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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충 박멸기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이진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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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5년 0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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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20MB)
ISBN 978893297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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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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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진하의 엽편 소설을 모은 작품집이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선보인다. 표제작인 「설명충 박멸기」를 시작으로 단편 소설보다 짧지만 현시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매우 예리하게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혹은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풀어낸 엽편 소설 27편을 수록하였다. 소설가 정지아는 추천사 첫머리에 〈이진하의 소설은 경쾌하다. 소설만 경쾌한 게 아니다. 사람도 경쾌 유쾌 상쾌하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진정성이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진하의 진정성은 기성세대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소설집 『설명충 박멸기』는 그 어떤 기성 작가보다 더 날카롭게 이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그러나 결코 그 모순에 굴복하지는 않는다〉라고 평한다. 정지아 작가의 말처럼 소설 하나하나가 너무나 명쾌하여 책을 읽는 내내 육성으로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다채로워서 혹시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을 후비어 파고드는 상황이 펼쳐진다.
1부
1. 설명충 박멸기
2. 거울
3. 거래
4. 떠오르는 아이들
5. 어떤 유행
6. 막다른 천국
7. 플라잉 학원
8. 각자의 사정
9. Call you back
10. 면접관의 슬픔
11. 절반의 교실
12. 진실의 주둥이
13. 정년퇴직을 위하여
14. 크리스마스 특근

2부
15. 어느 손님
16. 전염병
17. 음모
18. 대한민국은 망섭이 되었습니다
19. 피르가슴
20. 미싱
21. 아키라의 왕국
22. 아내의 개
23. 고통의 역치
24. 남편의 기
25. 니카, 니카
26. 메리고라운드
27. 론다로 가는 길
작가 후기

「생각해 봐요. 벌레만큼 위대한 것이 있는지. 그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떠올려 보시라고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틀딱충, 맘충, 한남충, 급식충, 진지충 소리 듣는 마당에 그냥 진짜 벌레가 되어 버리는 편이 여러모로 낫지 않나요? 사실이니까 비난을 들어도 아무 타격 없고.」 「설명충 박멸기」 중에서

악마가 돌아간 후, 나는 책상에 앉아 한동안 덮어 두었던 토익책을 펼쳤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은가. 다음에 내게 또 악마가 찾아올지. 어쩌면 그때는 더 좋은 조건에 나를 팔아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거래」 중에서

떠오르는 아이들은 이사를 하고 이름을 바꿨다. 그래서 사람들은 떠오르는 아이들을 서서히 잊어버렸다. 그 아이들은 여전히 자신의 중력에 비해 너무 무거운 것들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저 내버려두기만 했다면 그 아이들은 하늘을 찢고 우주로 올라가 천국의 별로 갈 수 있었을 텐데. 「떠오르는 아이들」 중에서

S 시에 사는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했다. 그들은 유행하는 색의 유행하는 옷을 입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한 채 유행하는 개를 데리고 공원에 나가 산책을 했다. 작년에 유행한 견종은 닥스훈트였다. 그래서 공원에서는 다리가 짧은 닥스훈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다리가 짧은 개가 유행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털이 복슬복슬한 비숑프리제가 대세가 된 것이다. 「어떤 유행」 중에서

대학 가면, 입사하면, 결혼하면, 애 낳으면, 집 사면 행복해질 거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그건 다 거짓말이었던 거다. 가만히 있으면 주어지는 행복 같은 건 천국에서도 없었다. 「막다른 천국」 중에서

「됐고, 주 1회로 타협합시다. 나도 이제 슬슬 우유 줄이고 유동식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으니까. 대신 다음부턴 요구르트도 같이 넣는 걸로. 달짝지근한 게 필요해. 아기의 삶이란 아주 씁쓸하다고.」 「각자의 사정」 중에서

나는 당신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의 이름, 나이, 사는 곳, 당신이 오늘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그리고 당신의 카드가 정지되었던 진짜 이유와 대출금이 어떻게 상환되고 있는지까지도. 당신은 어제 내게 쓰레기 같은 년이라고 말했다. 나와 당신의 음성 파일이 회의 시간에 공개되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내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죄송하지 않은 일을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Call you back」 중에서

「아, 몸이 쪼개질 것 같네.」 그리고 어느 날, 그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 내 몸이 마른 통나무를 도끼로 자른 듯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두 다리가 휘청이더니 결국 제각각 다른 방향과 모양으로 쓰러졌다. 「절반의 교실」 중에서

저출생이 계속되자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에는 대학이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철밥통으로 불리던 교수들은 한순간에 실업자가 되었다. 그 피바람은 수도권까지도 불어닥쳤다. 이제 정년이 5년 남은 A 교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학과장인 그는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학생들이 도무지 졸업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년퇴직을 위하여」 중에서

문 앞에 〈최고 기획〉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어 평범한 기획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곳은 동파시 4-3지부 출생률 감소 센터 사무실이었다. 거기 모인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다. 특수한 임무를 맡은 외계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단 하나였다. 이 구역 합계 출생률을 떨어뜨리는 것. 「음모」 중에서

언젠가 남편은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날 자신이 다른 가정의 불행을 양도받은 기분이었다고. 몇 번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며 원단을 집으로 실어 나르던 그날 이후, 서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묵은 그 원단들이 자신을 내내 짓누르는 것 같다고 말이다. 남편은 소파에 웅크려 누우며 중얼거렸다. 「너무 무거워. 인생이.」 「미싱」 중에서

식탁 위에서 세계 정치와 국제 경제를 논하는 그들보다도 나는 도연 씨의 세계가 더 깊고 넓다고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 누군가를 맞이하고 배려하고 돌보고 듣는 그녀가 나는 그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숭고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왜 그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나도 도연 씨도 회사를 그만두었기 때문일까? 「고통의 역치」 중에서

아름답고 빛나는 곳에서 우리는 늘 내쫓겼다. 지하철 승강장 의자에 나란히 앉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나 오늘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내일에 대해 말했다. 「메리고라운드」 중에서

이 순간을 위해 우리는 평생을 살아왔다 말해도 될까. 다른 어떤 순간을 위할 수 있었을까. 그것이라고 이보다 덜 슬플까. 아닐 것 같았다. 이렇게 외로운 우리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성공적인 일이겠어. 나는 눈을 감았다. 가장 아름다운 미래의 한순간을 우리는 이미 지나고 있었다. 「론다로 가는 길」 중에서

성적이라는 무거운 중력에 짓눌린 아이들은 풍선처럼
하늘로 떠오르고, 여느 택배 기사처럼 고용주 산타클로스에게
착취당하는 루돌프는 고달픈 인간과 연대하고, 유행에 목매단 인간들은
네 발로 걷기 시작하고, 누가 더 불행하고 힘든지 겨루는 어른들 앞에서 갓난아이는 이렇게 선언한다. 〈황사에, 방사능 수산물에, 전염병에
미래가 저당 잡힌 내 생각은 한 번이라도 해봤냐〉라고.
낄낄대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그래, 이렇게 사는 거지,
어쩐지 마음이 가뿐해진다.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
21세기의 난데없는 계엄 선포가 그러하지 아니한가.
『설명충 박멸기』는 참으로 현실 같은 소설이다. 이진하 덕분에
이 엄중한 시기를 낄낄거리며, 조금은 가볍게 견뎌 낼 수 있을 듯하다.
- 정지아(소설가)

현실을 위로하는 이야기 장수의 이야기보따리
어느 날 설명충이 입속에 살게 되어 입만 열면 설명을 해대는 남자, 날마다 거울 앞에 서서 잘되기를 복창하는 여자에게 미러링하는 거울 속 여자, 갑자기 찾아와 영혼을 거래하자는 악마, 유행을 위해서라면 강아지 대신 네발로 기는 사람, 실수를 만회하기 싫은 천국의 천사 공무원들, 진실의 주둥이로 결국 악성 학부모에게 〈뿌직〉을 외치는 선생님, 소파에 붙어사는 전염병에 걸린 남편과 친정아버지, 망섭이 되어 버린 대한민국과 서버 종료를 막으려는 사람들, 남편의 피지에 오르가슴을 겪는 아내 등등, 마치 신문 화제 면에 등장할 만한 일반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글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가 평범한 회사원부터 계약직 사원, 취업 준비생과 면접 대기자 등 현재 자신의 직업과 환경에 애환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면, 2부는 조금 더 내밀하게 여성과 엄마의 삶, 그리고 결혼 생활에 관한 농담과 비극을 세심하게 펼쳐 보인다. 무엇보다 〈그냥 나 같은 사람들〉이 겪는 이 모든 이야기에 깔깔 웃거나 한숨을 쉬거나 마냥 서글퍼진다면, 맞다! 우리는 이 책을 아주 잘 읽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가 우리 인생이 아니겠는가. 소시민이 하루하루 사는 삶을 이토록 해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니, 이진하 작가의 필력에 새삼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게 된다. 후기에서 작가는 〈필사적으로 무언가의 망령들〉과 싸우며, 〈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저놈, 저거, 저 코를 딱 한 대만 때려 주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 〈무언가의 망령들〉은 가부장제, 구조적 불평등, 억압적 시스템과 부조리, 우리 안의 두려움과 좌절, 불안 등이다. 이진하 작가에게 글쓰기는 망령과 싸우는 도구이자 기록이며, 인생은 망령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전장과도 같다. 그렇기에 『설명충 박멸기』는 우리 모두 각자 현실과 투쟁하는 지금을 위로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때려 주는 일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끈질기게 싸우고 여전히 주먹을 내지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모든 주먹질은 책을 읽는 우리와 함께 오늘도 살아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진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10회 대산대학문학상과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털이 뭐길래!』,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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