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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렛

송광용 지음
나무옆의자

2025년 02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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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24MB)
ISBN 979116157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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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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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는 언제나 후미지고 그늘진 곳에 산다. 당장 오늘의 생존을 위하여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러나 최소한의 기대는 걸어볼 수 있게끔 사람과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공간을 선택한다. 개중에는 인간과 함께 살다가 모종의 이유들로 길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된 고양이도 있을 터다. 각양각색 인간들의 사연처럼, 고양이의 사연 또한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아웃렛』은 이러한 사유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송광용 작가는 고양이 ‘아웃렛’의 목소리를 빌려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온기를 실어 보낸다. 오갈 데 없는 동물을 보며 한 번쯤 마음을 내준 적 있는 이들이라면, 집사와 떨어져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웃렛의 모험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1부 아웃렛의 아웃렛
나의 이름은
고양이 쇼
귓속말
새 희망
독립
그들의 공통점

선물
연애
향기
우리의 다음
쥐 잡이
Out of outlet
2부 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
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
박하맨
제리, 제리, 고고
입양 공고
재회
B3 구역
제리는 항상 이기지
대화방
보호소의 끝
나의 이름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이름 없는 고양이는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내 존재는 투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내 색채를 붙잡기 위해 이름을 새로 지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가장 많이 내뱉는 말로. (…) 아웃렛. 난 하루에도 몇 번씩 이름이 불린다. 희미해지던 내 존재도 서서히 되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아웃렛에 사는 아웃렛. 꽤 괜찮은 이름이다. (18쪽)

특별한 관계는 그렇게 맺어진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는 세간의 평가와 편견들 위에서 맺어지는 게 아니다. 일대일로 누군가와 대면하고 있을 땐, 그런 편견들은 사소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 순간엔 그저 서로의 냄새를 맡는 거다. 관계 맺기란 그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일이다. (32쪽)

“이렇게 좋은 날엔, 나의 다음을 생각하게 돼.”
아그네스의 말은 바람처럼 와 닿았다.
“다음이라니?”
“우리 고양이에게 다음이 뭐겠어? 집사님과 함께할 날이 끝나고 이후에 맞이하는 삶이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우리 집사님 나이가 많으니까. 어느 날 저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운명의 옷자락이 보일 것 같으니까. 우리 고양이의 운명은 집사님의 운명에 꼬리표처럼 매달려 있잖아.” (77쪽)

“저 고양이들에게 위험은 공기 같아. 하루아침에 사람의 장난으로 가족이 죽고, 거짓말 같은 사고로 늘 다니던 길에서 사라지지. 그런 일엔 아무 이유가 없어. 그저 고양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이야. 자신에게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하루하루 지내는 거야. 우리 같은 집고양이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난 그날 본 아그네스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그네스는 분명 울고 있었다. 가끔 향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게 일어난 일들의 전조 같아서. (90쪽)

난 천천히 일어나서 앞에 서 있던 검은색 자동차에 내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순간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동차에 비친 고양이는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군데군데 털이 빠져 살색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초라하고 흉했다. 나와 쥐가 별 차이 없이 느껴진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을 정도였다. 난 그 순간, 내 이름을 떠올렸다. 아웃렛이 실은, ‘바깥(out)’의 ‘쥐(rat)’라는 뜻이었네. (104~105쪽)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정을 주지 않는 게 좋아요. 먹을 것을 주면 여기에 계속 나타날 거예요.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죠.”
남자는 턱수염을 손으로 매만지며 짐짓 전문가 같은 톤으로 말했다.
여자는 아휴, 하고 동정의 표현인지 무엇인지 모를 한숨을 쉬고는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난 예전부터 이것이 사람들의 대화법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 같은 동물을 앞에 두고는,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줄 말을 하는 거다. (115~116쪽)

“자고로 고양이는 말이야, 세 부류로 나뉘지. 도도한 정통 고양이, 개처럼 들이대는 개냥이, 그리고 우리처럼 이도저도 아닌 쥐냥이. 쥐냥이는 내적 모순으로 가득한 고양이야. 자유를 갈구하지만 늘 사람 곁을 맴돌지. 어릴 적부터 사람과 함께 살아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지. 정통 고양이처럼 자신을 사람의 상전으로 착각하지도 않고, 개냥이처럼 애완동물이 되려고 하지도 않아. 우린 현실을 직시하지. 사람으로부터 떨어지면 언제든 쥐와 같은 신세가 될 거라는 걸 알아. 늘 자신의 ‘다음’을 예측하고 싶어 하지만, 아주 현실적이기도 하지. 어때, 영감? 영감 흉내 좀 내봤는데.” (127쪽)

“그 여자의 다리가 정말 편안했어요. 죽고 싶을 만큼이요.”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이 있던 말을 내뱉었다.
“글쎄. 네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죽게 될 거야. 곧.”
미키가 뜻밖의 말을 했다.
“곧?”
“안락사라고 하지. 뭐가 안락한진 모르겠지만.” (132쪽)

삶이 언제든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은, 놀랍게도 나의 무딘 감각을 일깨웠다. 별것 없어 보였던 내 삶이 사금처럼 빛나 보이기 시작했다. 난 새로 사귄 친구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 목격자이자, 기록자가 될 것이었다. 같은 처지의 동물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자신의 삶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린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많은 곳에 남겨놓고 떠나길 바라니까. (136쪽)

집사님의 말처럼 비 오는 날엔 수많은 빗방울이 웅덩이에 떨어져 동심원을 만들고 사라지는 광경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나 같은 고양이가 세상에 남기는 흔적도 딱 그 빗방울만큼이 아닐까 하고. 앞으로도 무수한 고양이들이 비처럼 내렸다가 짧은 동심원을 남기고 어디론가 흘러가버리겠지. 난 운이 좋았다. 내가 짧은 순간 남겼던 흔적은 집사님이 봤고, 또 기억해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190쪽)

“아웃렛, 어쩌면 끔찍한 기억이 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일을 기억해. 그 기억들이 너를 너답게 만드는 거야. 기억으로부터 도망치지 마. 너의 원래 이름을 되찾길 바란다.”
제리가 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집사님이 불러주던 내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워 미칠 것만 같아서 버렸던 그 이름. 난 제리의 귀에 내 원래 이름을 속삭였다. 제리는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나 기억하겠다는 듯이. (208쪽)

“그날 우주 바깥으로 튕겨져 나온 나는,
전혀 다른 고양이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함께 살던 집사와 헤어진 고양이. 어느 작은 도시 근교의 아웃렛까지 흘러가 주차장 한편에 자리 잡고 ‘두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된다. 희미해지는 자신의 존재를 붙잡기 위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로 스스로의 이름도 새로 짓는다. 아웃렛의 선택받지 못한 옷들처럼, 그렇게 고양이 ‘아웃렛’도 마지막일지 모를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낮에는 먹이를 얻기 위해 차 지붕 위에 올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밤에는 캄캄하고 텅 빈 주차장에서 사랑하는 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를 보내는 아웃렛.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소년에게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집사님이 그랬듯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희망의 빛은 점점 옅어진다. 그러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쥐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쥐를 사냥하려는 순간, 엉망인 쥐의 모습과 자신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고 아웃렛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집을 떠난 뒤 눈처럼 하얗던 털은 어느새 때가 타고 피부병에 걸려 속살이 보이도록 듬성듬성해지고 만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만 같은 나날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웃렛은 과연 길 위에서의 첫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한 번 더 집사와 살 기회가 보인다”던 ‘요물 고양이’의 말대로 다시 집사의 품으로 돌아가 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

Outlet의 Out-rat,
경계 바깥에서 경계 너머로

작가인 집사 은영이 들려주곤 하던 이야기, 그녀가 난생처음 보여준 빗물이 만들어낸 동심원, 연인이었던 회색 고양이 아그네스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서로의 뺨을 그루밍해주던 시간……. 아웃렛 주차장에 살며 아웃렛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지난 기억을 반추하는 것이다. 소설의 1부는 아웃렛이 그리움으로 써내려간 회고록에 다름 아니다.
아웃렛이 회상하는 기억과 현재 처한 상황은 마치 오버랩이 되듯 유사점을 지닌다. 당시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이제와 소환하여 사색의 소재로 삼는 것은, 아웃렛이 집사의 울타리라는 경계의 바깥으로 밀려났기 때문일 터다. 이는 물리적으로 힘든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아웃렛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행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찰과 되새김을 통하여 아웃렛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역경을 자신도 모르는 새 버무려 “성장의 재료”로 바꾸어 나간다.
어느 날 아웃렛은 자신의 먹이를 훔치던 쥐와 조우한다. 쥐는 아웃렛이 집고양이였던 시절 별다른 고민 없이 유희거리로 죽이곤 했던 존재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마주친 초라한 행색의 겁먹은 쥐에게서 아웃렛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괴로웠던 이유는 집을 떠나서도 경계 안에 남아 있고 싶은 마음을 끝내 버리지 못해서였음을 깨닫는다. 스스로가 ‘바깥(out)’의 ‘쥐(rat)’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아웃렛은 모든 경계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워진다. 선명한 주차선과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아웃렛을 떠난 아웃렛은 비로소 한 차례 도약을 이룬다.

아무리 세상 끝 경계 바깥에 있는 존재라도 자신의 경계 안에 누군가를 들일 수 있는 법이다. 모두가 세상의 거대한 경계 안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각자가 지닌 경계를 열어둘 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는 걸, 난 녀석이 뱉어 놓은 개암나무 열매를 보며 깨달았다. 난 뒤를 돌아 다시 아웃렛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이제 아웃렛을 떠날 것이다. (107쪽)

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
미키, 제리, 그리고 아웃렛, 고고!

선의를 포기하는 순간, 삶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는 가능성, 그건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킬 가치가 있는 거니까. 그게 수많은 후회의 시간을 거치고 난 다음에 내린, 내 결론이야. (163쪽)

아웃렛이 마지막으로 흘러들어 간 동물 보호소는 유기 동물들이 철창에 모여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아웃렛은 똑같이 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 ‘미키’와 ‘제리’를 만나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그들은 자신들을 정통 고양이도 개냥이도 아닌, 현실적인 ‘쥐냥이’라고 분류한다. 그러던 중 아웃렛은 제리에게 악명 높은 동물 학대범 ‘박하맨’과의 오랜 악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사이 앙심을 품은 박하맨은 기어코 제리의 행방을 찾아내고, 보호소의 모든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출현한다. 이처럼 2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살아내며 다가올 안락사를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힘을 합쳐 ‘박하맨’으로 대표되는 악에 맞서 싸우는 스펙터클한 모험물의 성격 또한 지니고 있다.
1부에서 기억이 발돋움의 계기로서 의미를 지녔다면, 2부에서의 기억은 서서히 다가오는 안락사의 순간까지도 생명을 걸고 붙잡아야 할 정체성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제리는 아웃렛에게 설사 끔찍한 기억일지라도 “기억으로부터 도망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아웃렛의 모든 여정을 관통하는 한마디로 볼 수 있다. 제리의 말을 동력 삼아 아웃렛은, 자신의 모든 역경을 단지 운 나쁜 사고가 아닌 “내 안에 담아야 할 무엇이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라 여긴다. 이러한 긍정의 수용은 소설 전체에 강하게 타오르는 생명력을 부여해준다.
『아웃렛』은 비단 고양이 아웃렛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는 집사와 그 주변 사람, 아웃렛이 만난 존재들의 이야기로 조금씩 확장되어”(작가의 말) 간다. 아웃렛은 주인공의 역할을 넘어 그 모든 존재를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이 잊히지 않고 진실로 존재하게끔 하는 기록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받은 선의를 다시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독자들은 사고로 길고양이가 되어버린 집고양이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해, 책을 덮을 즈음엔 어딘가 인생과 닮아 있는 아웃렛의 눈부신 ‘묘생’에 감동 어린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아웃렛이었을 때, 난 예전의 이름을 잊었지만, 이젠 그 어떤 이름도 잊지 않을 것이다. (245쪽)

작가정보

저자(글) 송광용

청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부산교육대학교 대학원에서 초등사회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고양이 같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무해한 사람으로 나이 먹으며 오래 쓰는 게 꿈이다. 일상에서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틈을 발견해내려고 한다. 세상에 숨겨진 온기를 찾아 이야기로 쓰고 싶다.
2022년에 『울산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 산문집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 장편동화 『거대 토끼 우토와 숲 방위대』가 있다. 『아웃렛』은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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