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과 탈출의 기록 : 드 퀸시 기담집

가정, 신앙, 민족이 무너진 자리의 기록

토머스 드 퀸시 지음 | 언어의 숲 옮김

해밀누리 2025년 06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파멸과 탈출의 기록』은 토머스 드 퀸시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붕괴’와 ‘재생’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다. 드 퀸시는 현실을 환상으로, 환상을 다시 증언으로 바꿔내며 인간 존재의 내면에 숨겨진 공포와 비극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첫 편 ‘가정의 파탄’은 영국 가정의 붕괴를 그린 작품으로, 단순한 불행담이 아닌 정서적 해체와 도덕적 추락을 다룬 심리적 기담이다. 서술자는 이 모든 과정을 목격자이자 가해자, 피해자라는 다층적 시점으로 풀어내며 문장의 긴장을 끝까지 유지한다.

‘스페인 수녀’는 종교와 금욕, 개인 욕망 사이의 충돌을 그린 작품으로, 중세적 고딕 분위기와 윤리적 모호함이 결합된 미스터리다. 드 퀸시는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억눌린 인간 감정의 심연을 탐색하고, 제도화된 종교의 이면에 숨은 위선과 폭력을 해부한다.

마지막 ‘타타르 부족의 대탈출’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장대한 서사로, 시베리아에서부터 러시아 국경을 넘어가는 유목 부족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그린다. 이 글은 그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며, 드 퀸시 특유의 시적 묘사와 스케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파멸과 탈출의 기록』은 인간과 사회의 붕괴라는 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걸작이다. 아편의 환각에서 깨어난 서사자는 이제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 무너진 문명의 가장자리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파멸과 탈출의 기록 』은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산문 문학이 도달한 한 정점을 보여준다. 드 퀸시는 ‘고백’이라는 내면적 글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을 대신 말하고 역사의 폐허 위에 서사를 세운다.

이 책은 단편소설, 역사기록, 고딕 기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바로 그 혼란 속에서 진실이 떠오른다. ‘가정의 파탄’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족의 해체와 개인의 고립을 다루며, ‘스페인 수녀’는 종교적 정체성과 자유의지를 묻는다. ‘타타르 부족의 대탈출’은 단순한 탈출기가 아닌, 집단 정체성과 생존 본능을 둘러싼 철학적 서사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읽은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바로 드 퀸시 문학의 힘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토머스 드 퀸시

1785년 영국 맨체스터 출생. 옥스퍼드 대학 중퇴 후, 일생 동안 글쓰기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며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였다. 『어느 아편 중독자의 고백』으로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그의 진정한 저력은 철학, 역사, 정치, 문학 등 폭넓은 주제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산문에 있다. 특히 그는 자기 고백적 글쓰기, 환상적인 이야기 구성, 세밀한 문장 조탁 등을 통해 19세기 낭만주의 이후 산문 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드 퀸시의 글은 오늘날에도 인간 심리와 문화적 모순을 예리하게 비추는 거울로 평가받는다.

번역 언어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