장. 사막에서의 질문 — 숫자가 아닌 눈과 마음으로 보는 것

에필로그 소비 없는 별을 향해

작가의 말
독자에게 드리는 제안

책 속으로

그는 옷에도, 모자에도, 심지어 이마에도 슬로건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이마에 쓰인 문구는 이랬다. “나도 사봤다”.
어린 왕자가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 대체 무엇을 파나요?”
그는 활짝 웃었다.
“무엇이든! 오늘은 행복, 내일은 우정, 모레는 슬픔도 팔 수 있지. 단, 패키지에 담기만 하면 돼!”
“행복은… 물건이 아닌데요. 어떻게 팔 수 있어요?”
광고인은 깔깔 웃으며 말했다.
“행복을 직접 주는 건 아니야. 대신 행복처럼 보이는 것을 보여주지. 사람들은 그걸로 충분히 지갑을 열어.”
그 순간, 광고판이 번쩍이며 화면을 바꿨다.
“오늘만 1+1, 웃음 패키지! 구매 시 무료 시선 포함.”
- <광고의 별 - 아무 내용 없는 슬로건을 팔아 치우는 상인> 중에서

순식간에 드론이 날아와 어린 왕자의 앞에 섰다. 드론의 스피커가 명령했다.
“무료 체험이 끝났습니다. 지금 구독하시겠습니까? [예] [예]”
어린 왕자는 당황했지만, 다행히 한 여자가 그를 끌어 골목으로 숨겼다. 그녀는 허름한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목걸이는 꺼져 있었다.
“조심해. 여기선 다 구독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 하지만 넌 외부인이라 시스템에 아직 등록되지 않은 거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촛불 하나를 꺼냈다.
“이건 구독이 필요 없어. 그냥 켜면 돼.”
작은 불꽃이 어둠을 밝히자, 어린 왕자는 눈이 반짝였다.
“정말 아름답네요. 근데 왜 모두 이런 걸 쓰지 않아요?”
여자는 씁쓸히 웃었다.
“이 불은 오래가지 못하거든. 기업들은 오래 가는 걸 싫어해. 대신 매달, 매주, 매일 돈을 내도록 만드는 걸 좋아하지.”
- <리스의 별(구독경제의 별) - 숨조차 빌려 써야 하는 삶> 중에서

아무도 리뷰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점수를 매기지 않았지만, 그 별빛은 분명히 존재했다.
어린 왕자는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는 알았다. 아직 더 많은 별이 남아 있고, 또 다른 유혹과 거짓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이미 기준이 생겼다.
“나는 내 꽃을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어디서든 내 눈으로 본 것, 내 마음으로 느낀 것을 지키며 살아갈 거야.”
작은 비행기가 우주를 향해 떠올랐다.
뒤로 멀어지는 수많은 광고판과 네온사인, 데이터 서버와 평판 탑들이 점점 작아졌다.
- <어린 왕자의 회상 - 지나온 별들을 되돌아보며 꽃을 떠올리다> 중에서

출판사 서평

“숫자가 권력이 되는 시대, 어린 왕자가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현대판 어린 왕자 – 소비 사회의 황폐한 별들』은 오늘날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풍경을 동화의 언어로 풍자합니다.
브랜드의 별, 광고의 별, 팔로워의 별, 데이터의 별… 하나하나의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뼈아픈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문득 자신이 매일 누르는 좋아요와 체크리스트 속에서 길을 잃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고전이 “사랑과 우정”을 노래했다면, 이 현대판 어린 왕자는 “소비와 허상”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을 비춥니다.
그러나 끝내 이 책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을 남깁니다.
광고가 없어도, 쿠폰이 없어도, 팔로워가 없어도, 여전히 향기를 내는 꽃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물정보

저자(글) 정민규

작가, 편집자, 번역가, 또또규리 출판사 대표. 고전의 언어와 현대의 풍경을 잇는 글쓰기를 이어 오고 있다.
『어른이라 말할 수 있도록』, 『너의 손을 잡으며』, 『사는 게 낯설 때』 등을 펴냈으며, 풍자와 성찰이 어우러진 <또또규리의 다시 쓰는 동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판 어린 왕자 – 소비 사회의 황폐한 별들』은 어린 왕자의 시선을 빌려 소비 사회의 각종 별들을 풍자한다. 화려한 숫자와 로고 속에서 잊힌 단순한 진실을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