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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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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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2편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기술-자본-페미니즘과 맞닿은 다양한 의제들을 길어 올린다. 영화연구자 손희정, 여성학자 김주희,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인류학자 이지은, 사회학자 신경아 등 서로 다른 자리에서 연구하는 여성학자들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논의들을 담았다. ‘사이버 레커’ ‘기술매개 성폭력’ ‘AI의 여성혐오’ ‘업계 내 메갈 색출’과 같은 디지털 현실 단면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디지털 행동주의’ ‘공정 담론’ ‘몸의 자산화’ 등 기술-자본 담론의 흐름과 정동을 짚어낸다. 또 ‘여성주의 지식 생산’ ‘지역적 페미니즘 네트워킹’ ‘젠더 정치학’과 같이 온라인 공간 속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을 계보화하고, ‘IT 조직 내 성차별’ ‘일-돌봄 사회’의 키워드를 통해 오늘날 여성들이 마주한 일터와 삶의 문제들을 살핀다.
한국여성학회는 2024년 40주년을 맞이했다. 학문으로서 페미니즘은 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사회 변화를 촉구해왔다. 서문을 쓴 문학연구가 허윤의 말처럼, “페미니즘 지식 생산은 우리가 발 디딘 세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있었던 2010년대와 혐오·백래시가 짙어졌던 2020년대를 넘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한국 페미니즘의 계보를 선보인다.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고, 이 문제를 “페미니스트답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의 지점에서 우리는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디지털 매개 젠더 폭력의 리스트는 끝없이 이어진다. 여러 사건들이 쉴 틈 없이 터져 나와 여성들의 삶을 위협한다. 이뿐 아니다. ‘이루다’와 같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여성혐오와 편견의 확산, 게임업계의 사상 검증 등 디지털 매개 사회에서 여성들은 전방위적 폭력과 맞서 싸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드러낸 문제들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을 톺아보고자 했다. _허윤, 서문 〈페미니스트답게 질문하기〉중에서
2019년 N번방 사건-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페미니즘은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페미니즘 계보를 잇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2019년으로부터 5년이 흐른 2024년 9월, 약 6000명의 사람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엄벌을 촉구하기 위해 혜화역에 모였다. 지난 5년간의 싸움 동안 정부와 사회는 반복되는 젠더 폭력을 방관했다. 더 광범위해지고 치밀해지는 성범죄·성착취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고민하고 말하기를 포기한 적이 없다.
사이버 레커를 비롯한 디지털 폭력 산업이 부흥하고 인공지능의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되는 와중에, 미디어 속 폭력적 재현에 대한 고민이 첨예하게 이루어지고 혐오를 넘어서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고 고발하고 모이고 행동한다. 페미니즘적 고민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현실 문제에 개입해왔고, 법·제도적 기반을 만들 것을 촉구해왔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여성혐오와 차별이 교묘해졌으나, 백래시에 대항하는 실천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우며 활발히 이루어졌다. 온라인 페미니즘은 사회가 목도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바로 그 현실 위에서 출발한다.
이 책을 기획한 한국여성학회는 1985년 첫 번째 학술발표회 이후 40년간 꾸준히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학술적 의제들을 발굴하고 대안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여성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페미니즘적 고민은 지금도 유효하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변화한 양상을 다룬 이 책은 각 장을 서로 교차하면서 읽을 수 있다. 예컨대 1부 손희정의 글과 3부 김주희의 글은 ‘산업’으로서 기술매개 성폭력이 벌어들인 자본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1부 이민주의 글과 1부 김수아의 글을 겹쳐 읽으면 디지털 행동주의를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확인할 수 있고, 1부 김수아의 글과 3부 김보명의 글을 함께 읽으면 페미니즘 대중화가 남긴 딜레마에 대해 고찰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독자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페미니스트적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디지털 시대에 직면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진단하며 새로운 페미니즘 계보를 잇는다. 온라인 페미니즘 언어들이 더 나은 미래로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또 페미니스트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지금 당면한 사회 문제를 읽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
1장 디지털 시대, 고어 남성성의 등장 (손희정)
2장 메갈 밥줄 끊기의 역사 (이민주)
3장 딥페이크 이미지는 어떻게 실제와 연결되는가 (김애라)
4장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 (김수아)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
1장 ‘위치지어진’ 개발자들과 페미니스트 인공지능 (이지은·임소연)
2장 성차별, 있는데 없습니다 (권현지·황세원·노가빈·고민지·장인하)
3장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스트-연구자 되기 (김미현)
4장 지역 여성주의 네트워킹을 되짚다 (김혜경)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
1장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 (엄혜진)
2장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 (김보명)
3장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 (김주희)
4장 성평등한 일-돌봄 사회로 (신경아)
미주
참고문헌
고어가 상품이 되는 시장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사야크 발렌시아의 섬뜩한 통찰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담론화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영감을 준다. 멕시코와 대한민국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지만, 두 국가 모두 정경유착을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착취·폭력뿐만 아니라 위험을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만큼은 서로 비견될 만하며, (…) 모든 것이 이미지가 된 것처럼 상상되는 시대에도 폭력은 정확하게 신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온라인 유희’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신체 훼손과 인간 존엄의 훼손을 상품으로 하는 ‘폭력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_손희정, 〈디지털 시대, 고어 남성성의 등장〉중에서
메갈 색출은 ‘남성혐오’ 반대라는 표면적 이유와 불매라는 형식적 유사성 탓에,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메갈 색출은 소비자가 기업에 대항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치적 소비자 운동과 차별화된다. 이는 최초 사례인 넥슨 성우 교체 사건에서 소비자 행동이 조직된 맥락을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 넥슨 성우 교체 사건에서의 소비자 행동은 소비자 대 기업이 아닌 남성 소비자가 상정하는 ‘남성 게임계’ 대 ‘메갈 여성 노동자’의 대립구도 위에서 조직된 행동이었다. 소비자들은 메갈 논란을 반사회적 여성 개인의 문제로 의미화했고, 그러면서 메갈 노동자가 끼친 경제적 피해에 합리적인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맞서는 그림을 만들고자 했다. _이민주, 〈메갈 밥줄 끊기의 역사〉 중에서
기술매개 성폭력은 사이버나 온라인 등 오프라인과는 구분되는 방식으로 이해되어온 경향이 커서, 때로 비물질적 피해로 여겨지고 이에 따라 전통적 성폭력 개념에 의거해 더 ‘가벼운’ 피해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 니컬라 헨리와 범죄학자 아나스타샤 포웰은 정신-몸, 온라인-오프라인이라는 이원론적인 분리는 기술매개 성폭력의 실체화된 피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현실과 가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 기술매개 성폭력은 사회 관계와 일상을 파괴하고 피해자가 사회적·일상적으로 고립되기를 초래하고 강제한다. 개인에게 일종의 ‘추방’인 셈이다. _김애라, 〈딥페이크 이미지는 어떻게 실제와 연결되는가〉 중에서
청년 여성들의 페미니즘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 것 중 하나는 기존의 억압과 차별을 극복하고 ‘여성이 잘사는 것’이었다. 이는 ‘쓰까 페미’는 이해할 수 없는 청년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 하지만 이를 인정하더라도, 이 ‘좋은 페미니즘’은 명백한 배제 위에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이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해도 결국은 경쟁 구조에서의 승리와 능력주의에 근간을 둔 서열화를 가정하는 정치가 과연 ‘좋은’ 것일지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_김수아,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 중에서
과학기술이 표방하는 객관성·보편성·가치중립성 등은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이 공통적으로 해체하고자 하는 신화였다. (…) 우리는 과학의 객관성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제기하면서도 과학기술의 대안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과학기술 ‘하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의 통찰을 이어받고자 한다. 인공지능 가능성에 대한 이 글의 관심사는 상상이나 개념의 차원이 아니라 현실에 관한 것이다. _이지은·임소연, 〈‘위치지어진’ 개발자들과 페미니스트 인공지능〉 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의 참여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인적 다양성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부분적 시각을 가진 ‘위치지어진 주체’들이 새로운 논쟁을 만들어내고 다른 방식으로 과학 기술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_이지은·임소연, 〈‘위치지어진’ 개발자들과 페미니스트 인공지능〉 중에서
노동시장의 젠더 양상은 여성이 능력주의 시스템에서 단순히 저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적’ 지위로 평가되고 보상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설 《능력주의》에서 여성은 “지능보다는 개읹거 특질로, 세속적 성공보다는 따뜻한 마음씨와 발랄한 성격, 매력으로 평가받았다”라고 표현했던 바, 여성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존재인지에 따라서 평가받는 것,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가 작동하는 젠더 시스템의 요체라 할 수 있다. _엄혜진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 중에서
사이버 레커, 딥페이크 성폭력, 업계 내 ‘메갈 색출’…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
1부 ‘온라인 여성혐오, 기술과 함께 진화하다’에서는 디지털 페미니즘과 관련된 시급한 이슈들을 다룬다. 영화연구가 손희정은 1장 〈디지털 시대, 고어 남성성의 등장〉에서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 개념을 원용해 한국의 ‘고어 남성성’을 새롭게 포착하고, 사이버 레커·웹하드 카르텔·디지털 여성살해 등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 ‘돈’이 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가상의 유희가 아니라, 정확하게 신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짚어낸다. 연구활동가 이민주는 2장 〈메갈 밥줄 끊기의 역사〉에서 서브컬처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잦게 일어난 ‘메갈 색출’의 흐름을 쫓았다. ‘소비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집단행동이 어떻게 여성·페미니스트들을 낙인찍고 사회경제적 기반을 박탈시키는지 밝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애라는 3장 〈딥페이크 이미지는 어떻게 실제와 연결되는가〉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사이버 스토킹·개인정보 유포 등 ‘기술매개 성폭력’을 정의하고 그 실질적 피해와 의미를 다룬다. 디지털 피해는 물리적 폭력과 직접 관련될 때에야 ‘진짜 피해’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매개 성폭력은 온라인 공간뿐 아니라 대면 현실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물리적 폭력과 비교했을 때 결코 가볍게 여겨질 수 없다. 또 ‘음란성’ 여부,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과 같은 협소한 기준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성폭력 판단이 기술매개 성폭력의 실질적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꼬집는다. 여성학자 김수아는 4장 〈온라인 공간을 횡단하는 여성들〉에서 ‘안전한’ 온라인 공간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살피는 한편,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불러일으킨 디지털 행동주의의 명암을 들여다본다.
디지털 사회 속 0과 1 사이에 균열을 내는 목소리
오늘날 여성주의 지식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2부 ‘디지털 사회 속 여성주의 지식을 생산하다’는 기술과 여성주의 지식 생산자들이 맞물리는 지점에 집중한다. 인류학자 이지은·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은 1장 〈‘위치지어진’ 개발자들과 페미니스트 인공지능〉에서 여성 청년 개발자의 위치성에 주목해 페미니스트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AI 챗봇 ‘이루다’가 혐오 발언을 답습하는 경우처럼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이 경향성을 강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혐오와 성차별 문제에 개입하는 페미니스트 개발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학자 권현지와 연구자 황세원·노가빈·고민지·장인하가 함께 쓴 2장 〈성차별, 있는데 없습니다〉는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IT 개발자 문화 속 젠더 편향을 파고든다. 소프트 스킬의 탈젠더화·여성의 업무 배제 등 미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차별을 심층 인터뷰 형식으로 드러낸다. 연구활동가 김미현은 3장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스트-연구자 되기〉에서 디지털 네이비트 세대이자 청년 페미니스트 연구자로서의 활동을 되짚는다. 특히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온라인 연구 웹진 〈Fwd〉의 활동 경험을 되돌아보며 실질적인 고민을 담았다. 사회학자 김혜경은 4장 〈지역 여성주의 네트워킹을 되짚다〉에서 서울 중심의 재현을 넘어, 지방 페미니스트들의 리부트 맥락을 재구성한다. ‘페미니즘 불모지’였던 전주 지역의 리부트는 친여성주의적 지방정부의 등장, 소규모 대면활동 병행과 맞물리며 전개됐다는 점에서 지역적 특징을 보여준다.
“성차별은 그것을 공정한 것으로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와 언제나 함께해왔다”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바라보다
1부와 2부에서 드러난 문제적 상황들은 결코 자본, 즉 신자유주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페미니즘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진단한다. 여성학자 엄혜진은 1장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에서 능력주의를 “성적 차이를 시민의 자질과 연동해 여성을 배제적으로 포함시킨 불공정한 성적 계약의 공모자”로 정의하며, ‘공정’ 담론과 포스트페미니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여성학자 김보명은 2장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에서 신자유주의적 안티페미니즘과 보수 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의 가족주의적 안티페미니즘 그리고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의 급진페미니즘을 각각 분석하고, 세 진영이 공통적으로 ‘젠더’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러나 젠더는 개인의 정체성과 수행은 물론, 이를 구성하고 구조화하는 사회문화적 과정과 기제를 지시하는 용어이자 변혁적 도구와 같다.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젠더는 더욱 정교하게 벼려져야 할 해석의 렌즈임을 강조한다. 여성학자 김주희는 3장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에서 능력주의가 금융 자산화 시대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자산으로서의 몸”을 가진 여성을 ‘불로소득자’로 간주해 폄훼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지점을 비판한다. 인적자본론의 허상이 드러난 상황에서 남성들의 분노는 이미 자본인 몸을 소유한 여성들을 향하고 있다. 현대 능력주의 담론은 타고난 몸에 대한 불공정 감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임금 가치가 하락하는 시대에 남성들은 자신의 몸을 자본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동에 대해 저자는 ‘여성의 몸을 자본화하는 것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비가시화되는 지점을 문제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자 신경아는 4장 〈성평등한 일-돌봄 사회로〉에서 여성의 관점에서 인구와 출산의 문제를 바라본다. 재생산 논의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출산을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밖에 없다. 도구화된 한국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일과 돌봄이 양립하는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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