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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두 지음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4년 12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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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87MB)
ISBN 979117213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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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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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맞아 보다 건강하고 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은 5060세대가 많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러한 주제를 다룬 책과 영상 콘텐츠가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은 저속 노화 식단이나 근육 운동, 치매 예방과 인지 기능 향상 등 육체 건강과 뇌 건강에만 국한되어 있다. 또는 노후 자금과 재테크 등 경제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나이 듦에 대한 공부는 이들을 모두 포함하는 일이지만 30여 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해 온 저자는 특히 마음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 듦을 이해하고 어떻게 나이가 들 것인지 방향을 설정하면, 부정적인 통념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긍정적이고 의미 있게 나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50 이후 당면한 삶의 과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동안의 과정은 어떤 의미인지, 또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성장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50 이후의 삶은 상실과 쇠퇴의 시간이며 중심에서 물러나 주변부로 위치해야 한다는, 낡고 부정적인 고정 관념을 바로잡는다. 50 이후에 겪는 상실은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점인 것이다.
오늘날 50대와 60대는 과거 부모님이나 선배 세대들과는 다르게 나이 들기를 원한다. 또한 같은 세대 안에서도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이 들기를 원한다. 몸이 겪는 노화는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체로 비슷한 경로를 밟겠지만, 마음의 노화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노년에 대한 이미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보다 새롭게,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관계, 감정, 지혜, 죽음이라는 화두를 통해 그 방법을 모색한다. 1장 ‘성장은 상실을 앞세우고 찾아온다’는 나이 듦이 성장인 이유와 생의 후반부를 맞이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2장 ‘다시 푸는 관계의 방정식’에서는 부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친구, 나 자신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갈등과 고민을 소개하고 발전적인 해법을 조언한다. 3장 ‘지혜와 감정의 성장’에서는 50 이후 감정과 지혜가 왜 중요하며 우리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4장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에서는 70 이후 노년기의 삶의 과제는 무엇이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저자가 30여 년 동안 진료실에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경험과 성찰까지 진솔하게 녹아 있다. 덕분에 이 책은 나름의 스타일로 새롭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독자에게는 현명한 방식과 방향을,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관계와 감정이 어려운 독자에게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들어가는 말

1장 성장은 상실을 앞세우고 찾아온다

1. 상실의 자리에서 재구성하는 삶
50 이후 받아 든 성적표|꽃이 진 자리가 열매 맺는 자리

2. 나이 듦은 성장이다
늦은 나이란 없다|믿는 대로 나이 들어갈 것이다

3. 50 이후 30년, 축복이자 과제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도|50 이후의 성장

4. 생의 후반부를 맞이하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
나이 듦의 목표|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2장 다시 푸는 관계의 방정식

1. 좋은 관계가 좋은 인생을 만든다
관계는 두 사람이 키우는 나무|50 이후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가|관계의 우선순위 재조정하기

2. 나 자신과의 관계
몸의 변화는 부탁이다|자신과의 대화|나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3. 자녀, 새로운 세계로의 안내자
50 이후 부모 자녀 관계의 전환|자녀 독립의 빛과 그림자|끝나지 않은 육아|자녀의 성장과 보살핌의 방식|성인이 된 자녀와 잘 지내려면|따로 또 같이, 캥거루 가족|성장이 멈춘 자녀와 함께 성장하기

4. 부부, 님과 남의 기로에서
사랑해서 결혼해도 원수가 되는 이유|결혼을 망치는 네 가지 독|좋은 부부는 싸우기도 잘한다|집으로 은퇴하는 남편, 집에서 은퇴하고 싶은 아내|결혼 생활을 병들게 하는 문제들|과거의 상처를 넘어서려면|미워도 다시 한번, 결혼을 끝내기 전에|결혼 후반부의 혼수

5. 독신, 사별과 이혼과 비혼에 관하여
결혼의 종말을 예견하는 사회|미혼, 비혼, 독신|50 이후 독신자 성장의 시간표|원가족과의 건강한 관계 설정|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애도

6. 부모, 최초의 집이자 울타리
부모는 집이다|50 이후 새롭게 만나는 어머니 아버지|효도는 부모와의 건강한 관계 맺기|노부모 모시기, 인격과 관계의 시험대|부모의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7. 형제자매, 이토록 친밀한 나의 경쟁자
형제자매 관계는 인생 첫 학교|부모가 물려준 가장 큰 유산|건강하고 성숙한 경계의 설정|상속을 둘러싼 형제자매의 갈등|유산 다툼과 관련된 심층적 원인

8. 친구,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호감을 가지고 서로를 선택하다|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치유의 힘|경조사와 친구 관계 정리|친구 사귀기에 늦은 때란 없다|가벼운 관계도 중요한 이유

3장 지혜와 감정의 성장

1. 감정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삶을 채우는 것은 감정이다|감정은 신호등이다| 감정과 정서는 어떻게 다를까?|지천명과 이순 사이|50 이후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들|감정은 성장한다|감정 성장의 핵심은 공감|마음 공부란 무엇인가|마음 헤아리기(정신화)|마음 챙김과 정신 역동

2. 지혜는 마음속 빛나는 보석이다
나이 듦을 빛나게 하는 지혜|지혜의 발견과 탐구|지혜란 무엇인가|반성적 사고와 초월성|지혜의 성장|지혜의 세 가지 요소|누구나 지혜로운 면모가 있다|지혜를 성장시키는 법

4장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

1. 노년기 삶의 과제, 자아 통합
인생 후반부의 목표|돌봄을 받아들일 용기|치매 예방|내려놓기와 받아들이기|노년을 맞이하는 태도|영적 성장과 자아 통합|노년 초월

2. 죽음, 또 다른 성장의 계기
죽음을 대하는 불편한 시선|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할 때|죽음을 대하는 태도|죽음 불안|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좋은 삶이 좋은 죽음을 만든다

작가 후기

아직 마음은 어린아이 같은데 몸은 점점 노인의 꼴이 되어 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는 걸 자각할 때면 사춘기 시절 거울 앞에서 변해 가는 내 모습을 보며 느꼈던 당혹감과 두려움이 되살아나 다시 압도되곤 한다. 나이가 들어 늙어 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어른의 옷을 물려 입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설픈 모양새인데, 마음이 철드는 것이 몸이 나이 드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_5쪽

경로당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80대 할머니,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사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70대 할아버지, 쑥스러운 표정으로 발기 부전 치료제를 처방해 달라는 80대 할아버지도 있다. 치매 걸린 아내를 보살피며 살림을 하는 80대 할아버지, 남편과 사별 후 우울한 80대 할머니…….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그분들의 삶과 마음은 꽤나 역동적이고 뜨겁다. 그럼에도 하얗게 센 머리카락, 주름진 얼굴, 검버섯이 핀 손, 엉거주춤한 걸음걸이, 눈이 잘 안 보이고 귀가 잘 안 들리는 그분들을 보며 20년, 3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도 한다. _6쪽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고 느끼게 된 사건은 노안과 폐경이다. 노안이 오고 나니 불편해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책을 맘껏 볼 수 없다니, 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던 것 중의 한 가지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한동안 의기소침했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하기 전에 잠시 돋보기를 사용했다. 돋보기를 쓰고 보니 왜 노인들이 코끝에 안경을 걸친 채 눈을 치뜨고서는 노려보는 것 같은 미운 표정을 짓는지 이해가 되었다. 돋보기를 쓰고 미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니, 이것이 바로 노인 되는 연습이구나 싶었다.
돋보기는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 영 불편했는데 이제는 다초점 안경에 적응해서 젊은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책 읽을 때나 운전할 때, 컴퓨터 작업을 할 때 등 눈과 관련된 불편함은 다초점 렌즈로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 요새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를 삽입하는 노안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초점을 맞추는 수고로움 없이 세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기대를 해 본다. _18~19쪽

나는 이렇게 늙어 가고 싶다. 오래도록 부모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아이들이 노년의 모습이 추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도록, 주름진 노년의 시간에도 마르지 않는 천진함과 명랑함을 유지하고 싶다. 나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기꺼이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아들이겠다. 이를 통해 그들이 자신의 성장과 헌신에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몸이 노쇠하여 때가 되면 보살핌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경우라도 내내 총명함을 유지해서 아이들이 인생의 길을 물어올 때 나의 지혜를 나누어 주고 싶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압도될 수도 있겠지만 놀이공원의 ‘후룸라이드’를 타듯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_41쪽

이별과 만남은 인생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50 이후에는 이전과 다른 관계의 변화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남성의 경우 은퇴 이전에는 주로 일이 삶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일을 통해서 유능감과 조직 내에서 소속감을 느껴 왔다. 은퇴를 하면서 일과 관계의 변화 혹은 단절을 경험한다. 그간의 관계가 다양하지 못하고 일로 맺어진 관계에 국한된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은퇴 후 자존심 저하, 사회적 고독과 외로움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어머니로서 자녀를 돌보는 것에서 주로 존재감을 느껴 온 여성이라면 자녀가 취업이나 결혼으로 독립을 해서 떠나가면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성인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이전과 달리 어머니를 덜 필요로 하고 자기 세계를 공유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나머지 자녀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_48쪽

오랜만에 동창이나 또래 친구들, 혹은 자매들을 만나면 우선 그간의 안부를 잠시 묻고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한다. 60을 목전에 둔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기승전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20대나 30대는 결혼이나 출산, 자녀 양육이 주된 관심사였다면 50대인 우리에게는 노화가 중요한 이야깃거리이다. 나이 들면서 겪는 몸의 변화와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과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다른 사람들의 나이 들어가는 이야기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옆에서 듣는다면 늙어 가는 게 뭐가 자랑스러워서 저렇게 오랜 시간 수다를 떠는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은 나이 듦에 대한 생생한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먼저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노년의 시간을 예습할 수 있다. 함께 늙어 가는 또래들과의 동지애는 고립감을 줄여 주고 불안을 완화시켜 준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인해 겪는 변화를 반복해서 이야기함으로써 노화에 익숙해지고 두려움을 희석시킬수 있다. _59~60쪽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애도는 단순한 후회나 아쉬움의 감정을 넘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단계를 거쳐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즉 현재 자신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탐색할 수 있다. 결혼이나 출산이 인생의 유일한 의미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독신의 삶도 다양한 경험과 목표로 가득 차 있는 여정이다. 지나간 선택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에 집중하고 현재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완성해 나아간다면, 어떤 조건의 삶을 살아가든 그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_146쪽

감정은 신호등이다. 우리는 신호등의 색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한다. 초록불이 들어오면 길을 건너고 빨간불이 들어오면 멈춰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감정은 어떤 환경이나 상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려 주는 신호이다.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면 위험한 상황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감정이라는 신호등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볼 수 있어서, 나의 상태를 타인도 알 수 있다. 즉 사회적 신호로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얼굴 표정, 신체 언어, 목소리 톤 등의 감정 표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내적 상태를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슬픈 감정의 표현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로 작동하고, 좋아하는 감정의 표현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감정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 상태를 인식하고 욕구와 필요를 파악할 수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와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_217~218쪽

지혜는 타인을 향한 긍정적인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사기꾼이나 모사꾼을 지혜롭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지식이 풍부해도 그것이 지나치게 이기적이거나 남을 해치며 세상에 피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발현된다면, 이는 지혜라고 할 수 없다. 즉 지혜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만 참된 의미를 가진다. (중략)
지혜를 자동차 운전에 비유해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고 즐겁게 사고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것을 의미한다.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동차와 도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지혜의 인지적 요소). 그리고 도로에서 다른 차와 충돌 없이 배려하며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지혜의 관계적 요소). 또한 자신의 운전 경험을 토대로 실시간의 도로 상황과 자동차와 자신의 상태를 종합(지혜의 통합적 요소)해야만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다. _267쪽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이승에서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을 끝맺어야 할 때 자신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지 물어보곤 한다. 아직은 젊고 죽음이 멀리 있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대답도 있고,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고 난 후에 죽음이 당면한 현실이 되면 그때 지난 삶을 결산하며 정리해 보겠다고 대답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삶의 마지막이 언제, 어떤 식으로 내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평균 수명 이상으로 오래 산다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지금처럼 맑은 정신을 유지해서 나의 삶을 정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의 삶을 미리 정의해 보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번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늘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방향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뇌리에 새긴다면 정신이 흐릿해지는 마지막 날까지 나의 삶은 그곳을 향해 갈 것이다. _290~291쪽

60대의 딸이 80대의 아버지를 모시고 내원했다. 보호자의 말에 의하면 이 어르신은 수년째 치매를 앓고 있으며 최근에 아들을 뇌출혈로 먼저 떠나보내는 큰일을 겪었다. 이후로 잠을 잘 못 이루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보호자는 나에게 아버지와 아들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괜찮으냐고 물었다. 죽은 아들 이야기를 하면 아버지의 상심이 커져서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치매를 치료해 주는 담당 선생님도 환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아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어르신께 직접 물어보았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들하고 아들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보고 싶고 슬픈 마음이 들 때는 누구하고라도 아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가족들이 자꾸 말을 못 하게 해서 혼자 감당을 하려니까 너무 힘이 들어요.”
치매를 앓는 노인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에 무감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르신의 가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열린 대화와 정서적 지지는 누구에게라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_320~321쪽

부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친구…
50 이후 관계는 어떻게 변하는가

50 이후에는 퇴직과 은퇴, 자녀의 독립, 조부모가 되는 경험, 부모 형제 혹은 배우자와의 사별 등 다양한 관계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성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가기보다는 주체적으로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관계를 ‘두 사람이 함께 키우는 나무’로 비유한다.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관심, 보살핌, 사랑, 소통, 신뢰, 상호 존중 등이 필요한 것이다.(47쪽)

ㆍ 좋은 부부는 싸우기도 잘한다
갈등이 없는 부부는 없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부부 관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잘 싸워야 한다. 저자는 발전적인 ‘싸움의 기술’로 적절한 시간과 장소 선택하기,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히도록 시간 갖기, 관찰·느낌·욕구·요청의 기술을 활용한 비폭력 대화법 구사하기, 부부 싸움의 목적을 분명히 알기, 작은 싸움 자주 하기, 배우자의 원가족 문제로 확대하지 않기 등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성적 이끌림, 낭만적인 기대가 사그라진 50대 이후의 부부에게는 더 깊고 성숙한 정서적 유대와 서로를 돌보는 마음이 필요하다.(97쪽)

ㆍ 캥거루 자녀와 잘 지내려면?
취업난, 집값 상승, 고물가 등으로 자녀의 독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캥거루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5060 부모가 많다. 부모의 기준으로 ‘정신을 못 차린 자녀’에 대한 실망감, 미움, 분노, 화, 후회, 수치심,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을 향해 미움을 느끼는 자신을 자책한다. 이런 자녀와 잘 지내려면 어떤 모범 답안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변해 가는 삶의 조건 속에서 어떤 선택이든 가능하다는 열린 마음으로 잘 지낼 방법을 고민하자. 부모가 죄책감과 자책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면 그걸 보는 자녀들 역시 마음의 짐을 안게 된다. 부모가 먼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69쪽)

ㆍ 부모의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50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부모의 부모 노릇을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자녀 양육의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한숨 돌리는 순간, 이제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때 혼자의 힘이 아니라 형제자매라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형제자매는 잘 조직된 한 팀으로 부모 돌봄에 임해야 한다.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이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하고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것처럼, 각 형제들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부모 돌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소통하고 부모의 요구와 각자 자신의 감정, 걱정, 선호 사항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형제자매 간에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감사를 표현하며 상대방의 수고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147쪽)

ㆍ 친밀한 친구만큼 가벼운 친구도 중요한 이유
50 이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음을 깨닫고 남은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친구 관계는 경제 상황, 정치 성향, 종교, 신념, 가치관, 취미 등 동질성을 기반으로 더 선택적이 된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정리했던 친구와 지인들이 내 삶의 무대에서 영영 퇴장한 것은 아니다.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현재 삶의 우선순위와 여건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빈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또 용기를 내서 새로운 관계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친밀한 관계와 가벼운 관계 모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친구를 사귀기에 늦은 때란 없음을 명심하자.(190쪽)


50 이후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들
우리는 어떻게 지혜롭게 나이 들 것인가

50 이후는 관계 문제, 일과 장래, 신체적 노화와 죽음 등 여러 이유로 자신과 마주해야 할 때가 많아진다. 그래서 현실의 삶을 보살피는 것만큼 정서적 삶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50 이후 겪는 삶의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감정과 지혜의 성장이다. 젊은 시절에는 외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면 50 이후에는 내면의 세계를 발견하고 키워 나가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5060은 지금까지 삶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 앞으로의 남은 삶도 이렇게 살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젊은 시절에 비해 큰 변동 없는 일상에서 느끼는 안정감, 더 나아가 때로 지루함이나 무료함, 다양한 정서적·실제적 이별로 인한 슬픔과 연민, ‘음주를 줄이고 꾸준히 운동할걸, 부모가 원하는 삶보다 내 꿈을 좇을걸, 그때 그 사람과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돈을 아껴서 저축에 더 노력할걸, 아이와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걸’ 등 수많은 실수와 잘못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건강을 잃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치매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등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앞으로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225쪽)
이런 감정들을 잘 이해하고 보다 능숙하고 세련되게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감정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감정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핵심은 공감이다. 말이 다 담지 못하는 감정은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며 이것을 알아차리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 5060이 감정과 공감을 배우고 연습하면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충만한 삶을 만들 수 있다.(240쪽)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지혜의 성장이다. 50 이후는 삶의 목표가 되어 지금까지 우리를 이끌어 왔던 많은 것을 내려놓는 시기다. 새로운 삶의 이정표로 ‘어떻게 지혜롭게 나이 들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지혜란 ‘복잡한 인간 문제에 대한 실용적이고 창의적이며 맥락적으로 적절하고 감정적으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다. 나이가 들면 자신과 타인, 세상과 인간관계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것은 지식이 많고 적음에 달린 것이 아니다.(265쪽)
지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명상과 마음 챙김, 경험에서 배우기, 호기심과 지속적인 학습, 자비와 공감 실천, 철학적 사고와 성찰, 균형 잡힌 생활 등이 있다. 저자는 특히 호기심, 지혜로운 사람과의 만남, 자기 이해를 추천한다. 독서와 공부는 호기심과 지혜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 물론 요즘은 유튜브나 인터넷을 이용해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책이 더 효과적이다. ‘남을 많이 아는 자는 박학다식하다고 할 수 있으나, 자신을 이해하는 자는 깨달음을 얻는다’라는 말처럼 자기 이해는 지혜의 성장에 특히 중요하다. 자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상담이나 정신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281쪽)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70대와 80대, 더 나아가 90대는 신체적으로 연약해지고 삶의 많은 영역에서 의존성이 높아지지만 반면 삶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찾기도 한다. 흔히 자아 통합과 죽음은 노년기의 과제로 여겨지지만 사실 모든 연령대에서 중요하다. 노년을 잘 대비하게 해 줄뿐 아니라 현재의 삶에 더욱 집중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50대 남성 환자는 ‘스스로 샤워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아버지가 오래 병석에 누워 계셔서 모시느라 힘들었다. 나는 자식들에게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의 대답에서 나이 들어 의존적으로 살아가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조 능력을 잃는 것은 고령의 사람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사고나 수술, 지적 장애나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자조 능력을 잃을 수 있다.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어느 나이에나 발생할 수 있다. 신체적 제약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자율성의 새로운 시험대이자 노년기의 성장점이 될 수 있다.(292쪽)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적 성장과 자아 통합이다. 영적 성장은 물질적 성공이나 개인적 성취와 같은 욕망과 욕구를 넘어 삶의 본질적 의미와 더 높은 차원의 만족을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우리는 영성의 발달을 통해 삶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 자아 통합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인생을 만족스럽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앞으로 다가올 죽음을 수용하는 상태다. 자아 통합은 어느 순간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주변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생에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해 보는 것은 영적 성장과 자아 통합에 도움이 된다.(305쪽)
5060은 부모의 죽음과 가까운 시기다. 이러한 상실 경험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과거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죽음 불안이 증가될 수도 있다. 죽음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의 모든 지구인을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한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했다.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하다는 것, 우리 삶을 구성하는 수많은 일과 관계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갈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감사를 표현할 것 등을 알 수 있었다. 또 죽음을 두려워하며 외면할 것이 아니라 마주해서 바라보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330쪽)
죽음에 대한 준비는 단지 죽음 자체를 대비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와 관련되어 있다. 5060에게 죽음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죽음을 준비하면 남은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예감은 삶을 더욱 충실히 살게 한다. 죽음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삶의 마지막 단계로서 평온하게 받아들일 때 만족스러운 노년기를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한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곧 보다 건강하고 새롭게 나이 들어가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녹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동화 작가. 월간 《어린이와 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인천의 ‘마음과마음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교양 심리서 《감정의 성장》, 동화 《밴드마녀와 빵공주》 《하나야 놀자 두리야 놀자》 《아빠, 울지 마》 《좋은 엄마 학원》 등이 있다.
저자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자 타인과의 연결이다. 어린 시절부터 삶을 관통하는 소망이었고, 저자를 붙잡아 주는 변하지 않는 중심이었다. 저자 역시 ‘이 나이에 뭐 하러’ 혹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는 고정 관념으로 우물쭈물하며 50대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한때는 글쓰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60을 목전에 두고 마음에 대한 관심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 왔으며, 사람들이 마음을 더 잘 이해하도록 안내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후 다시 글을 쓸 결심을 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나이 듦은 상실이라는 고정 관념을 이겨 낸 한 사람의 성장 기록이자, 나이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인사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30여 년 동안 진료실에서 마주한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 저자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경험과 성찰이 어우러진 이 책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마음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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