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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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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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장 태생
2장 에드워드 7세 시대의 여름과 그 시절의 막강한 여성 실세들
3장 제1차 세계 대전
4장 전쟁의 여파: 1918~1923
5장 광란의 20세기
6장 대공황: 1929~1933
7장 파티와 정치: 1933~1936
8장 한 해에 3명의 왕: 1936
9장 대관식, 클리브덴 세트, 뮌헨 사태
10장 〈포화 속의 용기〉: 1939~1945
11장 평화와 내핍 생활
12장 유산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장차 영국 사교계를 주무르게 될 여왕벌 6명은 빅토리아 시대의 절정기인 1863년부터 1879년 사이에 태어났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다양한 성장 배경이 그들을 빚은 모체이긴 하나, 이 6명의 여성은 번뜩이는 지혜로 자신을 재창조하여 결국 태생을 초월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동시대인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19p
사교계의 여왕이 되려는 야심 찬 여성이라면 런던의 거처는 물론이고 주말 접대를 위해 필수적으로 시골에 근사한 저택 한 채쯤은 갖고 있어야 했다. 62p
이디스는 전시에 여성들을 동원하기 위해 급진적인 사회 운동을 주도했다. 1914년 8월 말, 매사에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시어머니와 점심 식사를 하던 중 이디스가 여성 투표권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비웃음을 샀다. 듣자 하니 그 자리에 동석한 어느 유명한 신문사 편집자(익명)가 〈전쟁이 여자들에게 그들의 요구가 불가능한 일이며,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소리임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디스에게 전쟁이 끝날 때쯤 서프러제트는 종적을 감춘다는 데 5파운드를 걸겠다고 내기를 제안했다. 이디스는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녀에게는 바로 그런 자극제가 필요했다. 96p
레이디 커나드는 뼛속 깊이 박힌 엘리트주의를 발동해 정치가, 귀족, 화가, 작가, 음악가를 끌어들여 자신의 연인 토머스 비첨이 지휘자로서 활개 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커나드와 비첨은 영국의 공연계에 오페라가 부활하기를 꿈꾸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했다. 커나드는 자기 돈도 아낌없이 썼고, 부유한 지인들과 열심히 친분을 다져 감언이설로 지원금을 두둑이 얻어 냈다. 111p
다시 평화가 찾아오면서 영국 사회 전 계층에 사회적, 정치적 파문이 일었다. 정치적 측면을 보자면, 영국 자유당은 신뢰가 바닥나 버렸고 일각에서 사회주의를 잠재력 있는 대안으로 꼽는 분위기가 생겼다. 많은 상류 지주 계층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제는 실질 소득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 예전에 당연시한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119p
당대의 다른 사교계 여성 실세들과는 달리 시빌은 블룸즈버리 그룹과 친분을 다지는 데 욕심이 많았다. 이들은 모더니즘 작가, 예술가, 지식인이 다양하게 모인 집단이었다. 재능 있는 두 자매 버지니아와 버네사 스티븐이 결혼 전까지 대영 박물관 근방의 나무가 많은 주택가 블룸즈버리 고든 스퀘어 46번지에 살았는데 그 지명이 단체명이 된 것이다. 148p
여왕벌 6명은 여러 분야에서 전문 인력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녀들을 대신해 가사를 운영하고, 사교 활동을 관리하고, 사유지를 조직적으로 꾸려 가고, 파티 장소로 태워다 주고, 옷을 입고 벗는 걸 도와주고, 손님들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하인들은 원활한 가사 운영을 보장해 주는 인적 자원이라 야심 찬 사교계 여성 실세의 경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175p
1920년대의 사교계 파티 주최자들은 마치 대형 범선처럼 갖가지 깃발을 펄럭이고 온갖 총포 병력을 배치한 채 사교계의 바다를 항해하며 그들이 목표 삼은 진로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그리고 상황상 필요하다면 마음껏 자잘한 해적질도 불사했다. 176p
여왕벌 6명은 주로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었지만 워낙 여행벽이 있어서 미국을 자주 드나들었고 유럽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들은 전간기에 의도적으로 미국 사교계의 유명 인사들에게 접촉해 관계를 구축했다. 187p
독자들은 귀족 가문의 자손이건, 뭔가 수상쩍은 선조를 둔 후손이건, 사교계 인물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오늘날 타블로이드 신문을 소비하는 방식처럼 가십과 논평에 대한 흥미가 대단했다. 211p
여왕벌 6명은 지체 높은 여성이 어떤 식이든 공적인 역할을 맡거나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여전히 매우 드물었던 시대에 각기 독보적인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냈다.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이 키워 주고 널리 알리고 싶은 이들, 또는 뜻이 맞는 다른 사람들과 인맥을 만들어 주고 싶은 이들을 각종 연회와 파티 자리로 불러 모았다. 459p
영국을 뒤흔든 앞서간 여왕벌을 추앙하다!
사교계 여왕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둔 범상치 않은 여성 6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왕벌』은 양차 대전 사이 몇십 년간 영국 사회를 쥐락펴락한 비범한 여성 여섯 명의 삶을 직조하듯 펼쳐내는 다큐멘터리이자 역사 에세이로 읽을 수 있다.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 의원이 된 낸시 애스터, 인맥 수집가이자 성공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시빌 콜팩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성대한 파티를 주도한 로라 메이 코리건, 문화계 상류층을 사로잡고 에드워드 8세의 퇴위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에메랄드 커나드, 마키아벨리식 수법으로 여러 왕족과 정치인의 환심을 산 마거릿 그레빌, 뱀 문신을 뽐내던 열정적 여성 인권 운동가 이디스 런던데리 등 당시 사회와 문화를 흔들던 걸출한 여성들의 야망과 매력, 그리고 숨겨진 뒷모습까지 속속들이 밝혀내는 회고록, 혹은 그룹형 전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활약하던 시기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기존에 엄격했던 영국의 계급 제도가 약화되었을 때로, 에너지 넘치고 야심 가득한 수많은 여성에게는 그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당한 실세로서 사회의 정상을 차지할 기회였다. 여왕벌 6명은 지체 높은 여성이 어떤 식이든 공적인 역할을 맡거나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여전히 매우 드물었던 시대에 각기 독보적인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냈고,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천직이나 직업, 혹은 소명으로 여겼다. 당시 실정에서 그들은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영국 사회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그 시대의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노력했다. 남성 우월주의가 당연시되고 마땅히 보장받던 빅토리아 시대에 태어나 자란 이 여성들이 얼마나 급진적이었는지 오늘날 가늠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얽히고설켜 한 시대를 살아낸 서로 간의 화학 작용으로 역사의 중요한 지점에 기어이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자기 주도의 삶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여성들의 욕망 가득한 삶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쥐락펴락한 강골의 레이디 인플루언서들
자기 야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그것을 좇았던 강골 여성들의 일대기를 담아낸 『여왕벌』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촘촘하게 짚어 낸 수십 년의 기간을 수많은 인물과 사건으로 채웠다. 앞부분에서 등장인물 파악에 조금만 품을 들이면 그 후부터는 흥미롭게 궤적을 좇는 재미가 보장되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역사와 시대상을 읽어 내며 분석해야 한다기보다는 전간기의 여성 인플루언서, 특히 중년의 나이에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 여성들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당시 상류층의 화려한 삶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구경해도 된다. 영미 유럽 역사를 비롯해 상류층의 가십이나 사교계 에피소드에 흥미를 느끼거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마에스트라처럼 지휘하던 걸 크러시의 이야기에 솔깃한 사람이라면 즐겁게 책장을 넘길 듯하다. 한편으론 이들이 영국 역사(특히 사교계, 문화계, 예술계, 정치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고, 전시에 어떤 활약을 했고, 역사상 어떤 공적을 남겼는지 조목조목 들려주는 것은 물론, 인간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약점을 보였는지(인맥 경쟁, 남성 편력, 악취미, 정치의식, 각종 술수, 여론 조작 등)도 숨기지 않고 열거하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주인공 6명은 자신의 계급과 재력과 인맥을 때로는 선의로 이용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활약을 펼치고, 때로는 영악하게 악용해 잇속을 챙겼지만 판단 착오로 인한 결과로 이어져 욕을 먹기도 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이 여성들을 영웅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공과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인물을 다면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소설처럼 읽어도 좋겠다. 영국 왕실이나 사교계를 다루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도 괜찮은 읽을거리일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격변기에 유럽 각국, 특히 사교계에는 볼거리, 들을 거리, 씹을 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영국의 문화사학자. 런던, 맨체스터, 도쿄에서 디자인과 문화사를 공부했고, 내셔널 트러스트, 디자인 뮤지엄,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일했다. 시안 에번스는 연구자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조직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주로 책을 발표했으며, 일본 디자인부터 유서 깊은 고택의 뒷이야기 등 다양한 문화사를 다뤄 왔다. 비범한 삶을 살았던 실제 인물에 늘 사로잡혀 백만장자뿐 아니라 어느 귀족의 집사까지 연구 분야 역시 폭넓다. 2016년 출간한 『여왕벌』은 빅토리아 시대에 태어나 양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중년이 지나 인생의 전성기를 누리고 영국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한 사교계 실세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자기 야망에 솔직하며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성공을 좇았던 강골들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역사상 어떤 공을 세웠고, 인간적으로는 어떤 약점을 보였는지 화려한 여왕벌의 삶을 영화 장면을 보듯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은 발표하자마자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주요 영국 언론으로부터 〈어마어마하게 재밌다〉라는 평을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한양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공부했고, 뉴질랜드 이든즈 칼리지에서 TESOL 과정을 마쳤다. 오래전에 교계 신문사 기자로, 잠깐은 연극배우로 살다가, 지금은 해외의 좋은 책을 찾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신과 인간의 전쟁, 일리아스』, 『소주 클럽』, 『소로의 나무 일기』, 『작가의 어머니』, 『그는 왜 자기 말만 할까?』, 『사회주의 100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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