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집 2
2025년 06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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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0.96MB)
- ISBN 979114213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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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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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시간을 견딘다. 15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날카롭고,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특히 이 2권에 해당하는 20장부터 40장까지는 디킨스 문학의 진짜 맛을 보여주는 구간이다.
1853년에 쓰인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소름이 돋는 순간들이 있다. 몇 십 년째 계속되는 소송, 개인을 부품 취급하는 시스템, 서류더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디킨스가 그린 19세기 영국 법정의 풍경이 21세기 한국의 어떤 모습들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천재적인 관찰력으로 자신의 시대를 해부했지만, 그 해부의 결과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 사회의 본질적 문제들을 드러내 보였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진단서처럼 읽힌다.
2권의 핵심은 리처드와 에이다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로맨스가 아니다. 두 사람의 순수한 감정이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라는 끝없는 소송에 휘말리면서 어떻게 비틀리고 파괴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우화에 가깝다.
리처드는 소송에 대한 막연한 기대 때문에 현실적 판단력을 잃어간다. 에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 하지만 시스템의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 자른다이스 씨는 현실을 아는 어른의 지혜로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독자는 끝까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복잡한 감정의 결들이 디킨스 소설의 묘미다. 선악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정답이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은 각자의 선의로 행동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고, 인생이다.
이 2권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은 그리들리다. 슈롭셔의 평범한 농부였던 그는 잔다이스 소송과 비슷한 법정 다툼에 휘말리면서 점점 망가져간다. 그의 몰락 과정은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시스템이 개인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그리들리의 마지막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죽어가는 그와 미친 플라이트 양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시스템의 희생자들끼리 나누는 연대의 상징이다. 디킨스는 절망적 현실을 그리면서도 인간적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이것이 그를 단순한 사회비판가가 아닌 위대한 소설가로 만드는 지점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에스더 서머슨이라는 화자를 통해 전달된다. 그녀는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당사자다.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깊이 개입한다. 이런 미묘한 균형감각이 소설 전체에 독특한 톤을 부여한다.
에스더는 디킨스 소설 특유의 선량한 인물이지만, 단순히 착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녀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때로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런 복합성이 그녀를 매력적인 화자로 만든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의역본이라는 점이다. 원문의 19세기 영어를 그대로 옮기면 현대 독자들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역본은 디킨스의 정신과 메시지를 살리면서도 현대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재탄생시켰다.
번역자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을 넘어서, 디킨스가 당시 독자들에게 주었던 임팩트를 현대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작업했다. 그 결과 150년 전의 이야기가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황폐한 집』은 최초의 본격적인 법정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리적 정확성이 아니라 법이라는 시스템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다. 디킨스는 법정을 무대로 삼아 권력과 개인, 시스템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한다.
특히 2권에서 펼쳐지는 법정 장면들은 압권이다. 형식적 엄숙함과 내용적 공허함의 대비, 진지한 척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런 장면들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여러 제도적 모순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이 책에는 상세한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있다. 디킨스의 문학적 기법, 당시 영국의 사회적 배경, 등장인물들의 상징적 의미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해설은 독서의 깊이를 한층 더해준다. 특히 19세기 영국의 복잡한 사회 제도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한 부분은 소설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디킨스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 긴장감 있는 플롯,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정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시스템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독서의 즐거움이다.
『황폐한 집』 2권은 고전의 무게감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지닌 특별한 작품이다. 이 의역본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디킨스의 깊이 있는 세계를 경험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제20장 새로운 하숙인
제21장 스몰위드 가족
제22장 버킷 씨
제23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24장 항소 사건
제25장 스내그스비 부인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제26장 명사수들
제27장 노병은 한 명이 아니다
제28장 철강업자
제29장 청년
제30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31장 간병인과 환자
제32장 약속된 시간
제33장 침입자들
제34장 나사의 회전
제35장 에스더의 이야기
제36장 체스니 월드
제37장 자른다이스 대 자른다이스
제38장 고민
제39장 변호사와 의뢰인
제40장 국정과 가정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의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작품 요약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괴물, 그 심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미스터리가 있다. 하나는 ‘누가 범인인가’를 좇는 이야기다. 닫힌 방, 사라진 흉기, 영리한 탐정. 우리는 이 익숙한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더 무서운 미스터리가 있다. 범인은 명확하지 않다. 혹은, 범인이 너무나 거대해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괴물이다. 이 괴물은 사람들의 희망을 먹고 자라며, 서류 더미 뒤에 숨어 법과 절차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삶을 서서히 질식시킨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은 바로 이 두 번째 종류의, 압도적이고 현대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이 책은 1부에서 흩뿌려진 모든 단서와 인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지점이다. 디킨스가 쳐놓은 정교한 거미줄의 중심부를 드디어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170년 전 소설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이것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당신이 지금껏 경험한 어떤 스릴러보다 더 집요하고, 어떤 사회 고발 영화보다 더 통렬하다.
이야기의 한 축은 ‘자앤다이스 대 자앤다이스’라는 저주받은 유산 소송이다. 끝나지 않는 재판. 그것은 더 이상 정의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렸다. 젊고 희망에 찼던 리처드 카스톤은 이 소송의 늪에 빠져 서서히 영혼이 잠식당한다. 그의 눈빛은 희망이 아니라 조급함과 의심으로 흐려지고, 선량했던 마음은 끝없는 기다림에 지쳐 비틀린다. 디킨스는 리처드를 통해 질문한다. 시스템이 개인에게서 ‘현재’를 빼앗을 때, 인간은 어떻게 망가지는가? 이것은 단지 빅토리아 시대의 법정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관료주의와 행정의 미로 속에서 무력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리처드의 절망에 섬뜩한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 리처드가 말한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차분한 볼즈가 대답한다. "그건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전혀 공정하지 않아요!"
"그럼 무엇이 해결되었단 말인가?" 리처드가 우울하게 그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것이 전체 질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볼즈가 대답한다. "질문은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가,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가'로 분기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축은 화려한 귀부인 레이디 데들록의 차가운 가면 뒤에 숨겨진 비밀이다. 그녀의 과거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늙은 변호사 털킹혼, 그리고 우연히 그녀와 주인공 에스더의 놀라운 닮음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음모를 꾸미는 어수룩한 사무원 구피. 이들의 움직임이 교차하며 소설은 팽팽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화려한 상류 사회의 응접실과 런던의 가장 비참한 빈민가 ‘톰 올 얼론스’는 아무 상관없어 보이지만, 디킨스는 이 둘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한 개인의 은밀한 죄가 사회 전체의 질병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가장 높은 곳의 위선이 가장 낮은 곳의 죽음을 어떻게 야기하는지,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실로 숨 막힌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서 기괴한 죽음이 발생한다. 낡은 폐품 가게의 주인 크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기름진 그을음과 역겨운 냄새만이 남는다. ‘인체 자연발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미스터리한 현상을 디킨스는 소설의 중심에 배치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현상이 아니다. 마치 사회의 곪아 터진 환부가, 부패와 거짓으로 가득 찬 시스템의 한구석이 스스로 불타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 죽음으로 인해 레이디 데드록의 비밀이 담긴 편지 뭉치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모든 인물들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황폐한 집 2》는 복잡하지만 매혹적이다. 디킨스는 마치 현대의 영화감독처럼 여러 시점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퍼즐 조각들을 던져준다. 냉철한 3인칭 서술자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다가도, 어느새 우리는 상냥하고 따뜻한 에스더의 1인칭 시점으로 돌아와 그녀의 내면적 고통과 성장을 따라가게 된다. 그녀가 앓는 병과 그로 인한 외모의 변화는, 이 소설의 또 다른 핵심 미스터리인 그녀의 출생 비밀과 맞물려 깊은 슬픔과 감동을 자아낸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19세기 런던의 안갯속을 헤매는 것과 같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수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어지럽게 얽혀 길을 잃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 아래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때의 지적 쾌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170년 전 디킨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당신은 과연 안전한가? 그 답을 찾는 여정이 바로 이 책, 《황폐한 집 2》에 있다. 이 놀라운 여정에 동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서평
우리의 시대는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얼마나 허물었는가
170년 전 런던의 하늘을 뒤덮었던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법과 제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의 절망이었고, 진실을 가리는 사회적 위선의 장막이었으며, 모든 계층을 관통하며 스며드는 도덕적 부패의 상징이었다. 찰스 디킨스는 이 안개를 헤치고 당대 영국의 심장부로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하고도 논쟁적인 걸작, 《황폐한 집》을 통해서다.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짓밟고 영혼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냉철하고 집요한 해부도다.
이번에 새롭게 번역된 《황폐한 집 2》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대장정의 중심에 해당한다. 1부에서 흩뿌려진 수많은 인물과 사건의 실타래가 2부(20~40장)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미스터리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독자는 이제 디킨스가 설계한 복잡한 미로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끝없는 소송의 수렁에 빠져 서서히 파멸해가는 젊은이의 절규를 듣고, 화려한 귀부인의 가면 뒤에 숨겨진 비밀의 그림자를 목격하며, 런던 뒷골목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처절한 드라마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덮을 때쯤,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21세기의 우리는 디킨스가 고발했던 그 '황폐한 집'을 얼마나 허물었는가?
끝나지 않는 재판, 잠식당하는 영혼
《황폐한 집》의 중심에는 '자앤다이스 대 자앤다이스(Jarndyce and Jarndyce)'라는 저주받은 유산 소송이 있다. 대법관 법정(Court of Chancery)을 무대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이 재판은 소설 속 모든 비극의 근원이다. 디킨스는 이 재판을 통해 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 제도가 어떻게 그 자체로 괴물이 되어 인간을 삼키는지 신랄하게 고발한다. 재판은 더 이상 진실을 가리는 과정이 아니다. 변호사들의 배를 불리고, 서류더미만 끝없이 쌓아 올리며, 관련자들의 희망과 재산, 그리고 삶 자체를 소모시키는 거대한 연극일 뿐이다.
2부에서 이 재앙의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는 젊고 유망했던 리처드 카스톤이다. 그는 처음에는 총명하고 선량했으나, 소송의 늪에 발을 들인 후 점차 의심과 조급증, 비현실적인 기대감에 사로잡혀 파멸의 길을 걷는다. 그의 타락은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희망 고문으로 영혼을 갉아먹는 시스템의 폭력 때문이다. 디킨스는 리처드의 입을 통해 이 시스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아, 지금 당장 쉬는 것에 대해서는." 리처드가 말했다. "혹은 지금 당장 뭔가 분명한 것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쉽지 않아. 간단히 말해서 불가능해. 적어도 나는 못하겠어."
"왜 못하는데?" 내가 말했다.
"왜 못하는지 알잖아, 에스더. 네가 미완성 집에 살고 있다면, 내일이든 모레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 내년이든 지붕을 얹었다 벗겼다 하고, 위에서 아래까지 허물었다 세웠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쉬거나 정착하기 힘들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 우리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지금'이 없어."
'지금이 없다'는 리처드의 절규는 얼마나 끔찍한가. 미래의 불확실한 판결에 현재의 모든 삶을 저당 잡힌 채, 그는 어떤 직업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빚만 늘려간다. 심지어 자신을 아끼는 후견인 존 자앤다이스마저 의심하며 인간관계마저 파괴한다. 이는 단지 19세기 영국 법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거대한 관료주의, 끝없는 행정 절차, 승자 없는 소모적 갈등 속에서 수많은 '리처드'들이 신음하고 있지는 않은가. 디킨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사회는 개인에게 '현재'를 살게 해주고 있는가.
기괴하고 생생한 인물들, 시대의 자화상
디킨스의 천재성은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그것을 살아 숨 쉬는 인간 군상의 희비극으로 그려내는 데 있다. 《황폐한 집 2》에서는 디킨스 문학의 가장 기괴하고 인상적인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소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당대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가령 사무원 구피 씨는 에스더에게 엉뚱한 연정을 품고, 그녀의 출생 비밀을 파헤쳐 환심을 사려는 인물이다. 그의 허황된 야망과 과장된 말투,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이제 막 부상하기 시작한 중산층의 속물근성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고리대금업자 스몰위드 일가는 인간성의 모든 즐거움과 감정이 거세된, 돈과 사실만이 존재하는 '화석 귀신(fossilized goblin)'의 세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대대로 조숙한 노인들만 태어나는 이 기괴한 가족의 묘사는 인정머리 없는 자본주의와 공리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할아버지 스몰위드가 정신 나간 할머니에게 쿠션을 던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스몰위드 부인은 평소의 본능에 따라 터져 나온다. "1500파운드. 검은 상자에 1500파운드, 1500파운드가 잠가져 있고, 1500파운드가 치워져 숨겨져 있어!" 그녀의 훌륭한 남편은 빵과 버터를 치워두고 즉시 쿠션을 그녀에게 발사하여 그녀를 의자 옆으로 짓누르고, 압도되어 자신의 의자에 다시 쓰러진다.
이러한 캐리커처들은 단순한 웃음을 넘어, 산업화된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뒤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장치다. 이번 번역은 디킨스 특유의 위트와 그로테스크한 유머를 맛깔스럽게 살려내어, 독자들이 19세기 런던의 활기 넘치는 뒷골목을 직접 거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선사한다.
화려한 저택과 비참한 빈민가, 그 필연적 연결
《황폐한 집》의 또 다른 축은 화려한 귀족 사회의 중심에 있는 데들록 부인의 비밀이다. 2부에서 이 비밀의 실마리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소설은 거대한 스릴러로 변모한다. 디킨스는 런던 상류층의 권태롭고 위선적인 삶과, '톰 올 얼론스(Tom-All-Alone's)'라는 이름의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교차시키며 두 세계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형사 버킷이 주인공 에스더의 하녀였던 찰리와 함께 톰 올 얼론스에 사는 소년 '조'를 찾아가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물과 질병, 가난이 들끓는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절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희미한 연대의 불씨를 동시에 목격한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벽돌공의 아내가 내뱉는 말은 이 소설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슴 아픈 대사일 것이다.
"제가 아무리 애써도 그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고, 언젠가 제가 그 아이 곁에 앉아 있게 된다면, 그 아이가 변해버리고 딱딱해진 모습으로 잠들어 있을 때, 지금 제 무릎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제니 아이처럼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바라게 될 거 같아요!"
데들록 부인의 숨겨진 과거와 빈민가의 병든 소년 조. 이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디킨스는 거미줄처럼 촘촘한 서사를 통해 이들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한 개인의 비밀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부조리와 맞물려 있는지, 가장 높은 곳의 죄악이 어떻게 가장 낮은 곳의 비극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디킨스의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부와 가난, 위선과 진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조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황폐한 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사회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부조리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 시스템의 안개를 핑계로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소설은 170년 전의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여전히 때로는 개인 위에 군림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쉽게 묻히며,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이 우리의 삶을 얽매고 있는 오늘,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살아있는 현실에 대한 보고서다. 잘 짜인 미스터리와 생동감 넘치는 인물,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디킨스라는 위대한 작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시대의 격랑을 꿰뚫어 본 영원한 이야기꾼
찰스 디킨스. 이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19세기 영국, 안개 자욱한 런던의 뒷골목과 화려한 귀족들의 살롱,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단순한 소설가를 넘어, 한 시대의 양심이자 목격자였으며, 그의 펜은 때로는 예리한 칼처럼 사회의 부조리를 해부했고, 때로는 따뜻한 위로처럼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졌다.
디킨스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유복하지 못한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구두약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굴욕적인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가난과 소외, 불의와 위선이 넘쳐나는 사회의 밑바닥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이를 작품 속에 생생하게 녹여냈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고아 소년,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성장 과정, 『위대한 유산』의 헛된 욕망 등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강렬한 생명력을 지니고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디킨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의 소설들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독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극적인 반전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시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잡지에 연재되는 형식이었는데, 매회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그의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러한 연재 방식은 그의 작품에 특유의 리듬감과 긴장감을 불어넣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그의 소설을 읽을 때도 여전히 강력한 흡인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디킨스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향해 있었고, 산업혁명 이후 급변하는 영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빈민구제법의 허점, 사법 제도의 불합리함, 교육 현장의 폭력 등 그의 작품들은 당대 사회 문제에 대한 고발장이자 개혁을 촉셔구하는 외침이었다. 그는 풍자와 유머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위선적인 권력자들을 조롱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이러한 디킨스의 문학적 역량이 집약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그는 런던과 파리라는 두 도시를 오가며 개인의 삶과 운명이 어떻게 시대의 격랑에 휩쓸리는지를 극적으로 그려낸다. 혁명의 광기와 폭력, 그 속에서 피어나는 숭고한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디킨스의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가 그려낸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는 탐욕스러운 수전노도 있고, 순수한 영혼을 지닌 어린이도 있으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한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인간 본성의 스펙트럼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와 인간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된다. 찰스 디킨스는 그렇게, 시간을 넘어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영원한 이야기꾼으로 남아 있다.
작가 프로필: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1812~1870)
출생 및 성장: 1812년 영국 포츠머스에서 해군 경리국의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비교적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으나, 아버지의 빚보증 문제로 가세가 기울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특히 12살 때 구두약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학 활동의 시작: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문학적 소양을 쌓았다. 법률 사무소 사환, 속기사, 신문 기자 등을 거치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1836년 첫 소설 『피크위크 페이퍼스』를 발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주요 작품 및 문학적 특징: 이후 『올리버 트위스트』, 『니콜라스 니클비』, 『데이비드 코퍼필드』, 『황폐한 집』, 『어려운 시절』,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생생한 캐릭터 묘사, 흥미진진한 플롯, 사회 비판적인 시각, 풍자와 유머, 그리고 감동적인 휴머니즘으로 특징지어진다. 특히 19세기 영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여 당대 독자들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 활동 및 강연: 문학 활동 외에도 사회 개혁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빈곤, 교육, 아동 노동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또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 대중 강연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이는 그의 작품이 더욱 폭넓게 읽히는 계기가 되었다.
말년 및 평가: 왕성한 창작 활동과 사회 활동을 이어가던 중 1870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고 있다. 그의 묘비에는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편이었으며,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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