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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김두규 지음
해냄출판사

2025년 03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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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7146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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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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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둘러싼 주술 논쟁이 뜨겁다. 일상에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가 궁금해 점 등을 보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층의 국정 운영과 통치 행위에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주술이 개입되었다는 논란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시화시킨 이슈는 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불거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었다. 이러한 의혹은 우리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고 합리적 판단과 질서를 뒤흔들 수 있기에 심각성이 크다.
사실 한반도에서 정치 권력과 주술의 결탁은 그 역사가 깊다. 이에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21세기까지 한반도에 벌어졌던 주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의 폐해와 위험성을 살펴보고자 신작『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를 펴냈다.
저자 김두규 교수는 고려시대부터 1천 년 동안 이어온 풍수를 21세기에 되살린 대표적인 풍수학인(風水學人)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 학문적 출발은 독문학으로, 특히 이 책에서 ‘의심과 부정’의변증법적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동양학과 서양학,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술의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머리말 | 악마에게 속은 1천 년

1장 망령은 아직도 이 땅에 살아 숨 쉰다

왜 ‘그분’은 주술에 걸렸나?
21세기에 되살아난 귀신 퇴치 논란
운과 때를 바꿀 수 있다는 맹목적 신화
피타고라스부터 ‘십팔자설’까지, 숫자의 주술
새 건물을 지어 주술적 의미를 새긴다
누가 그 손에 ‘王’을 새겼나
택일 비보, 아무 날에나 행하지 않는다

2장 만들어진 신‘도선’,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다 _주술을 맹신한 고려왕조

고려 8대 임금 현종과 『훈요십조』의 진위
권력에 대한 욕망은 진실의 눈을 가린다
왜 도선의 탄생 설화에 오이가 등장할까?
풍수술의 탈을 쓴 비보술
도선은 과연 풍수에 능했을까?

3장 악마의 비보술과 그 후예들 _고려의 통치이념을 뒤흔들다

비보술로 재앙을 없애고 복을 얻는다
술수에 빠진 왕과 술사의 운명
무능한 왕의 불안을 파고든 운명적 만남
개혁 군주도 피해가지 못한 비보술의 좀비 떼
‘진사성인출’, 고려와 조선을 현혹하다

4장 질투와 야망으로 뭉쳐진 투쟁의 기록 _조선, 비보술에서 풍수술로 전환하다

조선 개국, 비보술은 어떻게 부정되었나
임금을 분노케 한 왕조 멸망 예언
비보술과 성리학의 충돌
점술과 풍수에 빠져든 최고 권력자
조선의 명운을 재촉한 무당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비보술과 풍수술
도선의 마지막 후예

5장 도읍지 비보술 vs 도읍지 풍수술 _서울과 평양 그리고 용산까지

수도가 될 최고의 터는 어디인가?
서울을 도읍지로 만든 최초의 인물
‘터의 좋고 나쁨을 보려거든 3대 주인을 보라’
용산 대통령실은 공동묘지 터 위에 있다?
청와대는 흉지인가, 길지인가?

맺음말 |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 참고문헌

〈맺음말〉 중에서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풍수학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비보술과 풍수술이 다른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 비보술이 실체 없는 주술이자 기만임을 밝혔다. 주술에 빠진 권력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냉철한 이성으로 주술을 거부했던 지식인과 관료도 있었다. 소수의 지식인은 주술이 ‘난망지도(亂亡之道)’임을 임금에게 간언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이성의 소리는 지극히 적었고 작았다. 주술을 깨뜨리지 못했다.
왜 지금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점을 치고, 관상을 보고, 굿을 하는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다. 효과를 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배운 자에서 배우지 못한 자에 이르기까지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언론조차 ‘준엄한 비판’ 없이 일상생활의 일부로 소개한다.
주술은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권력자에게는 통치를 위해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실존이 불안한 인간에게는 신도 필요하고 부적도 필요하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부합한다. 왕과 국가는 당대 석학을 동원하여 주술을 날조한다.


본문중에서

숫자, 택일, 문자, 건축……
수도와 궁을 옮기고 선거를 대비하는 국가 대사에까지
1천 년간 한반도 상공에 드리워진 주술의 망령을 파헤친다

베버의 탈주술화에 대해 후배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반론을 폈다. 그는 현대 사회가 “종교적 믿음의 유령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탈마법화(탈주술화)와 동시에 재(再)마법화(Wiederverzauberung)가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근본적으로 현대 사회는 전혀 탈마법화된 바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아직도 다양한 주술들이 성행하고 있다. 과거의 주술에서 벗어났지만 새로운 주술의 지배를 받고 있다. 주술은 일종의 병이다.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병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병인 것이다. 그것은 분명 ‘불행한 의식’이다.
-1장 〈망령은 아직도 이 땅에 살아 숨 쉰다_왜 ‘그분’은 주술에 걸렸나?〉 중에서

고려의 비보술이 폐기되고, 풍수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태종 때 시작되었다. 이후 세종, 세조, 성종 등은 모두 풍수로 관심을 돌렸다. 그로부터 66년 후인 성종 16년(1485년) 비보술이 잠깐 등장하지만 바로 폐기된다. 이러한 택일 비보가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선왕조조차도 공식적으로 부정한 택일 비보술이다. 그 사회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의 지식인과 지도자 들이 가졌던 전통사상에 대한 무시나 무식(특히 오리엔탈리즘적 태도)의 빈틈을 천박한 무속인들이 파고든 결과이다. 또 택일을 믿는 대선후보들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의식과 뚜렷한 소명의식, 그리고 국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카리스마 있는 통찰력의 부재로 인한 자신감 결여 탓이다.
-1장 〈망령은 아직도 이 땅에 살아 숨 쉰다_택일 비보, 아무 날에나 행하지 않는다〉 중에서

윤석열 정부가 2,000이란 숫자를 고집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특정한 숫자를 반복하여 강조하거나 주입하면 세뇌가 된다. 특히 국가나 권력자가 이를 반복하면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주술에 걸린다. 고려가 그랬다. 단지 숫자만으로 고려 백성에게 주술을 건 것이 아니었다. 색으로도 주술을 걸었다. 오행상 수(水)에 해당하는 색은 검정이다. 고려는 검정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고려 공민왕 6년(1357년)의 일이다. 풍수관리[日官]인 종4품 우필흥이 임금에게 글을 올렸다.

『옥룡기』는 “우리나라 땅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그치니 그 형세가 수(水)를 뿌리로, 목(木)을 줄기로 삼고 있으며 검정을 부모로, 파랑을 몸으로 삼고 있으니 풍속이 땅에 순응하면 나라가 창성하고, 이를 거역하면 나라에 재변이 일어날 것이다” 하였습니다. 여기서 풍속이란 임금과 신하의 의복·갓·악기·제기 등이 그것입니다. 이후부터 문무백관은 검정 옷, 승려는 검정 두건, 여성들은 검정 비단을 착용하게 하십시오. (『고려사』, 공민왕 6년(1357년) 윤9월 7일 기사 중에서)
1장 〈망령은 아직도 이 땅에 살아 숨 쉰다_피타고라스부터 ‘십팔자설’까지, 숫자의 주술〉 중에서


이미 고려 때에 ‘비결’ 위조가 문제시되었다. 고려 15대 왕 숙종 때의 일이다. 숙종 6년(1101년)에 “광명사 승려 광기, 종6품 손필, 진사 이진광 3인이 음양서를 거짓으로 만들다가 발각되어 곤장을 치고 유배보냈다”는 대목이 나온다. 가난한 지식인들의 밥벌이였다.
도선을 가탁한 위작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자 16대 왕 예종은 즉위하자마자(1101년) 특별조치를 취했다. 김인존, 김연, 최선, 이재, 이덕우, 박승중 등 문신과 풍수관리 10여 명으로 하여금 비결·풍수·비보술에 관한 책들을 모아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하고, 번잡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을 삭제하여 하나의 책으로 편찬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편찬된 책이 ‘바다 동쪽에 있는 나라의 비결서’란 뜻의『해동비록(海東秘錄)』이다.
『해동비록』이 편찬된 직접적인 배경은 예종의 부왕인 숙종 때의 술사 김위제 때문이었다.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말단 관리 김위제가 어느 날 장문의 상소를 통해 ‘남경(한양) 천도’를 주장했다. 문제는 김위제가 기존의 공인 풍수서는 전혀 인용하지 않고, 이전까지 듣지 못한 ‘비결’들을 인용하면서 풍수계를 흔들어놓은 것이었다.
2장 〈만들어진 신 ‘도선’, 한반도 상공을 배회하다 _도선은 과연 풍수에 능했을까?〉 중에서

밀교의 택지술과 풍수의 터잡기는 내용과 방법이 다름을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풍수는 삶과 행위에 필요한 터를 잡는 기술(예술)을 말한다. 일터, 굿터, 장터, 집터, 절터, 놀이터, 전쟁터 등 용도와 규모에 맞게 터를 잡는 행위가 풍수다.
밀교에서 수행의 장이 될 수 있는 곳은 곧 국토의 산천이었다. 크게는 도읍지 이전과 궁궐 짓기, 작게는 사찰·불상·탑 짓기나 나무 심기를 통해 자연환경을 바꾸면 운수가 달라진다는 것이 밀교의 믿음과 행위였다. 당연히 국토 산천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땅을 다룬다는 점에서 밀교의 택지술과 풍수의 터잡기는 같으나 내용과 목적이 다르다. 밀교 택지술은 관지상법(觀地相法), 관지질법(觀地質法), 치지법(治地法) 등 세 분야로 나뉜다.
3장 〈악마의 비보술과 그 후예들 _비보술로 재앙을 없애고 복을 얻는다〉 중에서

신돈은 개경의 기운이 쇠하였다며 왕에게 천도를 권했다. 이에 왕이 이 말을 따라 평양에 가서 땅을 살피게 한다. 신돈 역시 인종 때의 묘청과 마찬가지로 『도신비기』를 인용하였다. 신돈을 반대하는 대신들 역시 신돈을 제거하는 데 도선을 인용했다. 공민왕 16년(1367년), 오인택·경천흥·목인길·김원명·안우경·조희고 등 10인이 비밀리에 모여 신돈을 제거할 것을 논했다.

“신돈이 간사하고 아첨하며 교활한 데다 사람들 헐뜯기를 좋아한다. 훈구 대신을 배척하고 쫓아내며 무고한 이들을 살육하고 있다. 그리고 신돈 무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도선밀기』에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것이 정치를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사람을 두고 한 말이다. 장차 나라의 큰 근심이 될 것이므로 마땅히 왕께 아뢰어 일찌감치 제거해야 한다.” (『고려사』,「신돈」중에서)

신돈은『도선비기』를 인용하였고, 그 반대파들은 『도선밀기』를 인용하였다. 이 두 책의 전문은 그 당시에도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에 이미 ‘약방의 감초’처럼 도선이 권력 개편 혹은 권력 쟁탈의 수단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장 〈악마의 비보술과 그 후예들 _‘진사성인출’, 고려와 조선을 현혹하다〉 중에서

다음 날 왕후는 장호원을 떠나 한양으로 향했다. 29일 용인에서 숙박한 왕후는 8월 1일 한양에 입성했다(무당이 예언한 ‘8월 보름’은 아니나 8월은 적중하였다). 무당도 왕후와 동행해 한양에 입성했다. 훗날 진령군으로 봉해진 무당의 화려한 출세였다. 무당은 왕후와 함께 궁궐에서 살았다. 이후 왕후는 모든 일을 그녀와 상의하였다.
궁궐에 머물던 무당은 자신의 몸주(무당에게 강신하여 영력을 주는 신)가 관우 장군이니 관우 사당을 지어주면 그곳에 머물겠다고 했다. 공사는 1882년 연말에 시작돼 이듬해 완공되었다. 1883년 10월 21일, 고종은 북묘 완공 축하 참배를 했다. 문무백관은 물론 왕세자도 함께했다. 고종의 북묘 참배는 겉으로는 관우 장군 참배였지만 실제로는 진령군 참배였다. 북묘 주인이 진령군이었기 때문이다. 고종과 왕후는 북묘 주인을 ‘신령군’ 또는 ‘진령군’이라 불렀다. 자신들을 보호하는 ‘신령’ 또는 ‘진령’이라는 뜻이었다.
4장 〈질투와 야망으로 뭉쳐진 투쟁의 기록 _고려의 명운을 재촉한 무당〉 중에서

‘터의 좋고 나쁨을 보려거든 그곳에 살았던 3대 주인을 보라’고 하였다. 경복궁에서 통치하였던 조선 임금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태종에 이어 세종도 이곳 경복궁에서 집무하면서 우리 영토를 백두산까지 확장하였다. 지금의 한반도 모습이 갖추어진 것도 이때였다. 또 세종 때 한글이 만들어졌다. 우리 문자를 만듦으로써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자기의식’을 갖게 했다. 우리 민족사의 큰 업적이다.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상〉이 세워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조는 왕권 확립과 함께 문화를 크게 융성시켰다. 성종은 『경국대전』을 완성·반포하였다. 조선의 전성기는 바로 이때였고, 그 활동무대는 경복궁이었다. 조선왕조가 이곳 때문에 망했다는 풍수술사들의 말도 있으나 세계 역사상 한 왕조가 500년 지속한 것도 드문 일이다. 왕조 평균 수명이 100~200년 안팎이니 그보다 2배 이상의 수명을 누린 셈이다.
5장 〈질투와 야망으로 뭉쳐진 투쟁의 기록 _‘터의 좋고 나쁨을 보려거든 3대 주인을 보라’〉 중에서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 터는 과거 공동묘지였다. 남산 지맥이 이곳을 거쳐 와서 터로 이어지는 중간지맥이다(일제 강점기에 작성된 지적도에서 확인 가능). 1914년 이 언덕(현 대통령실) 아래 남쪽으로 제9사단 야포병 제9연대 제1중대가 들어섰다. 즉 일본 총독 관저도 아니고 일본군 본부도 아닌 말단 중대본부 터였다(총독 관저는 1939년 현재의 청와대 터로 옮김). 이러한 터는 용(龍)이 지나가는[過] 곳이라 하여 ‘과룡(過龍)’이라 부른다. 풍수술사들은 “처음에 성공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실패하는 땅”이라고 말한다. ‘선득후실(先得後失)’, ‘속성속패(速成速敗)’의 땅이다. 분명한 것은 용산 대통령실은 고려와 조선의 공인 풍수서들의 내용과 합치하지 않는 땅이라는 점이다. 풍수술이 아닌 비보술로 정한 곳이다.
-5장 〈도읍지 비보술 vs 도읍지 풍수술 _용산 대통령실은 공동묘지 터 위에 있다?〉 중에서

한반도에서 행해진 주술(비보술)의 행태와 배경, 그리고 결말을 정리한 ‘주술 사상사’
주술과 권력의 결탁, 그 시작은 어디일까. 저자는 우리나라 풍수의 비조(鼻祖)로 알려진 신라 말의 승려 도선과 그의 비보술에 있다고 주장한다. 땅을 다룬다는 점에서 혼동될 수 있으나 비보술은 풍수와 다르다. 비보술은 지형지세를 점쳐서 길흉을 정하고, 주술 목적을 위한 천도, 궁궐과 정자 신축, 비보 사탑 조성, 굿 등을 통해 병든 땅을 다스리거나 고치는 밀교의 택지법이다. 반면 풍수는 묘지·주택·고을·도읍지 등 땅의 형세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살펴 용도와 규모에 맞게 삶과 행위를 위한 터를 잡는 기술이다.
저자는 도선의 실존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다. 도선 자체가 권력자들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배태된 허구의 인물로 후대에 그의 이름을 가탁한 수많은 술사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어 이 땅에 주술의 그림자를 드리웠다는 것이다.
비보술은 나라의 재앙을 막고 복을 구하기 위한 하나의 통치 행위였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앞날의 길흉을 점치고 예언하는 도참사상과 혼합되며 권력자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사악한 주술이 된다.
물론 개국과 함께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에 이르러 조정에서 도선과 비보술의 존재감


은 줄어들고 민간으로 유입된 듯했지만 광해군은 점사와 굿에 빠지고, 고종과 명성왕후는 무당 진령군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처럼 비보술은 풍수술로 위장되어 “묘청, 김위제, 백승현, 영의, 음덕전, 보우, 우필흥, 신돈, 무학, 최호원, 이의신, 진령군, 최태민을 거쳐 최근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2022년 청와대 흉지설로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와대 흉지설은 풍수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 자리는 원래 공동묘지 터였고 이는 풍수술이 아닌 비보술이 낳은 결과라는 사실을 낱낱이 밝힌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했다면 그것은 막강한 권력을 남용한 개인의 잘못과 불행이었지 터의 문제는 아니었음을 천명한다.

주술의 유혹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주술 즉 비보술의 실체를 파악하고, 대선 후보 손바닥에 적혀 있던 ‘王’자 논란, 숫자 2000의 범람 등 최근 이해하기 힘들었던 권력층의 기괴한 행위들의 주술적 배경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만들어진 신’ 도선의 불분명한 행적과 실체를 파헤치고 3장은 고려시대 김위제와 신돈에 이르기까지 정치권력과 야합한 비보술의 폐해를 보여준다. 4장은 유교 국가 조선시대에 성리학과 갈등하며 비보술에서 풍수의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5장에서는 도읍지 선정을 둘러싼 비보술과 풍수의 차이를 설명하며, 특히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청와대 흉지설을 다양한 근거를 통해 반박한다.
이 책에서는 신라부터 21세기 대한민국까지 행해졌던 주술의 내용을 시대별, 인물별, 주제별로 도표화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명료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다양한 1차 사료들을 통해 저자의 주장을 다각도로 확인해 볼 수 있으며 역사적 일화들을 만나볼 후 있다.

왜 우리는 주술에 빠져드는가? 주술은 개인의 취약한 자아의식과 권력층의 무능과 리더십 부재를 교묘히 파고들며 진실과 현실에 대한 눈을 멀게 한다.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저자가 이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은 주술에 빠진 고려와 조선 왕들의 말로가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대의 적나라한 사례들을 통해 주술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고, 개인에게 그리고 정치 지도자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이를 통해 최근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합리적 가치관을 회복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두규

1960년 전라북도 순창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독문학ㆍ사회학ㆍ중국학 수학 후 독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공식적 으로 독문학에서 풍수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1천 년 동안 이어온 풍수를 21세기에 되살 린 풍수학인(風水學人)으로 손꼽힌다. 현재 우석대학교 교양 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 전라북도 도시계획심의위원,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 2007
년 경상북도 도청이전 자문위원 등 다양한 국가 및 공공기관의 입지 및 건설 관련 풍수 자 문을 진행했다. 또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풍수지리)으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문화재위원(풍수지리)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조선일보》의 인기 칼럼 〈김두규의 국운풍수〉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고 전국에서 강연 활동을 펼쳐 왔다.
저서로는 권력과 풍수의 관계를 다룬『국운풍수』『조선 풍수, 일본을 논하다』『13마리 용의 비밀』『권력과 풍수』, 풍수의 현장성을 강조한 『부자 되는 풍수, 기업 살리는 풍수』(공저), 내 운을 살려주는 풍수여행』『논두렁 밭두렁에도 명당이 있다』, 풍수 용어와 개념을 정리한『김두규 교수의 풍수강의』『풍수학사전』등을 비롯해 『사주의 탄생』 등 다양한 저서와 번역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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