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장애인 접근성 강화 도서)
2024년 12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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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19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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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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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눈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찾겠다며 우리는 하늘을 한없이 헤쳐 놓았다.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빛은 우리의 마음을 헤쳐 놓기에 충분했고하얗게 비치는 당신의 눈을 보며 나는얼룩 같은 다짐을 했었다.2세상은 온통 네 이름이었다그 이름이 파도 같아서멀리 있어도 바람을 타고 오는 파도 같아서세상은 온통 네 순간이었다내 삶에 갑자기 네가 들어왔던 것처럼그런 순간들은 예고도 없이나를 흔들고는 모른 척했다 3눈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찾겠다며 우리는 하늘을, 구름 사이를 한없이 헤쳐 놓았다. 너를 대신해서 바라볼 것이 있어 다행이었다.4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해지기 위하여 일부러 불행을 택한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되어버린 걸까. 우울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우울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우울은 나의 적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졌다. 첼로는 우울을 대신해서 나의 미움을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었다.5나는 네가 걸어가는 것을 보며 네가 밟게 될 돌을 줍고 싶었고, 네가 언제까지고 걸어갈 길을 바라보고 싶었다. 빗소리가 하는 일은 그런 내 마음을 무겁게 적시는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도리어 두려워지고 있었다. 6서투름은 그 시절만의 것이었습니다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서로에게여문 것만을 보여주리라 다짐했습니다당신에게는 앞모습만 보여주려고애꿎은 신발 뒤축만 닳아갔습니다이 시기가 지나면 가장 연한 색의 계절이 돌아온다. 축축하고 어두웠던 자리에서 하얗고 노란 것들이 피어난다. 경계하는 것들은 바스러지고 말간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7나무가 계절을 따라어깨 위 무거운 잎들을 내려놓듯이다시 제 팔에 푸른 이파리들을 피우듯이너를 향한 나의 사랑도 그렇다
이 산문집은 크로키로 그리는 수채화로 되어있다. 문장은 차분하면서도 아름답고 무딘듯하면서도 날렵한 상상력이 수일하다. 작은 깨우침이 사물과 한 몸을 이루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없겠는가. 「해 떨어지는 몽골」에서 낙조만이 “죽은 것들을 붉게 안아준”다는 섬세한 관찰력이 삶의 고유성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눈길을 건네면서 삶 이후의 삶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별과 나 사이가 밝으면 안 돼”라고 말하는 이 작가에게도 「문장의 방」이 있을 텐데. 그이는 그 방에서 「현실의 저 반대편」에서 새로 보이는 존재를 삶의 자세로 바꾸려고 했으리라. 부서지고 깨진 것들이 있어 우리의 삶은 온전하다고 말하는 ‘이제’ 작가에게, 펜과 백지의 은총이 있기를! _ 이병일 시인
작가정보
저자(글) 이제
이 제 李 晢서울에서 태어나고 이곳저곳에서 자랐다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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