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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만드는 사람

에린 둠 지음 | 김희정 옮김
레드스톤

2024년 12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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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087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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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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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가 자란 고아원에는 누구나 아는 전설이 하나 있다. 바로 ‘눈물 제조공‘이라는 신비로운 장인에 관한 이야기. 그는 수정구슬처럼 맑은 눈을 가졌고,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기쁨과 두려움과 공포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이제 열일곱 살 소녀가 된 니카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뒤로하고 고아원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니카가 그렇게 바라던 꿈이 실현될 시간. 밀리건 부부는 입양 절차를 시작하고, 니카를 가족으로 맞을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니카가 살게 된 새로운 가정에는 그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니카와 같은 고아원 출신의, 속을 알 수 없는 리젤도 함께 입양된 것이다. 니카가 절대, 꿈에도, 남매가 되고 싶지 않은 리젤이다. 리젤은 탁월하게 스마트하며, 사람을 홀리는 악마 같은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한눈에 굴복시킬 정도로 아름답지만, 천사 같은 외모 속에 어두운 본성을 숨기고 있다. 그러니 둘이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니카와 리젤에게 고통스럽고 힘든 과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드럽지만 용감한 니카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지독하고도 강렬한 힘, 바로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가항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프롤로그
1 새로운 집
2 잃어버린 동화
3 생각의 차이
4 반창고
5 검은 백조
6 친절
7 작은 걸음으로
8 그 같은 하늘빛
9 장미와 가시
10 책
11 하얀 나비
12 자제력을 잃다
13 후회의 가시
14 무장해제
15 뼈까지
16 유리창 너머
17 소스
18 월식
19 내면
20 물 한 잔

21 침묵
22 나는 잘할 거야
23 서서히
24 전율하는 별자리
25 충돌침로
26 동화의 구걸자들
27 스타킹
28 단 하나의 노래
29 심장에 맞서
30 끝까지
31 눈을 감고
32 별은 혼자다
33 눈물을 만드는 사람
34 치유
35 약속
36 새로운 시작
37 아마란스처럼
38 모든 것을 초월하여
에필로그
감사의 글

“널 입양하려는 사람이 있어.”
내 인생에서 그런 말을 들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간절히 원했던 말이기에, 내가 꿈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정말로. 그러나 그것은 꿈속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아낌없이 퍼붓던 경멸의 빛이 들어간, 프리지 부인의 투박한 목소리였다.
“저요?”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너.”
“확실해요?”
그녀는 통통한 손가락으로 펜을 움켜쥐었다.
“갑자기 귀머거리라도 된 거야?” 그녀가 짜증스럽게 쏘아댔다.
나는 놀라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어떤 양부모도 십 대 청소년을 원하지 않는다. 다 자란 아이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이유로도 절대…… 그것은 확실했다. 동물보호소와 비슷하다. 누구든 강아지를 데려가려고 한다. 귀엽고 순진하고 훈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거기 갇혀 있던 큰 개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 지붕 아래서 자란 나로선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지금……
pp. 11~12


태양은 나무 사이로 빛의 끈을 엮었다. 봄날 오후였고, 꽃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우리의 보육원은 거대한 조형물처럼 내 뒤로 솟아 있었다. 나는 풀밭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껴안으려는 듯 두 팔을 활짝 펴고 있었다. 뺨이 붓고 아팠지만 더는 울고 싶지 않았다. 구름에 몸을 맡긴 채 저 위의 광활한 공간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p. 49


나는 몸이 굳어버렸다. 리젤이 거기 있었다. 그의 옆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교실을 가득 채운 빛이 그의 매력적인 얼굴을 감싼 검은 머리카락을 속속들이 비추었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피아노 건반을 스치며 침묵 속으로 사라지는 선율의 파도를 만들어 냈다.
굉장했다. 나는 가까스로 그 생각을 밀어내려 했지만 금방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검은 백조 같았다. 천상의 신비로운 소리를 발산하는 저주받은 천사 같았다.
“저런 남자가 정말 존재하는 거야?” 한 여학생이 속삭였다.
심지어 리젤은 곡을 연주하지도 않았다
“정말 멋져……”
“쟤 이름이 뭐지?”
“잘 모르겠어. 특이한 이름이었어.
p. 62


리젤이 침착한 모습으로 문 앞에 나타났다. 막 샤워를 끝냈는지 그의 어깨에서 수증기가 모락거렸다. 그의 존재는 또다시 나에게 본능적인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에게 무심할 수 없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 같았다. 그것은 눈물을 만드는 사람의 눈이었다. 리젤의 눈은 어두웠지만 위험했다.
p. 69


그가 다 읽고 돌려놓은 책에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부분을 펼쳐보았다. 한 구절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누군가가 연필로 밑줄을 그어 놓았다. 그 구절을 읽으며 내 마음은 무겁게 안개의 우주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져 버렸다.

“당신은 악마입니까?”
“나는 남자입니다.” 브라운 신부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그러니 내 마음에는 온갖 악마가 깃들어 있겠죠.”
p. 83


아, 그녀는 항상 웃었다.
웃을 이유가 없는데도. 그가 그녀의 무릎에 상처를 냈는데도. 벌을 선 다음날 아침, 원장이 가한 형벌의 흔적이 어깨 위로 풀어헤친 머리카락과 손목에 남아 있는데도.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눈은 너무나 깨끗하고 순수해서 리젤은 자신의 어둠과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
p. 181


“넌 눈물을 만드는 사람이야.”
나는 쓰라린 고통을 막연하게 느끼며 그의 비난을 떠올렸다.
내가? 어떻게 내가?
그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체념의 시선으로 야수를 몰래 관찰하듯 그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p. 205


나는 강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그러질 못했다.
“너는 나비의 성격을 지녔구나.” 엄마가 말했다. “넌 하늘에서 온 정령이야.” 그녀는 나를 니카라고 불렀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나비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절대 잊지 않았다.
p. 318


리젤은 나에게 키스한 게 아니라 천천히 나를 삼키고 있었다. 나도 간절히 원했기에 나는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가 무심코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자 그가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내 한쪽 허벅지를 잡았고, 나는 그 위에 올라앉은 자세가 되었다. 그의 한 손은 내 무릎 뒤쪽을 움켜쥐었고, 다른 손은 내 옆구리를 잡아서 골반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숨이 막혔다. 숨을 쉬려고 했지만, 그의 뜨겁고 탐욕스러운 입이 나를 점령해서 휘어잡고 물며 꼼짝 못 하게 했다. 나는 그에게 매달린 채 그 몸짓에 호응하려고 했고, 그의 손은 숨 막히는 욕망으로 나를 그의 가랑이로 잡아끌었다. 머릿속이 소용돌이치고 숨이 거칠어졌다. 우리 육체에서 불꽃 튀는 마찰이 일었다. 나는 공포감과 비슷하지만 더 따뜻하고 끈적거리고 다급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몸은 함께 불타올랐고, 그가 나를 물었을 때 나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p. 460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내가 실어 나른 비 냄새는 그의 기운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내 피에 섞여 영혼 깊이 들어와 있었다.
리젤은 내 영혼을 읽었다. 그는 나의 가장 빛나는 열망을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나의 꿈과 고통과 두려움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한 나는 바보였다.
나는 자신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앞에서.
그의 눈빛은 내가 끊임없이 갈망하는 형벌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내가 영원히 안고 갈 상처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나는 구원을 발견했다.
나는 그의 것이었다.
“나는 들어가고 싶어…… 네 안에…… 가시가 가득한 곳일지라도.”
p. 498


그의 입은 내 입에서 떨어져 아래로 내려가며 뜨거운 흔적을 남겼다. 리젤은 내 배에 입술을 묻고 혀로 핥고 깨물면서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가쁜 숨을 내쉬며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내 피가 미친 전율의 교향곡처럼 그의 입술 아래에서 벌떡거렸다. 그는 허벅지 안쪽, 가장 부드럽고 민감한 부분에 키스했다. 그런 다음 떨리는 내 다리를 들어 올려 내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고문을 계속했다. 그는 내 발목을 깨물었고, 그의 검은 눈은 나를 덮치며 불을 질렀다. 그의 골반이 복근을 따라 도드라졌고, 넓은 가슴은 매혹적이고 지옥 같은 기운을 발산했다. 그는 찬란하면서 무서웠고, 나는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뺨이 달아오른 채 떨리는 다리는 모으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활짝 열려 맥동하는 꽃이었다.
p. 504


나는 심장이 멎는 것을 느꼈다. 호흡이 중단되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리젤의 시선은 이제 막 드러난 그곳으로 향했다. 나는 허벅지를 오므렸다. 그 순간만큼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몸을 웅크리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내 가랑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는 누구도 손댄 적이 없는 그곳을 만졌다. 그의 손이 부드러운 살을 스치자 나는 놀라서 신음을 내뱉었다. 그는 다시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리젤은 몸을 굽혀 내 가슴을 빨았고, 그 자극은 충격적일 정도로 강렬했다. 그는 쑤시고 문질렀고, 나는 호흡이 불규칙해졌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이 떨렸고 뺨이 불타올랐다.
그 애원하는 허덕임에, 내 허벅지 사이의 손가락이 더 활기차게 움직였고, 혀의 애무도 더 격렬해졌다. 나는 허리가 휘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의 등에 손톱을 박았다. 팔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렸다. 방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다리가 떨리고 몸이 따끔거려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이었다.
“날 봐.” 그의 속삭임이 들렸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리젤은 나를 바라보았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무한한 감정이 타올랐고, 나는 그것을 하나하나 쫓으며 마음에 새겼다.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오직 나만의 것으로.

그리고 그는 밀어 넣었다. 나는 고통의 신음을 억눌렀다. 근육이 수축되고 불타는 것 같았고 몸이 뻣뻣해졌다. 날카로운 느낌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고,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리젤은 한 순간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깊고 팽창된 그의 동공은 내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순간의 모든 인상을 영혼에 새기려는 듯. 나의 모든 뉘앙스를.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한 영혼의 부서진 조각처럼 하나로 합쳐졌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내 모든 부분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pp. 505~506

작가정보

저자(글) 에린 둠

Erin Doom
이탈리아의 젊은 여성 작가. 법학을 공부했다. 데뷔작 『눈물을 만드는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초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라 6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연재 당시부터 엄청난 조회 수와 독자들의 치열한 갑론을박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은 현재 26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다른 작품으로는 『눈이 내리는 방식』과 『스티그마』가 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가재걸음』, 『적을 만들다』, 디노 부차티의 『60개의 이야기』, 조르조 바사니의 『금테 안경』을 비롯해 『지구의 미래』, 『깊은 곳의 빛』, 『악령에 사로잡히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등 인문·문학·예술·종교 분야의 다양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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