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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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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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진단받은 아들 ‘나무’ 씨의 엄마이자 공무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가족으로서 함께 삶의 조각을 쌓아온 18년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엮은 이 책에서 저자는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정신질환인 이 병과 함께해온 세월을 “삶 밖으로 튕겨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저항의 시간”(11쪽)이었다고 고백한다. 질환과 치료법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안갯속을 걷는 듯 불안했던 발병 초기 보호병동 생활부터 퇴원 후 서른 살 청년이 된 자녀와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현재까지, 질환·돌봄·자립의 키워드를 통해 정실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고민과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인생에서 만나는,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조현병 환자의 3분의 2는 치료약을 복용하면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작가 은유의 말처럼 “고통도 생물처럼 변하는” 법이다. 이 책에는 “집채만 한 파도처럼 가족을 덮쳤던 ‘고통’을 파도타기가 가능한 ‘일상’으로 살아내는 비법과 처방이 담겼다.”
저자가 아들 나무 씨와 함께 출연한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인터뷰 영상은 단기간에 조회 수 100만 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점을 되찾고 삶을 쌓아가 고유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나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뜨거운 위로로, 사회적으로는 조현병에 대한 단편적 오해를 거두고 정확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나무는 환창, 망상 그리고 불안을 가지고도 자신의 취향과 자질을 잃지 않으며 고유한 세계를 쌓아왔다. 조각난 세계를 살면서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들어온 것이다. 좀 특별하고, 좀 다른, 그래서 더 아름다운 청년. 나무의 서른은 그냥 오지 않았다. _11쪽
프롤로그: 고유한 세계를 쌓아온 시간
1부. 함께 발맞추는 연습
엄마, 내가 미치고 있는 건가요?
병동 안의 질문들
…정신과 입원을 고민하기에 앞서
조현병을 마주할 결심
…정신질환에 대해 더 자유롭게 말하기 위하여
망상 씨, 환청 씨와 함께 사는 법
완치는 없다, 완화만 있을 뿐
…맞는 치료약을 찾아서
돌봄을 나눌 수 있다면
…나무 아빠의 일기: 보통명사 ‘아버지’가 되기까지
사랑을 위한 거리 두기
우리 관계는 병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2부. 세상으로 내딛는 걸음
학교에서 삶의 감각을 배우다
…특수교육 제도의 필요성에 대하여
도쿄에서의 나날들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는 길
도전! 캠퍼스 라이프
…나무 동생의 편지: 영원한 고통은 없으니까
불안이 말을 걸어올 때
…서로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자기 돌봄의 기쁨
…생활훈련, 다시 일상을 되찾기 위하여
누구나 일할 자유가 있다
아주 보통의 퍼펙트 데이즈
세상과 마주 서는 용기
다시, 사랑의 풍경
에필로그: 그럼에도 계속 말하는 마음
아이는 나쁜 사람들이 아파트 상가 앞에 모여 있다고 했다. 자신을 위협한다고, 자꾸 나오라 한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엄마 아빠를 해칠 거라고 했다. 뛰어나갔다. 상가에 가보았다.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았다. 어디에도 아이를, 우리 가족을 위협할 만한 나쁜 사람은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까? 우리에게 닥친 이 상황은 도대체 무엇인가? 정신 차려야 한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_18쪽
아이의 소아정신병동 생활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입퇴원을 12회 반복하며 계속되었다. 나무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는 데 꼬박 3년 6개월이 걸렸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매일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학교까지 통학했다. (중략) 의료진과 의논한 결과 병원에서 학교로 통학하기로 했다. 의료진은 알고 있었다, 이 병이 오래갈 것을. 그리고 특히 소아 환자에게는 학교 졸업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무는 병실에서 교복을 갈아입고 1시간 30분을 달려가 1시간 수업을 받고, 조퇴해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 그렇게 아이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_31~32쪽
나는 이 청년의 불안을 알지 못한다. 세상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 그것을 짐작조차 못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말해야 한다. 이런 증상으로 힘든 사람도 있다고, 이 불안에 사로잡히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겉보기에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이런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중략) 이 불안 안에서도 이 사람은 생을 꾸리고 자신을 돌보면서 살아간다. _51쪽
망상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환자에게 이 소리는 진짜다. ‘나와, 나와.’ 엄마 아빠를 해치려는 나쁜 사람들이 나오라고 계속 소리친다. 나무는 아직도 가끔씩 이 소리가 진짜인지 묻는다. “엄마 괴롭히는 사람들 없죠?” 나는 아니라고, 그 누구도 엄마 아빠를 괴롭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니라고 해도 환청이 들리자 불안이 뒤따라오는 모양이다. 나무는 거실을 오간다. 왔다 갔다를 무한 반복한다. 길면 7시간, 짧으면 2시간 동안 왔다 갔다 한다. 밤이 온다. 밥이 식는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_54쪽
조현병 치료에는 완치도, 정답도 없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환자를 지지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면서, 환자의 일상이 유지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인삼각 경기를 뛰는 것이 조현병 치료다. _64쪽
물리적으로 환자를 돌볼 사람이 가족밖에 없다면, 가족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적 구조에만 기대는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마을이, 사회가 조현병 환자의 돌봄을 나누지 않는다면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 만연해지는 현실이 될 것이다. 가족이 환자를 ‘독박 돌봄’하라는 요구는 버티다가 쓰러지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나만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이니까, 사회 구성원으로서 돌봄을 나눌 공동체가 필요하다. _76쪽
장애인 등록은 나무가 덜 외롭게 살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됐다. 이렇게 나무는 자존하고 자립하기 위한 길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병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도 있고, 그 삶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말이다. _127쪽
나무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모색했다. 병을 가지고,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서도 살아가는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대학 졸업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하겠지만, 나무에게 그 6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2023년 2월, 아름다운 겨울 캠퍼스에서 나무는 사각모를 푸른 하늘 위로 날리며 졸업을 했다. 누구보다 애쓴 나무를 위해 우리는 교정이 떠나가게 손뼉을 쳤다. _134쪽
퍼펙트 데이즈를 쌓아가는 것이 수행이자 치료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주 보통의 완벽한 날들을 위해 아이는 매일 무엇인가를 하고, 그렇게 우리는 나무가 된다. 잠시 피고 지는 꽃이 아니라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는 나무가 된다. _176쪽
★ “조현병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증상은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다”_하지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추천
★“병에 대한 두터운 편견을 뚫고 나온 엄마이자 동료 시민의 언어는
우리 사회 풍경을 너그럽게 바꿔낼 것이다”_은유(작가) 추천
“어떻게 병과 함께 오랫동안 잘 살 수 있을까?”
사랑과 돌봄 노동 사이에서,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한 저항의 시간들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 가까운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한 다른 사람으로 뒤바뀌었다고 믿는 증상의 갑작스러운 발현은 저자를 슬픔과 절망에 앞서 깊고 짙은 죄책감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부모가 끝없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황을 더 좋게 만드는 유일한 방도는 아니다. 1부 ‘함께 발맞추는 연습’은 질환과 돌봄의 이야기로, 아이의 망상·환청·불안 증세의 발현 이후 정신병동 입퇴원을 12회 반복하며 맞는 치료제를 찾는 여정, 그리고 조현병과 함께 잘 살기 위해 적정한 거리를 찾아가는 가족의 시간이 담겼다.
저자가 나무 씨를 돌보며 체득한 만성 정신질환과 함께 사는 법은, 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증상과 환자, 환자와 보호자를 떨어뜨려 바라보는 ‘건강한 거리감’이었다. 밤낮으로 책과 인터넷을 뒤져 조현병을 공부한 저자는 카그라스 증후군이 조현병의 흔한 증상 중 하나이고 부모됨과 무관한 뇌의 신경세포 문제로 인한 것을 이해하게 된 후, 비로소 죄책감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쉽진 않지만, 증상과 환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은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알아야 그다음을 해나갈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오랫동안 조현병과 함께해야 한다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헌신한다고 아이가 좋아질까? 나를 더 갈아 넣는다고 우리가 버틸 수 있을까?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이런 물음이 떠올랐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의 병이 평생 가는 질병이라면, 그 병과 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나와 아이의 건강한 ‘거리 두기’였다. (중략) 이것이 나를 돌보는 것이었고,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었다. _86쪽
특히 조현병 환자는 청각·촉각 등 모든 감각에 예민하며, 환자마다 증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약물치료·주사치료·전기경련치료 등을 시도해보며 증세를 안정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치료법을 찾는다 하더라도 세밀하게 용량과 횟수를 조정하며 부작용을 줄이는 조합을 모색해야 한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몸이 처지고 잠이 많아지고 침이 많이 분비되는 등 쓰는 약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때,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는 이상 약물 반응과 증상 기복, 부작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것은 돌봄 보호자의 몫이다.
더군다나 나무 씨의 경우, 초등학생 나이에 발병했기 때문에 가족이 맡아야 하는 역할은 더 중첩되고 가중되었다. 저자는 질환과 치료약 부작용으로 힘든 환자를 환자의 증상이 촉발하지 않도록 조심히 돌보는 간병인이자, 퇴행한 일상 습관을 회복하도록 돕는 양육자, 학업을 따라가도록 돕는 교사, 그리고 다른 가족 구성원의 삶을 지탱하는 가사 노동자의 역할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했다. 한계 없는 ‘최선’에 몸을 내던지는 대신, 저자는 돌봄을 다른 가족 구성원과, 마을 공동체와, 사회 복지 시스템과 강제로 나누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매일 어딘가 출근해 집중할 일이 없었다면 나무의 병을 견디지 못하고 서로 원망했을 거라고 회상한다. 사랑과 돌봄 노동 사이에서 거리를 잘 유지하고 “내 세계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결론”(86쪽),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법이자 아이를 돌보는 자신을 돌보는 법이었다.
“이 아이에게도 생활이 있고, 취향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진로 고민, 취업, 독립…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는 길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앞으로 뭘 해먹고 살아야 할까?’ 성인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이다. 정신질환이 있는 청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진로·취업·독립의 고민은 20대 나무 씨의 고민이기도 했다. 1부에서 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면, 2부에서는 불안과 증세를 갖고도 생을 꾸리고 자신을 돌보며 청년으로 커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당사자의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경우 자존감과 만족감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안고 사회적 자리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저자가 곁에서 기록한 나무 씨의 칠전팔기 도전기는 그만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현실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 책은 교육·복지·복무·생활 등 저자가 가족으로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 자립에 관해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가감없이 나눈다. 우선, 초등학생 때 발병한 나무 씨가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학교 특수반에 들어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증상이 잡히면, 사회적 기능 훈련과 관계 학습뿐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루틴과 소속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교교육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 학교교육으로는 질환자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워, 상담·보조인력·학습보조기기·통학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특수교육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무 씨는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대안학교와 검정고시 학원, 지역 청소년 센터를 전전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자체적으로 보냈다. 6년간의 대학 생활 역시 도전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나무 씨가 혼자 좌충우돌 노력해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특수성에 맞는 교육제도의 기회 부족, 비연속적 교육 연계,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의 아쉬움을 토로한다.
나아가, 취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역사회에서 한 시민으로 인정받는 것도 사회적 관계를 넓히는 것도 노동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최고의 치료제는 일자리다.”(167쪽) 저자는 나무 씨가 바리스타로 첫 출근해 근무하고 돌아왔을 때의 말간 미소, “노동한 자의 자기 효능감”(167쪽)으로 가득찼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이 모든 사회적 삶의 지속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 당사자의 생활훈련이다. 자기 돌봄은 필수다. 때로는 불안이 찾아와 나무 씨의 저녁을 삼킬지라도, 스스로 하루를 계획하고 약을 챙겨 먹으며 자신을 돌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그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줄 것이고, 또 내일을 살게 할 것이다.”(157쪽)
이제는 불안도 망상도 환청도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다. (중략) 일주일에 한두 번은 쌀을 씻어 저녁밥을 하고, 반려동물을 보살핀다. 이 아이에게도 생활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취향과 취미가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울 레이터가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물을 본 것처럼, 아이는 조현병이라는 필터를 끼고 세상을 살아간다. 이 아이의 세상은 어떨까. 나도 살아보지 못한 세계다. 그냥 엿볼 뿐이다.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는 것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다. _148~149쪽
“사랑하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여기저기에 있다”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안고
정신질환에 대해 계속 말하는 마음
책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새삼 글 안에서의 나와 현실에서의 내가 달라서 놀랐다. 현실에서는 나무에게 짜증 내고 잔소리하는 내가 글 속에서는 너무 우아하기만 한 것 아닌가? (중략) 이 글을 계기로 출연한 유튜브 채널의 영상 댓글에 ‘훌륭한 엄마네’ ‘엄마가 대단하네’ 이런 글들이 있었다. 나는 결코 훌륭한 엄마가 아니고, 대단한 엄마는 더더구나 아니다. 나의 모성은 불완전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저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_10쪽
2010년, 환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치료에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정신분열병’이었던 병명은 조현병으로 개정되었다. 조현병의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현악기의 줄을 잘 관리하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듯 조현병 환자 역시 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강화되었다. “연일 보도되는 조현병 환자의 강력 범죄 기사를 접할 때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어디론가 숨고 싶다. 가슴에 박힌, 조현병이라는 주홍글씨를 들킬까 봐.”(42쪽)
저자의 가족 역시 끊임없이 혐오 어린 시선에 맞서야만 했다. 솔직하게 아이의 병을 밝히고주변에 제도적·인적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무 씨는 대안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학교 안팎에서 멸시적인 눈초리를 받았고, “사람으로”(105쪽)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무 씨의 동생은 “아픈 오빠의 동생이라는 이유로”(74쪽) 따돌림을 받았다. 가족의 잦은 이사도 이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아이의 행동이 조금만 이상해도 오지 말라고 했다. 동네 탁구장에서도, 검도장에서도 쫓겨났다.
저자는 조현병 당사자를 계속 사랑하고 지지하는 것이 주변인이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하면서도, “조현병이라는 질병 앞에서 항상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186쪽)는 어려운 고백을 털어놓는다. “사랑하면서도 부끄럽고, 숨기고 싶으면서도 애끓는 부모의 마음”(188쪽)이 곳곳에 있다고. 그러나, 저자의 글은 기어코 그 마음 너머로 향한다. 부끄러움과 낙인에 휩쓸리지 않는 저자의 글쓰기는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수행”(188쪽)에 가깝다. 저자는 18년이 지난 지금도 질병에 대한 사회적 말하기는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인정한다. 동시에, 질병과 함께 살아가면서 고통만큼이나 무엇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 삶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조현병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저자가 두터운 편견을 뚫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질병이 삶의 일부가 되기까지의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주변인들의 ‘사랑’이었다. 조현병은 무시무시한 병이 아니다. 진정한 이해가 넓혀질 때, 조현병 당사자는 이름 그대로 증상을 잘 조율해 좋은 소리를 내며 성원으로서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고통받고 있을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를, 그리고 동료 시민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조현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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