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2025년 06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6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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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8.67MB)
- ISBN 979119307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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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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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자본 투자로 의해 선발된 테라포밍 개척단. 이들은 테라포밍에 성공하지만, ‘영주’의 지배에서 독립하기를 선언하며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분노한 ‘영주’들은 우주의 행성들을 마치 주식처럼 매수·매도하며 식민과 침탈을 반복했고, 개척단을 향한 복수심으로 전쟁을 선포한다. 이 전쟁은 지구 내에서 마치 올림픽처럼 중계되며 도박 게임의 형태로 신민들의 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 소설집은 영주들이 지배하는 우주 속, 모래알보다도 하찮아진 작은 꽃잎 같은 개개인에게 주목한다. 이 세계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들 앞에서 ‘인간의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 나비의 날갯짓 같은 흔들림이 진실을 들추기 시작한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아니, 어떻게 죽어갈까?
희망찬 죽음과 밋밋한 삶이 교차하는 순간, 독자는 새로운 젊은 작가 백사혜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우리는 마른 꽃잎과도 같다 11p
황금 천국의 증언 85p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 159p
왕관을 불태우는 자 209p
쥬벵 씨의 완벽하지 못한 하루 283p
피가 시가 되지 않도록 335p
해설 | 전청림(문학평론가) 408p
작가의 말 430p
우주 도박의 시작을 알려면 조금 앞으로 거슬러야 한다. 역사적인 그날, 개척단은 지구의 귀한 자원과 함께 인류의 무궁한 미래를 기약하며 우주 구석구석에 있는 불모지 행성으로 떠났다. 개척단의 목적은 영광스러운 인류의 테라포밍이었다. 그리고 150년이 조금 안 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2131년, 지구는 테라포밍에 성공한 개척단의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우호적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구와는 이 이상 교류하지 않겠다.’ 개척단은 단호히 선언했다. 이유는 지구의 신분제였다. 개척단은 초재벌을 중심으로 편성된 계급이 국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구 사회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산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신분의 틀을 거부한 개척단은 지구의 연락을 끊었다. 외지구에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든 그들은 지구의 연락을 지속적으로 무시했다. 17-18p
조금 더 좋은 걸 주고 싶었는데, 미안. 너는 소녀가 로켓을 열어보기도 전에 사과한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흘기던 소녀가, 로켓을 열고는 깜짝 놀란 듯 차가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다. 로켓을 손안에 꼭 쥔 채, 너를 와락 끌어안는다. 입고 있던 두툼한 인조 털옷에 기꺼운 무게감이 실린다. 소녀는 이걸 어떻게 구했는지, 얼마에 구했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영원히,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닐게.
그래야지. 너는 진지해지지 못하고 농담처럼 대꾸하고 만다. 간질거리는 기분에 끝도 없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아 그랬던 탓도 있지만, 소녀가 네 선물에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그냥 압화 그 자체로 즐겨줬으면 했다.
꼭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어. 28-29p
“사람들이 언제까지 저 애들을 기억해 줄 것 같니?”
“죄송해요. 제가 말렸어야 했어요.”
“내 말도 안 들었는데 네 말은 들었겠니? 애들이 알았을 리 없지. 아직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믿음을 만끽해야 하는 나이에 이 도박판으로 떠밀려 와서… 자신들이 무얼 걸게 되었는지 말이야.”
“저희가… 무엇을 걸게 된 거죠?”
얀은 물어야만 했다. 쟝의 말인즉슨, 얀의 무언가도 이 전쟁터에 묶여 있다. 하여, 그 무언가가 앞으로도 묶여 있을 자신의 무엇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쟝은 말없이 얀의 손에, 작고 말랑한 무언가를 들려주었다. 고무로 만든 새 모양 장난감이었다. 본래의 형체를 거의 잃었지만, 분명 재스퍼의 것이었다.
“저렇게 합성된 선전 도구로 사용되고 싶지 않으면, 전장에서 죽지 마라, 얀.” - 34p
지금도 생각해요. 그때 말문이 막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사람을 드시겠다고요, 라는 말을 입 밖으로 기어이 내뱉었다면, 무사히 해고당해 시즈의 만찬이 벌어지기 전 그 행성에서 쫓겨날 수 있었을까? 그날 벌어진 그 사건에 말려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 135p
모든 책임은 각자에게.
모모가 사라진 순간부터, 제 머릿속에 자리를 튼 시녀장들은 시즈의 인장을 계속해서 속살거렸어요. 모든 책임은 각자에게, 모든 책임은 각자에게. 저는 그 소리를 없애기 위해 제 머리를 여러 대 세게 때렸지만 무용했죠. 저는 소용없을 줄 알면서도 귀를 틀어막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습니다. 모모는 분명 미궁에 갔겠지. 그러니까 모모를 찾으려면 나도 미궁에 가야 한다는 뜻이야. 모든 책임은 각자에게. 그냥 모모 말고 다른 하인을 잡아다 바치면 안 되나? 안 되겠지. 숙주들은 꼼꼼하게 관리되는 상품이니까. 모든 책임은 각자에게. 시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있는 그대로 실토하는 방안도 있어. 그렇지만, 시즈가 만찬을 망친 나를 과연 눈감아 줄까? - 143-144p
다음 날, 너는 온데간데없었다. 나는 사활을 다해 너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휴머노이드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기잉, 소리만 내며 커다란 외눈만 데룩데룩 굴릴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공황 상태에 빠진 나는 탑의 나선형 계단이 조립되는 소리를 들었다. 무덤지기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가 때마침 나타났는지 짐작할 새도 없이, 나는 그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아기가, 아기가, 없어졌어요. 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아기는 지금 재배양되고 있어요.
“매뉴얼을 어기셨잖아요.”
“매뉴얼? 아이를 돌보지 않으려던 게 아니었어요. 하필 그때 너무 피곤해서… 다신 어기지 않을게요, 그러니….”
“진정해요. 매뉴얼을 어겨도 당신이 받는 불이익은 없으니까.”
“아기는요?”
“재배양하고 있어요, 아까 말했다시피.”
“어째서요? 복제 과정에서 실수라도 있었나요? 설령 있다 한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긴데,”
“폐기 처분됐어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168p
[해설]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의 글은 단순하다. 화려한 사변 없이 단어를 쏟고, 길지 않은 지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고는 많은 사람을 홀린다. 직관을 찌를 줄 안다는 소리다. 곧장 본론에 진입해 핵심을 들추는 명석함. 곧은 호흡으로 전진해 저릿하게 마음을 만지는 언어. 백사혜의 소설에서 당신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토록 눈부신 선명함이다.
숙적과 맞서고 애인에게 깊이 반하는 영웅. 깡통을 두른 채 성벽에 돌진하는 바보. 삶의 모양은 다르지만 이들은 각자의 나름으로 긴 서사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뿐인가. 우리는 때로 부랑자, 악인, 약골의 사연까지 시간을 들여 열심히 읽곤 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너그러움’이라는 본질을 보여준다. 각자의 삶의 빛줄기를 따르는 인물들에게 비교우위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력히 드러내고, 운명에 적응하는 한 인물의 긴 역사가 두루마리처럼 펼쳐질 때 삶의 우위와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이야기 앞에서, 인물들은 각자 자기의 필연을 짊어지고 수수께끼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세월에 스러지는 삶의 연약함에 헌신하고 있다는 걸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은 금세 말라버리는 잎처럼 짤막한 순간을 살아갈 뿐인 운명의 무자비한 폭력성에 주목한다. 단 하나의 삶, 한 번뿐인 숨. 모두에게 다르게 주어진 운명, 불가피한 불평등을 짊고 살아갈 뿐인 생명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말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이 소설집은 너그러움의 신화를 새로 쓴다. 그것도 필승이 예감되는 전략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혼자 하는 카드놀이인 솔리테어(Solitaire)가 킹과 퀸과 잭을 순서대로 반듯하게 나열하듯, 이 소설집은 적재적소에 연작의 이야기를 정밀하게 배치하며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함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가르강튀아를 닮은 그로테스크함과 그림 형제의 동화를 닮은 잔인한 창조성으로. 거대한 사회실험을 보는 것 같은 정밀함과 지치지 않는 꿋꿋함으로.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갈 줄 아는 용맹함으로 말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창조적 전략으로 무장한 이 소설집이 마침내 고취하는 신화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어떤 순간에도 이야기의 절대성을 잃지 않는 백사혜의 소설은 누구보다 ‘쓰다’의 실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난 ‘진짜’의 이야기를 가져갈 거예요”(62쪽)라는 문장이나, “남은 건 이야기밖에 없잖아요”(181쪽)라는 표현이 소설 속에서 불쑥 솟아오를 때 멈칫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문장에 맥락을 초과하는 의미가 덧보였기 때문이다. 띄어쓰기와 붙여쓰기의 패턴, 의미와 소용의 놀이 속에서 작가는 무엇보다 쓰고 읽히는 감각을 의식하며 보편성이라는 이야기의 혁혁한 힘을 거머쥐려던 게 아니었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소설집은 그 헌신을 자랑해도 될 만큼 장인적이다.
그리고 나는 시간을 들여 이 소설집을 읽는 당신이 클라우드에 떠다니는 가상의 데이터 조각이 아니라 쓰이는 글의 아름다움을 아는 독자일 것이라 (거의) 확신한다. 당신이 책을 펼쳐 “많이, 많이, 많이 읽”고, “읽고, 읽고, 또 읽기”(295쪽)를 멈추지 않기를, 그리고 그 글자가 두드려진 압력이나 낭창한 타건 소리가 아니라 ‘쓰다’의 진실된 의미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읽은 이야기, 관찰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쓰는 이야기. 그래서 결국엔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종이에 새겨진 글자의 힘을 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야기를 다시 쓰는 굶주린 지배자가 된다. 당신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을 경험하는 것은 바로 이 책장을 덮은 뒤부터일지도 모른다. _전청림(문학평론가)
작가정보
작가의 말
“Nothing ever ends poetically. It ends and we turn it into poetry. All that blood was never once beautiful. It was just red.” (시적으로 끝나는 것은 없다. 다만 끝맺고, 우리가 끝맺이를 시로 바꿀 뿐. 피가 아름다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붉기만 했었다.)
인터넷을 떠돌다가 보게 된 Kait Rokowski 님의 문장이 이 연작소설의 뿌리입니다. 지금도 종종 이 문장을 노래 가사처럼 되뇌곤 합니다. 앞으로도 그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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