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시간
2025년 05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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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8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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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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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을 마주하기
2 기발한 장치들
3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4 황금기
5 시간을 위조하다
6 혁명의 시간
7 시간에 맞춰 일하기
8 행동파를 위한 시계
9 점점 빨라지는 시간
10 인간과 기계
11 마지막 순간
시계 고치는 법 - 짧은 (그리고 개인적인) 가이드
용어 정리
감사의 말
추가 정보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시계제작자는 쌀 한 톨보다 더 작은 영역에 초점을 맞출 때가 많지만, 시계학의 영감은 우주 전체에서 온다.
_15쪽, 뒤를 향한 머리말
처음부터 시계는 인간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반영했고, 그 관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시계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 인식을 측정한다. 뼈를 깎아 만든 고대 유물이든, 지금 내 작업대에서 복원하고 있는 손목시계든, 시간을 측정하는 모든 장치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세고,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식의 하나다.
_16쪽, 뒤를 향한 머리말
그 시계를 손에 쥐어보고, 작업하고,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나 자신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골동품 시계를 놓고 정밀한 작업을 하고 있자면 그 시계를 만들고 착용했던 사람들과 거의 손에 닿을듯한 연결감을 느낀다. 사람들의 미세한 흔적이 마치 그들이 남긴 서명처럼 내게 다가온다. 제프가 새긴 것과 같은 이름이나 이니셜이 부품 사이에 숨어 있기도 하고, 회중시계의 문자판 아래 청록색 유리에 실수로 새겨진 어느 법랑 기술자의 250년 된 지문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졌고, 잘 돌보면 내가 사라진 후에도 몇백 년은 더 존재할 물건의 역사에서 나 또한 하나의 장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서간 선배들이 남긴 삶의 흔적들을 주워 모은다.
_21쪽, 뒤를 향한 머리말
시계제작자는 이 물건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역사를 흡수하는 동시에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인연을 위해 준비하는 관리인이다.
_21쪽, 뒤를 향한 머리말
고고학계에는 생식 주기 혹은 임신 주기를 계산하기 위해서 이 뼈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있다. 나는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를 수백 번 거슬러 올라간 할머니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날짜를 세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_30쪽, 태양을 마주하기
우리 조상들에게 시간은 추상적인 숫자로 나눠지지 않았고 자연에서 벌어지는 사건 단위로 흘러갔다. 계절과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 같은 것 말이다.
_37쪽, 태양을 마주하기
이 모든 초기 기계장치에서는 실험과 발견, 시행착오,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순수한 기쁨이 흠씬 느껴진다.
_59쪽, 기발한 장치들
나는 종종 처형 전날 밤, 얼어붙을 듯 추운 감방에서 촛불이 빛을 드리운 성경 앞에 무릎을 꿇고 시계를 손에 쥐고 있는 메리 여왕을 상상해 보곤 한다. 모든 16세기 시계가 그랬듯 그녀의 시계가 내는 느린 ‘똑딱’ 소리는 그녀의 심장 박동과 비슷한 속도로 울렸을 것이다. 나는 처형을 준비하는 그녀에게 시계가 얼마간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_89쪽,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
지금까지도 시계제작은 특별한 소수의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주술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 내가 있다. 사회적으로 미숙하고, 문신이 있고, 노동 계급 출신의, ‘특별한’ 구석은 한 군데도 없지만 시계제작자인 나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이 시계제작 장인이 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내가 수상쩍은 존 윌터 같은 인물이 그토록 매력적이라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흙수저인 내가 또 다른 흙수저에게 끌렸던 것이다.
_160쪽, 시간을 위조하다
그런 이유에서 내게는 위조 시계도 해리슨의 크로노미터 만큼이나 시계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허락되는 혁신이라면 그것이 진정으로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값싼 휴대용 시계는 시간에 대한 접근성을 확장함으로써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귀족과 민중 사이의 격차를 좁혔다. 시간을 민주화한 것이다.
170쪽, 시간을 위조하다
학자로서 나는 위조품들을 연구했고, 몇 개는 직접 소장하고 있다. 그중 악명 높은 존 윌터 시계가 내게 가장 소중하다.
_172쪽, 시간을 위조하다
스콧 대장의 시계를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의 전 생애, 희망, 야망, 두려움, 심지어 그가 두고 떠난 사랑하는 이들까지 그 평범한 물건 안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기계는 그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고, 끝까지 그의 옆을 지켰다. 그 시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계가 갔던 곳, 그 시계가 목격한 것들, 스콧 대장의 주머니에 숨어 엿들은 대화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종류의 기계식 시계는 태엽을 감아야 기능을 한다. 태엽을 감아줄 사람이 없으면 주인과 함께 멈춰서 침묵의 세계로 빠져든다. 또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 너무 추우면 부품 사이의 오일이 굳고, 케이스를 통해 습기가 스며들어 철제 부품들이 서서히 녹슬고, 마침내 휠 트레인이 서서히 굳어서 멈춘다. 박물관 측은 이 시계가 다시 작동하도록 수선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나도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스콧 대장의 충실한 동반자를 남극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은 어쩐지 그 주인에게 무례를 범하는 느낌이 든다.
_244~245쪽, 행동파를 위한 시계
크레이그가 복원한 1916년 롤렉스 레베르크는 고객의 할아버지가 페르시아만에서 복무한 사람에게서 구입한 것이었다. 색이 변하고, 긁히고, 찌그러지고, 베젤과 유리가 없는 상태였다. 충격 완화 장치나 방수 장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 시계는 주인을 따라 사막 전투에 나섰고,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사용되었다. 사명을 다 한 것이다.
_271~272쪽, 점점 빨라지는 시간
내 주된 목표는 시계가 다시 작동하도록 수선해서 프란시스의 후손들이 그 시계를 착용하고 거기 깃든 이야기를 기억하도록 돕는 것이다.
_296쪽, 인간과 기계
나는 모든 시계에 그 시계를 착용했던 사람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치가 ‘동부 재정착’을 명목으로 내걸고 유대인들을 체포했을 때 많은 이가 단순한 이주일 것이라 믿었다. 짐을 쌀 시간도 없었고, 많이 들고 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기에 휴대가 가능한 것 중 가장 소중한 물건들만 서둘러 챙겼다. 시계, 옷, 안경, 의족이나 의수 등은 강제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돈과 함께 맨 먼저 압수된 물건들이었다. 마침내 나치가 패망하고 수용소의 문이 열렸을 때 무더기로 쌓여 있는 수천 개의 시계가 발견되었다. 시계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는 전해질 수 없지만, 다같이 모여 있을 때 그 시계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을 증언하는 증거물이 된다.
_299~300쪽, 인간과 기계
이 기계들은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만큼이나 우리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녀석들을 동료로 생각한다.
_327쪽, 인간과 기계
크레이그는 “서로 잘 안 맞는 부품을 가지고 몇 시간씩 헤맬지언정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모든 게 해결되게 하고 싶진 않아” 말하곤 한다. 오래된 물건을 구출하고 복원하는 일의 의미가 바로 거기에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라도 그 과정과 결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_324쪽, 인간과 기계
우주 시간에서 1초는 화성에 착륙하느냐, 거기서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착륙하느냐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현대에 나온 최신 시계와 18세기 골동품 시계 사이의 정확도 차이가 ‘잠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이 ‘잠깐’은 하루 중 몇 분 혹은 몇 초에 불과하다.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삶을 나노초 단위로 측정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_328쪽, 인간과 기계
나는 시계를 만드는 일로 시간 속에서 내 위치를 매긴다. 금속에 내 작업 흔적을 남기는 일은 나만의 작은 유산을 남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사라진 후에도 살아남아 지구를 떠도는 기계 유령처럼 말이다.
_330쪽, 마지막 순간
나는 눈을 가리고도 기계가 만든 시계와 손으로 만든 시계를 구분할 수 있다. 진정한 지각을 지닌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제 시계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_336쪽, 마지막 순간
어제는 팔각형 밴드에 완벽하게 맞도록 팔각형 케이스의 옆면을 파일로 다듬는 일만 종일 했다. 0.1밀리미터 차이였지만 그것을 맞추는 데 거의 여덟 시간이 걸렸다. 이제 그 시계에는 내가 바친 시간이 담겨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나는 그런 데서 관대함을 느낀다. 시계는 시간을 측정할 뿐 아니라 시간을 구현한 것,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_336~337쪽, 마지막 순간
우리는 모두 시간의 제자들이다.
_339쪽, 마지막 순간
우리 모두는 시간의 순간들과 그 시간을 동반하는 기억들로 삶을 측정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상들에게 시간을 알려주었고 우리에게도 여전히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그런 기억들에 변함없는 상수를 제공한다. 시계에 특별히 관심이 없더라도 증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시계를 내게 맡겨 복원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그 시계를 쓸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오래된 시계의 문자판을 보면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가 봤던 시곗바늘을 볼 수 있고, 그들이 흘러가는 삶을 측정하며 들었던 것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시계의 태엽을 감고, 삶을 살아가는 동안의 동반자로 삼을 것이다.
_342쪽, 마지막 순간
★미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 세계 10개국 출간
★〈월스트리트 저널〉, BBC 라디오 추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손으로 만들고 마음을 담은 물건의 의미
시계라는 세계, 그 내면의 우아한 역사
“나는 눈을 가리고도 기계가 만든 시계와 손으로 만든 시계를 구분할 수 있다. 진정한 지각을 지닌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제 시계에서 느껴지는 차이를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336쪽)
CNN은 2025년 4월 29일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Z세대로부터 새로이 각광받는 전통 직업을 소개했다. 이 직업의 종사자들은 긴 기간 교육받은 후에야 극소수의 작품을 만든다. 제작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 그가 품은 고민과 결심, 이후 작품을 얻은 소유자가 삶 속에 마주한 모험, 그 후손들이 가진 삶의 태도, 거슬러 올라 인류 전체의 역사를 담는 이 물건은 바로 시계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기계식 시계는 인공지능과 정확히 반대 지점에 존재한다.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무작위 데이터 더미가 아니라, 독자적인 개성과 인격을 가진 장인의 손에서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몇 년의 세월도 감수하며 탄생한다. 세상 유일의 이 한 작품은 주인의 손목 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며 그 한 사람을 위해 시간을 알린다. 아무리 커도 인간의 손목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이 작은 세계에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인류의 오랜 욕망과 부·신분·지위를 돋보이고 싶었던 본능이 담겨 있다. 또 그것을 가능케 하는 당대 최고의 기술자가 되고자 했던 시계제작자들의 꿈과 열정이 함께 녹아 있다. 영국의 한 여성 시계제작자 레베카 스트러더스가 유려한 문장으로 쓴 책《시계의 시간》은 이러한 기계식 시계의 세계와 역사를 손끝에 만져질 듯 그려낸다.
전장의 참호에서 손목시계를 만든 군인들,
라듐으로 숫자를 그리다 죽어간 여성들…
서로 맞물려 아로새겨진 인류와 시계의 시간
시계는 우아한 똑딱임 속에 인류가 거쳐온 사건과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현재 최초의 시간 측정 장치로 추정되는 가장 유력한 물건은 남아공 레봄보 산맥의 ‘국경 동굴’에서 발견된 비비의 종아리뼈이다. 4만 4,000년 된 이 뼈에는 29개의 홈과 30개의 칸이 있다. 저자는 이 뼈다귀에서 “할머니의 할머니를 거슬러 올라간 할머니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날짜를 세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이외에도 고대 이집트 유적인 ‘왕가의 계곡’에서 발견된 해시계, 기원전 427년 플라톤이 발명한 물시계, 9세기 영국 웨식스 왕국 알프레드 대왕의 양초시계 등 원시적인 시계들은 점차 발전해 왕족과 귀족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기발한 장치”가 되어간다. 세계 최초의 이스케이프먼트를 장착한 중국 천문학자 소송(蘇頌)의 혼천의와 천문 시계, 이슬람 문명의 우수함을 자랑한 알자자리(al-Jazari)의 ‘코끼리 시계’ 등을 살펴본 후에는, 마침내 중세 유럽을 지나 시계제작의 황금기에 도달한다. ‘왕비의 시계’를 만들고도 프랑스 혁명에서 살아남은 시계제작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 현대 시계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개발한 토마스 머지(Thomas Mudge) 등의 전설은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기계식 시계 속에서 숨 쉬고 있다.
오늘날 시계는 패션의 일부이기도 하다. 시계의 역사가 근대를 맞이하며 이 흐름을 만든 제작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 바로 롤렉스의 창시자이다. 그가 처음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내세우며 “시간 측정 기구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수 세기에 걸친 고정관념을” 부수는 동안, 시계와 인간의 역사는 더욱 깊이 맞물린다. 제1차, 2차 세계 대전의 참호 속에서 젊은 군인들은 연인이 준 시계를 손목에 감싸 최초로 ‘손목시계’ 형태를 만들었고, ‘야광시계’를 만들기 위해 라듐으로 문자판에 숫자를 그려 넣던 여성들 또한 라듐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시계제작자가 들려주는 시계의 역사를 살피며, 우리는 인류의 영광과 슬픔을 맛보게 된다. 특별한 유물들을 실은 8쪽의 삽지와 세계의 박물관 목록, 시계 용어 해설 등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 크레이그 스트러더스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들은 등장하는 대목마다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역사상 최초의 역사학자이자 시계제작자,
여성 시계제작자가 쓴 시계의 역사
“내 키보다 몇 배나 큰 문을 여는 것은 묘하게도 힘이 나는 일이었다.” (150쪽)
저자 레베카 스트러더스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시계제작자이다. 2012년 남편 크레이그 스트러더스와 함께 설립한 ‘스트러더스 워치메이커스’ 공방은 부품 제작부터 시작한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공방이며, 2021년에는 영국 전통 공예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로부터 HCA(Heritage Crafts Association) 의장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그는 아주 오랜 시간 스스로를 “외부인”이라 여겼다. 전통적으로 시계제작은 남성의 일이었고 여성 시계제작자는 희귀한 존재였기에, “여성을 시계제작자로 훈련하는 건 소용이 없다” “결국 아기를 낳고 나면 직업을 포기할 게 뻔하다”는 등의 말과 시선이 저자를 고립시켰다. 그러나 예술학교에서 시계제작자의 재능을 처음 알아봐 주고 이후 든든한 의지가 되어준 남편 크레이그와 여러 멘토의 지원은 저자를 버티게 했다.
“그러나 여기 내가 있다. 사회적으로 미숙하고, 문신이 있고, 노동 계급 출신의, ‘특별한’ 구석은 한 군데도 없지만 시계제작자인 나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이 시계제작 장인이 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 (160쪽)
어쩌면 그는 시계 제작업계의 외톨이였기에 시계 문자판 뒤로 보이는 인간을 좇았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정신적 고향”이라 여기는 대영박물관의 시계학 연구실에 틀어박혀 시계의 기계적 구조, 장식, 결함 등이 품고 있는 선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시계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 우주의 리듬을 붙잡으려 애썼고, 우주의 원리를 손 닿는 곳에 구현하려 했다. 당대 최고의 공학과 예술이 만나 시계가 되었고, 시계는 인간이 시간과 관계 맺는 형태를 반영하며 발전했다. 먼 하늘 별들의 노래를 들으려 외로이, 묵묵히 연구를 이어간 시계제작자들의 숨결이 오늘날 공식처럼 사용되는 톱니바퀴 하나하나에까지 새겨진 것이다.
작은 기계 속에 담긴
인간의 꿈과 사랑, 사랑과 상실
“스콧 대장의 시계를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의 전 생애, 희망, 야망, 두려움, 심지어 그가 두고 떠난 사랑하는 이들까지 그 평범한 물건 안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기계는 그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고, 끝까지 그의 옆을 지켰다. (…) 박물관 측은 이 시계가 다시 작동하도록 수선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나도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스콧 대장의 충실한 동반자를 남극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은 어쩐지 그 주인에게 무례를 범하는 느낌이 든다.” (244~245쪽)
저자는 영국 노팅엄셔의 한 조용한 마을에 잠들어 있는 “인류 탐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계”를 소개한다. 바로 로버트 팰컨 스콧(Robert Falcon Scott)의 회중시계이다. 이 시계는 스콧의 남극 탐험을 함께 했고, 그의 시신과 함께 발견되었다. 저자는 이 시계에 스콧의 전 생애가 담겨 있다고 깨닫는다.
책은 ‘제프’라는 시계제작자의 흔적에서 시작한다. 그는 1971년 빈티지 오메가 씨마스터를 수리하며 ‘제프, 71. 3. 10’이라고 문자판 뒤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 아마 이후에 이 시계를 다시 수리할 순간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 흔적은 5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저자 레베카 스트러더스의 작업대에서 발견된다. 제프의 흔적이 시간의 흔적이 된 것이다. 저자는 짐작한다. 2023년, 이 시계를 건네받으며 자신 또한 이 시계의 시간이 되었음을. 책을 덮으며 우리의 삶은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새겨진 흔적이 된다. 멈춰버린 시계 속에서도 인간을 보고 그의 시간을 존중하는 저자의 세심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통해 독자는 결국 우리가 시간을, 세상을 경험하는 태도를 되새긴다.
작가정보
(Rebecca Struthers)
영국 버밍엄 출신의 시계제작자이자 역사학자. 2012년 버밍엄 주얼리 쿼터에 남편 크레이그와 함께 ‘스트러더스 워치메이커스’를 설립했다. 스트러더스 공방은 부품 제작부터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영국에 몇 남지 않은 시계제작 공방이다. 2017년 영국 역사상 최초로 시계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시계제작자가 되었으며, 2021년 찰스 3세로부터 HCA(Heritage Crafts Association) 의장상을 수상했다. 과거의 시계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역사를 흡수하며, 그들의 새로운 인연을 준비하는 관리인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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