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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박천기 지음
디페랑스

2025년 02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2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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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0.92MB)
ISBN 979119426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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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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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 세계사에서 독선과 타락으로 무너진 권력자의 사례를 분석한다. 그 몰락의 평행이론은, 대중의 요구에 응하는 영웅적 등장으로 시작해 개인적 욕심이 야기한 불명예 퇴장으로 끝을 맺는다. 왜 그렇게까지 욕심을 부렸을까? 보다 궁금한 점은 그런 과오를 정당화하면서까지 여전히 그를 추종하는 시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책은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비추어 봐도 한 치의 비껴감이 없다는 점에서, 인간의 심리 일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며, 우리에게 소름 끼치는 기시감을 선사한다.

“과거는 결코 죽지 않으며, 지나간 것 또한 아니다.”
윌리엄 포크너의 말처럼 과거의 기억은 여전히 현실에 작동하며 그 무언가를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그런 깨우침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역사의 진보는 기대할 수 없다. 역사는 진보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 자기모순에 걸려 역행을 한다. 혼란의 시대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빛 또한 과거로부터, 막막하고도 두터운 암울을 가르며 밀려든다. 역사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들어가는 말

1. 바샤르 알아사드
2. 에보 모랄레스
3.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4. 폴 포트
5. 프랑수아 뒤발리에
6. 베니토 무솔리니
7.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8. 리처드 닉슨
9. 선통제
10. 니콜라이 2세
11. 팔라비 2세
12. 라이베리아의 독재자들
13. 사담 후세인
14. 풀헨시오 바티스타
15. 제이콥 주마
16. 무아마르 카다피
17. 멕시코 혁명의 영웅과 독재자들
18.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19. 호스니 무바라크

나가는 말
참고문헌

첫째, 자신의 신화에 종속된 노예가 된다는 점. 둘째, 한 번 장악한 권력은 필히 장기독재로 이어진다는 점. 셋째, 장기독재를 위해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든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에 정적 탄압과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 넷째, 부정 축재는 부패한 권력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점. 다섯째,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한때는 선량한 시민 혹은 영웅이었으나 최후는 최악의 독재자로 기록됐다는 점이다. - p7

교활(狡猾)은 원래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온몸에 짐승의 털로 뒤덮인 상상의 동물을 이르는 말로 호랑이에게 일부러 잡아먹힌 후 그 몸속을 파먹으며 결국 호랑이마저 쓰러뜨리는 흉측한 괴물이다. 시리아의 곳곳을 파먹으며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아사드 정권은 교활을 닮아 있다. 잔인한 독재보다 위험한 것은 무지한 독재이며 무지한 독재보다 무서운 것은 교활한 독재다. - p25
“필리핀에 이멜다가 있다면 동유럽에는 엘레나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차우셰스쿠의 영부인 엘레나는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엘레나 차우셰스쿠는 무학에 가까울 정도로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지만 그녀는 남편 못지않게 칭호와 명예에 집착했다. 그녀는 항상 ‘학술원 박사’이자 ‘공학자 엘레나 차우셰스쿠’라는 호칭으로 불렸고 마치 진짜 과학자처럼 행세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문제는 덜했겠지만, 엘레나의 패악은 그녀의 형제들을 정부 요직에 꽂아 넣으면서 본격화된다. 루마니아판 국정농단이다. - p50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도 대체로 이와 유사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폴 포트는 포악한 범죄자에 앞서 일종의 망상증 환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과연 후회나 반성이라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했을까? 1997년 미국인 기자 네이트 세이어(Nate Thayer)와의 인터뷰에서 폴 포트는 “나는 투쟁을 수행했을 뿐 사람을 살해한 것이 아니다”, “나를 보라, 내가 야만인으로 보이는가. 내 양심은 깨끗하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 p64

1945년 4월 28일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줄리노라는 허름한 마을에서 비참하게 사살된다. 총살 집행 전 파르티잔이 “이탈리아 국민의 이름으로 정의를 실현한다”라고 외칠 때, 무솔리니의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군하며 20세기 시저가 되는 꿈을 꿨던 파시스트 독재자는 그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 p90

극우적 민족주의 아래서도 시민의 양심은 언제나 살아 있다. 극우 정당들과 연합하여 대통령에 당선되려던 밀로셰비치의 꿈이 무산된 것도 일명 ‘불도저 혁명’이라고 불리는 세르비아 국민들의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p101

닉슨은 퇴임 이후에도 워터게이트를 자신의 실책이나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1977년 영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닉슨은 “대통령이 한다면,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when the president does it, that means that it is not illegal)”라고 말했고 실제로 단 한 번도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p109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 배경에는 라스푸틴이라는 괴물이 있다. 라스푸틴에 대한 새로운 평가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존의 부정적 평가를 뒤집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라스푸틴은 방탕했고 부패했으며 러시아판 국정농단의 원조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베리아 출신의 평범한 농부였던 라스푸틴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병을 앓고 난 후 러시아 전국을 순회하며 사이비 교주와 같은 기행을 일삼았는데, 이 와중에 엄청난 신통력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그 소문이 황실에까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 p142

권력을 잡은 독재자의 다음 목표는 돈이다. 이 또한 독재자 매뉴얼의 정석이다. 사무엘 도는 라이베리안 정유회사와 농산물 유통회사 등 국영기업을 통해 부정 이득을 착복했고, 1980년대 이를 통해 그가 챙긴 수익은 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엘 도의 폭정과 피지배 소수 부족에서 지배 민족으로 군림하게 된 크란족에 대한 또 다른 증오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내전은 피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21세기 최악의 내전 중 하나로 기록된 라이베리아 내전은 이렇게 점화됐다. - p169

말단 공무원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준비 안 된 리더’들이 차지하다 보니 국정은 그야말로 갈짓자를 그리며 표류하기 시작한다. 만델라를 제외하고 초심을 유지한 흑인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주마는 만델라의 정신과 동지들의 희생을 땅에 내동댕이친 대표적인 흑화형 인물이다. - p217

역사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1945년 4월, 무솔리니가 성난 군중들에 의해 주유소에 시신이 거꾸로 매달리는 능욕을 당했던 것처럼, 무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아랍의 미친개’ 카다피 또한 2011년 10월, 시민군에 의해 거리에서 처참하게 피살당한다. 카다피 사망 이후, 리비아는 안정된 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장기간의 권력 공백 사태에 빠진다. 트리폴리 중심으로 하는 서부 세력과 벵가지를 중심으로 하는 동부 세력 간의 정치적 대립이 진행되다 2014년 이후로는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한다. - p231

우리는 여기서 묘한 역사의 데자뷔를 발견한다. 사파타와 마데로의 관계를 비야와 카란사의 관계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사파타와 비야가 전형적인 농민 출신의 흑수저에서 출발해 자수성가형 혁명 지도자로 성장했다면, 마데로와 카란사는 전형적인 지배계급 출신의 지식인이라는 점 말이다. 마데로와 사파타의 관계가 동지에서 적으로 변하며 파국에 이른 것처럼, 비야와 카란사의 관계도 나중에 틀어지게 되는데, 여기에는 카란사의 배신과 탐욕이 크게 작용한다. - p245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이런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을 일종의 ‘후견주의’라고 부른다. 유권자가 기득권을 밀어주면 기득권은 최소 생계를 보장하는 일종의 거래인데, 이 거래라는 것이 매우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사악하기까지 하다. - p263

역사는 예언한다

제자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정치의 우선순위를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길, 반드시 명분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必也正名乎)
정치의 명분은 국민이 아니었던가. 명분이 바르지 않기 때문에 민심과 충돌이 일어난다.
공자는 정(政)의 의미를 바로 잡는 것이라 말한다. (政者 正也) 

한자 치(治)는 글자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물길을 다스리는 일로부터 유래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강의 범람이 민감한 사안이었다. 생활을 위해 모두가 물가에 몰려 살았고, 물가에서의 정착은 농경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위한 달력이 만들어지고 천문학이 발달하게 되었으며, 내년을 위한 오늘의 기록이 남겨진다.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치의 기원은 역사와 엮여 있다.

고대에는 치수(治水)의 능력으로 다스리는 자의 역량이 판가름되었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들이 살아가는데 불편을 최소화해 주는 것이다. 정치인 자신의 보신과 편익을 도모하며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 아니라….

공자가 지적하는 바는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 과거의 역사가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현재진행형으로 재조명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욕망에 시달리고 절망에 발이 걸려도, 또 한 자락 희망으로 일어서는 인간사의 현상들은 이 시대나 저 시대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역사가 진보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작금의 세계 정세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던가.

시대가 다르고 세대가 달라도,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다시 겪는 비극들을 생각해 본다면, 역사란 ‘뒤돌아선 예언’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사례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의 내일을 내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천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와 한양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KBS에 프로듀서로 입사해 교양, 정보, 다큐멘터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으며, KBS 1라디오 〈생방송 오늘 PD 리포트〉 진행 및 〈아시아의 창〉 〈세계를 달린다〉 〈천기누설〉 〈외신 브리핑〉 코너 등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시사 및 국제뉴스를 전달해 왔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생방송 오늘〉 〈가로수를 누비며〉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엄정화의 가요광장〉 〈음악 편지〉 〈내일은 푸른 하늘〉 〈말 트고 마음 트고〉 등이 있으며, 다큐멘터리 〈꿈을 그리는 소리, 자장가〉 〈장애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소리로 보는 세상〉 등의 작품으로 PD 대상 실험 정신상, 한국 방송 대상, New York Radio Festival 금상 등을 수상했다.

PD 연합회 정책실장, KBS 국제방송국장, 라디오편성기획국장, 아시아방송연맹(ABU) 프로그램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공저, 2016),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디페랑스, 202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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