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2025년 06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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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982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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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분량: 약 21만자 (종이책 추정 분량: 약 350쪽)
9월 11일, 톨리에 거리에서.
그래, 사람들은 삶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곳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사람이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덕분에 그 이후의 상황은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임산부 한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높고 볕이 잘 드는 담벼락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치 담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는 듯, 손으로 계속해서 더듬어보곤 했다. 물론 담장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담 너머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을까?
지도를 펼쳐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시립 산부인과 병원이었다. 아, 그녀는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 분명했다. 부디 순산하길.
조금 더 걸어가니 생 자크 거리가 나타났고, 둥근 지붕을 얹은 웅장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도에는 발 드 그라스 육군 병원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굳이 알아둘 필요는 없었지만, 알아둬서 손해 볼 것도 없겠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사방에서 다양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복합적인 냄새 속에서도 특히 요오드 냄새와 감자튀김 기름 냄새, 그리고 불안감이 뒤섞인 냄새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어느 도시든 여름이면 특유의 냄새가 감돌기 마련이다. 그러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만한 허름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문 위에는 비교적 선명한 글씨로 "간이 숙박소"라고 적혀 있었다. 출입구 옆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는 않았다.
그 밖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멈춰선 유모차 안에는 갓난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통통하고 핏기 없이 푸르스름한 얼굴이었고, 이마에는 큼지막한 종기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다행히 종기는 완전히 아문 듯했고, 아이는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아이는 입을 살짝 벌린 채, 요오드 냄새와 감자튀김 냄새, 그리고 불안감을 가득 머금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드는 것은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고질적인 나의 잠버릇이다. 전차가 굉음을 내며 내 방 앞을 질주한다. 자동차들이 내 머리 위를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커다란 유리 조각들이 비웃는 소리와 자잘한 파편들이 킥킥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자 갑자기 다른 쪽에서, 그러니까 집 안에서 둔탁하고 무거운 소음이 울려 퍼진다.
누군가 계단을 밟고 올라오고 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오고 있다. 드디어 도착했다. 문 앞에서 한참 동안 멈춰 서 있다. 마침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다시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한 소녀가 신경질적으로 고함을 지른다. "닥쳐! 듣기 싫어!" 전차가 쏜살같이 달려오고, 저 멀리,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사라져 버린다. 누군가 비명을 지른다. 질세라 사람들이 앞다투어 달려간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개라는 존재는 어쩌면 이토록 큰 위안을 주는 것일까.
아침이 밝아올 무렵,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다 문득,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소음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것은 침묵이다. 큰 화재가 발생하면, 종종 극도로 긴장된 순간이 찾아온다. 하늘로 솟아오르던 물줄기가 약해지고, 소방관들이 더 이상 사다리 위로 기어오르지 않고,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다. 소리 없이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을 뒤로 한 채 높은 담벼락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다. 모든 것이 정지하고, 사람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얼굴을 찡그린 채, 끔찍한 재앙이 닥쳐오기를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의 침묵도 바로 그러한 침묵이다.
<추천평>
"일련의 인상파 그림과 유사한 책이다. 주인공은 회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회상하고 자신의 인상을 기록한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 조부모님, 수수께끼의 여인의 유령, 책, 사랑의 순간, 역사의 어두운 페이지... 그 모든 고통을 기록한다. 그렇다, 모든 고통은 시인의 방앗간으로 가는 시냇물이다."
- Witeboabencho, Goodreads 독자
"강력한 뇌를 가진 우리 인간은 그 힘을 사용하여 우리 자신의 상태에 머물기를 좋아하다. 사랑 또는 다른 존재에 대한 강렬한 취약성과 같은 주제, 우리의 시간 감각,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과 이 뇌가 아직 어렸을 때의 경험과 세상을 흡수하고 스스로를 흡수했을 때의 경험, 또는 아직 살지 않은 삶에 대한 불안, 물질적 환경이 기억되고, 우리의 뇌는 거기에 머물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위의 모든 것과는 별개로, 이 바쁘게 생각하는 뇌에는 또 다른 반복되는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다. 논쟁의 여지가 없고 궁극적인 공허에 대한 집착이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 말이다."
- Caliophe, Goodreads 독자
"나는 이 기묘한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읽은 것만큼이나 기괴하고 거칠며, 유령과 불쾌한 것으로 가득 찬 모더니즘의 후기 작품의 줄거리와 전개를 훌륭하게 예상하며 읽었다. 강렬하게 신경질적이며, 물론, 매우 시적이다. 이 책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놓치지 말기를 충고한다."
- Padaba, Goodreads 독자
"이 책은 불가사의한 지혜의 책이다, 광활한 만다라를 엿보는 한 젊은이의 불가사의한 사색, 그 중심에는 그의 투쟁하는 사유, 그 모든 것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퍼즐처럼 들어맞는다. 처음으로 세상을 알게 된 젊은이의 힘들게 얻은 상상이 가득하다."
- Pugus, Goodreads 독자
"내가 항상 책을 읽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다. 어쨌든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주변의 세계와 교류하는 대신 죽은 자들 사이에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다소 비뚤어지거나 확실히 터무니없는 일이다. 사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이며, 그것은 내가 그토록 자주 느꼈고, 여전히 불화하고 있다고 느끼는 세계로부터,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나에게 도전하지 않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방법이었다."
- Youd, Goodreads 독자
작가정보
저자(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년 - 1926년)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20세기 초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이다. 그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 특히 고독, 불안, 죽음, 사랑, 그리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원한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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