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끝
2024년 12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1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0.56MB)
- ISBN 979117096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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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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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끝》은 모든 문명이 파괴된 세상을 배경으로, 인류가 절대적이라 믿어왔던 선악의 기준이 무너진 세계 속에서 ‘구원자’로 군림한 한 소년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살인자였던 소년은 어떻게 파멸한 세계에서 구원자로 추앙받게 되었을까.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 구원자의 탄생을 지켜보며, 새로운 ‘희망과 구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1장
피아 헤일런
14년형 로얄엔필드
니므롯 롱크
몬드 솔라
우드로 헤일런
대니 레번워스
2장
백성서파
도서관에서
메사추세츠주
폐허의 마을
판잣집의 인터뷰
화이트라이더
너새니얼의 계단
호수 위를 걷다: 또는 자기 정당화 메커니즘에 관한 고찰
유다의 키스
에필로그
감사의 말을 전하며
옮긴이의 말
인용문헌
신화에 일관성을 요구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만약 신화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쓰인 이야기라면 그 안에는 필연적으로 모호함과 모순 그리고 사랑과 잔혹함, 비열함을 내포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 자체가 모호하고 모순투성이이며 사랑과 잔인함, 비열함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46p
죽은 걸 살려낼 수 있는 자는 신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신이다. 그리고 신은 자기가 행한 일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이 로얄엔필드가 없다면 어차피 나는 신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65p
우드로의 목에 밧줄을 다시 감았을 때, 너새니얼은 그토록 낙담해 있었다. 냉혹한 현실에, 태어난 순간부터 닫힌 미래에, 그리고 폐렴에. 밧줄 끝을 짊어지고 온 힘을 다해 형을 매달 때의 너새니얼은 자비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끝내야 하는 일을, 끝날 숙명을, 그저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서, 블랙라이더의 자비가 탄생한 것이다.
126p
“(중략)‘너새니얼은 말이야,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괜찮아. 당신이 인간을 먹은 건 죄에 의해 정화된 죄야.’ 그 순간 이해했어. 대니의 말을 논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해했어. 우리는 죄인이야. 나이팅게일은 그런 우리의 죄를 태워버렸어.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폭력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소행성도 역시 죄인이야. 알겠어? 살아남은 죄인을 구해주러 돌아다니는 너새니얼 헤일런이 정말 신의 사신으로, 아니, 신 그 자체로 보였어.”
157p
그들은 허기를 채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걸 잊지 않은 듯했어.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서 우리가 잃은 무언가를 그들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고. 그때 처음으로 인육을 먹은 걸 후회했어. 사람을 먹을 바에야 죽어야 했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 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군침이 돌았어. 우리의 마음은 위장과 구별되지 않는 상태여서 악마는 그곳을 비집고 우리 몸으로 들어오지.
241-242p
“하나의 생명은 언제나 두 생명보다 가볍지. 한 사람을 먹었으면 두 사람을 구하면 돼.”
“…….”
“내가 당신에게 저주를 걸지. 당신은 앞으로도 사람을 먹을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게 될 거야.”
246p
그러나 중서부와 남부 사람들은 이미 죄를 드러낸 채 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굶어 죽는 게 당연한 곳에서 죄의식에 짓눌리면서도 사람을 잡아먹고, 그러면서도 신의 사랑을 받길 기원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른 이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사람을 상상하는 일은 결단코 쉽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성인聖人임이 틀림없었다.
295p
“그것은 먹지 않으면 먹힐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처참한 세상 속 유일한 ‘구원자’가 된 소년
2173년,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며 그 파편들로 전 세계는 초토화되고 만다. 정부는 피해를 받지 않은 지역을 ‘캔디선’으로 경계를 나누어 관리하고, 영하 40도의 혹한과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캔디선 바깥의 사람들은 굶어 죽게 된다. 결국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을 감행하고, 살기 위해 식인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성한 존재에게 구원받길 원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을 구원할 식인의 신, ‘블랙라이더’ 너새니얼 헤일런이 탄생한다.
한편, 멸망 이후 캔디선 내부에서 부흥하게 된 백성서파 교회는 혼란한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구세계의 범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킬러 ‘화이트라이더’를 캔디선 바깥으로 파견한다. 백성서파 교회의 네이선 발라드는, 살해 명단에 오른 너새니얼 헤일런을 화이트라이더와 뒤쫓는다. 하지만 여정이 계속될수록, 캔디선 안에서는 끔찍한 살해범이라 알려진 너새니얼이 캔디선 바깥에서는 인류의 구원자로 칭송받는 이유를 직접 확인하면서 그에 관한 생각이 점차 변모하게 되는데…….
과연 너새니얼은 인류를 죄악으로부터 구원하러 지상에 도래한 ‘신의 사자’일까? 아니면 괴이한 논리를 펼치며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살인범’에 지나지 않을까?
“인간의 마음에 악마가 깃들기도 하지만, 악마의 마음에 사람이 깃들 때도 있지.”
선악의 절대적 기준은 과연 존재하는가?
《죄의 끝》은 너새니얼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전기를 따라가는 인물은 캔디선 내부에서 아사와 동사의 걱정 없이, 선악을 쉽게 재단하며 살아왔던 ‘네이선’이다. 네이선은 일개 범죄자에 불과했던 너새니얼이 어떻게 바깥 세계의 구원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칭송받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네이선은 처음으로 자신을 두르고 있던 알을 깨고 나와 캔디선 바깥의 현실을 똑똑히 목격한다. 동시에 악한 범죄자를 처단하는 일이 ‘선’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신념은 뿌리째 흔들린다.
《죄의 끝》은 멸망의 한가운데에 떨어진 주인공이 아닌,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을 관찰하는 인물을 화자로 설정해 가상의 청자와의 간극을 극단적으로 좁혀 독자로 하여금 네이선에게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네이선은 다른 어떤 것보다 생존이 중요해진 세계에서, 극한에 몰린 인류가 어떻게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냈는지 그 역사의 필연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투명하고 이성적인 시선은, 독자를 《죄의 끝》의 세계로 깊이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작중 네이선의 고민은 곧 현재를 사는 우리의 고민과 같다.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가치는 과연 불변의 가치인가?’, ‘선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하나의 물음을 낳는다.
대체 우리는 이 혼란한 세상에서 어떤 가치를 믿으며 살아가야 할까?
멸망한 세계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과 사랑
유려하고 따뜻한 언어로 그려낸 포스트 아포칼립스 묵시록
《죄의 끝》은 성경이 떠오르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서구 문명의 몰락’이라는 이야기도 그렇거니와 ‘굶주린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눠주어 500명의 배를 채웠다.’, ‘1,571개에 달하는 돌계단을 혼자 쌓았다.’와 같은 너새니얼을 둘러싼 전설은 예수가 베푼 기적과 비슷하다. 하지만 《죄의 끝》은 완벽히 종교적인 관점에서 쓰이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시아의 탄생’에 기반하여 SF적 상상력을 접목한 《죄의 끝》은 멸망한 세계 위에 새로운 구원자가 탄생하는 과정의 신성함을 돋보이게 하고, 이야기에 힘을 실어준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죄의 끝》이 현시대를 비추는 초상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쉽게 전염되고 확산하는 혐오, 점점 모호해지는 선악의 경계, 차별적인 사회 구조.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시대. 좋은 마음으로 행한 선의가 때때로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하는 세상이다. 모든 문명이 파괴되어 가치관이 전복되는《죄의 끝》 속 세상은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흔들리는 우리의 세상을 투영한다. 그렇다면 이 황폐한 황야 속에도 구원이 존재할까?
살아남기 위해 식인을 한 이들에게 너새니얼은 이렇게 말한다. “한 사람을 먹었으면 두 사람을 구하라.” 최소한의 인간성을 저버린 채 식인을 한 이들은 너새니얼의 이 한마디에 구원받게 된다. 자신의 죄의식을 덜기 위해,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아사하는 이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작품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붕괴한 세상의 끝에서 새로운 마을을 건립한 너새니얼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되었어도 우리는 그냥 우리로 있을 수밖에 없어.”
엉망이 된 세계에서 ‘구원과 희망’은 대단치 않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 한구석에 피어난 괴롭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본다면, 구원의 불씨는 곧 거대한 희망의 불길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작가정보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현에 거주하고 있다.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터드 온 더 런〉을 고쳐 쓴 《도망작법TURD ON THE RUN》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길가路傍》가 제11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블랙라이더BlackRider》가 2014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와 제5회 ‘AXN 미스터리 싸우는 베스트 텐’ 1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5년, 《류》로 “20년 만에 한 번 나올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과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계에 근접한 작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 밖에, 2016년 《죄의 끝》으로 제11회 ‘중앙공론문예상’, 2017~2018년에 거쳐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으로 ‘오다 사쿠노스케 문학상’, ‘요미우리 문학상’,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도 활발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IT 회사에 일본 문화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며 1998년부터 일본문화포털 ‘일본으로 가는 길’을 운영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내가 죽인 사람 나를 죽인 사람》, 《류》,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등록자》, 《몽환화》, 《브루투스의 심장》, 《11문자 살인사건》,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 《날씨의 아이》, 아사이 료의 《정욕》, 미쓰다 신조의 《하얀 마물의 탑》, 《붉은 옷의 어둠》, 요시다 슈이치의 《여자는 두 번 떠난다》, 《첫사랑 온천》, 《거짓말의 거짓말》, 이시모치 아사미의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 《샤일록의 아이들》, 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고양이 울음》, 가쿠다 미쓰요의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전학생 모임》,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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