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케이블과 허브 사이

한서연 지음

루미너리북스 2025년 03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도시가 침묵하는 새벽 네 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속을 거닐 때 한 네트워크 엔지니어의 고요한 내면 세계가 펼쳐진다. 차가운 모니터 불빛 아래 손끝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세상과 마음으로 이어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순간들. 이 책은 기계와 숫자로 가득한 일상 속에서도 잊지 않고 피어나는 소소한 감정의 결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매운 떡볶이의 위로가 필요한 날도, 고양이 옹이와 함께하는 비 오는 아침도, 모두가 우리 삶을 이루는 소중한 순간임을 작가는 담백하게 들려준다.

플라스틱 프리 샴푸를 처음 사용하던 날, 설악산 대청봉에서 마주한 일출, 길 잃은 마음을 달래주던 필름 카메라의 셔터 소리까지. 거대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관리하는 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은 의외로 섬세하고 따뜻하다. 작가는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듯 정교하게, 그러나 일기를 쓰듯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펼쳐 보인다. 디지털 세상에 몸담은 이가 전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욱 소중해지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은은한 울림을 전한다.

베란다의 작은 허브 정원부터 버려진 서버실의 오래된 장비들까지, 작가의 시선은 늘 당연하게 지나칠 수 있는 곳에 머문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바라보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고체 비누 거품 속에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생각한다. 이 책은 반짝이는 기계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현대인의 고독하면서도 충만한 여정을 담았다. 네트워크 케이블처럼 복잡하게 얽힌 일상 속에서도 사람과의 연결, 자연과의 교감을 잊지 않는 작가의 마음은 분주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준다.

새벽 네 시, 대도시의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세상과 연결되는 순간의 고요함. 그 고요함 속에서 피어나는 생각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작가의 내밀한 사색은 종종 기술적 용어에 빗대어지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다. 디지털 디톡스의 첫날, 무음 세계에서 발견한 새로운 감각, 마라톤 완주를 통해 배운 인생의 페이스 조절법까지. 이 책은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묘한 균형점에서 피어난 소소한 깨달음의 기록이자, 바쁜 현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다.

목차

1. 새벽의 첫 시작
2. 모니터 불빛에서
3. 케이블을 잇다
4. 고요한 창가에서
5. 디지털 숲속에서
6. 별을 세는 밤
7. 기계와 나
8. 떡볶이의 위로
9. 책받침의 추억
10. 시간을 담는 법
11. 고요한 키보드
12. 무음의 세계
13. 강판의 철학
14. 그림자의 길이
15. 비누 거품 속에
16. 대청봉의 일출
17. 스크립트의 언어
18. 샴푸 없는 아침
19. 아령의 무게
20. 옹이와 나
21. 세제 없는 삶
22. 마라톤의 교훈
23. 패션의 언어
24. 수면의 비밀
25. 새벽의 도시
26. 허브의 언어
27. 버려진 서버실
28. 계획의 여백
29. 사진 속 시간
30. 음료의 과학
31. 미니멀의 의미
32. N2의 꿈
33. 양로원의 시간
34. 케이크의 온도
35. 자동화의 미학
36. 가상 모임의 온기
37. 내일의 속삭임

작가정보

저자(글) 한서연

한서연. 네트워크 엔지니어. 1992년 5월 23일생. 불광동 거주. 평소에는 고양이 옹이와 실랑이를 벌이며 베란다 허브정원에 물을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직접 만든 고체 샴푸로 씻고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걸친 채 필름카메라를 목에 걸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회사 동료들은 그녀가 네트워크 장애를 해결할 때마다 "또 한번의 세계 평화가 찾아왔군요"라며 농담을 건넨다. 고등학교 해킹 대회 우승 트로피와 빈티지 책받침 컬렉션을 나란히 진열해둔 그녀의 책상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