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2025년 08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8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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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938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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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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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돈, 욕망을 낱낱이 비추는 악인들의 연극
가장 역동적인 작가 설재인이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인 욕망
우리 모두 이 소설로부터 무죄일 수 없다
설재인이 선보이는 불편하고 매혹적인 스릴러
『그 변기 위의 역학』 『월영시장』 『범람주의보』 등 장르를 뛰어다니며 자신만의 문학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작가 설재인이 신작 장편소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을 나무옆의자에서 선보인다. 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구아람’은 졸업한 뒤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극에 대한 열정으로 청춘을 바쳤으나 예술은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었어도 돈을 주진 않았다. 늘 가난에 허덕이던 아람은 설상가상으로 집에 불이 나서 대학 동기인 ‘정소을’의 오피스텔에 얹혀살게 된다. 소을은 숱한 오디션 낙방으로 예술인의 길에서 강제로 멀어져 청소년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세 칸짜리 방이 있는 오피스텔에 살며 집 청소 대행 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을은 어떤 상담인지는 몰라도 아람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으로 넉넉한 듯했다. 예술이 본인들의 인생을 망쳤다면서 소을과 함께 자조하며 동거하기를 한 달. 어느 날 소을이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소을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김석원’이 찾아온다. 그는 특목고를 자퇴하고 여행 다니는 영상을 업로드해 유명해진 청소년 유튜버다. 충격은 소을이 미성년자와 연애하고 있었다는 것뿐만 아니었다. 사실 그가 부잣집 딸이었다는 것. 심지어는 아람 몰래 오피스텔 전세금을 빼 석원과 세계 일주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아람에게 충격이었다. 가장 절친한 친구가 “가난하고 핍박받는 예술가”(43쪽) 연기를 하며 살았다는 사실에 아람은 배신감으로 치를 떨며 조용히 읊조린다. “개 같은 년.”(45쪽) 아람은 가난을 공유하는 동지가 아닌, “가난과 고난을 연기하는”(43쪽) 소을과 끝장을 볼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곧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오피스텔 관리인이 찾아와 건물 지하에서 소을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시체 손가락에 ‘구아람’ 세 글자가 적혀 있다고.
지하실로 내려가 보니 소을은 피 웅덩이 한가운데 엎어져 있었고 오른손 검지의 끝에는 구아람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오열하는 석원과 얼어 있는 관리인, 황망하게 서 있는 아람에게 건물 청소부가 다가와 말한다. 천만 원만 주면 어떤 사람도 경찰서에 가지 않게 “정리”(49쪽)해주겠다고. 관리인에겐 10만 원만 청구될 예정이었기에 아람과 석원이 합의해 나머지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백만 원 이상 낼 수 없다고 딱 버티는 석원에게 아람은 말한다.
“네가 죽였구나?”
아람은 불쑥 물었다. 자신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자 친구가 죽었고 다잉 메시지로 제삼자의 이름을 썼는데 어떻게 여기서 태연히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며 흥정을 벌일 수가 있나? 그러나 김석원은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 나이도 어린 것이 싹바가지 없이……. 그래서 아람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죽인 게 아니면, 왜 신고를 안 하는데?” (55쪽)
그러자 석원은 사체에 이름이 쓰인 룸메이트보다 여행 다녀온 남자 친구가 용의선상에 오르겠냐면서 역정을 내며 당장 경찰에 신고하자고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가난이란 죄에 살인이라는 죄목을 더할 수 없었던 아람이 전 재산을 털어 890만 원을 청소부에게 지불한다.
형근
아람
형근
아람
민욱
작가의 말
대대로 예술가란 본디 자기 예술로 먹고살지 않았다. 든든한 후원자를 뒤에 두고 있어야만 생존하여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왕족이든 귀족이든 부자든 간에, 예술사를 통틀어 내내 그랬다. 물론 날 때부터 대단한 천재야 사조당 한 명쯤은 있었다. 그러나 그 천재의 수보다 걸작의 수는 훨씬 많다. 즉 천재가 아니어도 걸작은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고만고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순진하게 대답한다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그야 돈이지.” (9쪽~10쪽)
A대를 졸업한 지도 한참. 서른이 된 지금에 와서도 아람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럼에도 자신들이 A대 출신이기 때문에 예술계라는 이 판에서 어떻게든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스무 살 때의 순진함이었다. A대에 합격했을 때 바라던 게 바로 그런 거였다. 누가 집 사고 싶대? 자차 가지고 싶대? 아니, 그냥 서울 시내 풀 옵션 원룸에서 삼시 세끼 잘 챙겨 먹고 공과금 안 밀리며 사는 것.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고양이 한 마리쯤은 반려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것. 그 정도만을 바랐었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11쪽)
이게 다 가난 때문이라고 아람은 생각했다. 나는 눈앞에 먹을 게 보이면 입에 집어넣어야 하는 인간, 소을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 분명 출발선은 똑같았는데, 아람과 달리 소을은 운 좋게 대단한 일자리를 잡았다. 돈 잘 버는 거야 부럽지만 동시에, 자신은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고 아람은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제의가 들어온다더라도 그따위 일에는 응하지 않을 거라고. 자존심이 있지! (16쪽)
“네가 죽였구나?”
아람은 불쑥 물었다. 자신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자 친구가 죽었고 다잉 메시지로 제삼자의 이름을 썼는데 어떻게 여기서 태연히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며 흥정을 벌일 수가 있나? 그러나 김석원은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 나이도 어린 것이 싹바가지 없이……. 그래서 아람은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죽인 게 아니면, 왜 신고를 안 하는데?” (55쪽)
그리고 지금 빈소에 찾아온 희민은 명문 외고 이름이 적힌 과잠을 입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벗기 싫은 상징. 그래, 그것이 그들의 ‘살 수 있음’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살다’란 단어의 정확한 정의가 뭘까. 아람은 궁금해졌다. 지금의 아람에게 ‘살다’는 그저…… 그저, 890만 원의 동의어일 뿐인데. (60쪽)
“자식은 몰라, 낳아준 부모가 얼마나 속속들이 다 아는지. 알면서도 얼마나 참아주는지.”
아버지의 말이 자신을 겨냥한다는 명백한 사실을 형근은 모른 척했다. 발끈하지 않고 모른 척 인내함으로써 밥상이 엎어지지 않은 채 나머지 ‘하이라이트’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자가 실은 동석 부부의 아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이며 함께 도망갈 계획까지 세우고 있단 거였다. ‘순진한’-동석 부부의 워딩이었다-아들 덕에 둘의 관계며 계획을 다 알아챘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느라, 동시에 말도 안 되는 도주를 막을 방도를 찾을 수 없어 우울증에-이미 부부의 아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부모를 대학에 미친 속물로 몰아간 바 있었다. 부부는 그 유튜브 채널의 모든 영상을 몇 번이고 봤다고 했다, 마치 자해하듯이-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101~102쪽)
개새끼. 형근은 타이머 앱을 실행하고는 히죽대며 육성으로 초를 세는 김석원 앞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은 오롯이 실패에만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수능 대박을 칠 뻔했던 사람, 의대에 갈 뻔했던 사람, 대학교에서 인기 많은 오빠가 될 뻔했던 사람, 실망한 부모를 청소부라는 남다른 수입원으로 멋들어지게 이길 뻔했던 사람. 자신은 그 ‘뻔’을 믿으며 살아오고 있었다. 원래는 ‘될 놈’이었으나 스스로 딱히 죽어라 매달리지 않아 ‘되지 않았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그렇게 자위하던 인간이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112쪽)
“다 필요 없고 적당히 가난한 상대가 좋아. 이 돈을 내는 데 허덕거리지만 못 내지는 않을 정도.”
“왜요?”
“원래 있는 놈들이 더 지독하거든. 우리한테 준 돈의 몇 배를 들여서도 다시 우리를 쫓아다닐 놈들이야. 가난한 놈들은 그럴 체력도 재력도 없어. 그 일이 발각될까 봐 평생을 벌벌 떨면서 살 거야.”
적당히 가난한 상대. (184쪽)
자신 역시 ‘죽이고 싶은 사람 월드컵’을 한다면 소을이 1등을 차지할 테니까. 김석원과 박형근을 제치고. 그게 바로 어쭙잖은 가난을 연기하며 자신을 판 대가여야만 했다. 물론 소을은 이미 죽었지만. (204쪽)
결국엔 세상만사가 다 도둑질이야. 민욱은 그렇게 결론 내린 회의론자가 되었다. 구아람이 박형근에 대해 자신에게 했던 말 그대로. 저 새끼는 가난을 도둑질하는 놈이야, 라는 말. (260쪽)
가난이 불 지핀 욕망의 화차
선인 없이 악인들만이 탑승한다
소을의 장례식장에는 그에게 상담을 받던 ‘부티’ 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가득했다. 영정을 보며 “선생님 없이 내가 어떻게 사느냐”(59쪽)며 진심으로 섧게 우는 그들을 통해 아람은 소을이 했던 ‘상담’에 대해 알게 된다. 소을은 명문대 심리학과 석사 출신이라고 학력을 위조한 후, 예술에 빠졌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 허상에 질려 대학원에 가서 새 삶을 산 ‘정신 차린 탕아’를 연기했다는 거였다. 8학군 아이들에게 그거 다 헛것이라고, 예술은 인생 망하는 지름길이라며 자신의 과거를 나락으로 비추며 진로를 바꾸도록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던 거였다. 자식이 돈도 안 되는 예술에 빠질까 걱정하던 부모들은 아람에게 같이 일하던 선생님이냐며, 혹시 소을이 하던 과외를 이어서 맡아줄 수 있느냐 묻는다.
아람은 조소한다. 소을은 과거에 맡았던 학생 중 하나를 언급하며 “재능 하나 없는데도 연기 학원 안 보내주면 죽어버리겠다면서 손목을 그었던 아이라고 소을은 신랄하게 비웃었”(60쪽)는데, 그런 멸시를 모르면서 울고나 있는 순진한 학생들. 부티 나는 차림새로 본인 자녀가 아람처럼 되지 않게 해달라고 읍소하는 학부모들. 이 모두가 아람에게는 일종의 기회였다.
빈자가 부자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빈자와 같은 나락에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읍소하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조소하기. 아람은 기꺼이 부자가 두려워하는 빈자의 삶을 거울로 비춰 겁주기로 한다. 이미 나락에 있는 아람은 그 두려움에서 자유로우므로 빈자의 삶을 무기 삼아 휘두른다. 계속 예술을 꿈꾼다면 너의 부모님이 아니라 나와 같은 궁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학생들을 겁준다. 그렇게 처음으로 부자들에게서 돈을 착취한다.
그리고 지금 빈소에 찾아온 희민은 명문 외고 이름이 적힌 과잠을 입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벗기 싫은 상징. 그래, 그것이 그들의 ‘살 수 있음’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살다’란 단어의 정확한 정의가 뭘까. 아람은 궁금해졌다. 지금의 아람에게 ‘살다’는 그저…… 그저, 890만 원의 동의어일 뿐인데. (60쪽)
“아아, 이런 생각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돈이 좀 있는 애들이 착해.”
누구나 한때 아끼고 사랑했던 것을 증오하고, 증오했던 것을 다시 사랑하는 경험을 한다. 아람은 학생들이 가진 예술에 대한 애정을 죽이고 돈만을 좇는 사람으로 만드는 과외를 한다. 학력과 경력을 위조해 소을을 연기하며 사는 것이다. 그렇게 콜센터에서 일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빈곤에 대한 수치심은 돈이 없기에 이뤄질 수 없었던 욕망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기제를 자극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아람은 “돈 있는 집안 애들이 착하다”(242쪽)는 말을 한다. 빈곤으로 고통받다가 우연한 계기로 죽은 친구의 직업을 가로채 잠시 빈곤으로부터 한 계단 올랐을 뿐인데도 내려다보며 가난한 자들을 능멸한다. 마치 자학하듯이.
나락에 닿아본 사람은 나락에 다시금 잡아먹힐까 하는 불안을 지니고 산다. 그리고 가끔은 원망하는 사람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방식으로 불안과 겨룬다. 가난에서 잠시 벗어난 아람은 가난했던 본인을 착취한 석원에 대한 업화를 뒤늦게 온몸으로 느끼며 이기지 못할 감정을 키운다. 그리고 홀연히 소을의 사체를 청소했던 청소부와 합의한다. 김석원을 찾아내 ‘정리’하자고.
소설 초반부가 지나면 청소부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청소부 ‘박형근’은 사실 의대를 지망했으나 4수를 하면서도 의대 진학에 실패해 물리학과에 입학한 대학생이었다. 그는 입버릇처럼 “내가 피를 못 봐서 의대에 못 갔어”(87쪽)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서른 살이 되어도 졸업하지 못하고 변변한 생업을 갖지 못한 그는 본인이 혐오한 가난한 삶에 빠질까 두려웠다. 그렇게 젊은 청소부를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보고 입사해, 시체 청소부로 일하게 된 것이었다. 아람과 형근은 석원이 유튜브 촬영차 내려가 있는 시골 ‘당롱리’로 함께 향한다.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은 결코 예술에 몸담았다가 현실에 배반당한 사람의 절규만을 그리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을 계급 비교, 가난, 입시 트라우마를 조준한다. 그들을 악인으로 살게끔 만든 한국의 사회 구조를 조명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리도 고통받았느냐고. 무엇이 우리를 모두 패배자로 만들었느냐고. 이곳은 선인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 맞느냐고.
죄 없는 자는 아무도 없다!
불편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치명적인 악인들의 연극
이 소설에서 돋보이는 것은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들뿐이 아니다. 그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그리는 욕설 섞인 적나라한 묘사에 있다. 하지만 거북한 비속어가 결코 불편하지 않고 통쾌하게 읽히는 것은 우리 모두 인물이 표현하는 수준의 감정을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개새끼. 형근은 타이머 앱을 실행하고는 히죽대며 육성으로 초를 세는 김석원 앞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은 오롯이 실패에만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것을. 수능 대박을 칠 뻔했던 사람, 의대에 갈 뻔했던 사람, 대학교에서 인기 많은 오빠가 될 뻔했던 사람, 실망한 부모를 청소부라는 남다른 수입원으로 멋들어지게 이길 뻔했던 사람. 자신은 그 ‘뻔’을 믿으며 살아오고 있었다. 원래는 ‘될 놈’이었으나 스스로 딱히 죽어라 매달리지 않아 ‘되지 않았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그렇게 자위하던 인간이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110쪽)
당롱리는 석원이 유튜브를 촬영하는 곳이자 아람과 형근이 석원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가는 농촌이다. 그리고 전교생 30명 중 25명이 서울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인 지역 유일의 중학교 ‘당롱중학교’가 있는 시골이기도 하다. 농어촌 전형 등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주소지를 미리 옮겨 자녀를 전학시킨 학부모들의 욕망이 빼곡히 얽혀 있는 곳이다. 욕망이 가득하다는 건 곧 돈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당롱리는 입시에 침 흘리는 학부모들의 돈이 없으면 묘지와 같은 곳이기에, 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떠날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아람과 형근은 당롱리에 내려가 석원이 사기꾼이라면서 떼인 돈을 받으러 왔다고 마을에 소문을 내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멀리 서울에 있지만 그 소문을 들은 부모들이 낭패를 뻔하게 당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들의 메신저 단톡 방엔 이미 석원을 처분하라는 열광이 가득하다.
그 유튜버는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당롱리에 타의로 갇혀 무료해하던 중학생 쥐 떼들을 몰고 감히 입시 파멸의 길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람은 학부모 회장이 보여준 학부모 단톡 방의 열광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죽여요, 죽여. 그냥 있었어도 죽이고 싶었는데, 심지어 사기꾼이었어? 당장 쫓아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49쪽)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연뿐 아니라 조연과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마저 욕망에 가득 차 행동한다. 언뜻 일그러진 듯 보이지만, 우리의 행동 중 대부분은 악의 축에 가까우며 선이라 일컫는 것도 대개 속을 들여다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인간이 이렇게 행동하는 슬프고도 익숙한 이유는 십중팔구 돈과 얽혀 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치졸해지고 돈 때문에 웃음 지으며 돈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산다. 설재인은 작중 인물들처럼 아주 솔직한 마음을 작가의 말에서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가끔 궁금해한다. 내가 만약 돈이 많다면……. 원래 많았거나 아니면 책 한 권이 대박 나서 떼돈을 벌었거나 아니면 대단한 직업을 가진 투잡러였다거나 혹은 백번 양보해 소설 쓰기 전의 직업을 때려치우지 않았다거나(이 경우엔 소설을 쓰지 않고 자살했을 확률이 좀 더 높긴 하다)……. 그랬다면 강퍅하고 치졸한 서사 대신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문장들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 그 어떤 이들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공감대를 이루고야 만다. “왜냐하면 이들을 미워하는 순간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을 증오해야 할 정도로 이들이 품은 악의 수준은 평범”(268쪽)하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말을 최대한 줄인 채 사람을 염탐하는 몹시 음침한 사람.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드림 라운드』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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