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2025년 07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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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4214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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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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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1929년 버지니아 울프가 던진 이 명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혁명적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더 절실하다. 울프가 말한 '500파운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살 수 있는 자유의 조건이다. '자기만의 방'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독립, 창조적 자유를 의미한다.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 고전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보편적인 이야기다. 이 책은 경제적 독립 없이는 진정한 자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 개인의 창조성을 어떻게 제약하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울프는 추상적인 이론가가 아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뛰어난 소설가였고, 그 소설가적 감각으로 사회를 관찰하고 분석한다. 옥스브리지의 호화로운 점심과 퍼넘 대학의 초라한 저녁 식사를 대비시키는 장면에서 우리는 단순한 묘사 이상의 것을 본다. 그것은 권력과 부가 어떻게 분배되는지, 그리고 그 분배가 개인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대영박물관에서 여성에 관한 남성 학자들의 편견 어린 연구서들을 마주하며 분노하는 장면은 더욱 인상적이다. 울프는 자신의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대신 그 분노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왜 그 남성 학자들이 화가 났을까? 그들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을 통해 울프는 가부장제라는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해부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울프 특유의 서술 방식에 있다. 그녀는 딱딱한 논문 형식을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독자를 이끌어간다. 우리는 마치 울프와 함께 옥스브리지를 산책하고, 대영박물관에서 책을 뒤지고, 런던 거리를 걸으며 사색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이런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울프의 결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며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설득의 힘이다. 울프는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울프의 가장 빛나는 통찰 중 하나는 '거울 이론'이다. 그녀는 여성이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적인 거울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한다. 이 거울이 없다면 남성들은 자신감을 잃고, 세상을 정복하고 지배할 용기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페미니스트적 분석을 넘어선다. 울프는 가부장제가 단순히 여성을 억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거대한 환상의 포로로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간파한다. 이런 분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리하고 유용하다.
울프가 고모로부터 물려받은 연간 500파운드의 유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그녀는 그 돈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더 이상 남성에게 아첨할 필요도, 원하지 않는 일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두려움과 분노에서 해방되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경험담이 아니다. 울프는 이를 통해 경제적 독립이 정신적 독립의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는 오늘날 '파이어족'이나 '경제적 자유' 담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울프가 백 년 전에 발견한 진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번 번역본은 기존의 어려운 번역들과는 차별화된다. 번역자는 직역보다는 의역을 택했다. 울프의 긴 문장들을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호흡에 맞게 재구성하고, 1920년대 영국의 문화적 맥락을 현대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울프 특유의 위트와 아이러니, 그리고 진지한 성찰이 조화된 톤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독자들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편안하게 울프의 생각을 따라갈 수 있다. 어려운 고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시대의 목소리로 울프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상세한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있다. 울프의 생애와 사상, 『자기만의 방』이 쓰인 역사적 배경, 그리고 이 작품이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꼼꼼하게 다뤘다. 또한 각 장별로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현재적 의미를 해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울프의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 당시 영국의 사회적 상황, 그리고 페미니즘 사상사에서 이 작품이 갖는 의미 등을 자세히 설명해 독자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은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경제적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었고, 개인의 창조적 가능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약받고 있다. 울프가 꿈꾸었던 세상이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적이지 않다. 울프는 변화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제시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자신만의 방을 확보할 것인지, 어떻게 경제적 독립을 이룰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쟁취할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를 위한 실용적인 지침서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적인 비전이다. 울프가 백 년 전에 던진 질문에 우리는 지금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 답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작품 요약
천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어떻게 하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세상은 보통 재능, 노력, 영감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엉뚱하고도 근본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돈과 자기만의 방." 이 책, 『자기만의 방』은 바로 이 도발적인 명제를 증명해나가는 한 편의 지적 추리 소설과 같다. 울프는 이론을 늘어놓는 대신, 우리를 자신의 생각 속으로 초대해 그 논리가 구축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한 여성이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의뢰받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는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것은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거대한 사회 시스템이 한 개인의 정신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탐사하는 지적 모험이다. 첫 번째 무대는 영국의 명문 대학 '옥스브리지'. 그녀는 남성들의 대학에서 풍요로운 오찬과 지적 여유를 맛본다. 잘 구운 새 요리와 좋은 와인이 오가는 그곳에서 생각은 풍성해지고 영혼은 고양된다. 반면, 여성들을 위해 갓 지어진 초라한 대학의 저녁 식사는 형편없다. 멀건 수프와 질긴 쇠고기, 맛없는 자두 푸딩. 울프는 이 사소해 보이는 식사의 차이를 통해 뼈아픈 진실을 드러낸다. 정신의 풍요는 물질적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 배고프고 춥고 불편한 환경에서 어떻게 자유롭고 위대한 사상이 싹틀 수 있겠는가.
그녀의 탐사는 대영박물관으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그녀는 기이한 사실을 발견한다. 여성에 '관한' 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대부분 남성들이 썼다는 점이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책들이 하나같이 객관적이기보다는 어떤 '분노'에 차 있다는 사실이다. 왜 남성 지식인들은 여성에 대해 글을 쓸 때 그토록 화를 내는가? 여기서 울프는 가부장제의 심리를 꿰뚫는 가장 예리한 메스를 꺼내 든다. 바로 '거울'의 비유다.
여성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적이고 달콤한 힘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어요. …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그들은 더 이상 확대되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남성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자신을 실제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비추는 거울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여성이 진실을 말하고 비판을 시작하는 순간, 그 거울은 깨지고 남성의 부풀려진 자아는 위협받는다. 이것이 바로 남성들이 여성의 지적 활동에 그토록 불안해하고 분노하는 이유다. 이보다 더 명쾌하게 권력의 심리를 해부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백미는 셰익스피어에게 '주디스'라는 이름의, 그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누이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하는 대목이다. 셰익스피어가 학교에 가고 런던으로 떠나 온갖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천재성을 꽃피우는 동안, 주디스는 집에 갇혀 바느질을 강요당하고, 10대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 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용기를 내 런던으로 도망쳤다 한들, 여배우를 창녀 취급하던 시대에 어떤 비극적 결말을 맞았을지는 불 보듯 훤하다. 울프는 이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에서 여성에게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펼칠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당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10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돈'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과 돈을 넘어선다. '자기만의 방'은 타인의 시선과 기대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정신의 공간이다. SNS의 ‘좋아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심리적 영토다. '돈'은 생계의 압박 때문에 원치 않는 일을 하거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의미한다.
결국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페미니즘 선언이 아니다. 이것은 창조적인 삶,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청사진이다. 울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당신의 비전을 지켜낼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는 확보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 작지만 단단한 책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써 내려가기 위해 가장 먼저 구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시대를 초월한 가장 현실적인 안내서다.
서평
싸우는 여자의 서재, 그 치열한 논리의 아름다움
1929년에 출간된 책을 2025년의 한국 독자가 왜 읽어야 하는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서? 혹은 지성사의 중요한 이정표이기 때문에?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그런 박제된 명예를 단호히 거부한다. 이 책은 온화한 교양서가 아니다. 이것은 한 지성이 불평등한 현실 세계를 향해 던지는 가장 정교하고 날카로운 논리적 선전포고다. 울프는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그녀는 서재에 앉아 펜 하나로 불합리한 세상의 구조를 해부하고, 그 근원을 파헤치며, 대안을 제시한다. 이 지적인 투쟁의 과정이 너무나 아름답고 명쾌해서,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감탄과 전율을 멈출 수 없다.
이 책은 아주 단순하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하나의 명제에서 출발한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울프는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의 의식이 흘러간 여정을 독자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그녀는 추상적인 이론을 설파하는 대신, '나'라는 허구의 화자를 내세워 옥스브리지의 대학 교정을 걷고, 대영박물관의 서가를 헤매고, 런던의 거리를 관찰하게 한다. 이 여정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정신을 억압하고 가능성을 차단하는지를 밝히는 추리극에 가깝다.
울프의 논증은 사소하지만 뼈아픈 현실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남성들의 대학인 '옥스브리지'의 잔디밭을 무심코 밟았다가 관리인에게 제지당한다. 그 순간, 그녀는 거대한 구조적 차별을 깨닫는다.
그때 갑자기 남자 한 명이 제 앞을 가로막았어요. … 이성보다는 본능이 제게 답을 알려줬어요. 그는 대학 관리인이었고, 저는 여자였어요. 여기는 잔디밭이고, 저기가 길이었던 거죠. 펠로우와 학자들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 자갈길이 제가 다녀야 할 곳이었어요. 이 모든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갔어요.
'잔디밭'과 '자갈길'. 이보다 더 선명한 상징이 있을까. 잔디밭은 수백 년간 남성 지식인들에게만 허락된 지적 풍요와 특권의 공간이다. 반면 여성에게 허락된 것은 거칠고 불편한 자갈길뿐이다. 이 차별은 점심 식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성 대학의 오찬은 잘 구운 자고새와 온갖 채소를 곁들인 풍요로운 식사와 좋은 와인으로 영혼의 불꽃을 지피는 자리다. 반면, 여성 대학인 '퍼넘'의 저녁 식사는 형편없다.
그 다음은 자두와 커스터드였어요. 커스터드로 완화했다고 해도 자두는 (과일이 아닌) 관대하지 못한 채소로서, 구두쇠의 심장처럼 질기고 80년 동안 와인도 따뜻함도 거부하면서 가난한 이들에게는 베풀지 않은 구두쇠의 핏줄을 흐를 것 같은 액체를 스며 나오게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면...
울프는 말한다. 좋은 음식과 와인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유의 질을 바꾼다. 넉넉한 환경에서 너그럽고 자유로운 생각이 피어나는 반면, 빈곤은 정신을 위축시키고 원한을 쌓게 만든다. 그녀는 물질적 조건이 어떻게 지적 자유의 토대가 되는지를 이토록 생생한 비유로 증명한다.
지적인 여정은 대영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울프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여성에 '관한' 책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거의 전부 남성들이 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책들 대부분은 객관적 분석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왜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쓸 때 그토록 화를 내는가? 여기서 울프는 가부장제의 가장 깊은 심리를 꿰뚫는, 번뜩이는 통찰을 제시한다.
여성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비춰주는 마법적이고 달콤한 힘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어요. 그 힘이 없었다면 아마 지구는 여전히 늪과 정글이었을 거예요. … 문명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든, 거울은 모든 폭력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에 필수적이에요. 그래서 나폴레옹과 무솔리니 모두 그토록 강조해서 여성의 열등성을 주장하는 거예요.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그들은 더 이상 확대되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이 얼마나 무섭도록 정확한 진단인가.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성이 미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크기를 두 배로 비춰주는 거울'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진실을 말하고 거울의 역할을 거부하는 순간, 남성의 확대된 자아상은 깨져버린다. 이것이 남성들이 여성의 비판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하는 이유다. 울프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심리적 차원으로 끌고 들어와 그 본질을 남김없이 폭로한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그것은 100년 전의 이야기 아닌가. 지금은 여성도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책을 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가 단순히 물리적 공간과 돈만을 의미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지적·심리적 독립의 공간이다. '연 500파운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생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상징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과연 진정한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고 있는가? 여전히 여성에게 더 많이 부과되는 가사와 육아의 책임,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과 유리천장, 외모와 행동에 대한 끊임없는 사회적 평가 속에서 온전한 지적 자유를 누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자기만의 방』은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그 자체로 빼어난 문학작품이라는 점이다. 울프의 문장은 논리적이면서도 시적이고, 위트가 넘치면서도 격조를 잃지 않는다. 그녀는 셰익스피어에게 '주디스'라는 가상의 누이가 있었다면 어떤 비극적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며, 여성의 재능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짓밟혀왔는지를 소설처럼 그려낸다. 이처럼 치밀한 논증과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은 이 책을 단순한 비평서가 아닌, 하나의 완전한 예술 작품으로 만든다.
결론적으로, 『자기만의 방』을 읽는 경험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지적 각성의 과정이다. 왜 어떤 목소리는 크게 들리고 어떤 목소리는 묻히는가. 창조적 행위는 과연 순수한 재능의 산물인가, 아니면 사회적·물질적 조건의 결과인가. 울프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며 우리 자신의 답을 찾도록 이끈다. 이 책은 여성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불평등의 구조를 이해하고, 진정한 지적 자유를 갈망하며, 창조적인 삶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필독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가 밝힌 등불을 이어받아 우리 시대의 어둠을 향해 걸어 나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녀가 되살리고자 했던 '셰익스피어의 누이'는 바로 우리의 노력 속에서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버지니아 울프
작가 소개
내면이라는 우주를 탐험한 최초의 항해자, 버지니아 울프
우리는 왜 100년 전 영국 작가의 책을 지금 여기에서 읽어야 하는가. 고전이라는 이름표 때문인가, 아니면 지식인이라는 자기만족을 위해서인가.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펼치기 전에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울프는 문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 그 미지의 영토를 탐험한 최초의 항해자이자 가장 뛰어난 지도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울프 이전의 소설들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작가들은 카메라를 인물 바깥에 설치했다.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디에 가고, 누구와 무슨 말을 나누는지 집요하게 따라갔다. 사건과 행동이 서사를 이끌었다. 그런데 울프는 그 카메라를 과감하게 인물의 머릿속으로, 의식의 내부로 돌려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기법의 전환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그녀는 물었다. 한 인간의 진짜 삶은 외부의 사건에 있는가, 아니면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생각과 감각, 기억의 흐름 속에 있는가. 울프의 답은 단호하게 후자였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소설이 낯설면서도 동시에 충격적으로 사실적인 이유다. 『댈러웨이 부인』에서 우리는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파티를 준비하는 하루를 따라간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장을 보고 꽃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그 행위를 하는 동안 그녀의 의식 위로 떠오르는 과거의 연인, 현재의 남편에 대한 애증, 존재의 의미에 대한 섬광 같은 깨달음들이다. 울프는 논리적으로 정돈된 생각이 아닌, 감각과 기억이 뒤섞여 끊임없이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 그 자체를 언어로 붙잡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이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문학적 실험이었고, 그녀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울프의 위대함은 단지 문학 형식의 혁신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당대 사회의 가장 예민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한 지식인이었다. 그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그녀의 통찰은 기념비적이다.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보라.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 이 문장은 단순히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가 아니다. 이것은 창조적 정신이 발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이다. 그녀는 여성에게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펼칠 ‘방’과 ‘돈’, 즉 사회적 기회와 경제적 자립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보다 더 강력한 페미니즘 선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울프는 제1차 세계대전이 남긴 깊은 상흔을 외면하지 않았다. 『댈러웨이 부인』의 또 다른 축인 셉티머스 스미스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정신이 파괴된 젊은이다. 문명과 이성을 자랑하던 사회가 그를 어떻게 외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지를 울프는 냉정하게 고발한다. 화려한 파티의 이면에 존재하는 전쟁의 트라우마와 사회적 위선을 병치시키는 그녀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녀는 결코 상아탑에 갇힌 작가가 아니었다.
결국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내면을 탐험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일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순간의 섬광’ 같은 삶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그녀의 처절한 노력을 엿보는 일이며, 여전히 우리를 옥죄는 사회적 편견과 구조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지적인 모험이다. 그녀의 문장은 때로 길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파도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도 울프를 읽어야만 하는 이유다.
작가 프로필
이름: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1941)
국적: 영국
핵심 요약: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문학의 경계를 허문 실험가. 날카로운 지성으로 가부장제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의 창조적 독립을 역설한 페미니즘 사상가.
생애와 활동
런던의 저명한 지식인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서재에서 방대한 독서를 하며 지적 토양을 쌓았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이는 오히려 그녀가 기존의 교육 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사유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빠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진보적 지식인 및 예술가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빅토리아 시대의 낡은 관습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지적 활동을 펼쳤다. 평생에 걸쳐 심한 우울증과 정신질환에 시달렸는데, 이러한 개인적 고통은 역설적으로 인간 내면의 복잡성과 불안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포착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의 불안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주요 작품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1925): 하루 동안의 의식의 흐름을 통해 전후(戰後) 사회의 불안과 개인의 내면 풍경을 완벽하게 포착한 모더니즘 소설의 걸작.
『등대로』 (To the Lighthouse, 1927): 시간과 기억, 예술과 삶, 관계의 본질을 시적인 문체로 탐구한 자전적 소설. ‘순간’의 의미를 포착하려는 예술가의 고뇌가 빛난다.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1929):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논증한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 논리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설득력이 돋보인다.
『올랜도』 (Orlando, 1928): 수백 년 동안 성별을 바꾸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역사, 성, 정체성의 가변성을 탐구한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문학적 실험.
『파도』 (The Waves, 1931): 여섯 인물의 독백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부서지며 삶의 순환을 그려낸, 그녀의 가장 극단적이고 아름다운 형식 실험.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의 서사 구조를 ‘사건’ 중심에서 ‘의식’ 중심으로 옮겨온 혁명가다. 그녀는 인간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광활한 우주임을 문학을 통해 증명했으며, 여성의 목소리를 문학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가져왔다. 그녀의 작품은 인간 내면이라는 미지의 영토를 탐험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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