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뱀
2024년 12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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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52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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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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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누구의 것인가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와 통상을 비트는 반전으로 흡입력 있는 작품들을 집필해온 박성경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영화의 각본과 소설 작품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시 정형화된 개념을 비트는 상상력을 펼쳐낸다. 정숙한 여성이 들어앉아야 이루어지는 ‘가족’에 대한 정의(定義)에 반발하는 작가는 ‘정숙하지 않은 여성’의 ‘새로운 가족’을 이번 작품에서 제안한다. 박제된 정의(定義)를 해체하고 그것의 또다른 얼굴인 ‘편견’에 대해 항의하는 작가의 당돌한 시선과 거침없는 문장은 언어의 정의(定義)에 갇힌 ‘가족’의 모습에 대해 질문한다.
한여름의 눈
요한복음
강 같은 평화
슬픔 씨
정염에 미쳐
바다 같은 기쁨
다시 비단뱀
해설 : 섹스, 가족, 그리고 이동성 _유인혁(문학평론가) 178
작가의 말
신은 비정할진 모르나 공평하다. 주는 것이 있으면 주지 않는 것이 있다. 신은 치사할진 모르나 공평하다. 주었다가 도로 빼앗을 때가 있으니까. 내겐 할머니를 주었다가 도로 빼앗았다. 나중에 도로 빼앗더라도, 주었다가 빨리 빼앗더라도, 처음엔 주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11쪽)
처음 이곳에 와서 만 1세 반의 명칭이 초록반이라 들었을 때 나는 회의시간에 검정반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진심이었다. 언젠가 동화책에서 ‘노란 꽃은 노란색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노랗게 보인다’고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 1세 반은 초록색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초록반이 되었다는 뜻인데 그건 사실과 다르지 않은가? (15쪽)
나는 재떨이에 공갈 담배의 재를 터는 연기를 하며 속으로 말한다. 난 말이죠, 하이힐을 신고 등산을 가고, 우유 빨대로 와인을 마신답니다. 상식적인 행동은 안 해요. (23쪽)
누군가를 이해시키려면 설명이 필요하다. 나는 누군가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타입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타입은 더욱. 나는 설명할 시간에 화해를 청한다. 누구든 타인을 이해시키지 않고도 자기편을 만들 수 있다. 단, 타인을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다면 말이다. (31쪽)
인간은 약하다. 교회건 술집이건 점집이건 어린이집이건 언제 어디서든 위로를 필요로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타인에게 원하는 건 친절보다는 위로다. 친절은 진심이 아닌 경우가 많지만 위로는 진심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35쪽)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얼굴과 옷차림을 번갈아 흘금거린다. 사람들이 수군댄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진 않다. 나는 그들의 관심에 무관심하다. 타인이 타인에게 지니는 관심이란, 다른 관심의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만 유효하다. 지금 내게 대한 그들의 관심도 몇 초만 지나면 공중분해될 무의미한 것이다. (59쪽)
나는 곰돌이 캐릭터 스웨터에 분홍 레이스 치마를 입고 토끼 목도리를 두른다. 스웨터에 레이스 치마라, 티셔츠에 정장 바지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아이들은 이런 조합에 대해 별로 편견이 없다. 누군가의 어떤 행동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다는 것.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78쪽)
지금은 그냥 가시면류관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하는 게 맞다. 아니면 가시면류관류? 이걸 쓰고서 누군가 행복해한다면, 고통 속에서 몹시도 행복하다면, 그때 비로소 이것은 가시면류관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106쪽)
인간이 타인의 위로에 의지한다는 건 다 헛소리다. 타인이 타인을 대체 얼마나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진심으로, 얼마나 순정하게. 사실 인간은 고작해야 자신의 위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아니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위로할 줄 모른다. (129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어차피 낭비 아닌가?”
그렇다. 성인이 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소모전이다. 시간과 돈과 감정을 낭비하는 소모전. 아이들은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에너지가 생겨나지만, 어른들은 사랑할수록 에너지를 빼앗겨버린다. (142쪽)
“난 발정난 암캐가 아니라 비단뱀이거든.”
은해이는 기독교재단 어린이집에서 만 1세 반을 맡고 있는 교사다. 해이는 어린이집에 제일 먼저 출근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화분에 물을 주며 적당한 습도조절”을 하며 “늘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등원한 아이가 별로 없고 원장도 없는 토요일에는 청소를 거르자는 동료 교사의 말에 생각한다. “누가 안 본다고 청소를 안 하다니. 누가 안 본다고 세수도 안 하겠군. 누가 안 보면 똥 싸고 밑도 안 닦겠어.” 아이 피부를 위해 뒤처리는 물티슈가 아닌 손으로 직접 닦이고 크리넥스로 막힌 변기는 “화장실로 달려가 고무장갑을 찾아 낄 여유도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변기에 손을 넣어 크리넥스를 꺼내”기도 한다. 해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어떤 행동에 대해 아무런 편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밤이 되면 차안에서 변신한다. 그녀의 차 트렁크에는 “가발, 하이힐, 부츠, 미니스커트, 속옷, 무대의상, 화장도구, 선글라스, 우산, 콘돔 등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있다. 단발머리는 실핀으로 고정하고 쇼트커트 가발을 쓰고 스모키화장을 한 해이는 “타이트한 검은색 그물 짜임 니트원피스에 뱀가죽 힐, 그리고 까만 니트 모자”를 쓰고 빨간색 펄 립스틱으로 입술에 포인트를 준다. 어둠침침한 재즈바에서 온더록스 잔에 다이어트코크를 주문하고 공갈담배를 입에 물고 준수한 외모의 남성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은해이는 “비단뱀”이다. 그리고 남자와 “뻔뻔하고 무책임한 섹스”를 한다.
‘부재’는 상실이 아닌, 새로운 존재를 꿈꾸는 ‘자유’
“솔직히 난 가족을 한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다. 애초에 없었으니까 그리움도 없는 것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를 굳이 떠올리며 부재를 슬퍼할 필요는 없다. 남들에겐 있고 내겐 없다고 해서 상실감을 가질 이유도.”_21쪽
은해이는 조손가정에서 자랐다. 그녀에게 부모였던 “할머니를 빼고서 자신의 삶을 생각”한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결이가 당분간 ‘엄마’란 단어는 몰랐으면” 한다는 일일연락장에 적어보낸 결이 아버지 글에 가슴이 아리면서도 “그 단어를 모른다고 해서 결이에게 없는 존재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결이네는 부자가족이다. 결이 엄마는 결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산후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 결이 엄마는 “온종일 아기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었고 하루 수십 번 젖을 물려야 하는 모유수유를 1주일 만에 포기해버린 자신은 엄마 자격이 없다면서 자책감에 시달렸다. 결이 엄마는 다시 직장에 나가길 원했으나 결이 아빠는 아기는 반드시 엄마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반대했다. 결이 엄마의 고통에 “모든 여자가 다 겪는 일을, 넌 참 유난 맞다”고 결이 아빠는 몰아부쳤다. 결이 엄마가 자살하던 날, 직장에 육아에 피곤에 시달리던 결이 아빠도 그녀 못지않게 우울 속으로 침잠했기에 집을 뛰쳐나가는 아내를 알지 못했다.
단비 아버지 류준수. 언제나 똑 부러지는 단비 엄마를 보며 해이가 상상했던 단비네 집의 풍경은 “유기농 먹거리로 가득한 식탁, 영어 동요가 흘러나오는 햇빛 찬란한 거실, 퀼트 솜씨를 자랑하는 커튼과 이불이 깔린 우아한 침실. 참으로 바람직한 그들만의 집”이었다. 하지만 단비 아빠 류준수에게 단비는 “다만 발가락이 닮은 딸”이었다. 친자 확인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준수는 “죽을 때까지 모른 체”하며 “죽을 때까지 괴롭힐 거”라 다짐하고 결혼생활을 지속한다.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로 신학대학을 다니며 교회 안에서는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는 요한은 해이와 마찬가지로 “된장찌개를 밑반찬은 하나도 안 건드리고 몰두해서” 먹는다. 요한이나 해이나 엄마가 만들어준 된장찌개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해이는 “엄마가 없고, 요한의 엄마는 교회 일로 늘 바빠 아들에게 된장찌개를 끓여줄 여유가 없”었다. 그런 요한을 쫓아다니는 가희는 장로 부부의 딸이다. 가희가 세 살 무렵, 유아세례를 받던 날, 교회에 있는 피아노에 집착하는 딸을 보고 장로 부부는 딸이 장차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는 기대에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십수 년간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하지만 가희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자신에겐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열정도 없음을. 그러고는 안정적인 자신의 ‘가족’을 이룰 구성원으로 요한을 선택하고 결혼을 꿈꾼다.
그녀만의 ‘가족’ 만들기
『비단뱀』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대안적인 위치다. 『비단뱀』은 수많은 ‘꽃뱀’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듯 여성의 성적 방종을 징치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순진하게 여성의 성적 모험을 주체의 자율성에 연결시키지도 않았다. 박성경은 그러한 스테레오타입들을 조심스럽게 조립하며, 관습적인 서사를 미묘하고도 분명하게 굴절시켰다. 그럼으로써 정해진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서사화했다. 바로 그렇게, 『비단뱀』은 우리 시대의 성적 모험과 가족 만들기의 서사를 계승하면서도, 그것들의 대안서사와 대항서사(counter narrative)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_「해설」에서
결이 아빠 한설하, 단비 아빠 류준수, 요한과의 “뻔뻔하고 무책임한 섹스”를 찾아다니는 해이의 이중생활은 가희와 단비 엄마에게 들키고 교회와 어린이집에서 나오게 된다. 그날 해이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변신은 “뻔뻔하고 무책임한 섹스”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계획대로 임신에 성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뚱뚱한 아빠곰과 날씬한 엄마곰과 귀여운 아기곰이 있는 가족사진을 거부한 그녀만의 ‘가족’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나는 그의 정액이 내 다리 밑으로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물구나무를 섰다. 그의 가장 튼튼한 정자 하나가 어서 나의 난자에게 달려와 성공적으로 만나기를 빌었다. 내 자궁에 수정란이 무사히 착상되기를. 정자가 그의 것이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정자가 누구의 것인가는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는.”_157-158쪽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덕성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영화 〈S다이어리〉, 〈소년, 천국에 가다〉의 각본, 장편소설 『쉬운 여자』 『나와 아로와나』(2020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피우리 미용실』 『사랑에 관한 농담 혹은 거짓말』(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 『날마다 크리스마스』 등이 있다.
『쉬운 여자』 『나쁜 엄마』 『나와 아로와나』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북투필름(BOOK TO FILM) 선정작이며, 『나쁜 엄마』는 베트남에서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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