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투

안톤 체호프 지음

위즈덤커넥트 2025년 08월 0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장편 소설은 안톤 체호프 특유의 날카로운 심리 묘사와 도덕적 긴장감이 돋보이는 걸작 중편이다. 남러시아의 한 외딴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삶에 회의를 느끼는 지식인과 그의 내면적 적대자인 동물학자 사이의 충돌이 중심 서사를 이룬다. 체호프는 두 인물의 대립을 단순한 갈등이 아닌, 인간 존재와 도덕, 진보와 타락에 대한 철학적 논쟁으로 끌어올린다. 소극적이고 자기기만적인 지식인과 냉철하고 이상주의적인 동물학자는 서로를 통해 각자의 한계와 무지를 비추게 되고, 그 갈등은 결국 실제 결투로 이어진다.

목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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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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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분량: 약 11.6만자 (종이책 추정 분량: 약 197쪽)

책 속으로

아침 여덟 시, 장교와 관리, 그리고 피서객들이 대부분 더운 밤을 지낸 뒤, 바다에서 한 번쯤 수영을 하고, 커피나 홍차를 마시려고 찻집에 들르는 시간이었다.
이반 안드레이치 라에프스키라는, 스물일곱이나 여덟쯤 되어 보이는, 마르고 금발의 젊은이는 재무성 제모를 쓰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그가 바닷가에 들어섰을 땐 이미 아는 얼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중엔 친구인 군의관 사모이렌코의 얼굴도 있었다.
짧게 자른 커다란 머리, 멧돼지처럼 굵은 목, 붉게 상기된 얼굴, 큼지막한 코, 짙고 검은 눈썹, 희끗희끗한 구레나룻, 넓고 느슨한 몸, 그리고 군인 특유의 굵고 거친 목소리를 가진 사모이렌코는, 처음 온 사람에게는 왠지 거칠고 어딘가 사병 출신 같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며칠 같이 지내며 인사를 나누고 어울리다 보면 점점 그 얼굴이 선하고 호감 있게 보였고, 심지어 잘생겼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실은 사모이렌코는 둔해 보이는 행동이나 거친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이 한없이 부드럽고 친절하며, 상냥한 사람이었다.
이 고장의 사람들이든, 낯선 이들이든 그는 쉽게 잘 어울렸다. 사람도 안 가리고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치료도 해 주고, 결혼 준비까지 도와주고, 싸움이 벌어지면 화해를 중재했으며, 소풍에서는 꼭 자청해서 허드렛일을 맡았다. 양고기 구이나 특별하게 맛있는 숭어국도 척척 끓여 낼 줄 알았다. 거의 일 년 내내 그는 남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참견하다가 스스로 흐뭇해하는 스타일이었다.
이 고장에 떠도는 평판도 이랬다.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흠이라면 단 두 가지란 것이다. 하나는 자기의 착한 마음을 도리어 부끄러워해서, 일부러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이거나 거칠게 행동할 때가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관직이 고작 5등관 주제에 위생 하사나 졸병들이 자신을 '각하'라 부르는 모습을 꽤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알렉산드르, 자네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해?"
사모이렌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이 어깨에 찰 때까지 걸어나가면서 라에프스키가 물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돼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하자. 그리고 2년 정도, 지내다 보니 사랑이 식고, 이젠 완전히 남같이 여겨진다면… 이런 경우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그거야 간단하지. 두말할 거 없지. 맘대로 어디든 가 줘요, 이렇게 말해버리는 거지. 그럼 끝이잖아."
"말로야 쉽지! 그런데, 그 여자가 갈 곳이 하나도 없다면 어떡하겠어? 이렇다 할 친척도 없고, 돈도 한 푼 없는 데다, 어떻게든 살아갈 방법도 없다면?"
"에이, 별것도 아니지. 한 번에 500루블 정도 쥐여주든지, 아니면 한 달에 25루블씩 주든가. 그럼 깨끗이 끝나는 거잖아. 정말 간단한 일이네."
"그렇긴 해. 자, 그럼 만약 500루블이 있다고 치고, 다달이 25루블도 줄 수 있다고 해도, 만약 그 여자가 교양 있고 품위 있는 여자라면 어쩌지? 얼굴을 마주하고 돈을 줄 테니 나가라, 그런 얘기를 어떻게 꺼내겠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출판사 서평

<추천평>
"이 체호프의 소설에는 권총과 무기를 사용한 실제 결투가 있지만, 중요한 실제적 갈등은 자기 인식이 부족하고 삶에 대한 뚜렷하고 매우 다른 방식에 의해 지배되도록 허용한 두 남자의 성격 사이에 드러누워 있다."
- Bill, Goodreads 독자
"이 소설에서 안톤 체호프는 공허한 인물들의 그림 같은 갤러리를 창조한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허영심의 기괴한 캐리커처이다. 그리고 연인들은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거짓말에 얽히면 모든 것이 희극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 희극은 터무니없는 결투로 절정에 이릅니다. 시련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어리석음은 여전히 무적이다."
- Pichencho, Goodreads 독자
"저자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충분한 세부 사항을 제공하면서도 장면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다. 나는 저자가 묘사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 소설 속에서 독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거의 모든 유형의 남성을 볼 수 있으므로 그들과 동일시하고 이야기를 더 열심히 따라갈 수 있다."
- radan, Goodreads 독자

인물정보

저자(글) 안톤 체호프

안톤 페블로비치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1860 - 1904)는 19세기 러시아 작가이다. 체호프는 현대적 단편 소설이라는 쟝르를 확립했으며, 희곡 분야에서도 고전이 된 작품을 많이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