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살아지는

안리타 지음

홀로씨의 테이블 2023년 03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사라지는, 살아지는』은 저무는 봄날, 지는 꽃잎과 함께 스러지는 기억들을 따라가는 단상집입니다. 작가는 단 한 번뿐인 삶의 시간을 정직하게 마주하며, 안과 밖을 오가는 계절의 감각 속에서 꽃과 바람, 나무와 빛이 건네는 언어에 귀 기울이며, 살아 있다는 것과 사라져 간다는 것의 경계를 조용히 응시합니다.

이 책은 매일의 산책길에서 포착한 단상과 계절의 목소리를 따라 쓰인 기록이자, 자연을 통역하는 번역가로서의 고백입니다. 지는 꽃잎을 쓸어 담아 문장으로 바꾸고, 무릎을 꿇고 들여다본 생의 조각들을 옮겨 적으며, 작가는 말합니다. “기껏해야 시들어가는 그들의 언어를 염탐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자연은 언제나 삶의 처방전이었습니다. 저자는 심란한 날이면 사람 대신 풍경 속에 몸을 맡기고, 더럽혀진 마음을 닦아냅니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지는 존재로서의 시간과, 어쩌면 사라지고 싶어서라도 살아가야만 했던 나날들에 대한 진솔한 독백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떠나지 말라 해도 떠나는 삶의 흐름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지고, 살고 싶은 날에도 살아지는, 알 수 없는 생의 중심에서 『사라지는, 살아지는』은 사라짐과 살아짐 사이에서 피어나는 가장 조용하고도 간절한 고백입니다.

책 속으로

늘, 어떤 심란 속에서도 자연은 유일한 처방전과 같았다. 지치는 날엔 사람이 아닌 이 불립문자의 풍경속에서 더럽혀진 온몸을 닦았다. <96p>


잘 사라지는 중입니다. 어쩌면 사라지는대도 사라지고 싶어서 살고 있는다 해도, 살고 싶어서 이렇게 짓거리나 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떠나지 말라 해도 떠나는 이 의지와 무관한 채 살아지는 숱한 계절들을 통과하며 잘 사라지는 일.
그대와 나와 바람과 눈물과 꽃과 노래와 열병과 오한을 깍지 낀 채 마치 기도문을 외듯 이토록 간절히 속삭이며 잘 살아지는 일.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지고 살고 싶은 날에도 살고 있는, 이런 알 수 없는 생의 한가운데를 오래 서성입니다. 단지 우리 잘 사라지
기로 해요, 그리고 우리 잘 살아지기로 해요. < 본문 5p>

작가정보

저자(글) 안리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