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이리
2025년 04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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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5.36MB)
- ISBN 978893102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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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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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가 병적인 모습과 위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죽음과 파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치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분이 깨닫는다면 기쁘겠다.”
_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는 작품에서 일관되게 새로운 가치 기준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방향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진정성 있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헤세의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자전적인 《황야의 이리》 역시 이러한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 존재의 고독과 자아의 이중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현대의 문명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주인공 하리 할러는 현대 사회 속에서 고립감과 자아의 혼란을 겪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는 문명화된 존재인 동시에 사회성을 거부하는 야만성을 가진 ‘황야의 이리’다. 인간과 이리라는 두 가지 본성을 가졌다고 여기는 그의 내적 분열은 깊은 고독과 자아 상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연히 ‘검은 독수리’라는 술집에서 헤르미네를 만나 춤을 배우고 가면무도회와 마술 극장에 가면서 자아의 두 세계는 통합과 회복의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하리 할러의 기록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이 책에는 한 남자가 남긴 빛바랜 기록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를 ‘황야의 이리’라 불렀고, 그도 자신을 몇 번이나 그렇게 부르곤 했다. 그의 원고에 서문이 꼭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황야의 이리가 남긴 글에 몇 자 덧붙여 그에 대한 나의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픈 마음이다.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고,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호감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7쪽)
■할러의 기록에 관해서라면, 일부는 병적이지만 일부는 아름답고도 생각이 깊은 이 놀라운 상상에 관해서라면, 이 말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 만약 이 글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고 누가 쓴 글인지 몰랐다면 나는 분명 화를 내며 던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할러를 잘 알기에 일부나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에게 동의할 수 있었다. 이 기록에서 한 개인의, 한 불쌍한 정신 질환자의 병적인 상상만을 봤다면 나는 아마 이것을 다른 이에게 전해도 될까 주저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본 것은 그 이상이다. 시대의 기록이다. 지금 나는 안다. 할러의 마음에 깃든 병은 개인의 기벽이 아니라 시대 자체의 병이며, 할러가 포함된 그 세대의 신경증이다. 그 신경증은 절대로 약하고 열등한 개인만 걸리는 병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누구보다 강인하고 가장 지성적이며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그 병에 걸리는 것 같다. (30쪽)
■이 기록은 크나큰 시대의 질병을 회피하거나 미화하지 않고서, 질병 그 자체를 묘사의 대상으로 삼으려 애쓰면서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실제 경험이 어느 정도나 밑바탕이 되었는지는 관계없다. 이 기록은 말 그대로 지옥을 가로지르는 걸음이다. 때로는 겁에 질려, 때로는 용감무쌍하게 암울한 영혼 세계의 혼돈을 가로지르는 걸음이다. 지옥을 통과하겠다는 의지로, 혼돈에 맞서고 악을 끝까지 견디겠다는 의지로 내디딘 걸음이다. (30~31쪽)
■나는 리드미컬한 호흡에 맞추어 나지막하게 흥얼거리면서 그 멜로디를 대충이나마 혼자 연주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걸었다. 아니, 실내악이 없어도,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무기력하게 따스함을 갈망하느라 진을 빼는 짓은 우습다. 고독은 독립이다. 나는 독립을 원했고 오랜 시간 끝에 그 고독을 얻었다. 물론 고독은 차갑다. 맞다. 그러나 고요하기도 하다. 별들이 돌고 있는 그 차갑고 고요한 공간만큼이나 대단히 고요하고 광대하다. (51쪽)
■그리고 마침내 마흔일곱 살이 되자 행복한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익살맞은 면도 없지 않아서 자주 기쁨을 안겨준 생각이었다. 쉰 살 생일을 자살해도 괜찮은 날로 정한 것이다. 그날 기분에 따라 비상구를 이용할지 말지를 정하자고, 그는 자신과 약조했다.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병이 들거나 가난해져도,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도 괜찮았다. 모두가 기한이 정해져 있고, 모두가 기껏해야 몇 년, 몇 달, 며칠밖에 안 걸릴 테고, 그 숫자도 매일 줄어들 테니 말이다! (66~67쪽)
■상상이지만 멋진 세상, 바로 유머다. 불안에 떠는 황야의 이리들, 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사는 이 사람들은 비극으로 나아가려면, 별의 우주로 뚫고 나아가려면 있어야 하는 힘이 부족하다. 맹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은 느끼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 고통으로 정신이 강해지고 유연해질 때면 유머로 들어가는 화해의 출구가 등장한다. 진짜 시민은 유머를 이해할 수 없지만 유머는 항상 어쩐지 시민적이다. 모든 황야의 이리가 꿈꾸는 복잡다단한 이상은 유머의 상상 공간에서 실현된다. 그곳에서는 성자와 탕자를 동시에 긍정하고 이 양극단을 휘어 붙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 계급마저도 긍정의 대열로 끌어들일 수 있다. (72쪽)
■하리는 자기 안에서 하나의 ‘인간’을 발견한다. 즉, 생각과 감정, 문화, 길들고 순화된 본성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곁에서 또 하나의 ‘이리’, 즉 충동과 야성, 잔혹함의 어두운 세계를, 순화되지 않은 날것의 본성을 발견한다. 이렇듯 겉보기에는 그의 본성이 두 영역으로 또렷이 나누어져 서로 으르렁대는 것 같다. (75쪽)
■우리의 황야의 이리 역시 자기 가슴에 두 개의 영혼(이리와 인간)이 깃들었다고 믿으며, 그 둘만으로도 이미 자기 가슴은 심하게 비좁다고 생각한다. 가슴은, 몸은 항상 하나이지만 그 안에 깃든 영혼은 두 개나 다섯 개가 아니라 수없이 많다. 인간은 수백 겹의 껍질로 덮인 양파이고 수많은 실로 엮은 천이기 때문이다. (79쪽)
■인간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고대의 현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예감했으나 고대의 이상은 고정불변의 실체였다.) 인간은 한낱 시도이자 변화이며 자연과 정신을 잇는 좁다랗고 위태위태한 다리에 불과하다. 뜨거운 사명감은 그를 정신을 향해, 신을 향해 몰아대고 뜨거운 동경은 그를 자연에게로, 어머니에게로 다시 이끈다. 그의 삶은 불안에 떨면서 이 양대 세력 사이를 오간다. (80쪽)
■‘인간’은 이미 다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정신의 요구이며, 저 멀리 있어 갈망하면서도 두려운 가능성이다. 또 그곳으로 가는 길은 무시무시한 고통과 환희를 맛보며 아주 조금씩만 걸어갈 수 있다. 그러기에 오늘은 단두대, 내일은 기념비가 기다리고 있는 극소수의 희귀한 개인이 걸어가는 길이다. 황야의 이리 역시 이를 예감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이리’와 달리 ‘인간’이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시민의 관습이 말하는 그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물론 하리는 진짜 인간으로 가는 길, 불멸로 향하는 길을 예감할 수 있기에 가끔은 머뭇머뭇 아주 조금씩 걸어가면서 크나큰 고통과 가슴 아픈 외로움으로 값을 치른다. (81쪽)
■“젊은이, 늙은 괴테를 너무 진지하게 대하고 있어. 이미 죽은 노인들은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없거든. 잘하는 짓이 아니야. 우리 같은 불멸의 인간들은 진지한 걸 안 좋아해. 재미를 좋아하지. 진지한 건 시간의 일이거든. 이 말을 해주고 싶은데, 진지함은 시간을 과대평가해서 생긴다네. 나도 한때는 시간의 가치를 과대평가했고 그래서 백 살까지 살고 싶었어.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영원에서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아. 영원은 한순간에 불과해. 재미난 일 한 가지를 할 딱 그만큼의 시간이지.” (128쪽)
■이 며칠 동안 조금도 면도칼이 더 좋아지지 않았고, 덜 끔찍해지지도 않았다. 바로 이 사실이 나는 싫었다. 내 목을 칼로 그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할 만큼 너무나 무서웠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사람이고 내 인생이 낙원인 양 나는 거칠고 끈질기게 저항하고 반항하며 죽음을 두려워했다. 나는 내 상태를 더할 수 없이 분명히 알았다. 그 미지의 여자, ‘검은 독수리’의 그 작고 어여쁜 아가씨가 이토록 중요해진 이유가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이 참을 수 없는 긴장 탓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그녀는 어두운 불안의 동굴에 난 작은 창이요, 빛이 들어오는 작은 구멍이었다. 그녀는 구원이요, 자유로 가는 길이었다. (138쪽)
■“아, 그건 전부 당신이 한 거야. 학자님, 모르겠어? 당신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당신한테 거울 같은 존재여서야. 내 마음에 있는 뭔가가 당신한테 대답하고 당신을 이해한 거지. 사실 모든 인간은 서로에게 그런 거울이어야 하고 그렇게 서로 대답해주고 호응해줘야 할 테지만, 당신 같은 괴짜들은 유별난 데다가 쉽게 현혹당해서 다른 사람 눈에서 아무것도 보지도, 읽지도 못하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거야. 그러다 그런 괴짜가 갑자기 자신을 진실로 바라보는 얼굴, 자신에게 대답하는 비슷한 얼굴을 발견하면 당연히 기뻐하겠지.” (142~143쪽)
■“이상을 꼭 이뤄야 할까? 우리 인간은 죽음을 없애려고 사는 걸까? 그렇지 않아.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러다 다시 사랑하기 위해 사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거 때문에 짧은 생이 때로 한 시간 동안 그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거지. 당신은 애야, 하리. 이제 내 말대로 나랑 같이 가. 오늘 할 일이 너무 많아. 오늘은 전쟁이나 신문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당신은 어때?” (156~157쪽)
■나는 오랜 세월 고통에 빠져 사느라 내가 무엇을 잊고 지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내 인생의 재산이자 가치였고, 부서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 별이 된 경험이었다. 잊을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 그 경험을 줄줄이 이어 붙이면 내 인생의 전설이 될 터였다. 별처럼 빛나는 그 경험의 광채는 부서뜨릴 수 없는 내 존재의 가치였다. 내 인생은 고달팠고 헤맸고 불행했으며 포기와 부정을 향해 나아갔고, 전 인류의 소금 같은 운명에 절여져 쓰라렸다. 그러나 풍요롭고 자랑스럽고 풍성했으며, 고통스러웠으나 왕의 삶이었다. 그 길이 너무도 잘못되어 완전히 몰락할 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의 핵심은 고귀했고 체면과 혈통을 지켜냈으며 돈 몇 푼이 아니라 별을 향해 나아갔다. (185쪽)
■“우리 같은 인간은, 까다롭고 그리움이 많고 한 차원 높은 인간들은 모두가 이 세상 공기 말고 다른 숨 쉴 공기가 없다면, 시간 바깥에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면 살 수가 없어. 그게 진짜 인간의 왕국이야. 모차르트의 음악, 당신의 위대한 시인이 남긴 시가 거기 거야. 기적을 행하고 순교하여 인간에게 위대한 선례를 보여주신 성인들도 그 왕국의 것이고, 아무도 모르고 못 보기에 기록으로 남겨 후대를 위해 보관하지 않는다고 해도 모든 진정한 행동의 이미지, 모든 진정한 감정의 힘도 영원의 것이야. 영원에는 후세가 없어. 같은 시대의 사람들뿐이지.” (200쪽)
■“많은 성인이 처음에는 못된 죄인이었어. 죄도, 악덕도 신성함으로 가는 하나의 길일 수 있거든. 당신은 웃겠지만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해. 내 친구 파블로도 남모르는 성인일지 모른다고 말이야. 아, 하리, 집에 가려면 우리는 너무도 많은 오물과 불합리를 지나야 해. 아무도 우리를 이끌어주지 않지. 우리의 유일한 지도자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야.” (201쪽)
■나는 바위 언덕에 남아서 로자가 준 제비꽃의 향기를 맡았고,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낭떠러지의 바닥에 납작 엎드려 아래쪽 도시를 내려다봤다. 로자의 작고 어여쁜 모습이 저 아래에서 나타나더니 우물을 지나고 다리를 건넜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녀는 집에 도착해서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녀와 멀리 떨어진 이곳 언덕에 누워 있지만 내게서 그녀에게로 끈이 이어졌고 전류가 흘렀으며 비밀의 바람이 불었다. (263쪽)
■“자네는 늘 참 비장하군. 하리, 하지만 앞으로는 유머를 배우게 될 걸세. 유머는 언제나 교수대 유머지. 필요하다면 진짜로 교수대에서 배우면 될 거야. 각오가 됐나? 됐다고? 좋아. 그럼 검사한테 가서 유머 감각이라고는 없는 사법 기관을 다 거친 후에 이른 아침 감옥에서 침착하게 머리를 자르도록 하세. 그러니까 각오가 됐다는 거지?” (282쪽)
■“당연히 그럴 테지. 유머 없는 한심한 행사라면 모조리 좋아하는 사람이니. 참 마음도 넓지. 비장하고 진지하다면 무조건 좋아하다니! 그렇지만 나는 그런 거 안 좋아한다네. 자네의 낭만적인 속죄에 땡전 한 푼도 보태지 않을 걸세. 자네는 처형당하기를, 머리가 잘리기를 바라고 있어. 이 야만인 같으니라고. 그 한심한 이상을 위해서라면 살인을 10건도 더 저지를 거야. 겁쟁이. 자네는 죽으려 할 뿐, 살고자 하지 않아. 하지만 바로 그 살고자 하는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거야. 가장 무거운 벌을 받는다고 해도 자네에게는 정당한 벌일 거야.” (284쪽)
■아,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파블로를 이해했고 모차르트를 이해했다. 어디선가 내 뒤편에서 그의 끔찍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주머니에 든 인생 놀이의 그 수십만 가지 말을 모조리 다 알았으며, 충격 속에서 의미를 짐작했고, 다시 한번 놀이를 시작해 다시 한번 그 고통을 맛보며 다시 한번 그것의 무의미로 몸을 떨고 싶었다. 내 마음의 지옥에서 다시 한번, 자주 방랑하고 싶었다. (286쪽)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 고통과 고립을 잔인할 정도로 명료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덜 화려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 바로 치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_〈가디언〉
헤르만 헤세의 그 어떤 소설보다도 가장 자전적인 소설!
인간과 이리, 두 세계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갈등과 자아 분열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
“일부는 병적이지만 일부는 아름답고도 생각이 깊은
이 놀라운 상상에 관해서라면, 이 말은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
이 기록에서 (……) 내가 본 것은 그 이상이다. 시대의 기록이다.”
헤세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환상 소설
헤르만 헤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독일어권 작가 중 한 명이다. 헤세는 시, 에세이, 단편소설, 장편소설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나 그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1927년에 출간된 《황야의 이리》다. 이 소설은 특히 1960년대 히피 운동의 영향 아래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1969년에는 단 한 달 만에 36만 권이 팔린 적도 있다고 한다. 《황야의 이리》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헤세의 작품은 대체로 전통적인 세계관과 가치관을 거부하지만 아직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찾지 못한 한 젊은이가 방황하고 성장하며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단호한 문체로 그려낸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시대를 불문하고 삶의 의미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황야의 이리》 역시 이러한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이 소설이 다른 작품에 비해 더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아마도 주인공 하리 할러가 느끼는 절망과 방황이 더 처절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오고 시민적 삶에 대한 반감과 저항이 더 노골적으로, 더 자유분방한 형태로 묘사되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특징은 아마도 이 소설이 (주인공 이름의 이니셜이 헤르만 헤세의 이름과 같다는 데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이) 헤세의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자전적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목을 매달거나 아니면 유머로 받아들이거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1925년 8월, 헤세는 자신의 후원자 중 한 명이던 게오르크 라인하르트에게 새로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황야의 이리에 대한 이 환상 소설이 진짜로 쓰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웃기게도 자신이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이리라는 사실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반쪽은 퍼먹고 퍼마시고 살인을 하는 그런 일을 하려 하고, 다른 반쪽은 생각을 하고 모차르트를 듣는 것 같은 일을 하려고 하죠. 그래서 문제가 생겨나고 그 사내는 잘 지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목을 매달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유머로 받아들이거나.” 《황야의 이리》에 대한 이 간략한 묘사는 소설의 주인공과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인간 존재의 고독과 자아의 이중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주인공 하리 할러는 중년의 남성으로, 현대 사회 속에서 고립감과 자아의 혼란에 자신이 속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는 문명화된 존재인 동시에 야만성을 가진 ‘황야의 이리’다. 인간과 이리라는 두 가지 본성을 가졌다고 여기는 그의 내적 분열은 깊은 고독과 자아 상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연히 헤르미네를 만나 춤을 배우고 가면무도회와 마술 극장에 가면서 자아의 두 세계는 통합과 회복의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인간과 짐승, 상반된 두 세계를 살아가는 자의 내면의 이야기
《황야의 이리》는 시민 사회와 편협한 시민 사회가 포용하지 못하는 거친 이리의 세계로 구성된 작중 세계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이루어진 《데미안》의 세계 구성과 동일해 보인다. 주인공들이 이 상반된 두 세계를 포용하는 삶의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도 두 소설은 유사하다. 그러나 《황야의 이리》에서는 밝은 세계, 편협한 시민 사회가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훨씬 더 신랄하게 비판받고 있다는 점, 어두운 세계가 보다 분명하게 인간의 자연적 속성 및 성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두 소설을 전혀 다른 작품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주인공 하리 할러가 이제 막 성장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가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삶의 모순에 괴로워하며 이제는 지쳐버린 중년의 사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 사내가 《데미안》을 발표하고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며 지쳐버린 헤세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이 그만큼 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이 책은 절망하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책이다. 《황야의 이리》가 병적인 모습과 위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죽음과 파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치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분이 깨닫는다면 기쁘겠다. _헤르만 헤세
★ 한 인간의 영혼에 내재한 질병을 흥미롭고 매혹적으로 다뤘다. 부르주아 사회를 가차 없이 고발한다. _〈뉴욕타임스〉
★ 고통과 고립을 잔인할 정도로 명료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덜 화려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 바로 치유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_〈가디언〉
★ 이것은 루소의 《고백록》보다 어둡고 거칠며 모든 고백서 중에서 가장 무자비하고 가장 가슴 아픈 책이다. _쿠르트 핀투스
★ 헤세는 암시, 미묘함, 영적 암시를 담은 작가다. _〈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작가정보

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서부의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났다.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신학자 가문 출신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0년에 신학교 시험 준비를 위해 라틴어 학교에 들어갔고 이듬해에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의 개성에 눈뜨면서 시인을 꿈꿨고 답답한 신학교 생활을 견디지 못해 도망쳐 나왔다. 이후 서점 직원, 시계 공장 수습공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문학 수업을 이어갔다. 1899년 출간한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가 릴케에게 인정받아 문단의 눈길을 끌었고, 1904년에 첫 장편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작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초기에는 낭만주의적인 글을 썼지만 1차 세계대전의 야만성과 불행한 가정사, 동양 사상과 정신분석학자 융의 영향을 받아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고, 현실과 대결하는 영혼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주요 저서에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 《데미안》,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 등이 있다. 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시도 쉬지 않았으며, 헤세의 작품은 아름다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로 여전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설득의 법칙》, 《가까운 사람이 경계성 성격 장애일 때》, 《오노 요코》,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변신》, 《사물의 심리학》, 《나무 수업》,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등 많은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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