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2025년 06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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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0.47MB)
- ISBN 979114213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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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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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모두 바보가 된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바로 그 바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바보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지, 읽고 나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현실주의자인지 깨닫게 된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로마 제국을 셋으로 나누어 다스리는 삼두정치의 한 축이다.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고, 브루투스와 카시우스를 무찌른 명장이다. 그런 그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잃는다. 정치적으로 보면 완전한 실패작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그보다 더 완전한 사랑이 있을까.
클레오파트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연인이었고, 이제는 안토니우스와 사랑에 빠져 있다. 정치적 계산으로 시작된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이 진짜가 되는 순간, 그녀는 모든 정치적 이익을 포기한다. 심지어 목숨까지.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사랑과 정치라는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정면충돌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며, 정치는 집단적이고 이성적이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이 두 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때로는 정치인으로, 때로는 연인으로. 그리고 마침내 연인으로 죽기를 선택한다.
셰익스피어가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의 본질적 모순일 것이다. 우리는 이성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감정적 존재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면서 동시에 개인적 욕망을 추구한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이 모순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인물들이다.
특히 클레오파트라라는 캐릭터는 문학사상 가장 매혹적인 여성 인물 중 하나다. 그녀는 단순한 미인이 아니다. 지적이고 정치적이며, 동시에 변덕스럽고 감정적이다. 그녀의 매력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안토니우스가 그녀에게 빠져드는 이유를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로마의 젊은 카이사르 옥타비우스(훗날 아우구스투스)는 이들과 대조적인 인물이다. 냉철하고 계산적이며,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선시한다. 그는 결국 승리하지만, 독자들은 그의 승리를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동시에 인간적인 것들의 패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번역본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의 시적 아름다움을 현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겨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400년 전 영어다. 현대 영어권 독자들도 원문을 읽기 어려워한다. 하물며 한국 독자들이야 오죽할까. 이 번역본은 그런 언어적 장벽을 완전히 제거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의 마지막 독백은 압권이다. 독사에 물려 죽어가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여왕이며 연인이다. "나는 불과 공기다. 나의 다른 원소들은 더 천한 삶에 맡긴다." 이런 대사를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작품 해설 부분에서는 16-17세기 영국과 로마 제국 말기의 역사적 배경을 상세히 다룬다.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쓴 시대적 맥락과 그가 참고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대한 설명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들을 명확히 제시한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소규모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다르다. 여기서 사랑은 제국의 운명을 좌우한다. 개인의 감정이 역사의 흐름을 바꾼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보다 더 웅장하고 장엄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타산하는 시대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사랑이 과연 가능할까.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아니 그것만이 진짜 삶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들의 선택은 현실적으로 보면 무책임하고 파괴적이다. 안토니우스에게는 로마에 아내가 있고, 클레오파트라에게는 이집트 백성들이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모든 책임과 의무를 뛰어넘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에 감동받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무책임함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바로 그 양가감정이야말로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다. 인간의 복잡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도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햄릿』이나 『리어 왕』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은 더 깊고 복합적이다. 이 번역본을 통해 한국 독자들도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등장인물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작가 소개
작가 연보
책 속 역사 문화 산책
작품 해설
판권
작품 요약
사랑이 모든 것을 불태울 때,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하는 소소한 고민부터 시작해, 때로는 인생 전체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선택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그 선택이 세계의 패권을 건 도박이라면? 그리고 그 한쪽 저울추 위에는 거부할 수 없는, 당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사랑이 놓여 있다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바로 그 극한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단순한 역사극이나 비극 로맨스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깊숙한 욕망과 파멸의 드라마를 숨 막히게 펼쳐낸다.
로마의 삼두정 중 하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는 한때 전쟁터를 호령하던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적들은 공포에 떨었고, 그의 발치에는 세계의 절반이 놓여 있었다. 그런 그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세계는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로마 시민으로서의 의무, 정치적 야망, 동지들과의 약속, 심지어 자신의 명예까지. 이 모든 것이 클레오파트라라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집트의 나일강변에서 펼쳐지는 향락과 관능적인 사랑은 그에게 달콤한 독배와 같다. 그는 기꺼이 그 독을 마시며 로마의 부름을 외면한다. 우리 역시 삶의 어느 순간, 안토니우스처럼 이성의 냉정한 경고를 무시하고 오직 심장이 이끄는 대로, 파멸을 향해 질주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가. 그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가장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욕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클레오파트라는 어떤 인물인가. 그녀는 단순히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이라는 얄팍한 꼬리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그녀는 이집트의 절대 군주이며, 노련한 정치 외교가이고, 누구보다 자신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전략가다. 동시에 그녀는 안토니우스를 뜨겁게 사랑하고, 그의 아이들을 낳았으며, 그의 변심에 절망하고 질투하는 한 명의 여인이기도 하다. 그녀의 예측 불가능한 변덕, 악어의 눈물, 신들마저 홀릴 듯한 연기는 거대한 남성들의 권력 투쟁 속에서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생존 방식이었을 것이다. 안토니우스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로마의 힘을 빌려 자신의 왕국을 지키려는 고도의 계산이었을까. 셰익스피어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통해, 사랑과 권력이 어떻게 한 개인 안에서 뒤섞이고 충돌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줄 뿐이다.
안토니우스의 오랜 부재와 이집트에서의 방종은 로마의 또 다른 실력자, 냉철하고 야심만만한 젊은 지도자 옥타비우스 카이사르와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킨다. 풀비아의 죽음 이후 옥타비우스의 누이인 옥타비아와 정략결혼을 하지만, 안토니우스의 마음은 이미 클레오파트라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뒤였다. 그는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이집트로 돌아가고, 이는 곧 로마와의 정면 대결을 의미했다. 이성과 질서를 상징하는 옥타비우스와 감성과 혼돈을 대변하는 안토니우스의 대립은 단순히 두 권력자의 싸움을 넘어, 고대 세계의 패권을 둘러싼 동양과 서양, 혹은 두 개의 다른 세계관의 충돌로 확장된다.
운명의 악티움 해전. 안토니우스의 해군은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전투가 한창일 때 클레오파트라의 함대가 갑자기 전장을 이탈해 도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안토니우스는, 믿을 수 없게도, 전투를 지휘해야 할 총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홀린 사람처럼 그녀의 뒤를 쫓아 함께 도망친다. 이 한 장면은 이 비극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이성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고,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영웅은 사랑에 눈먼 한낱 필부로 전락하고 만다. 그 순간, 그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패배 이후 안토니우스는 걷잡을 수 없는 절망과 자기혐오에 빠진다. 클레오파트라를 향한 그의 감정은 분노와 원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낼 수 없는 애증으로 뒤엉킨다. 셰익스피어의 붓끝은 이처럼 몰락한 영웅의 처절한 내면을 가차 없이 파헤친다.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을 배신하고 이미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 전해 들은 안토니우스는 충신 에로스에게 자신을 죽이라 명하지만, 에로스는 차마 주군을 찌르지 못하고 자결한다. 이에 안토니우스는 스스로 칼에 몸을 던지지만 치명상을 입지는 못하고, 결국 클레오파트라가 숨어있는 능묘로 옮겨져 그녀의 품속에서 숨을 거둔다. 그의 마지막 말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카이사르에게 굴복하여 목숨과 명예를 지키라는 것이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제 홀로 남은 클레오파트라. 그녀는 카이사르의 자비에 기대어 목숨을 구걸하는 대신, 로마 개선식의 전리품이 되어 모욕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가장 화려한 여왕의 예복을 차려입고, 독사를 자신의 몸에 대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패배자의 최후가 아니다. 그것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한 여왕의 오만한 선택이자, 안토니우스 없이는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절절한 사랑의 증명이기도 하다. 그녀는 뱀에게 입맞춤하며 로마의 굴욕적인 승리를 비웃고, 안토니우스와의 사랑을 죽음으로 완성한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거대한 열정과 야망, 그리고 그로 인한 필연적인 파멸에 관한 장엄한 서사시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안토니우스의 선택을 우리는 과연 어리석다고만 할 수 있을까?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가면을 바꿔 써야 했던 클레오파트라의 삶을 우리는 쉽게 단죄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시대와 상황은 다를지언정, 우리 자신이 끊임없이 마주하는 내면의 갈등과 유혹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이 주로 한 개인의 내면적 결함이나 운명적 파국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작품은 그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광대한 로마 제국과 신비로운 이집트를 배경으로, 개인의 사랑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고 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대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불꽃처럼 타오르다 장렬하게 스러져간 두 연인의 이야기는 4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가장 화려하고도 치명적인 사랑, 가장 인간적이기에 처절했던 비극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어리석고도 위대한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파멸은 과연 실패이기만 했을까, 아니면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완전한 사랑의 형태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당신의 몫이다.
서평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뜨거운 파멸의 기록 혹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
권력이냐, 사랑이냐.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이 갈등은 수많은 이야기의 씨앗이 되어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이 해묵은 질문을 가장 화려하고도 비극적인 방식으로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4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우리 앞에 도착한 이 이야기는,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어쩌면 우리는 이 거대한 로맨스 비극 속에서 가장 현대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로마의 삼두정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그는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로마의 질서와 명예, 정치적 야망, 심지어 동지애까지. 그의 몰락은 단순히 한 영웅의 개인적인 타락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것은 거대한 제국의 운명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파국의 서사이며, 동시에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한 본능적인 끌림과 이성적인 통제 사이의 영원한 투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첫 장면부터 필로의 대사는 안토니우스의 변화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필로
아니, 우리 장군의 이 노망은
도를 넘어섰다. 전쟁의 대열과 집결지를
황금빛 마르스처럼 빛나며 내려다보던
그 고결한 눈동자가, 이제는 굽어져서
그 시선의 충성과 정성을
황갈색 얼굴에 바치고 있다. 격전 중에
가슴팍의 갑옷 띠를 터뜨리던 그 대장의 심장이
이제는 모든 절제를 포기하고
집시 여인의 욕정을 식혀주는
풀무와 부채가 되고 말았다.
‘노망’, ‘황갈색 얼굴에 바치는 충성’, ‘집시 여인의 욕정을 식혀주는 풀무와 부채’. 이 얼마나 신랄하고도 정확한 묘사인가. 한때 전쟁의 신 마르스와 같았던 장군이 사랑에 눈멀어 ‘창녀의 바보’로 전락해가는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강력한 권력자조차 비켜갈 수 없는 인간적 나약함을 드러낸다. 우리는 뉴스에서, 혹은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을 얼마나 많이 접했던가.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 안토니우스는 그들의 원형일지도 모른다.
클레오파트라는 또 어떤가. 그녀는 단순한 요부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입체적이고 매혹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안토니우스를 파멸로 이끄는 장본인이면서도, 동시에 그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인이다. 그녀의 변덕과 질투, 교활함과 연약함은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녀만의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안토니우스에게 던지는 도발적인 대사들은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격정적이고 불안정한지를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
정말 사랑이라면, 얼마나 큰 사랑인지 말해보세요.
안토니우스
헤아릴 수 있는 사랑이라면 그건 거지 같은 사랑이오.
클레오파트라
사랑받을 한계를 정해놓겠어요.
안토니우스
그렇다면 당신은 새 하늘, 새 땅을 찾아야 할 것이오.
‘헤아릴 수 있는 사랑은 거지 같은 사랑’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면서도 위험한 선언인가.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모든 규범과 한계를 초월하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파멸을 향해 질주한다. 이 번역본은 이러한 인물들의 격렬한 감정과 대사의 맛을 현대적인 어투로 잘 살려내고 있어, 마치 눈앞에서 연극을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특히 에노바르부스가 묘사하는 클레오파트라의 첫 등장은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안토니우스의 충직한 부하지만 냉철한 관찰자이기도 한 그의 입을 통해, 우리는 클레오파트라의 초인적인 매력을 실감하게 된다.
에노바르부스
그녀가 탄 배는 윤이 나는 왕좌처럼
물 위에서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고물은 황금으로 쳐져 있었고,
돛은 자주색이었는데 너무나 향기로워서
바람이 그것들과 사랑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노는 은빛이었는데,
피리 소리에 맞춰 젓는 그 소리가
그들이 치는 물을 더 빨리 따라오게 했습니다.
마치 그 노질에 반한 듯이 말입니다.
그녀 자신의 모습은
모든 묘사를 궁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금직물로 된 천막에 누워 있었는데,
우리가 보는 비너스보다도 더 아름다워서
상상이 자연을 능가하는 듯했습니다.
이처럼 화려하고 관능적인 묘사는 클레오파트라가 단순한 미모를 넘어선, 거의 신적인 아우라를 지닌 존재임을 암시한다. 안토니우스가 이 거부할 수 없는 매혹에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 번역은 이러한 시적 이미지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우리는 왜 400년 전 로마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이 사랑 이야기에 여전히 매혹될까? 그것은 이 이야기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 앞의 나약함, 사랑의 맹목성, 자존심과 허영, 질투와 후회 등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주제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안토니우스가 느끼는 로마에 대한 의무감과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열정 사이의 갈등은, 어쩌면 현대인이 겪는 일과 개인적인 삶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과도 다르지 않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운문과 산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물들의 신분과 감정 상태, 극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귀족들의 대화는 장엄한 무운시로 표현되는 반면, 하층민이나 희극적 인물들은 현실적인 산문으로 이야기한다. 이러한 문체의 변화는 극에 리듬감과 생동감을 부여하며, 번역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살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 번역본은 원문의 시적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 한국어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여, 독자들이 셰익스피어의 언어적 유희와 깊이를 비교적 쉽게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은 때로 인내를 요구한다. 방대한 은유와 상징, 낯선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관습들은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장벽을 넘어섰을 때, 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번역본은 그 여정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 소개’나 ‘작가 연보’와 같은 부가 자료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결국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 화려한 영광과 처절한 몰락이 교차하는 인간 드라마의 정수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이 두 거대한 별은 서로를 격렬하게 끌어당기다 장렬하게 부서져 내린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을 뒤흔들 만큼 강력했지만, 동시에 그들 자신을 파괴할 만큼 위험했다. 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뜨거운 파멸의 기록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 속에 숨겨진 욕망과 갈등,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되새겨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자화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한동안 그들의 강렬한 사랑과 비극적인 운명의 잔상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셰익스피어가 지닌, 시간을 초월하는 힘이 아니겠는가.
작가정보
저자(글)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가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이해의 거장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낡고 어려운 이야기 속에 대체 무엇이 있기에 시간을 거슬러 우리 손에 들리는 것일까요? 특히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영문학의 최고봉,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직접 읽어본 경험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4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그리고 고풍스러운 언어가 주는 막연한 장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셰익스피어를 읽는 경험은 박제된 유물을 감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의 작품은 살아 숨 쉬는 인간 군상의 드라마이자, 시대를 넘어 반복되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16세기 말, 17세기 초 영국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울고 웃고 갈등하고 사랑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놀랍도록 오늘날의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시대는 격동과 변화의 소용돌이였습니다. 르네상스의 거대한 물결이 유럽을 휩쓸며 인간 중심의 사상이 꽃피웠고, 종교개혁은 기존의 세계관을 뒤흔들었습니다. 절대왕정이 확립되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신흥 상인 계층이 부상하며 사회 구조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죠. 바다 건너 신대륙의 발견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켰습니다. 이렇듯 셰익스피어는 낡은 중세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근대의 여명이 밝아오던, 역동적인 전환기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바로 이 시대의 공기와 열망, 그리고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는 당대의 정치적 암투, 사회적 모순,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여 무대 위에 펼쳐 보였습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은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장 깊숙한 심연을 탐구한 작가입니다. 그의 붓끝에서 탄생한 인물들은 선과 악, 이성과 광기, 사랑과 증오, 충성과 배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선택합니다. "햄릿"의 우유부단함과 복수심, "오셀로"의 파괴적인 질투, "리어왕"의 어리석은 오만과 뒤늦은 깨달음, "맥베스"의 걷잡을 수 없는 야망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게만 국한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입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읽게 될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문의 해묵은 반목 속에서 피어난 젊은 연인의 맹목적이고 열정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가로막는 세상의 억압과 비극적인 운명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렬한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과연 무엇이 그토록 순수한 사랑을 파멸로 이끌었을까요? 셰익스피어는 개인의 감정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이 어떻게 맞물려 비극을 빚어내는지를 섬세하고도 극적으로 그려냅니다.
셰익스피어는 또한 언어의 마술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풍부한 어휘와 다채로운 표현, 시적인 운율과 절묘한 언어유희는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귀족의 고상한 운문에서부터 평민의 비속한 산문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그의 대사들은 때로는 철학적인 깊이를 담고,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를 던지며,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물론 번역 과정에서 원어의 뉘앙스를 완벽하게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잘 된 번역은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최대한 살려 우리에게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셰익스피어를 읽어야 할까요?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 본성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목격하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성찰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속성, 사랑의 본질, 정의의 의미, 운명과 자유의지의 문제 등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4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산맥의 한 자락이나마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경험은 분명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출생과 성장: 1564년 4월 26일(세례일 기준)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비교적 유복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스트랫퍼드는 양모 거래의 중심지였으며, 그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는 장갑 제조업자이자 양모 상인이었고, 후에는 지방 유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지역의 문법학교(grammar school)에서 라틴어와 고전 문학을 중심으로 교육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그의 초기 생애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아 '잃어버린 세월(lost years)'이라고 불리는 공백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평범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당대 최고의 지성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런던에서의 활동: 1580년대 후반 혹은 1590년대 초반에 런던으로 이주하여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동시에 극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각색하거나 공동 집필하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592년경에는 이미 극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로버트 그린과 같은 동시대 작가들의 질투 섞인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는 그가 얼마나 빠르게 런던 연극계의 중심으로 부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궁내대신 극단과 글로브 극장: 1594년부터는 당시 최고의 극단이었던 '궁내대신 극단(Lord Chamberlain's Men)'의 전속 극작가 겸 공동 소유주로 활동했습니다. 이 극단은 제임스 1세 즉위 후 '국왕 극단(King's Men)'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셰익스피어는 평생 이 극단을 위해 작품을 썼습니다. 1599년에는 극단 동료들과 함께 템스강 남쪽에 유명한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을 건립하여, 자신의 작품을 직접 공연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창작자를 넘어, 연극 산업의 구조와 대중의 요구를 이해하는 실용적인 감각도 지녔음을 시사합니다.
주요 작품 활동: 약 2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그는 총 38편(이설 있음)의 희곡과 다수의 소네트 및 장시를 남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크게 비극, 희극, 역사극, 로맨스극(비희극)으로 분류됩니다.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통과 파멸을 심도 있게 다룬 걸작들을 통해 비극 장르의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희극: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등 사랑의 기쁨과 우여곡절, 인간 사회의 풍자와 해학을 경쾌하게 그려냈습니다.
역사극: "리처드 3세", "헨리 4세", "헨리 5세" 등 영국의 역사를 극화하여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왕권의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로맨스극: 말년에는 "겨울 이야기", "템페스트"와 같이 용서와 화해, 재생의 주제를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룬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말년과 사망: 1610년경부터는 고향 스트랫퍼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작품 활동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사망하여 고향의 홀리 트리니티 교회에 묻혔습니다. 그의 사망일은 공교롭게도 그의 생일로 추정되는 날과 같아, 그의 삶에 또 하나의 극적인 요소를 더합니다.
문학사적 평가: 셰익스피어는 당대에도 인기 있는 극작가였지만, 사후에 그 명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특히 18세기 이후 본격적인 연구와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풍부하고 창의적인 언어 구사, 뛰어난 극적 구성 능력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그의 존재는 영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곧 인간이라는 영원한 수수께끼를 탐구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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