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정원의 꽃들

이슬람 문명의 숨은 명문과 우화들

W. A. 클라우스턴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6월 2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이슬람 세계의 정신적 유산, 그중에서도 페르시아 문학과 민담, 격언, 철학적 일화를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수집한 한 권의 인문학 보석이다. 19세기 민속학자이자 동양 문헌 연구가였던 W. A. 클라우스턴이 엮은 이 책은 단순한 우화집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 동방의 정신성과 서구 지식인의 열정적 교류가 만나는 접점이며, 삶에 대한 오래된 사유와 언어의 향기를 담고 있는 고전이다.

책은 ‘정원’을 메타포로 삼는다. 여기서 정원이란 단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지혜와 성찰, 유머와 관용, 도덕적 통찰이 피어나는 공간이다. 수많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왕과 현자, 거지와 상인, 아이와 노인, 심지어는 동물까지 다양한 존재들이고, 그들이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 된다.

예를 들어, “슬퍼 말라. 하늘은 별을 숨기지 않고, 땅은 꽃을 멈추지 않는다”는 구절은 상실과 고난의 순간을 견디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며, “가장 값진 보석은 입에 물고 있는 금이 아니라, 입을 다물고 있는 지혜다”라는 격언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큰 통찰을 전한다. 이런 문장 하나하나가 이 책을 단순한 고대 기록이 아닌, 지금의 삶을 정돈하고 돌아보게 하는 ‘살아 있는 문학’으로 만든다.

이 책은 구성 면에서도 다양하다. 짧은 우화부터 시작해 철학적 일화, 수피의 지혜, 유명한 이슬람 시인들의 시구나 격언까지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다. 독자는 어떤 페이지를 펼쳐도 인생의 한 단면을 깊이 있게 비추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 동양적 사고방식에 기반한 명상적 구조, 은유와 풍자, 그리고 결말에 담긴 역설적 지혜는 한국 독자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단순히 ‘이국적인 고전’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무엇을 놓아야 하는가?”와 같은 삶의 중심 질문에 오래되고 단단한 답을 건네는 책이다.

출판사 서평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독자를 ‘감동’이 아닌 ‘깊은 고요’로 인도하는 책이다. 이 책은 화려한 서사나 드라마틱한 결말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짧은 문장 하나, 우화의 결말 한 줄이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아 묵상하게 만든다. 요즘같이 속도와 정보가 지배하는 시대에, 이러한 문학은 ‘느리게 읽는 것’의 가치를 회복시킨다.

출판사는 이 책이 단순한 문학작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동방의 정신문화는 오랫동안 서구 중심의 독서 문화에서 주변화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지혜가 새롭게 요청받는 시대이다. 번아웃, 인간관계, 윤리, 공동체,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같은 현대적 이슈는 사실상 고대 문명에서도 마찬가지로 질문되어 왔던 주제들이다.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그에 대한 ‘다른 방식의 대답’을 우리에게 건넨다.

또한 이 책은 10쪽, 20쪽씩 나눠 읽기에도 적합하며, 카페에서, 지하철 안에서, 혹은 밤에 누워 한두 편씩 읽기에 완벽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짧은 우화나 격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적 파문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고전’이자 ‘곁에 두는 고전’이다.

번역 과정에서도 원문의 상징과 언어의 운율, 문화적 맥락이 충실히 반영되었으며, 독자가 마치 ‘페르시아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듯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의도했다. 출판사는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지금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시간과 다른 지혜의 언어’에 접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는 잊히지만, 그 안에 담긴 향기는 남는다.” 이 책은 바로 그 향기를 담은 고전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W. A. 클라우스턴

W. A. 클라우스턴(William Alexander Clouston, 1843–1896)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민속학자이자 동양 문헌 번역가, 그리고 문화 비교연구가로,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활동하며 중동과 남아시아의 문학, 우화, 민담을 서구 세계에 소개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는 에드워드 윌리엄 레인, 리처드 버튼 같은 오리엔탈리스트들과는 다른 경로를 걸었다. 클라우스턴은 동방을 낭만화하거나 이국적 대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이야기의 구조와 철학적 전통, 문화 내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서구 독자들에게 ‘지적인 대등함’의 관점에서 번역하고 해석하려 했다.

그는 특히 페르시아와 인도 문학의 상호작용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천일야화』나 『판차탄트라』, 『걸리버 여행기』 속 등장 우화들의 동방 기원을 추적하면서, 이야기와 지혜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순환하며 재해석되는지를 통찰했다. 『페르시아 정원의 꽃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당시 영국 사회에서 '동양의 문학은 단순한 신화나 종교 이야기'라는 편견을 깨고,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깊이, 유머 감각, 인간 이해를 새롭게 조명한 작업이다.

그는 종교적 신념보다는 인간적 보편성에 관심을 두었다. 따라서 그가 소개한 페르시아 이야기들에는 이슬람 신앙의 구조가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종교적 전파보다는 오히려 ‘지혜를 나누는 일’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점에서 클라우스턴은 단순한 번역가가 아니라, 문화 간 다리 놓기 역할을 자임한 지식인이었다.

비록 현대에는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클라우스턴의 작업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오리엔탈 고전을 읽는 틀을 새롭게 만들었다. 동서고금의 고전이 갖는 보편성을 믿었고, ‘좋은 이야기’는 인종, 종교,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확신했던 그의 태도는 지금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학적 유산이다.

번역 언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