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건네는 바통
2024년 1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28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6.59MB)
- ISBN 978894647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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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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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마음 박사가 될 수 있는 마음 챙김 동화책
친구의 사랑에 관한 조마조마한 마음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운동장 한편에서 새된 외침이 메아리쳤다. 이어달리기 마지막 주자인 종우는 오늘도 ‘민주’가 건네는 바통을 눈앞에서 놓쳤다. 소문난 달리기 에이스 종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민주는 답답할 따름이다. 다른 이어달리기 주자들은 연필을 건네듯이 아주 가볍게 바통을 패스하고, 빌려준 물건을 돌려받듯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받는다. 이런 주자들의 모습을 좇는 데 열중하는 민주의 눈에는 종우의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눈빛, 굳어지는 손놀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 민주 앞에 서면 나타나는 종우의 증상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 가져 본 아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다. 긴장되고, 어색하고, 마음과는 반대로 상대에게 말이 투박하게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 마음을 끝내 숨길지 혹은 상대에게 전할지 고민하고, 나아가 그 방법을 생각하는 데 골몰한다. 종우는 끝내 바통을 새로 잡는 방법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법을 발견한다. 일방적인 선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종우.
평소의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줍고 정중하게 마음을 건네는 종우 앞에서 이제 민주의 선택만이 남았다. 종우에게 패스하는 바통에 자신의 마음을 얹어 건넬지는 결승선에 가까이 다다라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 역시 바통을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깨닫는 〈너에게 건네는 바통〉 이야기의 결승선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또 건네받는 마음과 같거나 다른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아릿아릿한 마음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또 그 한가운데에서 새롭게 탄생되는 생명이 있다. 〈돌절구 합창단〉은 이러한 생명의 순환 속에서 소중한 것을 지켜내려는 아이의 마음을 그린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픈 할머니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할머니의 돌절구. 어떤 점에서 이들의 운명이 닮았는지 모르는 어린아이임에도 주인공 ‘은서’는 대문 앞에 버려진 돌절구 앞에서 도무지 발을 뗄 수 없다.
돌절구를 집으로 가져온 은서에게 엄마는 “쓸모없는 물건을 왜 가지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또다시 핀잔”을 주지만 은서는 보란 듯이 돌절구를 멋지게 꾸민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부레옥잠을 돌절구에서 기르기 시작한 은서의 애정과 비례해 부레옥잠은 멋지게 자리를 잡아간다. 하지만 부레옥잠의 꽃을 기대하고 있는 은서에게 찾아오는 것은 재난 같은 폭우다. 넘치는 빗물에 몇몇 부레옥잠은 소실되지만, 이내 그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생명, 즉 돌절구의 새로운 가족인 올챙이가 탄생한다.
“마른 풀잎 색의 단순했던 물고기가 네 다리를 가진 반짝이는 초록 생명체가 되는 과정”을 지켜왔던 은서에게 개구리들은 ‘개골개골’로 시작하는 노래를 선물한다. 넘치는 생명력의 소리 가운데서 은서가 생각하는 것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다. 무엇보다 이 노래를 좋아할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실어 보내는 은서의 귀에는 어느새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할머니의 콧노래가 들려온다. 마침내 돌절구 합창단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자신의 양심에 관한 아슬아슬한 마음
“잠깐만 보고 넣어 둬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던 ‘하진’이의 가벼운 마음은 얼떨결에 스마트폰 “도둑”이 되면서 계속해서 무거워진다.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친구들의 추궁과 의심의 눈초리 등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쉽게 고백하지 못하고, 설상가상 학교에 엄청난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마침 그날 교실을 마지막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유로 또다시 아이들의 의심을 받는 하진은 인쇄실에서 본 할아버지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 장소에 돌아온다’는 속설을 떠올리고 인쇄실에 숨어든 하진의 눈앞에 다가오는 흙이 잔뜩 묻은 낡은 신발. ‘쿵’ 하고 둔탁스러운 소리만 남기고 재빨리 사라진 발걸음.
“다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도둑인 거.” 신발을 힌트 삼아 폐지 할아버지를 뒤쫓은 하진의 당돌한 발언에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사정을 풀어놓는다. “날은 춥고 하는 수 없이 학교에 몇 번 들어가 종이란 종이는 죄다 훔쳐 나왔지. 수백 장은 될 것이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네에서 우리 집 흙벽도 허물어져 갔지. 학교에서 가져온 종이를 흙벽에 바르며 그 겨울을 힘겹게 버텨 냈단다.” 할아버지는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잘못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폐지 줍기를 통해 버는 돈으로 종이를 사서 계속해서 학교에 가져다 둔 것을 알게 된 하진이는 부끄러워진다. “오히려 진짜 도둑은 내가 아닐까?” 이제 하진이가 마음이 빚을 덜어낼 차례였다.
〈빚 갚는 도둑〉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마음으로 괴로운 하진이와 무거운 폐지를 싣고 나르지만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이야기 내내 나란히 등장한다. 교차되는 서로의 무게감 속에서, 나아갈 길을 몸소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과 그로 인해 비로소 자기만의 양심 나침반을 갖게 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2.돌절구 합창단_양수현
3.빚 갚는 도둑_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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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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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실수 안 할 거예요, 할머니.” 웃겨, 설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실수 좀 하면 어때, 지는 놈이 있어야 이기는 놈도 있는 거지.” 이번에는 내가 그 ‘이기는 놈’ 좀 돼 보겠다는 거다. 그게 나쁜가? 말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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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우가 서툰 젓가락질로 내 젓가락에 닿을락 말락 하다 닿지 않게 깻잎 한 장을 겨우 떼어 냈다. 깻잎 한 장이 깔끔하게 똑 떨어졌다. 바통 패스도 이렇게 똑떨어지게 잘할 수는 없는 걸까.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바통 패스 연습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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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한 건 내가 아니라 전종우였다. 엄마 아빠가 보러 오지 않아도 소년 체전에서 메달을 따 오는 애인데 이어달리기에서만 번번이 실수를 했다. 그래서 더 얄미운 거다. 이어달리기에서만 ‘지는 놈’이 되기로 작정한 사람 같으니까. 정말 전종우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
이제 내 차례다. 바통 패스를 하러 달려야 한다. 그런데 마치 전종우가 전속력으로 내게 달려와 이미 바통을 건네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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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달빛이 밝은 밤, 창문 틈으로 들리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다. 노랫말을 싣고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할머니의 포근한 냄새가 묻어 있었다. 기력을 쉽게 찾지 못하는 할머니가 너무 그리운 밤이었다. ‘할머니와 이 노랫소리를 같이 들을 밤이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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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돌절구 앞에서 지휘자처럼 손을 흔들면서 개구리들의 합창에 심취해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돌절구와 함께 있는 할머니는 처음 올챙이를 발견했던 나처럼 기뻐 보였다. 개구리 노랫소리와 할머니의 콧노래가 함께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제야 돌절구 합창단이 완성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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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려갔다. 할아버지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나의 시선은 할아버지의 신발로 향했다. 흙이 잔뜩 묻은 낡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그 신발이 맞다! 찾았다, 도둑!’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나는 할아버지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 알고 있어요. 할아버지가 도둑인 거.” 할아버지가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누르며 말을 이었다. “인쇄실에 몰래 들어오신 거 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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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인쇄실에 종이를 또 훔치러 가신 거예요?” “예끼, 이놈이!” 할아버지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엔 종이를 갖다 두러 간 거다. 이놈아!” 나도 할아버지를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할아버지, 돈도 없어 보이는데 무슨 종이를 갖다 놔요?” “이 녀석이! 폐지 주워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종이 한 박스씩 사다 몰래 가져다 두었지. 그렇게 내 마음의 빚을 덜어 내고 있는 거여. 애당초 남의 것에 손대면 안 되는데……. 이제라도 속죄해야지!”
▶
할아버지가 왜 이제라도 빚을 갚으려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참아 왔던 긴 한숨을 ‘후’ 하고 내뱉었다. 무거웠던 한숨이 창문 밖으로 가볍게 흩어졌다. 그 순간, 저 멀리 손수레를 끄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였지만 할아버지의 발걸음은 왠지 가벼워 보였다.
“우리 친구들이 이 마음 챙김 동화책 《너에게 건네는 바통》을 다 읽고 나면 최고의 마음 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변하는 그 많은 마음에서 꼭 챙겨야 할 마음들을 쏙쏙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_홍종의(동화 작가 ㆍ 샘터 동화상 심사위원)
2024년 46회째를 맞는 샘터 동화상의 대상작 〈너에게 건네는 바통〉과 우수상으로 선정된 〈돌절구 합창단〉, 〈빚 갚는 도둑〉을 묶어 한 권의 수상작품집으로 선보인다. 샘터 동화상은 함께 사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워 줄 희망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량 있는 신인 동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올해 공모된 600여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이야기 세 편과 이들 이야기의 개성을 잘 담아낸 어수현 작가의 그림으로 한 권의 동화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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